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님(@bucket_da)님께 받은 리퀘! 질투하는 에이준... 이었는데 과연 리퀘가... 이걸로 괜찮을지...(흐린눈
사와무라는 자신의 애인이 인기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얼굴부터 잘생긴 데다가, 야구 실력도 어디 모자란 구석이 없었고, 저번 시합에서는 역전 홈런을 친 적도 있었다. 연봉도 억소리 나게 받고, 나이도 젊은 편. 성격이야 뭐, 최악이라고 방송 땅땅 때리지 않는 이상 대다수의 사람들이 화면이나 대회장에서만 보는 사람의 성격을 어떻게 알겠는가. 나쁘다는 말만 들려오지 않는다면 일단 합격선이었다. 즉, 미유키와 직접 만나본 적도 없는 수많은 여성들에게 그는 인기가 적다면 도리어 이상할 정도의 사람이었다. 사와무라 역시도 그 사실을 잘,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분 나쁜건 어쩔 수 없잖아?! 미유키 카즈야의 애인으로써 당연히 휘두를 수 있는 권리잖아, 이건?! 울분에 차서 소리치는 목소리는 지금 곁에 없는 제 애인을 향한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런 날이 있었다. 유달리 미유키의 칭찬이 귀에 잘 들려오는 날. 그리고 그런 날들이 차곡차곡 겹치고 쌓아져 폭발한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그리고 그 성격 상, 결판을 지어버리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바로 오늘. 마음을 단단히 먹은 사와무라는 불만이 쌓인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었다. 규칙적으로 바닥을 두드리는 모습은 잔뜩 억눌려있는 것도 같았다. 몇 번이고 시계를 곁눈질하며 사와무라는 현관문을 노려보고 있었다. 고양이를 닮은 눈으로 새초롬해진 표정은 고등학교 때와 달라진것이 전혀 없었다.
멀찍이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는 낯익은 것이었다. 사와무라의 귀가 단박에 그 소리를 잡아냈다. 그것이 들려오는 순간 발소리의 주인을 확신했고, 문이 열리자 망설임없이 뛰쳐나갈 수 있었다. 미유키 카즈야!! 쩌렁쩌렁 소리치는 목소리였다.
“왜? 무슨 일 있어?”
“있슴다!! 들어오십쇼!! 아니, 앉으십쇼!!”
현관에 들어오자마자 목소리 폭격을 맞은 미유키는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일단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사와무라가 이끄는대로 소파에 앉았다. 집에 들어와 사와무라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알 수 있었다. 뭔가 있구나, 하고. 그리고 이럴 때는 조용히 저 쪽의 말을 따라주는 것이 제일 덜 피곤한 길이라는 것을 미유키는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옆자리에 꿇어앉은 사와무라를 마주보며 미유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무슨 일인데? 하고. 그 표정을 보며 사와무라는 두 손을 움켜쥐고 소리쳤다.
“미유키 너무 인기가 많슴다!!”
“뭐?”
“그만 좀 홈런 치십쇼!! 아니, 그 전에 잘생기지 말아야 하나? 얼굴에 뭐라도 하십쇼!! 머리라도 밀... 아냐, 그건 아님다. 절대 그건 아니고... 젠장!!”
미유키는 황당함을 가득 담아 눈을 깜박였다. 하지만 그 말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온 몸으로 자기주장을 똑바로 하고 있는데, 모를 리가. 미유키의 얼굴에 은근한 미소가 번졌다. 즐거워하는 기색이 역력한 미소였다.
“사와무라, 그거 질투?”
“큭...!”
차마 똑바로 말할수는 없었기에, 사와무라의 입이 그대로 다물렸다. 불만스럽게 치켜뜬 눈이며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 사와무라의 모습에 미유키의 얼굴에 유쾌한 표정이 걸렸다. 결국 제 열을 못 이겨 소리치는 것은 사와무라의 역할이었다.
“그래, 질투임다!! 저는 질투할 수 있는 자격 있는 사람 아님까?! 내가 왜 여직원들 대화에서 미유키랑 사귀어보고싶다는 말을 들어야 함까!! 미유키 애인은 나인데!!”
“어, 저기. 음. 사와무라, 진정...”
“가끔 어디 구장에라도 뛰쳐가서 미유키 카즈야 내 거라고 소리라도 치고싶은 제 심정을 미유키가 암까?!”
이거 옆집까지 들리는 거 아니야? 미유키는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이제는 뚝뚝 울기 시작한 사와무라의 모습에 반사적으로 미유키가 그를 끌어안았다. 조금 당황스러운 심정으로 사와무라의 등을 두드려주는 미유키였다만, 사와무라는 아직 쌓인게 많았다. 그 비싼 어깨에 얼굴을 파묻으며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꿋꿋했다.
“미유키 카즈야는 사와무라 에이준 애인 아님까... 인기 관리 좀 하십쇼...”
“그래, 그래. 내가 잘못했어, 에이준.”
“알면 고치십쇼.”
평소 잘 불러주지 않는 이름까지 부르며 속삭이는 달램이었지만, 오래 참았던 사와무라의 표정은 영 뾰로통했다. 과거 투수의 매운 손길이 미유키의 등을 노리고 떨어졌다. 짝짝 때리는 그 손길이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애써 티내지 않으며 미유키가 에이준의 등을 토닥였다. 몇 번이고 미유키의 등을 때리던 손이 곧 느릿하게 마주 끌어안았다. 솔직하게 울음까지 터트린 못난 얼굴로, 사와무라는 중얼거렸다.
“좋아함다, 미유키.”
“응, 나도.”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잘난 것은 역시 손해였지만, 그래도 너무 좋은 건 어쩔 수 없으니까. 사와무라는 미유키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