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이부
※마타 → 텐마가 기반이 된 마타이부입니다. 따지자면 텐마 ← 마타 ←(→?) 이부...(?)
※패러랠 설정입니다 주의해주세요! 어제 트위터에 돌아다니던 악마 인간 천사 연성 그거 보고 끌려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부키는 물끄러미 마타타기를 바라보았다. 다른 인간들보다 훌륭한 겉가죽 뿐만 아니라 그 속까지도. 사냥꾼의 일족으로 태어나 제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가지고 자라난 이부키는 일족 중에서도 특출나게 능력이 강한 편에 속했다. 그러니까, 일족의 장의 자리를 차지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물론 성격상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도가 그 자리에 앉아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 뒤 온 세계 어디 할 것 없이 떠돌아다니며 사냥감들의 숨통을 물어뜯곤하던 이부키였지만, 요 근래에는 차마 그 어떤 것의 숨결도 훔쳐갈 수 없었다.
바로 저 녀석 때문이었다. 마타타기. 마타타기 하야토라는 인간식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저 악마. 이부키가 몇 번이고 그 비굴한 얼굴을 비웃으며 목을 날려버리곤 했던 하급 악마들과는 격이 다른 상급. 틀림없이 그 쪽 세계의 귀족. 어쩌면 왕족일지도 모르는 힘을 가진 존재.
그렇기에 이부키의 승부욕을 마음껏 자극해주었다. 저 녀석과 싸워서, 그 피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여유로운 얼굴이 고통과 패배감으로 얼룩지는 것은 얼마나 즐거울까. 신도가 언제나 '취향이 나빠.'라고 격하하곤 했던 가학적인 승부욕이 이부키를 괴롭혔다. 이부키는 원래의 올곧은 성격와 어릴 적부터 피를 보고 자란 삐뚫어짐이 뒤섞여 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추가 기우뚱하고 나쁜 방향으로 조금 더 기울음에 이부키는 웃었다. 심술쟁이같은 얼굴이었다.
다만 준비나 조사 하나 없이 곧장 덤비는 건, 솔직히 말해 자살시도나 다름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부키는 가만히 마타타기를 관찰했다. 사실 관찰부터가 반쯤은 목숨을 건 것이었다. 사냥꾼 일족 특유의 미약한 기척이 있기는 해도 상대가 너무 고위급이었다.
허나 그런 이부키의 걱정을 우습게 여기듯, 마타타기는 놀랄만큼 허술했다. 이부키쪽이 도리어 말도 안 된다며 제 스스로 화를 낼 정도로 그랬다.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어이없음에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서글서글 좋은 사람 흉내를 내며 웃는 얼굴도, 사근사근하게 구는 행동들도 전부 우스웠다. 언뜻 보이는 본 얼굴에서 사람들을 전부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음에도 좋은 사람 흉내를 내는 마타타기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부키는 가만히 관찰했다. 인간 흉내를 내며 힘을 방출하는 것마저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마타타기를 급습해서 이기는 것은 결코 이부키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마타타기 하야토라는 악마가 지상에 강림하고도 얌전을 떨고 있는 이유를.
마츠카제 텐마. 이 세상 최고라고 불리우는 교황, 성직자. 하지만 이부키는 알고 있었다. 그는 그저 인간따위가 아니었다. 신에게 아낌받는 인간이 아니라, 신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천사. 왜 이 세상에 내려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밝고 밝아서 자연스럽게 경배하게 되어버리는 존재.
그래서 더더욱 복잡해짐과 동시에 잘라내듯 명쾌해졌다. 마츠카제라는 존재를 이부키 역시 바라보고 무의식적으로 올려다보게 되어서였을까, 이부키는 마타타기의 행동을 이해해버렸다. 놀랍게도 악마인 그 역시 반해버린 것이겠지. 저 빛에, 저 찬란함에. 놀랄만큼 다정하고 상냥한 그의 모습에 혼을 빼앗기고 결국은 선한 모습을 뒤집어 쓴 채 그의 옆에 있기를 자청했을 거다.
상황을 전부 이해하고 난 뒤, 이부키는 그를 동정해버렸다. 천사를 동경하게 되어버린 악마라니, 소설책 속에서나 나올만한 모습이었다. 인간과 한없이 가깝게 그 육체를 변형시키고 있었으나 결국은 악의와 지저분한 무언가로 이루어진 존재가 그것을 정화시키는 빛과 가까이 있고 싶어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은 결국 상냥한 본성을 지닌 이부키에게 안쓰러움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게 바로 문제였을까, 알 수 없었다. 이부키는 그 뒤에도 마타타기를 바라보았다. 그에게 가지고 있던 적의에 가까운 호승심은 안쓰러움에 산화된 지 오래였고, 그저 그 감정으로만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치명적인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부키가 마타타기를 바라본 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한 가지의 사실을 깨달았다. 마타타기는 제 스스로의 존재를 좀먹어가고 있었다. 마츠카제의 눈부신 빛에 제 몸을 깎아가면서 그 옆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직후 이부키가 느낀 감정은 까마득한 절망이었다.
어째서였을까. 자각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었을까. 알 수 없었다.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음을 알았기에 더욱 고통스러웠다. 호승심과 적의, 그것이 안쓰러움과 동정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는 것을 더 자세히 고심했다면 그 감정이 또다른 무언가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예상했었어야 했는데. 뒤늦은 후회였다.
다만 생각했다. 적의와 악의. 불안함과 공포에서 힘을 얻는 악마를 도울 수 있을 방법을. 천천히 제 존재를 소멸시키고 있는 그를 지킬 수 있을 방법을. 빛을 갈망하는 그의 옆에 다가가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마츠카제 텐마라는, 이부키가 알량한 질투심 한 조각 품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빛나는 상냥한 존재에게 홀려있는 마타타기라면 이부키에게 눈길 한 줌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머릿속에 생각하는 것이, 한 가지.
"너냐? 보름날의 살인자가?"
이부키는 달을 뒤로 한 채 자신을 내려다보는 마타타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둠을 반사해서 반짝거리는 그 눈에 담긴 것은 약간의 흥미, 호기심, 그리고 그것을 전부 뒤덮는 짜증스러움. 아마 그렇겠지. 마츠카제 텐마의 모든 관심과 걱정을 가져가버린 자신과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 뻔했다. 이부키가 보름날마다 한 사람씩의 목숨을 빼앗아간 덕분에 도시에 공포의 기운이 뒤덮였음에도. 그로 인해 지금의 마타타기가 더욱 굳건하게 존재할 수 있음에도. 기뻐하지 않았음이 뻔히 보이는 그 모습에 이부키는 상황모르고 웃어버렸다.
자신이 반한 존재는 이렇게나 변함없어서 도리어 자랑스러워져버렸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지 이 이부키 무네마사를 이렇게 만든 존재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지 않나. 기뻤다. 웃음이 나왔다.
마타타기가 그런 이부키를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연약한 인간이었나? 미친 건가? 문득 그리 생각했지만 그 눈을 보는 순간 그 생각을 철회했다. 텐마 못지 않게 고집쟁이의 눈을 하고 있는 녀석이었다. 올곧게 빛나는 그 눈이 순간적으로 텐마와 겹쳐보일만큼 눈부셔서 마타타기는 미간을 한껏 좁혔다. 저런 녀석을 텐마와 겹쳐 보다니, 불쾌했다.
마타타기가 아주 조금 제 힘을 개방했다. 그것만으로도 숨쉬기가 몇 배는 편해지고 몸 역시 훨씬 가뿐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곤 이부키를 바라보았다. 손을 뻗었다. 목적은 생포, 텐마가 명령을 가장한 부탁을 한 것처럼. 붙잡아서 자신의 캡틴 앞에 던져놓는 것이 목표.
그렇게 생각하며 마타타기가 웃었다. 호승심이 넘실대는 이부키의 얼굴이 우스우면서도 일견 재미있었다. 시간낭비라는 것은 취소하기로 했다. 잠시, 아주 짧은 찰나에 시선이 얽히고, 곧 두 사람의 그림자가 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