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이부 조각
※썬스를 못가서 너무 아쉬운...... 8ㅁ8) 우타케이 완료 기념도 썼으니 썬스도 씁니다! 이 글은 메이님께 바치는 걸로 ㅇ▽<) 주최 및 스텝으로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끝났다, 정말 끝난 것이다. 우주에서의 축구도, 지구와 전 은하의 생명체들의 생명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것도. 그 해방감과 우승했다는, 승리했다는 성취감이란 예상 외로 어마어마해서, 어스 일레븐으로서 필드에 서 있던, 그리고 벤치에 앉아있던 모든 선수들과 매니저들은 고양감으로 한껏 미소지었다. 함성이 터져나오고 얼굴의 만면에서는 미소가 한가득 그려져 있었다. 다들 흥분으로 어쩔 줄 모르는 필드의 한가운데에서 서 있던 마타타기는 동생들을 무사히 지켰다는 안도감과 승리했다는 성취감으로 한껏 웃고 있었다.
그러면서 시선을 돌린 필드에는 마타타기와 꼭 같은 얼굴로 웃고 있는 동료들이 열 명이라, 마타타기는 내심 우습기까지 했다. 처음 왔을 때는 반 강제성과 책임감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세상 일이라는 건 정말 모를 일이라더니, 마타타기는 내심 혀를 찼다. 하지만 불쾌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찰나에 이부키와 눈이 마주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다른 선수들이었다면 모를까, 이부키와 눈이 마주친 순간 마타타기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 못지않게 활짝 미소짓고 있는 이부키 떄문일지도 몰랐고, 분위기에 취해 나름 들떠있는 마타타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마타타기는 저가 먼저 이부키에게 다가갔다. 이제껏 딱히 마땅한 대화 한번 나눠보지 못한 사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건 제법 굉장한 일이었다. 어느 새인가 골대 앞에서 둘이 나란히 서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주변 동료들은 그런 두 사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긴, 동료들도 이리저리 뒤섞여 기뻐하는 상황에 두 사람이 같이 있다고 하여 딱히 이상한 시선을 줄 것도 없었으니까.
이부키는 그런 마타타기를 이상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무언가 말을 걸어야 할 것은 같았는데, 딱히 생각나는 말은 없었다. 결국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간단한 말이었다.
"수고했어, 스트라이커."
솔직한 진심이었다. 츠루기가 파라므디테의 팀의 주장으로서 뛴 덕분에 팀의 스트라이커라고는 마타타기 한 사람 뿐이었고, 그가 에이스였다. 우주와 은하와 그 모든 생명체들의 생명을 건 시합에서 단 한 명 뿐인 스트라이커. 동료들이 있다고 해도 그 부담감이 적잖을 것이라는 것을 이부키는 알았다. 처음 신스케를 못마땅해하기는 했지만 그 존재에, 자신이 쓰러져도 뒤를 지키고 있는 존재에 부담을 덜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그런 이부키의 짤막한 칭찬에 마타타기는 잠시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찰나의 시간에 금새 자취를 감추기는 했지만 이부키는 그것을 볼 수 있었다. 아니, 사실 자신이 본 것에 확신을 갖지는 못했지만.
"골도 몇 번이고 먹히지 않나, 다른 키퍼에게 자리를 넘겨주지 않나, 제법 꼴사나웠어, 너는."
"뭣...?"
칭찬의 답으로 돌아오는 베베 꼬인 말에 이부키가 발끈했다. 좋은 말을 해 줘도 이런 반응이라니, 순식간에 분노가 차올랐다. 이부키가 으르렁대듯 이를 드러내고 막 반박하려던 찰나였다.
"하지만 노력했지. 수고했어, 골키퍼."
그 입에서 나온 칭찬의 말에, 이부키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 눈동자에 한가득 담긴 놀람에 마타타기는 비웃음 비슷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에 화내지 않을 만큼 이부키는 당황해하고 있었다. 사실 비꼼의 말에 화를 내기는 해도 칭찬의 말을 들을 것이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한 적 없었다. 사자나라 행성에서의 각성 이후 마타타기의 칭찬이라는 건 텐마의 분노만큼이나 드문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생각을 뒤집어 엎을 만큼 담담하게 던져진 마타타기의 칭찬은 그만큼이나 진심으로 느껴져서, 이부키는 감사를 표할 정신도 없이 고개를 휙 돌렸다. 당황스러움과 함께 미묘한 무언가의 감정이 번져지듯 몸 안에 퍼져나갔다. 간질간질한 기분에 이부키는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만만하게 웃는 얼굴, 눈이 슬쩍 휘어지고 입꼬리가 올라가며 그 입에서 진심으로 흘러나오는 칭찬의 말이라는 것은, 본디 그가 가지고 있는 오만함에 가까운 자존심을 알기 때문에 더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이부키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정말, 어딘지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