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꾸님(@nonoha0101)께 받은 리퀘! 티나게 짝사랑하는 에이준... 이었는데... 원하시는 건 이런게 아니었을 것 같다는 기분이 강하게 드는군요 늦은것도 그렇고 죄송합니다...(머쓱
미유키는 은근히 제 옆을 곁눈질했다. 그러다 금방 정면으로 돌리기는 했다만. 앞을 보았던 시선은 다시 슬금슬금 옆을 향했다. 뒤쪽에서 이쪽을 보는 시선이 가히 뜨거웠다. 차마 뒤를 돌아보기 겁날 지경이었던지라 옆만 곁눈질하다 다시 시선을 돌리고는 있었다만, 뒷통수가 얼얼할 정도의 시선이 찌릿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받고 있는 장본인으로써 그 효과를 고스란히 느끼며 미유키는 멋쩍게 뒷목을 매만졌다. 이제는 슬슬 민망하기까지 했다.
세상에 감정을 숨기는 것에 서툰 사람이야 얼마든지 있을 터였고, 틀림없이 제 뒤에 있을 저 소년도 그 중 한 명. 물론 투수에게 있어서 별로 좋은 것은 아니었다만, 한 사람 개인으로 따지자면 꽤 매력으로 다가올만한 구석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이고 이것은 이것. 지금 그 부분은 미유키에게 커다란 곤란함으로 다가와주고 있었다. 그 감정이 하도 솔직했던 탓에, 다름아닌 미유키마저 그 감정을 깨닫게 된 탓이었다. 그것도 다른 사람들보다 꽤나 이르게.
감정의 이름은 사랑. 대상은 미유키 자기 자신. 문제가 있다면 본인이 무자각이라는 점일까.
정작 짝사랑을 시작해버린 사람 본인은 그 감정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데, 사랑받고 있는 쪽이 그 감정을 먼저 깨달아 버렸다. 미유키는 결국 짧게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뭠까? 미유키 선배. 어울리지 않게 한숨이나 쉬고!”
“누구 덕분에 머리가 아파서 말이지.”
남을 실컷 고민시키고 있는 주제에 팔자 좋단 말이야, 너? 뒷말은 굳이 덧붙이지 않으며, 미유키는 짓궂게 웃었다. 사와무라의 머리를 꾹꾹 눌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바락바락 반박하는 사와무라의 모습은 평소와 같았지만, 미유키는 한숨만 나왔다. 언제나 적극적인 것은 사와무라의 장기나 마찬가지였고,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감정이어도 그건 변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일직선으로 쏟아지는 간질간질한 감정은 그야말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시선도 시선이지만 태도 역시도 그랬다. 본인이 자각이 없는 탓에 딱히 드러내놓는 것은 없었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미묘한. 눈치빠른 사람이라면 조금씩 알아채고 있을 정도의 태도였다. 쿠라모치 정도라면 벌써 알아챘겠지.
“미유키 선배, 단거 싫다면서요? 이거 먹겠슴까?”
선배한테 드리겠슴다! 그리 말하면서 건내주는 것은 달지 않은 캔음료여서, 미유키는 허탈하게 웃어버렸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그 표정이며, 조금 인상을 찡그리는 그 모습까지도 온전히 품은 것은 이쪽을 향한 애정이어서, 어쩐지 이쪽까지도 옮아가는 기분이었다. 그래, 전염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