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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마오] 믿음

별빛_ 2016. 10. 22. 23:06




 해가 지는 시간부터 해가 뜨는 순간까지. 흡혈귀의 생활 패턴은 지극하게 단순했다. 생명체가 잠들고 침묵이 찾아오는 그 시간에 눈을 뜨게 된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본디 한정되기 마련이었다. 활동적인 성격이 아니라는 것은 천운이었다. 그와 동시에 무언가에 취한 것처럼 사쿠마 리츠는 내내 몽롱한 정신 속에서 살아왔다. 잠에 잡혀버렸구나. 그의 하나뿐인 형제는 그렇게 말했다. 차라리 그게 좋겠지. 혹 열이 올랐나싶어 이마에 올려두었던 희고 차가운 손이 뺨으로 내려왔다가, 천천히 떨어졌었다. 염려가 뒤섞인 붉은 눈을 보며 리츠는 그저 고개만 한 번 끄덕였다. 잠을 붙잡고 있는 것은 하나의 방어본능에 가까웠다. 숲 한가운데에 세워진 대저택에서 해가 없는 동안 돌아다녀 보았자 가는 곳은 숲이 전부였다. 야생짐승만 노랗게 눈을 치켜뜨고 있는 숲보다는 차라리 먼지 뽀얗게 뒤집어 쓴 책이며 악기들이 더 즐거웠다. 인간은 헤아릴수도 없는 시간을 그 안에 처박혀 있는 것은 고통이었다. 리츠는 어떻게든 그것을 희석시키기 위해 제 몸을 꿈 속에 바치고 있었다. 그의 형은 그 모습을 굉장히 슬프게 응시하다가, 잠이 들어버린 리츠를 천천히 토닥여주었다. 소년은 그 차가운 온기를 좋아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말하고 싶었으나, 언제나 그 말은 목구멍 한 가운데에서 단단히 막혀 사라져버렸다. 그의 형은 그보다 먼저 흡혈귀가 되었고, 형이 흡혈귀였기에 리츠도 흡혈귀였다. 인간으로 자랐으나 열 살이 된 순간부터 흡혈귀로 형질이 변화했다. 형의 손에 이끌려 이 대저택으로 들어온 것도 바로 그 무렵이었다. 빛이라고는 한 점도 통하지 않는, 그림자 속의 집이었다. 


 빛. 흡혈귀는 특히 태양에 약했다. 레이처럼 500년은 너끈히 살아남아 강력한 힘을 가진 고위 흡혈귀라면 모를까, 리츠는 피는 순혈이었으나 살아온 세월이 짧았다. 지금 리츠가 햇빛 속에 나간다면, 먼지가 되어 죽을 수도 있단다. 왜 나가지 못하냐며 순수한 의문으로 묻던 리츠의 물음에 레이는 슬픈 표정으로 그리 답했다. 리츠는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그렇구나. 그 뒤로 리츠는 해가 완전히 진 새벽에도 밖으로 잘 나가지 않았다. 흡혈귀는 오래 산다. 레이처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영생마저도 했다. 십자가는 이성도 유지하기 힘든 저급한 흡혈귀를 죽이는 방법이고, 고위급 흡혈귀의 경우에는 성력이나 햇빛, 성수... 그 정도. 레이는 그렇게 말해 주었다. 리츠는 죽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형을 혼자 남겨둘 수 없다는 작은 의무감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 녹색 눈. 태양보다 빛나던 소년. 릿쨩! 불러주는 목소리가 그리웠다. 흡혈귀로 변이하기 전의 벗이었다. 


 만날 방법은 없지만. 벽에 머리를 기대며 리츠는 길게 한숨을 흘렸다. 리츠가 빛 아래에 나가도 좋을 정도로 힘을 얻으려면 적어도 10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레이는 말했었다. 그 정도면 마 군은 죽고 없다고. 리츠가 미간을 좁혔다. 마오는 착한 어린이였으니, 아니 착한 어린이가 아니라고 해도 인간은 보통 해가 지면 집으로 들어간다. 리츠가 활동하는 새벽이면 잠을 잤다. 해가 완전히 지고 달이 높이 뜨는 새벽에 일어나는 리츠가 숲을 지나 마을에 도착하면 해가 뜰 게 뻔했다. 마오의 집을 찾기도 전에 죽을 터였다. 


 어떻게 해야 만날 수 있을까. 책상에 앉아 양피지를 꺼냈다. 잉크를 듬뿍 묻힌 깃펜의 끝을 씹으며 리츠가 얼굴을 구겼다. 검은 잉크가 양피지를 적셨다. 망설임없이 구겨 던진 리츠가 새 종이를 꺼냈다. 마 군. 편지는 그렇게 시작했다. 보고싶다는 내용만 구구절절하게 흘러넘치는 편지는 구질구질했다. 꼴사나워... 리츠가 편지를 구겨 다시 던졌다. 만난 건 네 살. 헤어진 건 열 살. 지금 나이는 열 여덟. 알고 지낸 시간보다 헤어진 시간이 더 길었다. 잠에 취해 꿈 속만 헤매던 리츠는 마오밖에 남은 것이 없다지만 마오는 아닐 터였다. 그보다 많은 세상을 보고, 자라서. 어쩌면 리츠를 잊었을지도 몰랐다. 송곳니가 깃펜 끝을 망가뜨렸다. 리츠는 펜도 망설임없이 버려버렸다. 




 * 



 흡혈귀 소년은 인간과 격이 다른 기감을 자랑했다. 문이 두드리는 소리를 가장 먼저 들은 것은 리츠였다. 늦은 밤이었다. 리츠는 작게 고개를 기울였다. 이 시간에 숲에 사람이 있는 것도 드물었고, 이 저택을 찾아온 것은 더더욱 드물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손길은 그가 손님이 아니라는 것만을 증명했다. 레이의 힘으로 움직이는 종들이 눈짓했다. 어떻게 할까요? 레이는 자고 있었고, 리츠는 가장 높은 권력자였다. 손짓하자 한 명이 목소리를 높였다. 


“누구신지요?”

“저기, 죄송합니다. 숲 속에서 길을 잃어버려서... 친구가 다쳐버렸는데. 혹시 하룻밤 머물 수 있을까요?”


 아. 잊은 적 없는 목소리였다. 손에 쥐고 몇 번이고 고치던 편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리츠가 벌떡 일어나 문을 열어젖혔다. 거대한 문이 나무문처럼 가볍게 열렸다. 갑작스럽게 열린 대문에 놀란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그가 보였다. 동그란 녹색 눈. 고양이같은 인상. 붉은 머리카락. 어쩐지 앞머리를 올린 머리. 눈을 두 번 껌벅껌벅. 어깨에 부축한 금발의 소년을 고쳐 잡으며, 그가 불확실한 목소리로 물었다. 미심쩍은 시선이었다. 


“......릿쨩?”

“마 군.”


 마오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눈이 동그랗게 떠지는 것까지 보며 리츠가 급하게 달려가 마오를 끌어안았다. 따뜻한 온기가 대번 품 속에 들어왔다. 마 군, 마 군... 믿을 수 없었다. 운명이라는 낯간지스러운 말도 대번에 머릿속에 치고 올라왔다. 진짜 리츠야? 불확실한 목소리로 묻는 마오의 목소리에 리츠가 마오를 놓고 두 걸음 물러났다. 마오가 혼란에 빠진 얼굴로 리츠의 얼굴만 빤히 바라보았다. 어린 소꿉친구를 찾는 것처럼 보고 또 보는 마오를 보며, 리츠가 환하게 웃었다. 보름보다 고운 미소였다. 응, 진짜 리츠야. 하염없이 응시했다. 진짜 마 군이다. 그가 인간으로 지냈던 어린 추억의 유일한 미련이 흡혈귀의 앞에 서 있었다. 



 *



 그 날 하루 리츠의 집에서 머문 마오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자주 리츠를 찾아왔다. 밤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리츠는 마오에게 자신의 비밀을 금방 속닥거렸다. 마오는 처음에는 놀랐지만, 결국 수긍했다. 어둠에 빠진 저택에서 저를 내려다보는 검은 머리카락의 사내를 본 이후였다. 진짜 흡혈귀라는 생각이 들더라. 마오는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었다. 리츠는 살짝 뺨을 부풀렸다. 저의 말을 들은 뒤에도 긴가민가 차마 확신을 못하던 마오가 레이를 본 뒤로 생각을 바꾼 게 조금 서운했다. 


“나도 흡혈귀인데. 그렇게 안 보여?”

“그야, 인간으로 만났고......”


 분위기가 좀 다르잖아. 어쩔 수 없다고. 마오가 제 어깨에 머리를 기댄 리츠를 받으며 머쓱히 웃었다. 그 말에 리츠도 내심 납득했다. 인간인 마오와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날 정도로 리츠는 어렸다. 레이와 존재감 자체가 다른 게 당연했다. 리츠 스스로도 남에게 형이 훨씬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오에게 그런 말을 듣는 것은 서운해서, 리츠는 심술을 부렸다. 마 군 너무해. 상처받았어. 투정부리는 것처럼 칭얼거리는 리츠를 보며 마오가 멀리 시선을 돌렸다. 이런 리츠는 대하기 어려웠다. 쩔쩔매는 마오를 물끄러미 보던 리츠가 문득 물었다. 


“마 군, 머리카락은 왜 올렸어? 앞머리 있었잖아.”

“아, 이거......”


 마오가 제 이마를 한 번 쓸어내리고 리츠를 보았다. 흡혈귀로 변하던 순간에 리츠와 마오는 함께 있었다. 첫 발작이 일어났을 때 리츠는 마오를 물었었다. 친구의 송곳니가 목덜미에 파고들었다가 떨어지는 감각은 선득했다. 무서웠다. 겁에 질려 있었다. 금새 찾아온 신사가 마오를 치료해주고 리츠를 데리고 돌아갔었다. 마오는 이제 그때의 신사가 누구인지 알았다. 아마도 리츠의 형이던 레이였으리라. 물렸던 목덜미를 몇 번이고 매만지던 마오가 눈썹을 내리고 웃었다. 묻지 말아달라는 곤란한 미소였다. 

 그 날 이후 머리카락을 내리지 못할 정도로 무서웠지만 자취를 감춰버린 리츠도 무서웠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기묘한 느낌이 들었었다. 많이 회복한 뒤에도 내리지 못하는 머리카락은 사라진 친구를 기억하겠다는 작은 다짐이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을 말하기에는 머쓱하고 곤란해서. 마오는 그냥 침묵을 미소로 그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리츠가 입을 작게 비죽였다. 




 *




 감정이 피어나는 순간 시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계기는 충분했고, 기다림은 양분이 되었다. 붉은 꽃이 피었다. 두 사람은 마음 속에 자리잡은 그것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첫 입을 맞춘 날이었다. 




 *




 흡혈귀와 인간은 공존하기 힘들었다. 그것은 인간이 무리가 될수록 사실에 가까운 명제가 되었다. 피를 먹는 괴물은 옹호받기 힘든 생명체였다. 그것은 상대가 강력한 힘을 가질수록 배척받았다. 사쿠마 형제는 강력한 흡혈귀였고, 아직 젊다못해 어린 리츠는 꽤 많은 피를 필요로 했다. 레이는 그것을 자연사로 갓 죽은 인간의 피로 해결하기 위해 다분히 노력했지만, 눈이 어두운 인간들이 그것을 이해할 리 없었다. 사실 이해해주고 싶어하지도 않았다. 알아주는 사람은 마오 하나였고, 미약한 힘이었다. 


 숲에 괴물이 산다는 소문은 예전부터 은밀하게 떠돌던 것이었다. 불을 붙여 버린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오였다. 마을 소년들에게 암암리에 강한 영향력을 펼치던 마오가 해가 질 무렵 숲으로 들어가 해가 뜰 무렵 돌아온다는 것은, 아무리 비밀로 하여도 눈에 띄었다. 이유를 묻는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해주지 않는 모습과 밤새 숲에서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다는 모습도 모두 눈에 걸렸다. 누군가가 타인의 귀에 속삭였다.

 괴물에게 홀려버린 것 아니야? 그 말은 아주 그럴듯하게 들렸다. 사람 하나가 홀렸다면 둘은 금방이겠지. 소문은 금방 부풀어올랐다. 소년 하나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그것에 누군가 검을 찔렀다. 얇게 부풀었던 적의는 금방 폭력적으로 터졌다. 쫒아버리자. 죽여 버려! 삶을 위협하는 괴물에게 타오른 영문 모를 적대가 날카로웠다. 부유하지 못한 시골 마을인 탓도 있으리라. 마오의 얼굴이 푸르게 질렸다. 숲으로 달음박질치는 소년의 그림자가 다급했다. 


 도망치라는 말을 꺼내는 건 쉬웠다. 리츠와 레이는 평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레이는 연약한 인간들이 같잖아서였고, 리츠는 그런 레이를 믿어서였다. 다만 리츠는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마오의 뺨을 감싸안았다. 마 군은, 괜찮아? 염려 어린 목소리에 마오는 그저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저을 뿐이었다. 여러가지로, 괜찮지 않았다. 심장이 불안하게 뛰었다. 리츠의 낮은 온기로도 달래지 못할만큼 거세게 뛰고 있었다. 



 리츠는 마오를 존중했고, 레이는 그런 리츠를 존중했다. 도망은 그리 어렵지도 않았다.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기면 인간들은 흡혈귀를 보지 못했다. 바보같네. 리츠는 짧게 평했다. 인간은 두 흡혈귀가 보기에 너무 약했고, 그렇기에 어린 리츠는 한없이 방심했다. 느긋하게 웃는 미소를 인간들은 두고 보지 못했을까. 그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을 찔러 왔다. 언제나 숲에 드나들던, 흡혈귀에게 홀려 있는 인간. 

 마오였다. 



 *




“마 군...!”

“리츠, 울지 마......”


 마오가 힘겹게 웃었다. 피투성이의 복부를 보며 리츠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혈향이 공기를 가득 매우고 있었는데도, 식욕은 커녕 구역질만 치밀었다. 인간을 치료하는 법 따위, 리츠는 몰랐다. 무엇보다 피가 너무 많이 나왔다. 사실 본능적으로 알았다. 가망없어. 짧은 네 글자가 이토록 절망적이라는 사실을 리츠는 처음 알았다. 끔찍한 가르침이었다. 하얀 손이 마오의 피로 젖었다. 지혈을 하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계속 피가 흘렀다. 지혈이 되지가 않았다. 마오는 평온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이미 제 끝을 짐작한 얼굴이었다. 


“왜? 왜 마 군을... 어째서...”

“같은, 인간... 이어도. 그래도... 무서워서... 그래서...”

“마 군은 잘못도 없잖아! 내가, 내가 흡혈귀라서...”

“리츠도, 잘못이 없... 잖아.”


 리츠의 뺨을 짚으려던 마오가 대신 리츠의 손을 짚었다. 뻗을 힘도 없었다. 의식도 시야도 흐릿했다. 끔찍한 통증 한가운데에서 울고 있는 리츠의 모습만 보였다. 그를 두고 간다고 생각하니 아프지 않을 심장도 욱신거렸다. 눈을 감으면 마지막 보는 광경이 어둠일 것 같아서 꾸역꾸역 눈을 떴다. 리츠의 검은 머리카락만 어렴풋하게 보였다. 곧 해가 뜨니까, 어서 가......


“미안, 리츠......”

“미안하면 가지 마, 응?”

“......”

“마 군? ......마 군...?”

“......”


 죽음의 냄새가 났다. 마지막 순간까지 리츠를 보던 녹색 눈에도 빛이 없었다. 마 군, 마 군! 마 군... 마 군...... 부름으로 시작한 목소리는 비명으로 변해 애원으로 끝났다. 하얀 뺨이 눈물로 젖었다. 절망이 머리를 빼곡하게 채웠다. 몸에 커다랗게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았다. 그 안으로 모든 것이 줄줄 새어나갔다. 사쿠마 리츠를 이루는 모든 것이 새어나갔다.

 하염없이 마오의 얼굴을 쓰다듬고 매만지던 리츠가 마오의 피로 젖은 제 옷이며 손을 바라보았다가, 눈을 감았다. 마오의 말처럼 곧 해가 떴다. 인간을 경멸하는 것도 질려 있었다. 차라리 한 줌 재로 변해 사라지는 쪽이 기꺼웠다. 마음이 더 아플 일도, 괴로울 일도 없었다. 



 멀리서 하늘이 밝았다. 천천히 지상으로 빛이 퍼졌다. 감은 눈꺼풀 너머로 마오를 닮은 주황이 스며들었다. 몸이 바짝 굳었다. 리츠의 기운을 태워서 빛나는 것처럼 태양이 밝아질수록 리츠의 몸이 연약해졌다. 

 그러나 한 줌 재가 되는 일 따위는 없었다. 태양이 완전히 떠오른 아침에도, 머리 위에 존재하던 한낮에도, 심지어 해가 진 저녁까지도. 눈을 감고 기다렸지만 돌아온 것은 해가 진 뒤 찾아온 자신의 힘이었다. 비참에 젖어 눈을 떴다. 


“거짓말이었어...?”


 갈라진 목소리가 물었다. 제 품에 피가 굳어가는 마오의 시신을 끌어안고, 리츠가 울부짖었다. 죽을 수 있다는 말은 다 거짓이었나. 태어난 순간부터 그는 영원을 약속받은 존재였다. 다만 그의 형이 어린 그의 정신을 걱정하여 한 풀 진실을 덮어 두었을 뿐이었다. 사랑을 따라 죽을 수 있다는 믿음을 배신당하고, 형에게 향하던 신뢰마저 배신당한 어린 흡혈귀가 그 모든 것을 동정하며 울었다. 


 나는 너를 따라 죽을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