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디지몬] 다이스케 너무좋아

별빛_ 2018. 9. 10. 01:18


 한창 디지몬 붐이었는데 트위터에서도 추추몬 덕분에(ㅋㅋ) 갑자기 디지몬 얘기 종종 나와서 너무 행복한거에요~! 다이스케 좋아한다! 너무너무 좋아한다! 그리고 다이타케도 너무 좋습니다. 사실 앞뒤 상관없이 타케다이도 다이타케도 잘 먹지만 어느 쪽이든 타케루 짝사랑 포지션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일단 다이타케쪽이 더 좋은것도 같고 여하튼 다이스케 너무 좋아! 한동안 또 디지몬 붐이었던지라 모든 시리즈에서 좋아하는 부분을 살짝살짝 들춰보고 있는데 다이스케가 너무좋아서 함박미소를 그렸어요. 다이스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거 알지! 예전 글에서도 써 뒀지만 용기를 이어받은 아이들 정말 좋아하는데 타이치보다는 다이스케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물론 용기를 이어받은 아이들 다 너무 좋지만 ㅠㅁㄷ) 확실히 다이스케보다는 타이치가 훨씬 인정받고 인기가 많아서 그런가 다이스케한테 훨씬 마음이 가더라구요 물론 취향적으로도 다이스케가 더 취향인 점도 있지만...... 타카토도 여전히 사랑이고 타쿠야도 너무너무 조아하고 디지몬 어플리케이션? 이었던가요 신작도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넘겼는데 얼른 봐야할텐데 말이에요 (동동) 



그리고 그... 뭐냐...... 트라이 전부 봤거든요...... (마른세수) 제 안에서 없는 애니 삼아도 괜찮을까요? 괜찮다고 해줘 제발 솔직히 무인 - 제로투 - 트라이라는 의미로 트라이 아닌가? 제로투 어디갔는데 다이스케 미야코 이오리 켄 다 어디갔어 (대환장!) 미야코나 이오리나 켄도 그렇지만 특히 아! 이 순간에 다이스케가 있어야 하는데! 하고 느꼈던 포인트가 한둘이 아니라서 속이 너무너무 터졌어요 초반부에는 아! 아! 하다가 이제 6장까지 다 보고는 아! 아! 아! 하아... 차라리 안나와서... 다행인가... 싶기도 하고 정말 복잡미묘해서 울고 싶었습니다 야가미 타이치, 고2, 17세. 이 단어를 처음 보고 트라이 제작 처음 알고 설레고 두근거리던 내 감동 돌려줘라 트라이 제작진...... 과거의 글 보니까 얼마나 트라이를 기대했고 얼마나 여기 나올 제로투애들과 다이스케-타케루 관계를 기대했는지 읽혀서 더 서려웠어요 내 기대 돌려줘라




(+) 디지몬 유니버스 보고왔고 유진이랑 하루는 참사랑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도 처음 볼 때는 필터 안 끼고 보려고 노력했는데 이건 진짜 참사랑이라는 단어 외에 아무것으로도 설명할 수 없었어요 이건 진짜.... 사랑이라고밖에는.......




#어린_모습으로_살다가_사랑을_하게_되면_어른이_되는_세계_AU


트위터에서 주운 재미있는 해시가 있길래 슬쩍 가져왔어요... 다이타케로 보고싶다... (본심) 어린 모습으로 살다가 사랑을 했을 때 어른이 된다면 온갖 설정으로 나이가 달라지는게 재미있는데 다이스케는 히카리를 첫사랑으로 어른이 되었고 타케루는 다이스케를 첫사랑으로 어른이 되어도 좋고 그 전에 이미 다른 형누나들 중 한명을 대상으로 사랑을 해서 성장했다가 감정을 정리한 뒤 다이스케를 다음 사랑의 대상으로 보게 된 것도 좋아요 뭔들 안 좋겠냐만은 ㅠㅁㄷ) 그래도 좀 더 취향은 타케루의 첫사랑이 다이스케인 쪽이려나요 근데 선택받은 아이들이니까 어른이 되면 모양새가 복잡해질것같기도 하고 고민이 많은거에요 저 해시가 이리저리 생각하고 이것저것 설정이라던가 넣을 건 많아보이지만 적당히 2차 덕질하려고 가져온거니까 나머지는 그냥 그럭저럭 뇌내 퉁치기... 아무리 생각해도 바로 성인이 되면 너무 힘겨우니까 2차성징하는 느낌으로 어린모습으로 살다가 (초등학교 고학년즈음에 각자 차이가 있지만 성장이 멈추는 것으로) > 사랑을 하면 쑥 성장하고 (초딩에서 중고딩 수준으로) > 본인이 선택해서 성인이 될 수 있는 설정으로 잡았답니다 선택받은 아이들은 선택받은 시점에서 그 아이들의 모험이 끝나기까지 전원 아이였던 것으로 


결론은 타케루 > 다이스케 이 감정선을 꽤 좋아해요 타케루가 상당히 복잡한 애라서 그런가 다이스케는 비교적 훨씬 단순하고 깔끔한 편이죠... 하지만 그런 다이스케가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 < 이것도 너무 사랑하는 포인트에요 타케루가 숨기는 것을 차근차근 생각으로 접근하는 다이스케는 너무 귀엽지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해서 접근한거보다 직감으로 찍은 쪽이 더 잘맞을것같은 게 제일 귀여운 포인트인거에요 (워낙 감이 좋은 애기도 하고) 하지만 상대를 좋아하니까 이해하고 싶고 그러니까 굳이굳이 생각해서 접근하는 성실한 면모도 너무 좋아!







 * 


 

 타카이시 타케루가 아이의 모습을 벗어난 것은 초등학교 6학년의 초여름이었다. 단 하룻밤 사이의 일이었다. 성큼 자라 길쭉해진 팔다리를 어색하게 돌려보던 타케루는 저보다 더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사람들을 보며 머쓱하게 웃어주기만 했다. 이 사회에서 갈수록 2차성징을 맞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걸 실제로 눈앞에 들이민 현실은 다르지 않은가. 특히, 타케루가 초등학교 2학년 무렵 함께 디지털 월드를 여행했던 사람들과 타케루의 유일무이한 형의 충격은 이루말할 수 없이 컸다. 그들 중 아직도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이 상황에서─정확히 말하자면, 그들 중 성장한 사람들은 타이치와 야마토, 소라 단 세 명 뿐이었다.─ 비록 이제 이오리가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어린 막내의 이미지가 강한 타케루의 성장은 모두에게 충격적인 상황이었다. 선배들에게는 아직 어린아이로 보던 아이가 성장할 정도로 사랑하는 타인이 생겼다는 점에서, 후배들 입장에서도 타케루가 그 정도로 사랑하는 타인이 생겼다는 점에서.

 모두가 차마 무슨 말을 해 줘야 할 지 몰라 침묵과 놀라움, 호기심을 삼키는 상황 속에서 장본인인 타케루는 유이하게 평온했다. 그는 제 성장한 몸을 이리저리 관찰할 뿐, 그다지 놀란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실로 그러했다. 타케루는 자신의 감정변화를 명백하게 읽고 있었고, 성장하기 전 날 저녁 자신이 눈을 뜨면 성장해 있을 것이라는 사실 역시도 직감했었다. 사랑을 하는 사람은 저 자신이었으니 타케루로써는 당연한 일이었다. 정말로 자랐구나. 나는 이렇게 자랐구나. 타케루는 그리 생각하며 멀뚱히 눈을 깜박였다. 사실, 일정부분 현실감이 없기도 했다. 타케루 본인이 그러니 다른 사람들 역시도 마치 옮은 것처럼 미묘한 분위기 사이에서 침묵했다. 어떻게 깨야 할 지 몰라 무거운 침묵이 살짝 허공에 맴돌았다. 


"타케루 군, 성장 축하해."


 그리고 그 순간, 평온한 목소리가 공기를 가르고 나아갔다. 타케루가 상대를 응시했다. 타케루와 함께 그다지 놀랍지 않다는 양 부드럽게 웃고 있던 사람. 히카리였다. 타케루와 시선이 마주하자 다정하게 휘어지는 눈매를 보며 타케루는 몇 번 눈을 깜박이고는 조금 수줍게 웃었다. 마치 마법에서 깨어난 것처럼 묘하게 얼어있던 공기가 깨진 것도 그 순간이었다.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허공에 퍼졌다. 타이치가 타케루의 목에 제 팔을 감고 개구지게 미소짓고, 야마토가 타케루의 양 뺨을 꾹꾹 눌렀다. 

 

"그래그래, 타케루가 자랐단 말이지? 이 녀석, 완전 다 컸구만~!"

"성장하다니! 타케루 군, 기분이 어때? 이제 나보다 더 커져버렸잖아?!"

"그러게 말이에요. 성장하고 나니까 정말 많이 자랐네요. 깜짝 놀랐어요."

"확실히 형제라 그런가 자라고 나서도 야마토랑 좀 닮았으려나?"

"언제 성인이 될 거야? 역시 고등학교까지 다 졸업하고 나서?"


 다들 옹기종기 모여 한마디씩 내뱉기 시작하자 주변은 금방 복작복작해졌다. 선택받은 아이들 중 셋이 성장했을 때에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타케루가 성장했다는 사실은 이전의 셋보다 상당히 느낌이 달랐으니. 모두들 타케루의 주변에서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분위기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 소수 중 하나인 야마토는 제 동생을 잔뜩 귀여워해주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그만큼 다른 생각으로도 퍽 복잡한 심정이었다. 사랑을 해서 성장하는 일이야 세상 대부분의 사람이 겪는 일이라지만, 아직 어리게만 보이는 타케루에게 성장할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니. 분명 축하할 일이기는 했지만 사랑이 늘 행복한 기분만 가져다주지는 않지 않은가. 더군다나 세상 많은 사람들을 성장시키는 감정은 짝사랑이었다. 야마토는 제 동생이 타인에게 쉬이 마음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저에게 있어서 타이치나 죠 같이 마음 많이 내어주는 친구도 손에 꼽는 아이가 사랑이라니. 

 타케루에게 연인이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 못 들었는데...... 푸르스름한 눈동자가 가느다래졌다.


"그래서그래서, 타케루! 혹시 말해줄 수 있어? 타케루가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야?"


 미미의 한 마디에 사위가 조용해졌다. 모두의 시선이 타케루에게 향했다. 타케루는 특히 찌릿찌릿한 야마토나 특히 반짝거리는 미미와 미야코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슬쩍 돌렸다. 소년의 하늘 색 눈동자가 누군가에게 닿았다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타케루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비밀이야."

"에이, 말해주지~!"

"우리가 아는 사람이려나?"


 미미는 아쉽다는 듯 입을 비죽였지만 다른 말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미야코 역시도 한마디 중얼거리며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궁금했지만 숨기고 싶다면 캐물을 마음은 없었다. 조용히 입을 다무는 타케루를 히카리가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타케루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화제는 그토록 조용하게 넘어갓다. 타케루의 마음을 헤아린 모두의 배려였다. 



 그리고 히카리와 타케루, 그 둘이 조용히 대화할 기회가 생긴 건 밤이었다. 다들 온갖 과자들을 뜯고 주스를 마시며 옛날 이야기를 하고 분위기에 취해 신이 났을 때. 히카리는 밖에 조용히 앉아있는 타케루의 옆자리로 다가갔다. 타케루는 기다렸다는 듯 가벼이 어깨를 으쓱였다. 히카리는 내내 타케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였으니까. 여전히 어리고 선 둥근 얼굴을 하고 있는 히카리는 늘 그렇듯 상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성장했네, 타케루 군."

"응. 결국엔."

"사실 조금 놀랐어. 성장하기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나도 그럴 줄 알았어."


 좀 더 오래 부정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타케루가 턱을 괴었다. 그의 사랑은 시작부터 긴 부정의 역사였다. 네가 좋다는 마음을 참을 수 있노라고 맹신하고 있던 시간들이었다. 그냥 친구, 혹은 동료. 둘은 가깝고도 참으로 먼 관계였다. 타케루는 그 상황에 자신이 만족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되내였다. 사랑이 아니야. 좋아하는 것도 아니야. 그냥 그런 관계에 불과해. 상냥하고 강하니까 조금쯤 의지할 수는 있으니까. 고작 그 정도. 정말 그만큼.

 그는 상대와 맞는 구석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달랐고, 심지어 죠그레스 파트너조차 아니었다. 둘은 정말로, 같은 선택받은 아이라는 인연 하나에 겨우 얽혀있는 사이였다. 한 쪽이 상대에게 품고 있는 감정만 제외한다면 정말로 얄팍한 관계. 허나 결국 사랑은 부정할 수 없는 상태로 타케루의 앞을 가로막았다. 한참 도망치던 타케루는 그 앞에 결국 무릎꿇을 수밖에 없었다. 상대는 정말로, 그래. 사랑스러웠으니까. 이 단어를 들으면 퍽이나 싫어하겠지만. 

 히카리는 복잡한 표정으로 바닥을 내려다보는 타케루를 천천히 토닥여주었다. 성장한 타케루와 아직 어린 히카리는 몸집부터 크게 차이가 났지만, 둘은 체구 차이가 거의 없던 바로 어제처럼 굴었다. 소녀는 첫사랑을 받아들이고 짝사랑에 심란해하는 제 오랜 친구를 도닥여주었다. 


"이오리 군은 아는 것 같더라."

"이오리 군이니까. 내 파트너라고."

"이치죠우지 군도 아는 것 같았어."

"그 쪽은 이리저리 옛날 일도 있고 해서...... 감정에는 예민할테고."


 그리고 내 상대가 상대니까...... 소년이 쓰게 웃었다. 타케루는 제 감정에 입 한 번 벙긋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눈치챈 사람들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첫째로 지금 옆에서 그를 다독여주는 히카리였고, 또 하나는 타케루의 죠그레스 파트너이기도 한 이오리. 그리고 이오리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켄 역시도 타케루의 감정을 눈치챘다. 소라 상도 사실 어느 정도 감을 잡고 긴가민가 하는 것 같기는 한데...... 타케루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잘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예리한 사람들이 많아서 숨기기가 쉽지 않았다. 

 가장 문제는, 다이스케 군이지. 타케루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초조한 듯 손을 매만지는 타케루의 모습을 히카리는 걱정스럽게 응시했다. 모토미야 다이스케는, 그러니까 다시 말해 타카이시 타케루의 짝사랑 상대는 평소의 여유롭고 배포 큰 모습과 별개로 지나치게 감이 좋아서, 타케루의 마음을 눈치채버리지 않을까 두려웠다. 히카리 쨩도 알고, 이오리 군도 알고, 이치죠우지 군도 알고있지...... 다이스케 군이 모를까? 타케루는 알 수 없었다. 모른다면 천만다행이었고, 안다면...... 만약 알고 있다면...... 다이스케는 아직 성장하지 않았으니, 그보다 더 명확한 거절은 없는 셈이었다. 타케루는 전자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차라리 후자여서 단념하고 싶다는 마음을 뒤섞어놓은 한숨을 뱉었다. 

 다이스케는 그가 선택받은 아이가 되기 이전부터, 타케루가 다이스케라는 사람을 알고 그에게 매력을 느끼기 이전부터 꾸준히 히카리에게 호감을 표해 왔다. 처음에는 어린 아이가 타인에게 호감을 표하는 것처럼 호들갑스럽게 굴다가, 조금씩 차분하고 부드럽게 표현 방식이 바뀌는 것을 보며 타케루는 착잡해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매일 아침 다이스케가 성장하지 않았을지 걱정되었고, 그걸 걱정하고 있는 저 자신에게 미약한 환멸감까지 느꼈다. 다이스케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자기부정하던 상황에서조차 내심 그리 전전긍긍했는데 인정하고 성장해버린 지금에서야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타케루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히카리 쨩이 부러워."

"타케루 군."

"부러워하면 안 된다는 건 알지만......"


 밝고, 올곧고, 상냥하고. 타케루의 주변에 그런 사람이 적지 않았지만, 다이스케는 독보적이었다. 타케루는 천천히 손가락을 접었다. 그리고 의외로 예리한 점이라던가, 타인에게 너그러운 점도 좋았어. 어디서든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점도, 타인의 감정에 공감해 줄 수 있다는 점도, 내가 없어도 슬퍼할지언정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강인한 점도....... 좋아. 무릎을 세워 얼굴을 파묻은 타케루는 알 속에 들어간 것처럼 둥글게 몸을 말았다. 히카리는 그런 타케루의 등 위에 차마 손을 얹어줄 수 없었다. 타케루 군. 다만 안타깝게 부를 뿐이었다. 

 히카리 쨩. 갑작스럽게 뒤에서 부르는 목소리에 두 사람의 어깨가 동시에 튀었다. 히카리가 급히 고개를 돌아보았다. 타케루는 차마 돌아볼 수도 없어서 그대로 굳어 있었다. 


"다이스케 군."

"히카리 쨩. 안에서 미야코가 찾아."

"미야코 상이? 알았어, 금방 들어갈게."


 히카리가 묘하게 어색한 미소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여 들었을까 묻는 것도 조심스러워 물을 수도 없었다. 히카리가 안쪽으로 들어가고, 남은 사람은 타케루와 다이스케뿐이었다. 타케루는 차라리 다이스케가 히카리의 뒤를 이어 안쪽으로 들어가주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다이스케는 타케루의 희망을 간단히 무시하고 타케루에게 다가왔다. 가벼운 발걸음소리와 함께 한껏 가까워진 기척에 타케루는 뒷목의 솜털이 곤두설정도로 긴장했다. 다이스케는 타케루와 그렇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위치에 앉았다. 할 말도 없었기에 타케루는 침묵했고, 다이스케 역시도 침묵했다. 타케루는 다이스케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 지 몰라 초조하게 침을 삼켰다. 


"어이, 타케루."

"......왜? 다이스케 군."

"성장했네."

"그렇지."


 타케루가 눈을 도록 굴렸다.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둥글게 몸을 만 상태 그대로 타케루는 보이지 않는 다이스케의 얼굴을 상상했다. 이쪽을 보고 있을까, 아닐까. 손가락이 초조하게 꼬물거렸다. 다이스케는 등을 젖히고 하늘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설마 네가 제일 먼저 성장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나도 몰랐어."

"하지만, 뭐."


 다이스케가 타케루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웅크린 모양새의 소년은 성장하기 이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팔다리라던가 언뜻 보이는 얼굴선을 보면 확실히 예전과는 달랐다. 다이스케의 시선이 일순 가늘어졌다가, 못마땅한 듯 날카로워졌다가, 끝내 부드러워졌다. 그는 사랑을 해서 성장한 친구에게 굳이 쓴소리를 할 정도로 매정하지 못했으니까. 그가 호감을 가지고 있는 히카리와 지나치게 친밀하여 소소하게 질투심을 느꼈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옛일처럼 느껴질 정도로 오래 전의 이야기고. 

 누구 때문에 성장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그 때...... 다이스케가 턱을 괴었다. 시선은 끈질기게 타케루에게 붙어있었다. 


"타케루."

".......응."

"아까부터 좀 이상하다. 혹시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아니야."

"그래?"


 어깨를 한 번 으쓱한 소년이 땅을 짚고 타케루에게 한뼘 더 다가왔다. 타케루가 입술을 깨물었다. 심장이 터지는 건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두근거리는 소리가 온몸에 울리고 있었다. 


"너, 그 때 나 봤지?"
"......그 때?"

"미미 선배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봤을 때."


 타케루의 호흡이 멈췄다. 다이스케는 분명 이 질문에 중요한 비중을 두고 있지 않았지만, 타케루에게는 급소나 다름없었다. 늘 생각하는 점이지만, 정말 직감 하나만큼은 귀신처럼 날카로웠다. 분명 시선이 얽혔지만 아주 잠깐이었고, 우연인것처럼 찰나에 닿았다가 떨어진 수준의 시선이었는데. 다이스케는 타케루가 분명 저를 봤다는 전제조건을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그랬지. 널 봤었어. 다이스케 군을...... 고개 숙인 하늘색 눈동자가 어지럽게 흔들렸다. 딱히 대답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처럼 다이스케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기만 했다. 타케루의 하얀 손가락이 바닥에 닿았다. 손톱으로 바닥을 긁으며 소년이 눈을 감았다.

 아이였던 나를 끝내 성장시킨 내 첫사랑은 이토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