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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카오] 아침

별빛_ 2016. 10. 5. 16:26





 사랑을 자각한 건 2학년 여름. 사랑을 고백한 건 3학년 가을. 함께 살기 시작한 건 졸업한 뒤의 겨울. 다시 돌아 봄이었다. 학원을 졸업한 뒤 두 번째로 맞는 봄은 함께 시작했다. 유성대와 언데드의 영향력은 조금씩 넓어지고 있었고, 올 해부터는 카오루의 두 후배들도 연예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해였다. 완전체가 된 언데드가 얼마나 폭발적으로 활동해나갈지 카나타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카나타의 세 후배들은 한 해 더 남아 있었지만. 아닌 척 코웃음 치며 고개를 돌려버리고는 하지만 후배들을 상당히 어여뻐하는 카오루는 봄부터 꽤나 들뜬 기색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연인의 기분이 좋으니 카나타도 덩달아 신이 나 있었다. 높게 흐르는 콧노래가 천장에 붙어 유쾌하게 웃었다. 행복한 봄이었다. 


 아직까지 일이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았다. 하루 온종일을 일하는 날이 있으면 온종일 쉬는 날도 있었다. 조금씩 쉬는 날이 줄어들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오프를 겹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이 정도 호강도 잠시겠지. 카나타도 카오루도 빠르게 인기를 얻어가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지금을 철저하게 즐기면 그만이었다. 먼저 눈을 뜬 카오루는 천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느릿하게 시선을 내렸다. 긴 속눈썹과 잘 빠진 눈꼬리와 그 속에 박힌 연한 회색빛 눈은 황금빛 머리카락과 함께 연인에게 제일 사랑받는 신체부위 중 하나였다. 고개를 돌리니 옆자리에 누워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카나타의 얼굴이 보였다. 어린아이처럼 사랑스러운 얼굴로 자고 있었지만 카오루를 단단히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은 채였다. 조금 답답했지만 온 몸으로 저를 끌어안고 있는 연인의 모습은 어쩐지 사랑스러워서, 카오루가 그 뺨에 작게 입맞췄다. 부리로 쪼는 것처럼 가볍게 이어지는 입맞춤이 두 자릿수에 가까워질 무렵 카나타의 입에서 작은 울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으으음... 카오루...?”

“더 자도 괜찮아. 그런데 놓아주지 않을래, 카나타 군?”

“싫어요...”


 카오루가 일어날거면 저도... 웅얼거림에 가까운 목소리는 어영부영 제 뜻을 전달했지만, 몸은 여전히 잠에 취해 있었다. 카오루를 끌어안고 몇 번 몸을 움직이려다가 다시 베개에 머리를 뉘여버리는 카나타를 보며 카오루가 웃음을 참았다. 카나타의 등을 끌어안은 손을 몇 번 토닥였다. 


“나 이만 일어나야 한다고? 아침으로 고등어 구워 줄 테니까.”

“...간장도요......”

“네에 네에.”


 나중에 깨우면 그 때는 일어나야 해. 느릿느릿 팔을 푸는 카나타에게서 빠져나온 카오루가 가볍게 당부했다. 부스스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인 카나타는 온기가 빠져나간 빈 공간을 이불로 채웠다. 가늘게 떠진 옥색 눈이 상냥하게 곡선을 그렸다. 나긋하게 덧붙여진 말은 아침의 첫 숨을 내쉴 무렵 나누는 문장이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카오루. 아침인사로 속삭여지는 말부터 온통 솜사탕 색이었다. 응, 좋은 아침. 주고 받는 말이 온통 달았다. 애정에 절여져 있었다. 


 카나타도 요리를 못 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기호가 너무 뚜렷한 탓에 메뉴가 편중되기 마련이었다. 해산물 요리도 너무 먹으면 질린다. 예외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카오루는 그랬다. 간장의 향이 너무 강한 것도 조금 부담스러웠다. 카나타를 좋아하게 되면서 그 모든 것이 스며들듯 익숙해졌지만, 말 그대로 익숙해졌을 뿐이었다. 함께 먹을 식단은 두 사람이 어느 정도 물러서며 타협하여 결정했다. 


 아침이니 거창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 둘 다 많이 먹지도 않았다. 새로 고등어를 굽고 냉장고에 있던 밑반찬 몇 개를 내놓은 뒤 밥솥에서 밥을 펐다. 국도 어제 먹고 남은 국을 한 번 끓여서 내놓았다. 바닥을 긁어 국을 나눠담고 냄비를 싱크대 안에 넣은 카오루가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봉투에 넣었다. 오늘 저녁에는 새 국을 끓여야 할 것 같았다. 4시가 조금 넘으면 같이 근처 마트로 데이트 겸 나가자고 할까. 오랜만에 오뎅을 해 볼까? 카나타의 자리에 간장을 놓는 것으로 아침 준비를 끝마쳤다. 


 그 뒤로 다시 잠든 모양인지, 카나타는 여전히 꿈나라 언저리를 헤매고 있었다. 희고 단단한 어깨가 이불을 카오루마냥 끌어안고 있는 모습에 카오루가 작게 웃었다. 느리게 다가가 카나타의 손을 찾아 맞잡았다. 내내 자고 있던 온기가 아기처럼 따끈했다. 어제 밤 내내 저를 끌어안아 주던 사내의 손이었지만. 검지손가락을 세워 카나타의 손등을 쓸었다. 언데드로 일하는 카오루와 달리 카나타는 유성대. 히어로 아이돌 유닛답게 카나타의 신체능력은 카오루보다 위였다. 얼굴만 보고 어린아이마냥 작고 귀엽겠다고 착각당하는 일이 잦았지만, 카나타는 키도 크고 체격이 있는 타입이었다. 손도 카오루보다 조금 더 크고 단단했다. 손등을 간지럽히는 것처럼 쓸어내리던 손가락이 길게 선을 그어 손바닥으로 넘어갔다. 손가락 사이사이에 제 손가락을 엉키게 하여 꾹 붙잡았다. 상대의 손가락이 굽혀져 강하게 손을 맞잡았다. 상대에게서 낮은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간지러워요, 카오루~.”

“일어났으면 얼른 눈 떴어야지. 이제 아침 먹자.”


 네에. 카나타가 저가 잡은 손에 조금 힘을 주어 몸을 일으켰다. 커튼을 걷어놓은 창문으로부터 빛이 쏟아져 내려앉았다.  조금 부스스하게 떠 버린, 여름바다처럼 예쁘게 빛나는 머리카락에 카오루가 한 번 입맞췄다. 카나타도 그의 머리카락 위에 제 입술을 가져다 눌렀다. 설탕과자처럼 고운 미소가 아침 하늘의 달처럼 희게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