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카오루의 편지

별빛_ 2018. 2. 3. 23:45

<일주일과 첫 키스> 누락 페이지 장면입니다. 책을 사 주신 모든 분께 죄송하고 감사드립니다... ㅠㅠ) 




카나타 군에게.

안녕, 카나타 군. 나야, 하카제 카오루. 갑작스럽게 편지를 보내서 미안해. 사실 카나타 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카나타 군을 도저히 만날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부득이하게 편지를 써. 미케지마 군이 이 편지를 제대로 카나타 군에게 전해준다고 약속했으니까.

, 편지란 건 어떻게 쓰는 건지 사실 잘 모르겠네. 메일이라면 모를까, 이런 거 너무 고전적이라서 한 번도 안 써 봤단 말이야. 초등학교 때 부모님에게 보내는 감사 편지 이후로 처음이라고. 그러니까 내가 편지로 이상한 말을 하는 것 같아도 용서해 줘, 카나타 군.

카나타 군, 혹시 괜찮다면 나랑 만나 주지 않을래? 카나타 군이 집에 있다는 말을 들었어. 밖에 나올 생각은 없는 거야? 아주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딱 한 문장의 말을 주고 받을 정도로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나랑 만나 줬으면 해. 정말로, 부탁이야.


왜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겠네. 하기야, 우리 답례제 때 꽤 폼 나게 헤어졌었잖아. 겉멋 좀 들 수 있도록 멋있게, 바이바이하고. 하지만 미안. 나 카나타 군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그걸로 끝내고 싶지 않아. 언제 만날지도 모르는 다음을 기약하고 싶지 않아.

글로 이런 말을 하는 게 엄청나게 매력 없다는 건 나도 알아. 이 정도의 말을 하면 카나타 군이 깜짝 놀라서라도 만나러 와 주지 않을까? 하는 비겁한 생각도 하고 있어. 엄청 치사하지. 하지만 이게 내 나름의 최선이니까, 용서해 줘.


카나타 군, 좋아해.


너를 좋아하고 있어. 꽤 오래오래 좋아했고, 지금도 엄청 좋아해. 친구 사이에 좋아해 라던가 동료 사이의 좋아해 같은 거 아니야. 사랑하고 있어. 영화나 소설, 드라마에서 매일매일 외쳐대는 열의 넘치는 좋아해야. 이 세상 누구보다도 카나타 군이 가장 좋다는 의미의, 카나타 군이랑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싶은 좋아해야.

못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있지. 어이없거나 화나는 것도 이해해. 내내 친구로 지내 왔던 녀석이 갑자기 좋아한다고 고백해오다니……. 상냥한 카나타 군이니까 기분 나쁘지는 않아도 당혹스럽기는 하겠지? 아니다. 내가 재단할 수는 없는 처지지.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 미안해. 나도 내 입장에 대입해서 생각해 보면 내가 얼마나 카나타 군에게 못된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아.


하지만 카나타 군, 나 정말로 진심이야. 카나타 군의 대답이 거절이어도 괜찮아. 그건 카나타 군의 자유인걸. 하지만 카나타 군, 나 정말로 카나타 군이 좋아. 매일매일 카나타 군을 보고 싶고, 직접 만나서 손을 잡고 싶고, 품에 끌어안고 싶을 정도로 좋아. 카나타 군을 만나지 못해서 쓸쓸해. 카나타 군이랑 만나서 그 목소리가 듣고 싶어. 써 놓으니까 진짜 징그럽게 들린다. 미안, 카나타 군.


나 지금 카나타 군에게 연애편지를 쓰고 있는 거야. 이거 고백이고. 카나타 군, 답장은 편지로 보내지 마. 직접 보고, 직접 듣고 싶으니까. 이게 내 마지막 욕심이라고 생각해 줄래? 유메노사키의 뒤편에 있는 바다 기억나지? 우리가 해양생물부 활동을 할 때 자주 갔던 거기.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졸업식 날까지 기다릴게. 카나타 군이 올 때까지 기다릴게. 꼭 만나러 와 줘. 부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