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와무라 에이준은 제 감정에 솔직했다. 솔직하다 못해 일견 건방지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도리어 그를 아는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긍정했다. 뻔뻔하게 고개를 들고 소리치고, 당당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했다. 그러면서도 애정 담긴 매 한 대, 잔소리 한 줌으로 끝내고 다시 웃을 수 있는 것이 그의 특별한 점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흉내내지 못하는 장기였다.
그렇게까지 특출나지는 않은 외향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황금빛으로 빛나는 가을 밀밭의 눈은 언제나 의지를 담아 빛나고 있었다. 그 모습은 확실히 아름다웠다. 어쩌면 그렇기에, 미유키 카즈야는 그 눈에 집중할수밖에 없었다. 마운드 위에서 온전히 빛나는 그 모습은 얼마나 눈부신지. 도저히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그가 투수이고, 본인이 포수인 것은 이것과는 다른 문제로 느껴졌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연정이라는 감정을 품은 것은 가랑비에 옷을 적시는 것처럼 소리없이 다가왔고, 눈 깜짝할 새에 미유키를 잠식하고 들어갔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코 야구였지만, 그것을 사와무라 역시도 함께하고 있기 때문일까, 종종 어디에 있던 가장 큰 소리를 내고 있는 그를 눈으로 쫒고는 했다. 언제나 변하지 않았다. 시끄럽고, 활기차고. 눈은 그대로 반짝반짝. 미유키가 좋아하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렇기에 안심할 수 있었다.
그랬는데,
그럤었건만.
사랑에 빠진 사와무라 에이준이라는 존재는, 얼마나 생소한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웃는 사와무라의 모습은 낯설었다. 다른 의미로 붉어진 뺨도, 접히는 눈매도, 평소보다 낮은 성량으로 외치는 목소리도. 누구를 좋아하는지는 몰랐다만 미유키는 제 표정을 감추기 위해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매만지는 흉내를 내며 애써 능숙하게 가렸다고 생각했다. 입안이 바짝 말랐다.
그대로 있어달라고 바라는 것이 오만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사와무라는 사람이었고, 성장하는 만큼 다른 식으로 변화할수도 있는 인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