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SP/NOVEL

[포케스페] 루비사파12

별빛_ 2016. 3. 26. 23:53




“나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데, 루비. 넌 대체 왜 자꾸 꽃을 토해내는 거야?”


 금발의 소년은 까칠한 듯 의문을 담아 물었다. 불만이 묻어나는 어투이기는 했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일견 순수하기까지 한 의문이었기에 루비는 별 토를 달지 않고 쓰게 웃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 우회적인 대답에 에메랄드가 깊게 미간을 좁혔다. 하나하키. 짝사랑을 하여 꽃을 토해내는 병. 사랑을 받는다는 방법을 제외하면 죽음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는 불치병이라는 것은 에메랄드도 알았다. 문제는 루비가 하는 사랑이 짝사랑이 아니라는 점에 있었다. 그는 사랑받고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진짜 혹시 싶어서 묻는데,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사파이어가 아닌 거야?”

“그럴 리가 있겠어.”

“그럼 왜?”


 에메랄드가 보기에도 사파이어가 루비를 좋아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사파이어는 상냥한 사람이었지만 루비에게 지어지는 웃음의 색은 명백히 타인과 달랐다. 곱게 물드는 뺨도, 쑥쓰러워하는 듯 수줍음 섞인 목소리도, 문득 보여주는 아릿한 시선마저도 모조리 루비에게만 보여주는 특별한 것이었다. 사파이어는 어디서든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도감 소유자 중 한 명이자 트레이너였지만, 루비의 앞에서만큼은 종종 사랑에 빠진 소녀가 되고는 했다. 그런 사랑이라는 감정을 아직 겪어보지 못한 에메랄드마저도 그 감정에 정의내리는 것은 어려워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이 기가 찼다. 어이가 없었다. 이해하기 힘들었다. 


 사랑을 하고 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는다. 하나하키의 병이 지속되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수시로 푸른 잎 꽃을 토해내는 루비의 모습을 보며 에메랄드는 답답함에 머리를 싸맸다. 하필 저 둘과 친구가 되서는. 에메랄드는 라티아스와 라티오스. 소중한 제 친우들에게 한탄이라도 하고 싶었다. 이미 소중해진 것 방법이 없다고는 하나, 답답하게 구는 루비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은 적잖이 컸다. 


“고백을 하던가. 아님 고백을 받던가. 뭐든 하라고, 루비!”


 진짜 웃기긴 한데 그대로 가면 죽는다, 너. 에메랄드가 눈을 치켜뜨고 경고했다. 루비는 침묵했다. 틀린 말 하나 없었다. 하나하키는 죽음을 향해 걷는 병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무엇 하나 하겠다는 말 없이 삼키기만 하는 루비를 보며, 에메랄드는 다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하게도, 이 일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사파이어는 아는 것 하나 없었다. 숨기는 것만이 예사가 아니거늘. 에메랄드는 제가 토해낸 꽃을 매만지는 루비의 옆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

하나하키병 루비. 사파이어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꽃을 토하는 루비라던가... 좋습니다(?)

고백하지 않은 이유는 글쎄요 사파이어가 하나하나병? (하나하나 : 사랑을 받으면 몸에 꽃이 피어나 죽는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