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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카오] 너와 나의 간격은

별빛_ 2016. 9. 8. 00:04






 UNDEAD는 유메노사키 출신 아이돌 그룹 중에서도 손꼽히게 성공한 유닛에 속했다. 네 명의 멤버가 모두 모인 지 5년이 지난 지금은 대중들에게 골고루 선호도가 높을 정도로 안정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특히 오오가미 코가와 오토가리 아도니스가 학교를 졸업하기 전 1년의 공백기 동안 사쿠마 레이와 하카제 카오루 두 사람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실 정도였다. 음악프로에 예능, 모델 일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을 받아 완성도 높게 성공시키며 UNDEAD의 입지를 단단하게 다져놓은 두 사람과 뒤따라서 연예계에 뛰어든 후배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지금의 UNDEAD가 완성될 수 있었다.


 멤버 개개인의 선호도가 연령별과 나잇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UNDEAD의 소소한 특징 중 한 가지였는데, 주로 10대의 젊은 남성층이나 20대 여성층의 지지를 받는 것은 코가였고, 주부층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사람은 아도니스였다. 레이는 나이불문의 폭넓은 여성층과 강한 충성도를 자랑하는 소수 남성 팬층을 자랑했고, 카오루는 여성을 좋아하는 식으로 구는 행동과는 달리 남성팬과 여성팬의 비율이 거의 동등한 수준이었다. 가장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기에 드라마에 자주 섭외되는 것은 카오루와 아도니스였다. 예능에 주로 나가는 것은 코가. 그리고 그 코가와 함께 유닛의 다른 한 명이 함께 나가는 식이 제일 잦았다. 레이는 잡지며 화보, CF등으로 제일 바쁘고.

 며칠 전 아도니스가 여주인공의 남동생으로 출현했던 수목드라마가 종영하면서 현재 UNDEAD에서 드라마에 출현하고 있는 것은 카오루 하나뿐이었다. 여주인공에게 헌신적인 서브남주의 역할에 카오루도 만족하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화까지 얼마 남지 않은데다가 카오루의 출현분은 엊그제 촬영으로 끝났다. 며칠동안 쪽잠을 자며 현장에서 뛰었던 생각을 하며 카오루는 길게 기지개를 켰다. 허리와 등에서 우둑거리는 뼛소리가 났다.  


 시계를 확인하며 카오루가 소파에 앉았다. 먼저 앉아있던 상대가 손을 뻗어 아직 반 쯤 젖어있는 카오루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별모래색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감으며 작게 웃음소리를 흘리는 카나타를 보며 카오루도 그 등에 팔을 둘렀다. 품에 답삭 온기가 안겨왔다. 카오루~. 길게 늘어지는 목소리에 카오루가 짧게 대답했다. 그래, 그래. 웃음기 섞인 목소리에 카나타도 배시시 웃었다. 카오루의 머리카락과 뒷목을 매만지는 손길에 담백한 애정이 전해졌다. 콧노래와 함께 손장난을 치던 카나타의 미소에 욕심이 배었다. 물 흐르듯 부드럽게 카오루의 뒷목에 느리게 입을 맞췄다. 낙인처럼 길게 붙였다가 가볍게 때어냈다. 고스란히 느껴지는 촉감에 퍼득 몸을 떨며 카오루가 확 얼굴을 붉혔다. 카나타 군! 항의가 섞인 목소리에 티나지 않는 쑥쓰러움이 어려있었다. 카나타가 낮게 웃었다. 개구쟁이같은 미소였다. 


“이제 곧 「드라마」 시작이라구요, 카오루~.”

“정말이지. 너무 이런 장난 치지 말라고, 카나타 군?”


 키스받은 뒷목이 간질간질한 감각에 몇 번이고 손으로 매만졌던 카오루가 텔레비전으로 시선을 돌렸다. 막 카나타가 광고한 이온음료의 CF가 끝나가고 있었다. 물을 참방이다가 고개를 돌리며 환히 웃는 화면 너머의 카나타는 사랑스러웠다. 바로 옆에 앉아서 카오루에게 기대고 있는 카나타와 동일인물이라는 것이 어쩐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저 CF이후 매출이 상승해서 카나타의 주가가 높아졌다는 소식은 알음알음 들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던 카오루는 화면이 어두워지는 것에 의식을 집중시켰다. 드라마의 시작이었다. 


 오늘 나오는 편이 카오루가 맡은 배역의 하이라이트였다. 여주인공은 남주인공에게 마음이 기울고, 서브남주는 여주인공의 앞에서 마지막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 마음에 찰 정도로 장면이 나오지 않아서 몇 번이고 재촬영을 했던 장면이기도 했다. 카오루의 표정이 진지하게 가라앉는 것을 보며 카나타도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촬영했던 장면들이 편집되어 새로운 느낌으로 방영되는 것을 보며 웃기도 하고 인상을 찡그리기도 했다. 화면 너머의 카오루는 전체적으로 괜찮은 느낌이었다. 카오루의 표정이 언뜻 안도에 잠겼다가 빠져나왔다. 가장 중요한 장면이 다가오고 있었다. 


‘가지 말아요.’

‘미안해.’

‘제발 가지 말아요, 누나.’


 화면 너머의 카오루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억지로 눈물을 참다가, 결국 견디지 못해서 떨어뜨렸다. 서럽게 울며 눈물을 닦아내지도 못하는 카오루는 사랑에 선택받지 못해 괴로워하는 역할이었다. 연한 회색 눈동자가 빛을 받아 밝은 황금색으로 변했다. 잔뜩 젖은 눈이 보석처럼 예쁘게 빛나고 있었다. 우는 와중에도 띄엄띄엄 부탁과 사랑을 속삭였지만 이미 마음을 정한 여주인공은 결국 몸을 돌렸다. 손을 뻗었지만 차마 붙잡지 못하고, 떠나는 뒷모습만 하염없이 바라보던 화면 속의 카오루가 고개를 숙였다. 가득 차오른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발갛게 달아오른 눈가를 몇 번이고 짓누르듯 닦아냈다. 작게 떨리는 어깨가 애처로웠다. 다 큰 성인 남성인데도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은 재능이다. 잘 가요, 누나.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사랑이어도 그가 선택한 것은 행복의 기원이다. 행복해요. 눈물 젖은 포기의 말이었다. 화면이 카오루를 크게 클로즈업했다. 젖은 뺨에 다시 한 번 눈물이 길을 그렸다.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가 차마 유지하지 못하고 슬픔에 젖은 표정이 된 카오루가 고스란히 화면에 잡혔다. 


 카오루는 울고 있는 배역 속의 저에게 점수를 매기고 있었다. 이 정도면, 합격? 괜찮으려나? 작게 미간을 좁히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초조함을 드러내는 카오루의 손을 카나타가 붙잡았다. 한창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방영되고 있었지만 카나타에게 있어서 중요한 장면은 더 없었다. 카오루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속삭였다. 확언했다. 


“좋아하고 있어요, 카오루.”

“응?”

“사랑하고 있답니다.”


 잔잔한 해변같은 목소리였다. 사박사박 걸음소리를 내며 다가와 사랑스런 흔적을 남겼다. 마음에 발자국을 찍고 간 목소리에 카오루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참지 못해 웃었다. 귓가가 붉었다. 카나타는 조금 속이 상한 표정이었다. 연기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연인의 모습도, 그런 연인이 거절당해 눈물 흘리는 모습도 그닥 보고싶지 않았다. 뾰로퉁하게 입을 비죽이면서도 계속해서 사랑을 속삭여주는 카나타의 모습에 카오루의 안에 행복이 가득 들어찼다. 너무 잔뜩 흘러들어와 푸스스 넘쳤다. 표정에 묻어나왔다. 


“나도 좋아해, 카나타 군.”


 카오루도 카나타에게 몸을 기댔다. 한껏 가깝게 붙은 온기가 따끈따끈했다.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다정한 간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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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카오루의 우는 장면이 굉장히 붐이 되서 트ㅇ터라던가 잘라서 나오고 미쳤다고 팬들이 울부짖고 막 그러지 않을까 후일담을 생각해보고.


 카나타도 카오루도 유독 웃는 얼굴이 예쁜 아이들이라 언제나 웃었으면 좋겠지만 최애 우는 얼굴정도는 상상하면 기쁘니까... 예쁘니까... 사실 둘 다 웃는것만큼 우는 것도 예쁠것같고...(?) 팬층이라던가 그런 건 날조... 나중에 언데드와 유성대가 연예계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유성대는 다 같이 숙소생활 할 것도 같은데()() 그래도 카나카오가 동거하는 게 보고싶기 때문에 각자 집은 따로따로 살던가 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