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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카오] 밤

별빛_ 2017. 7. 6. 23:57





 카오루는 막 자정이 넘어가려는 시간을 보며 뻐근한 목을 풀었다. 오늘 하루도 피곤했다. 레이의 생활 패턴에 맞추다보면 자연스럽게 밤 스케줄이 늘어나기 마련이었지만, 낮부터 밤까지 일하는 빡빡한 일정은 아직까지도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체력적으로 조금 한계라고 해야 할까. 내내 신경써야 할 것이 너무 많으니까. 카오루는 불이 켜져 있는 집을 확인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열쇠는 옷 주머니에 당연히 들어있었지만, 집에 사람이 있는 듯 보이니 자연스럽게 벨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기다렸다는 듯 대문이 열리는 건 사랑스러웠다. 카오루의 입가에 무심코 미소가 걸렸다. 잔잔하게 휘어지는 곡선이었다. 


"카오루, 왔어요?"

"다녀왔어, 카나타 군."


 현관으로 들어서며 카오루가 들어서자 자연스럽게 카나타가 허리에 손을 감아 왔다. 입술이 가볍게 쪽 닿았다가 떨어졌다. 입술에 한 번, 뺨에 또 한 번. 시선을 얽고는 다시 한 번. 현관에서 쪽쪽거리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피로가 다 풀리는 느낌이었다. 카오루가 카나타의 어깨에 얼굴을 묻자 그는 조금 낮게 웃었다. 카나타는 오늘 이른 스케줄을 끝낸 뒤 내내 집에 있던 모양이었다. 안으로 발을 들이니 대번 기온이 서늘했다. 물고기들의 수온 문제도 있으니 에어컨을 잔뜩 틀어 둔 모양이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서 고생한 건 카오루였으니, 그 인공적인 서늘함이 싫지 않았다. 도리어 기분 좋은 미소가 나왔다. 


 일단 옷을 벗고 씻은 뒤 젖은 머리를 털며 욕실에서 나온 카오루는 소파에 앉은 카나타가 인형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았다. 카나타 군? 뭐 해? 그가 만지는 인형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둥그런 몸체며 빵빵한 솜, 동글동글한 눈이 귀여운 돌고래 인형. 팬들에게 받은 조공품처럼 보였다. 해양생물이기는 하지만 카나타 군은 심해생물을 쪽을 더 좋아하지 않던가? 약간 괴상하게 생긴 것들. 카오루가 무심코 고개를 갸우뚱하는 순간 카나타가 고개를 돌아보았다. 까마득한 바다의 에메랄드 색을 한껏 담은 연두색 눈이 즐거움을 담아 함뿍 휘어졌다. 곡선을 그리는 눈꼬리로 애정이 몽글몽글 굴러떨어질 것 같은 달큰한 미소였다. 한 입 베어물면 꿀물이라도 나올 것 같았다. 

 카나타가 인형이 입을 쪽 맞췄다. 에? 카오루가 무심코 소리를 내기도 전에 카나타의 키스를 받은 인형이 카오루의 입술에 꾸욱 눌렸다. 으움? 카오루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인형으로 간접키스를 날린 카나타는 마냥 행복한 듯 헤실헤실 웃었다.


"카오루 충전인거에요~. 오늘 하루 종일 못 만났으니까."

"아... ...하하하......"


 충전이 심장에 나빠. 카오루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몇 번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렇게 지나치게 귀엽게 굴다가도 심장이 덜컹거릴 정도로 섹시해지기까지 한다. 정말 사람 심장 건강에 나쁜 남자다. 나한테만 이렇게 굴어주면 소원이 없겠는데, 가끔 카메라 렌즈에서도 이러니까 문제지. 카오루는 카나타가 안겨 준 인형을 내려놓고는 팔을 넓게 뻗었다. 


"그 정도로 충전되는 거야?"

"어......"

"나 여기 있는데."


 카나타 군. 은근한 목소리에 카나타가 반사적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저를 향해 똑바로 팔을 뻗고는 웃으며 기다리는 카오루가 한눈에 들어왔다. 곤란해요, 카오루...... 말끝을 늘이면서도 카나타가 카오루를 덥석 끌어안았다. 막 씻고 나온 머리카락은 젖어 있었고, 몸은 따뜻했다. 카나타는 그 목덜미에 몇 번 입술을 대었다 때며 행복해했다. 그 몸에서 풍기는 체향이 카나타의 것과 몹시 흡사했다. 지독하게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