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토히나] 고양이
아오이 히나타는 고양이를 좋아했다. 테토라는, 그다지. 물론 귀엽다는 인식은 있었고 호불호를 따지자면 좋아하는 쪽에 무게를 두겠지만 굳이 끌어안고 뒹굴 정도는 아니었다. 우선 같은 유닛의 시노부가 고양이라면 질색을 하며 무서워했기에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조금 더 거리감이 생긴 점도 있었고, 남자답지 않아 보이기도 했고. 하지만 제 연인이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건 알았다. 종종 휴대전화로 보여주는 사진의 칠 할은 옆반의 유우타였고, 이 할은 바로 히나타가 키우는 고양이들이었으니까. 나머지 일 할은 주로 경음부의 선배들이나 기타등등. 그렇기에 지금 테토라는 제 심장을 쿡쿡 찌르는 감정이 굉장히 남에게 말하기 창피한 감정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길고양이들이 골골거리며 히나타의 다리에 몸을 부비고 있었다. 누가 봐도 명백하게 쓰다듬어달라는 어리광에 히나타는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길고 섬세한 속눈썹 아래에 박힌 짙은 녹안이 곱게 빛났다. 잔뜩 기분좋게 휘어뜨려지는 눈매는 틀림없어 어여뻤지만, 그 미소가 향하는 대상이 고양이라는 점에서 테토라는 울컥 다시 한 번 감정을 삼켰다. 그 이름은 알았다. 놀랍게도 질투였다. 가족인 유우타에게 이런 마음이 드는 것도 머리를 박을 일이었는데 이번엔 동물이었다. 테토라가 마음 속으로 대장을 부르짖었다. 이런 남자답지 못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열심히 반성했다.
“옳지, 옳지. 이제 그만 엄마한테 가 보자~.”
막 등장한 덩치 큰 고양이를 보며 히나타가 제 근처에 어리광을 피우는 어린 고양이들에게 손짓했다. 냐아냐아 우는 울음소리가 퍽 애처롭게 들렸지만 테토라의 표정에는 화색이 돌았다. 이제 가는 검까? 본인은 전혀 자각하고 있지 않겠지만, 신이 난 것을 애써 눌러 참는 테토라의 표정을 보며 히나타가 웃었다. 공기를 바꾸는 깨끗한 웃음소리였다.
“테츠 군은 고양이 싫어해?”
“아뇨. 그냥 평범함다.”
“무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길래.”
싫어하는 줄 알았지~. 놀리는 것처럼 덧붙이는 말은 장난끼가 꾹꾹 눌러담겨 있었다. 개구지게 웃으며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히나타를 피해 테토라가 고개를 돌렸다. 크흠! 머쓱하게 헛기침하는 모습에도 쑥쓰러움이 녹아있었다. 히나타는 테토라가 귀까지 벌겋게 달아올라 있는 것을 확인하고 살짝 수줍은 기분이 되었다. 그 탓에 일부러 테토라의 앞에서 고양이들을 경우 이상으로 예뻐하기도 했다.
“히나타 군이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는 검다.”
“왜? 귀엽잖아. 방금 그 아이는 유우타 군도 닮았고~.”
앗, 너무 예뻐하면 우리 집 아이들이 질투할지도 모르니까 많이 안 만졌지만! 양 손을 활짝 펼쳐 결백을 주장하듯 살랑살랑 흔드는 모양새가 가벼웠다. 테토라는 문득 히나타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유우타와 닮았다면 히나타와도 닮았다는 의미였다. 방금 보았던 고양이의 모습을 흐리게 회상했다. 주황보다는 노란색에 가까운 털에 녹색 눈. 히나타에게 잔뜩 매달리는 모습이 어리광이 많아 보였다. 흐음. 테토라가 턱을 괴었다.
확실히 저번 트윙크의 앨범자켓은 고양이귀가 달려 있었다. 테토라의 책장에 앨범이 두 개나 꽂혀 있으니 확실했다. 처음 본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감각을 느꼈으니. 새초롬한 눈매며 구는 행동거지가 고양이와 닮기는 했다. 헤에. 확실히 닮았슴다. 새로운 깨달음에 테토라가 고개를 주억였다. 히나타의 뺨이 태양을 마주한 해바라기마냥 곱게 달아올랐다.
“뭐야~? 우리 유우타 군이면 몰라, 난 안 닮았어!”
“아뇨, 꽤 닮았슴다. 이것저것?”
테토라가 히나타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고양이 귀가 달린다면 있을 만한 부분을 만지작거리며 진지한 표정을 짓는 연인의 모습에 히나타의 표정이 잔뜩 이상해졌다. 부끄러워 쩔쩔매는 대신 테토라의 뺨을 덥석 잡았다. 아직 말랑한 뺨을 꾹 잡아 늘리며 감정을 감추고 짓궂게 웃었다. 테토라의 표정이 당황에 물들었다. 이히힛! 장난스럽게 웃자 머리 위에 올라와있던 두 손이 뺨으로 내려와 꾹 눌렸다. 장난을 받듯 제 뺨을 누르는 테토라를 보며 히나타의 눈매가 빛을 받은 고양이 동공처럼 뾰족해졌다. 입에서 실없는 웃음소리가 헤실거리며 흘러나왔다.
테츠 군, 테츠 군! 등에 매달리며 외치는 이름이 마냥 좋았다. 네에, 뭠까. 소년이 매달려도 흔들리지 않고 받으며 웃어주는 연인이 좋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