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TRIGGER/NOVEL

[진아라] 소화기

별빛_ 2021. 5. 12. 00:38

 

  진 유이치가 화가 났다.

 

  분노에 순서대로 별을 붙여서 강도를 나타낸다면 이번엔 분명 별 다섯 개 짜리 분노였다. 흔히 말하기에 머리 끝까지 화가 난 상태였다. 활화산처럼 부글부글. 정말 드문 일이었다. 진은 화를 잘 내지 않는 사람이었고, 애초에 감정이 격렬해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끓어오르기보다는 가라앉는 사람이었으며 미래를 보는 사이드 이펙트의 탓인지 애초에 화날 일을 자주 마주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도 진 유이치는 자신의 위치와 입장, 능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스스로를 갈무리해서 정돈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별 다섯 개짜리 위험인물 진 유이치를 멀찍이서 힐긋거리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제각각의 강도로 놀란 상태였다. 그들은 모두 저렇게까지 화난 진을 처음 보거나, 아주 오랜만에 봤다. 

 

  그만큼 진의 분노는 드물었다. 그 분노를 가라앉힐 방법 역시 구전으로도 전해지지 않을 만큼 드물었다. 화내는 진 유이치라니. 평소 애초에 없거나, 별 한 개로 끝나고는 했다. 아니면 그 분노의 목적이 이쪽이 아니거나. 그렇기에 잔뜩 저기압으로 화가 나서, 미간에 잔뜩 주름이 잡힌 채로, 가끔 쯧 하고 혀도 차는 진 유이치를 어떻게 해야 평소의 싱글벙글 웃는 얼굴의 짜증날만큼 여유로운 진 유이치로 되돌릴 수 있는가 모두 고민에 빠졌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끼리 눈빛과 통신으로 답을 찾았으나 영 괜찮은 답은 나오지 않았다. 턱을 괴고 공기중으로 제 불쾌함을 풀풀 풍기다가, 머리를 몇 번 벅벅 긁고는 또 짜증이 가득한 우울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는 진 유이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진이 빨리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게 좋았다. 저 상태의 진 유이치가 유지되어서 좋을 일은 하나도 없었다. 진 유이치가 화가 났다. 이유는 모른다. 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다른 대원들에게 악영향을 끼쳤다. 그는 몇 없는 S급 대원에, 구 보더 시절부터 이어져 온 경력 긴 대원이자, 무엇보다 미래를 보는 사이드 이펙트가 있었으니까. 

 

  어쩌죠? 애초에 왜 화난 거야, 저 놈은. 글쎄요, 그런 걸 말해줄 상태도 아닌 것 같고...... 누가 가서 화 풀릴 때까지 개인 랭크전이나 하는 건 어때? 아까 타치카와 씨가 갔다가 한 방에 거절당했어요. 움직이고 싶지도 않나 봐요. 타마코마에 연락해 봤어? 해봤는데, 그 쪽도 잘 모르겠대. 지부에서 나설 때까지만 해도 정상이었다더군. 그럼 본부에서 화날 일이 있었다는 건가? 무슨 일이 있어서 화가 난 건데? 도돌이표잖아. 모른다고. 아무것도 모르더라도 존재만으로 저 녀석을 비교적 원래대로 되돌릴만한 상대를 불러 와. 누구? 타마코마 후배들은요? 진 씨가 후배들 앞에서 저렇게 굴지는 않을 것 같은데. 겉으로라도 돌아오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연락은 해 봤어. 미쿠모는 가족 일정이 있고, 아마토리는 에마와 C급 대원 친구와 같이 나갔다더군. 쿠가는 휴스랑 요타로랑 같이 보호자 코나미를 동행하고 외출. 카라스마는 아르바이트 갔고. 하필 타이밍 참.

  ......어쩔 수 없지. 대원들은 그들 중 대표에 가까운 사람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대사에 집중했다. 모두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카자마 소야가 팔짱을 끼고 최후의 보루를 입에 담았다. 

 

"아라시야마한테 연락해. 미안하지만, 일 끝나고 본부로 곧장 와 달라고."

 

 

 

 

  아라시야마 부대는 오늘 아침 일찍부터 빡빡하게 홍보 일정이 잡혀 있었다. 중학생 대원 키토라가 끼어있어서 겨우 저녁 10시까지. 그러니 보더 대원들은 그에게 굳이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평범한 다른 부대들은 청소년이 다수인 만큼 아무리 길어도 7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보더에 7시간 이상 있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건 일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거나 훈련을 하는 경우였고, 다들 그건 노동이 아닌 놀이나 자기계발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보더 내부도 아닌 외부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아야 하는 홍보 부대, 아라시야마 부대는 이리저리 떠안고 있는 부담이 컸다. 대장인 아라시야마는 분명 마지막까지 대원들을 집에 데려다 준 다음에야 퇴근할테니까. 그러니 보더에 있는 그들은 굳이 아라시야마를 불러 오고 싶지 않았다. 기왕이면 그들끼리 진 유이치를 해결하고 싶었다. 

  허나 어쩌겠는가. 태산같은 진 유이치의 화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뭘 하든 틱틱거리기만 하니 보더 분위기가 이보다 더 심각하게 나빠지기 전에 히든 카드를 부를 수밖에. 부르면 분명 와 주리라는 것도 알았다. 미안하기는 했지만 그들은 아라시야마에게 빚을 마음 속에 하나 달아두기로 했다. 그리고 이 빚은 진이 갚아 줄 거다. 불합리하고 합리적인 계산의 결과였다. 

 

[진이 말인가요? 보더에서 화를 낸다고요?]

"그래. 상태가 좀 심각해."

[화를 내고 있어요? 지금도?]

"믿기 힘들겠지만. 최대한 빨리 원상복구 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 일이 끝나고 바로 보더 본부로 와 줄 수 있어?"

[본부로 말인가요?]

"꼴사납게 화가 나 있는 걸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아마 멀쩡해질 때까지 보더에 있거나 암약이나 할 겸 밖을 어슬렁거리겠지. 여기 잡아두마."

[부탁드려요, 카자마 씨. 최대한 서둘러 볼게요.]

"그래."

 

  믿음직한 대답에 카자마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를 끊었다.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니 그 곳에는 못마땅한 표정의 진이 서 있었다. 역시나 드문 일이었다. 평소 표정이 반대인 경우는 종종 있었는데. 허나 화난 진을 보고 불안함 따위를 느끼기에 카자마는 많은 역경을 스스로의 근성과 노력과 능력으로 넘어온 소형이고 고성능인 완벽한 남자였기에, 그는 무심하게 진을 응시했다. 

 

"아라시야마가 오는 미래를 봤어. 카자마 씨, 비겁해."
"제일 합리적인 길을 고른 거야."

"난 아라시야마 때문에 화난 거라고."

  이건 좀 의외다. 카자마의 한 쪽 눈썹이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의외지만 특별하진 않았다. 언제나 진 유이치를 평소와 다르게 고장내는 건 늘 아라시야마였다. 불쾌할만큼 싱글벙글하는 진도, 어처구니 없을 만큼 풀이 죽은 진도 아라시야마가 만들어내고는 했으니 잔뜩 화가 난 진 유이치도 만들 수 있겠지. 그는 유연하게 생각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ㅡ 으로 시작되는 6가지 질문 중 충족된 건 '누구' 하나밖에 없었지만 카자마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아라시야마랑 만나서 해결해."

 

  그리고 화난 게 아라시야마 때문이라면 그를 부른 카자마의 행동은 역시 정답이다. 카자마는 한 번 가볍게 코웃음치고는 진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이제 나머지는 아라시야마가 알아서 해 줄 터다. 

 

 

 

 

  진은 턱을 괴고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카자마가 단단히 못을 박고 간 뒤로 주변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한 풀 줄었다. 이제 괜찮으니 신경쓰지 말라는 말이라도 해 준 모양이었다. 카자마 씨 말이라면 누구나 믿을테니 안심하고 돌아갈 사람들은 돌아간 거겠지. 아라시야마가 올 때까지 진이 도망가지 않도록 몇 명 정도는 감시역으로 붙어있지만, 진은 도망칠 생각이 없었다. 아니, 사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긴 했지만 당장 붙잡히는 미래가 보이니 굳이 고르지 않기로 했다. 다른 대원들에게 뒷덜미가 붙잡혀 놓아달라고 두 손 들고있는 모습을 아라시야마가 목격하는 미래가 참으로 선명했다. 그런 꼴사나운 모습을 그에게 보이고 싶지 않으니 멀쩡하게 앉아서 여전히 화내고 있다는 걸 어필이나 하고 있을 수밖에. 가지 말라고 미래가 협박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진이 화가 난 이유는 간단했다. 새벽녘, 아라시야마가 출근하기도 전 코로의 산책에나 어울려 줄 겸 그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해가 겨우 뜨기 시작하는 시간에 나가서 아라시야마를 만났다. 그리고 가장 확률이 높은 아라시야마의 미래가 언제나처럼 그 앞에 비췄다. 아라시야마의 미래는 확률적으로 행복한 경우가 많았다. 그는 객관적으로 운이 좋은 사내였다. 아주 좋은 하루일 경우가 3할, 평범하게 좋은 하루일 경우가 6할,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하루일 경우가 1할. 그리고 오늘은 바로 그 1할 중에서도 손에 꼽히게 최악이었다. 아니, 최악일 예정이었다. 새벽같이 아라시야마의 얼굴 한 번 보자고 잠을 포기하고 나온 진은 가장 확률 높은 미래에서 아라시야마가 날계란, 혹은 뺨을 맞는 것까지 보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피할 수 있는 미래다. 피할 수 있는 미래인데. 진은 이미 거기서부터 조금 화가 났었다. 안티 보더는 어디에나 있었고, 일정 부분 진 역시도 할 말 없게 만드는 합당한 주장과 의견이 있었기에 그들을 싫어하지도 않았다. 다만, 오늘 보이는 미래는 달랐다. 아라시야마를 공격하는 상대가 원하는 건 합의나 토론, 다른 방향으로의 발전이 아니라 모욕과 그 모욕으로 터져나올 만한 젊은 패기와 분노. 건방지고 폭력적이라고 볼 수 있을 행동거지들이었다. 그리고 현명하게도 아라시야마는 무척 부당하게 곤욕을 치루는 주제에 후배들을 감싸고 저 혼자 그걸 모두 받고 참았다. 아니, 참을 예정이었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이상 미래가 보이는 진만 아는, 속이 터지고 가슴이 무너져 내릴 일이었다. 화가 났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라고 해도 화가 나고 서러웠다. 그런데 아라시야마는 말하기도 힘든 걸 겨우겨우 설명해준 진의 말을 듣고 참으로 여상하게 되묻기만 했다.

 

'그 미래를 피하면 보더에 다른 불이익은 없을까?'

'아라시야마.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미래가 얼마나 험악한데 무슨 보더의 불이익을 따져. 그렇게 따지면 네가 다치는 게 제일 큰 불이익이라고.'

'홍보부대라고는 하지만 나도 아직 스무 살도 안 되었으니까. 그게 공개되면 보더 쪽이 훨씬 동정적 여론도 받을 거고. 물론 우리 대원들이 무서워하거나 슬퍼하는 건 조금 곤란하기는 하겠지만, 조금 참아주고 보더에 이익으로 돌아온다면 나는 참아도 괜찮은데.'

'......난 안 괜찮아.'

 

  진 유이치는 바로 거기서 정말 화가 났다. 별 다섯 개 짜리 화남 상태 진 유이치를 탄생시킨 건 바로 이 아라시야마의 진심 어린 말이었다. 그리고 정말 분한 건, 그런 아라시야마에게 진은 별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는 점이었다. 청년의 미간이 잔뜩 구겨졌다. 제 자신보다 보더의 안위를, 그리고 그로 이어지는 전체의 안전을 더 소중히 여기는 건 진도 아라시야마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아라시야마에게 있어서 보더는 굳건할수록 좋다. 그게 곧 그의 소중한 사람들의 안전과 그 사람들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길이니까. 진에게도 마찬가지. 진은 언제나 불가능한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가꿨다. 모두가 다치지 않고 행복한 세상은 진이 보는 시야에서 가장 멀지만 진이 제일 꿈꾸는 미래였다. 그렇게 우선순위를 줄세우다보면 진도 아라시야마도 자연스럽게 제 자신은 가장 뒤에 두기 마련이었다. 스스로의 가치를 머리로 알고 있으니 객관적으로 제 순서를 계산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자기 존중을 물 흐르듯 생략해버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진은 속이 상했다. 

  하지만 뭐라 말할 수 있을까? 이 주제에서 두 사람은 절대 서로를 이길 수 없었다. 꼭 닮아 있었으니까.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게 속상하다고 말하고 화내면 아라시야마는 사과하며 용서를 구하겠지만, 언젠가 진은 비슷한 상황에서 꼭 같은 결론을 내고 행동해버릴터다. 그 때 아라시야마는 슬퍼할지언정 진에게 화내지 않을테니 진이 여기서 화내는 건 공평하지 않았다. 머리로는 알았다. 머리로는.

 

  하지만 사랑이 어떻게 머리로만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는 감정이겠는가? 그게 가능하다면 인간이 아니라 신이었겠지. 고작 인간인 진은 아라시야마가 신경 쓰리라는 사실을 보았으면서도 입을 꾹 다물고 덧붙이는 말 없이 새벽에 그렇게 아라시야마와 헤어져버렸다. 그리고 보더에 와서 꼴사납게 제 분노를 허공에 쏟아냈다. 계속 제 안에 고아두었다가는 언제 어디에 쏟아부을지 몰라 무서웠으니 영문 모르고 진의 분노에 놀랄 사람들에게 미안했으나 별 수 없었다. 언뜻언뜻 보이는 미래에서 아라시야마는 가장 확률이 높던 미래를 피하고 안전하게 오늘의 일을 끝마쳤다. 새벽에 진을 만났다가 그렇게 헤어진 탓이지만, 진은 미간만 한 번 좁히고 말았다. 아라시야마가 육체적으로 고난을 겪을 미래는 이제 진과 아라시야마만 아는 과거가 되었는데도 속에 응어리 진 것은 그다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끝내 아라시야마가 달려올 때까지 진은 입을 꾹 다물고 보더 라운지의 한 자리를 지켰다. 그가 상냥하게 제 자신을 달래주면 아무리 계속 화내고 싶어도 결국 물에 들어간 솜사탕처럼 약해질 제 자신을 알았다. 이미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이치, 하고 다정하게 부르며 옆에 바짝 앉은 온기에 벌써 한 풀 꺾였다가, 손을 잡으며 다음부터 조금 더 조심하겠다며 속삭이는 말에 녹아버리겠지. 문제의 근본은 둘 모두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결국 눈 감고 눈앞의 달콤한 사실만 먹고 넘겨버릴 터다. 그 사실에 진은 조금 슬퍼졌다. 내가 죽어서 앞으로 오래오래 무사히 끝날 수 있는 일이 눈앞에 닥치면 나도 너도 스스로를 던져버리겠지만, 진은 좀 더 이기적이게 너는 안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너만큼은. 나는 늘 그런 사람을 사랑했고 그런 사람이라 사랑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두 명이나 잃은 진 유이치는 마지막까지 잃고 싶지 않았다. 

 

"진!"

 

  라운지로 들어오며 곧장 자신을 찾아 달려오는 연인의 조금 가쁜 숨과 걱정 어린 눈을 보며, 진은 눈썹을 한껏 내리며 속으로 서글픔을 삼켰다. 아직 보이지도 않고 찾아올 지 아닐지도 확신할 수 없는 미래에 서글픔을 느끼는 건 미래를 보는 진 유이치의 별 수 없는 성품이었다. 그리고 그 손을 잡고 서글픔에서 눈을 돌려 웃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건 아라시야마 쥰의 성정이었기에. 곧장 달려온 아라시야마가 흘러내리는 걱정을 참지 못하는 얼굴로 진의 손을 잡아 제 뺨에 대는 모습에 진은 조금 어색하게 웃어버렸다. 진의 표정이 안 좋다는 사실에 모든 걸 잊고 걱정하는 아라시야마가 좋았다. 이미 우울 속에 흔적도 없이 소강된 분노를 꺼내오는 대신 제 손에 닿은 아라시야마의 뺨을 손가락으로 살살 쓸며, 진이 어깨를 조금 늘어뜨렸다.

  그래, 또 다시 눈을 돌려 슬픔이나 우울 대신 너를 보고 있어야지. 그럼 뭐든지 괜찮을거라는 대책 없는 믿음이 슬쩍 찾아와 제 주변을 살짝 돌아다니는 것도 같았다. 위험한 미래 따위는 찾아오지 않으리라는 대책 없고 막연한 믿음. 팔을 뻗어 아라시야마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진은 깊은 숨을 뱉었다. 제 머리를 끌어안아 느리게 쓸어주기 시작하는 온기에 제 온몸을 맡기며, 그는 이곳이 보더 라운지라는 사실도 과감하게 눈을 감아버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