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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카오] 축제

별빛_ 2016. 11. 20. 22:01




 비명에 가까운 환호가 주변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카나타는 쓰고 있던 모자를 조금 더 깊게 눌러썼다. 눈에 띄는 바다색 머리카락은 이미 꼭꼭 숨겨둔 뒤였다. 무대에 모든 시선을 빼앗긴 팬들이 설마 알아차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조심하는 것은 언제나 옳은 일이라며 치아키가 말한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카나타가 무대를 힐긋 응시했다. 언데드가 해산한 지 5년만에 레이와 카오루의 생일을 기념하여 열리게 된 특별 콘서트는 시작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이 정도면 대성공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네요. 카나타가 살짝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이틀동안 열리는 콘서트는 거의 축제와 같았다. 유메노사키의 드림페스와 몹시도 유사한 형태였다. 노점이 있고 야외무대가 하나. 언데드 팬층의 연령층 덕분인지 아니면 정말 오랜만에 열린 콘서트를 망치고 싶지 않은 팬들의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큰 사고는 하나도 없었다. 무대에서 언데드가 노래할때의 환호성은 장난이 아니었다. 노점에서는 먹거리와 함께 여러 굿즈를 팔았다. 몇 개의 카오루의 사진을 새로 산 카나타는 인파에 휩쓸려 떠다니고 있었다. 무대 뒤쪽으로 가서 얼굴을 보여준다면 관계자 취급을 받아 출입할 수 있겠지만 그럴 생각은 들지 않았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가끔은 무대 위의 카오루를 보고 싶었다. 


 지금은 무대가 비어 있는 시간이지만 종종 언데드의 멤버들이 얼굴을 내밀고 손을 흔들고는 했다. 카오루도 몇 번 그 황금빛 머리카락을 보여주었다. 조금 개구지게 눈매를 휘고 살짝 손을 흔드는 카오루는 귀여웠다. 종종 한참이고 사랑스럽다는 듯 팬들을 응시하다가 키스를 날리고 들어간 적도 있었다. 아이돌로서의 하카제 카오루였다. 언데드가 해산한 뒤 고심 끝에 노래의 길은 접고 모델쪽으로 들어서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카오루였지만 역시 아이돌인 카오루가 제일 반짝거렸다. 멋지네요, 카오루. 카나타는 속으로 그 말을 작게 품었다. 


 카나타는 살짝 무대 뒤를 응시했다. 지금은 이 쪽으로 나와 있었지만 카나타는 이 콘서트의 초대손님 중 하나였다. 언데드의 특별콘서트를 기념하여 우정출현해주는 아이돌 중 한 명. 카나타 역시도 언데드가 해산할 무렵 배우 쪽으로 진로를 빼면서 아이돌은 은퇴했기에 이번 콘서트가 주목받는 이유 중에는 카나타도 있었다. 연예계에는 있지만 아이돌은 은퇴한 전직 인기 아이돌이 대다수 이번 우정출현에 긍정을 표하며 등장했으니까. 


 신카이 카나타, 세나 이즈미, 모리사와 치아키, 히비키 와타루...... 다들 아이돌 자체는 은퇴했지만 배우며 모델, 연극 쪽으로 전향하여 절대적인 인기를 구사하는 존재들이었다. 카나타는 살짝 모자챙을 올렸다가 급하게 무대 뒤로 걸음을 옮겼다. 무대에 언데드가 등장하며 주변에 비명이 깔렸다. 이제 슬슬 카나타도 준비를 해야 할 차례였다. 

 

 신카이 씨, 서둘러주세요! 재촉하는 목소리에 카나타가 모자를 벗고 급한 걸음으로 뛰기 시작했다. 대기실에 들어가 의상을 급하게 갈아입고 메이크업을 진행하는 건 카나타에게도 꽤나 오랜만의 일이었다. 카나타, 잘 보고 왔나요? 개구지게 웃는 오랜 벗의 말에 카나타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를 틀어올린 와타루도 꽤 기대 어린 표정이었다. 간만에 서는 무대를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없는 듯 싶었다. 


 무대의 바로 뒤, 카나타와 치아키의 등장순서를 기다리며 두 사람이 자리에 섰다. 꽤 긴장되는구나, 카나타! 소근거리는 목소리로 말을 건내고 크게 웃는 치아키를 보며 카나타도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요~. 살짝 떨리는 손을 꽉 움켜쥐었다. 



 하나, 둘──, 커다란 목소리와 함께 불꽃이 터지는 소리가 났다. 문이 열리며 눈앞에 펼쳐지는 응원봉들의 향연에 카나타가 크게 웃었다. 무대에 서며 노래를 부르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언데드의 목소리에 두 사람의 목소리가 섞였다. 카나타가 고개를 돌리자 카오루가 있었다.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다가 시선이 맞자 환히 웃었다. 학생 시절부터 입었던 언데드의 유닛복을 입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해 노래하고 있는 카오루가 보였다. 땀이 뚝뚝 떨어지면서도 생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아, 예쁘다. 카나타가 환히 웃었다. 뺨이 열기가 아닌 다른 것으로 붉었다. 



 마지막 소절이 끝나고 반주가 들렸다. 곧 2절로 들어가는 잠깐의 쉬는 텀 사이에 카오루는 뛰어다니며 추임새를 넣으며 잔뜩 신이 나 있었다. 무대 위의 카오루는 언제나 그랬다.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었다. 그런 카오루의 뒤를 졸졸 쫒아다니던 카나타가 문득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음 첫 소절은 카나타가 치아키와 함께 여는 곡이었다. 카나타가 카오루의 어깨를 짚었다. 카오루가 뒤돌아보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입술이 뺨에 꾸욱 닿았다. 비명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크게 눈을 뜨며 입을 쩍 벌리는 카오루를 보며 카나타가 개구지게 웃었다. 반주를 들으며 타이밍을 완벽하게 계산했었다. 제 파트에 들어선 노래의 시작을 끊으며 카나타가 크게 웃었다. 찡긋 윙크하는 카나타의 얼굴을 보며 뺨을 감싼 카오루가 언데드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쑥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도, 그 다음으로 시작되는 카오루의 목소리는 떨림 하나 없이 완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