UTAPRI/NOVEL

[히지리카와 마이]

별빛_ 2014. 1. 11. 19:30





1.


소녀는 고왔다. 심해를 닮은 푸른 머리카락은 어깨 위에서 단정하게 살랑거렸고, 자수정을 닮은 눈은 동그랗고 서글서글했다. 소녀는 사랑받는 방법을 아는 영리한 소녀였다. 그건 소녀 태생상 그렇게 태어난 본능일지도 몰랐고, 어쩌면 소녀의 환경 떄문일지도 몰랐다. 소녀의 아비는 소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거의 대부분에게 무심하고 단호했으며, 소녀의 어미는 병상에서 한 번 일어나기 힘든 사람이었다. 소녀는 어린 시절 누구나 본능적으로 갈구하는 사랑을 받기 위해 자신에게 사랑을 줄 사람을 찾아 해맸고, 어렵지 않게 소녀의 오라비가 제 곱고 어린 여동생을 남부럽지 않게 사랑해주었다. 소녀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오라비를 사랑했다. 소녀에게 오라비는 아비이자 어미이자 전부였다. 그렇기에 소녀는 아이돌로서 자신의 꿈인 노래를 부르며 나아가는 오라비의 뒷모습을 보며 내심 생각했다. 


아, 오라버니가 계속 저렇게 반짝거렸으면 좋겠다. 


그날부터 소녀의 꿈은 가문의 가주가 되었다. 




2.

소녀의 오라비는 소녀가 부끄럽다는 듯이 남몰래 속삭이는 장래희망을 듣고 얼핏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것은 상처받은 것이 아니라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을지도 몰랐다. 오라비는 소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 나 때문인 것이냐? 그렇게 물어오는 오라비의 표정은 소녀가 처음 보았을 만큼 쓸쓸했기에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 오라비의 표정이 조금 다행스럽다는 듯이 풀리는 것을 보면서 소녀는 안도했다. 그리곤 덧붙이듯 오라비에게 속삭였다. 


저는 히지리카와가 좋아요, 오라버니. 


 소녀의 속삭임에 오라비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평소의 엄격한 얼굴은 다 어디로 팔아버린 건지 오라비는 소녀의 앞에선 봄바람처럼 부드러운 표정을 짓곤 했다. 소녀의 이마에 짧게 키스해주며 오라비는 소녀를 칭찬해주었다. 소녀는 빙긋이 웃었다. 그 나잇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풋풋함이 한가득 담긴 사과같은 미소에 오라비 역시 행복하다는 듯이 마주 웃어주었다. 




3.

소녀는 나이에 맞지 않게 현명한 아이였고, 그렇기에 오라비를 독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소녀는 언젠간 제 오라비가 연인이 생기고 반려를 맞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숙지하고 있었다. 소녀 역시 그것을 납득했다. 소녀는 오라비의 옆에 설 사람이 부디 좋은 사람이기만을 빌었다. 하지만 그것을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역시 차이가 컸다. 소녀는 그것을 처음 실감했다. 소녀는 멍하니 오라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라비는 소녀가 처음 보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언뜻 소녀에게 보여주는 봄바람같은 미소와 닮은 듯 하지만 그보다 더 화려한 미소였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지을 수 있는 달콤한 미소를 소녀는 처음으로 오라비에게서 발견했다. 소녀는 제 마음 안 구석에서 느껴지는 상실감을 자각했다. 안타깝게도, 소녀는 그런 미소를 짓는 오라비를 보며 얼굴도 이름도 성별도 모르는 오라비의 연인을 질투했다. 하지만 소녀는 제 오라비가 행복한 것이 좋았다. 


오라버니,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소녀의 물음에 오라비는 망설였다. 그 모습을 보며 소녀는 조금 간절한 표정으로 오라비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오라비는 언제나 소녀의 부탁에 약했다. 사실 많이 약했다. 오라비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말하며 조금은 멋쩍다는 듯, 부끄럽다는 듯 미소짓는 오라비의 모습을 보며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소녀는 오라비와 함께 찍혀있는 연인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고운 사람이었다. 반짝거리는 듯 보였다. 오라비의 옆에서 그와 꼭 닮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양새가 좋아 보였다. 둘 다 서로를 몹시 좋아한다는 것이 사진 하나로 한눈에 보였다. 


다행이에요.


소녀는 안심했다. 




4.

오라버니, 오라버니.


소녀가 노래하듯 불렀다. 오라비가 소녀를 돌아보았다. 


행복하셔서 다행이에요.


소녀는 낮게 흥얼거리는 것 같았다. 달빛 아래 비치는 소녀의 모습이 눈부셨다. 소녀는 눈을 곱게 접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마이는요, 마이는요. 오라버니가 참 좋아요.


소녀가 제 오라비의 뺨에 입맞췄다.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답례로 오라비도 소녀의 뺨에 가볍게 키스해주었다. 소녀는 행복하게 웃었다. 소녀는 제 오라비가 그 누구보다 좋았다. 오라비가, 단 하나뿐인 가족이,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소망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마이는요, 마사토 오라버니가 참 좋아요. 


소녀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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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최애에 대해서 써내려가기 시작한건데 왜 이런 글이 됬지..... 어찌됬든 히지리카와 마사토군의 여동생, 히지리카와 마이 시점입니다. 제 최애캐 마이쨩은 누구도 선점 못합니다 마이쨩 사랑해요 마이는 여신님이야.... 렌마사인지 마사하루인지는 딱히 정해놓지 않았습니다. 마이도 어리니까 연인이 누구든 마사토가 행복하다면 상관없다는 마인드에요 ㅇㅇ 마사토가 행쇼하니 마이도 행복하다는 그런 글입니다.... 응, 마이쨩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근친 아니에여 남매간의 우애가 맞습니다..... 내 마이쨩 마지 텐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