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AZUMA/NOVEL

축제, 집사.

별빛_ 2014. 3. 2. 18:30



 마타타기는 애써 불편한 기색을 숨기고 상냥한 척 미소지었다. 몸에 맞지 않는 각잡힌 집사복이 어색하기만 했다. 당장이라도 이 옷을 벗어던지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싶은 충동이 몇 번이고 솟구쳤지만 전교생이 참여하는 축제에 반 아이들 전부 자신과 비슷한 처지라는 것을 알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집사라니, 역시 불편하다고 생각하며 마타타기는 목을 단단히 죄는 타이를 조금 잡아당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타이틀이 '집사와 메이드 카페' 인 만큼, 허술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며 여자 아이들이 따가운 시선을 보내기는 했지만 지금은 손님들도 거의 없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며 마타타기는 주변을 눈으로 훑었다. 

 전 이나즈마 재팬 출신, 세계대회-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우주 대회-의 우승자 출신의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인 마타타기가 얼굴 마담격으로 존재하는 반이었기에 손님은 끊임없이 찾아왔었다. 지금도 손님이 몰렸다가 빠져나간 직후인지라 이렇게 사람이 적은 것이지, 곧 다시 가득 찰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잠깐의 휴식시간임을 선명하게 자각하며 마타타기는 다시 한 번 숨을 내쉬었다. 어색하지 않게 웃어주는 것이 이제는 낮설어서 얼굴에 경련이 날 것 같았다. 예전엔 너무 당연하게만 웃었었는데.

 이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하며 손가락으로 제 뺨을 꾹꾹 누르던 마타타기는 문이 열림과 동시에 반사적으로 인사하며 미소지었다. 눈을 접어 부드럽게 휘면서 짜증어린 제 눈을 자연스럽게 감추었다. 그리고, 손님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진심으로 다시 웃었다.

"캡틴!"

"마타타기, 안녕! 축제라기에 구경 왔어!"

"...캡틴밖에 안보이나 보네, 마타타기군 눈에는."

"반겨 줄 필요를 캡틴 외에 못느껴서."

 텐마를 선두로 한 이나즈마 재팬, 아니 그리 알려진 어스 일레븐들의 등장에 마타타기의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미나호가 슬그머니 불만을 제시하는 것도 코웃음을 치며 받아쳤다. 상냥한 척 웃는 얼굴에서 벗어나 자신만만한 미소가 입에 걸렸다. 어스 일레븐들이 각자 자리를 잡아 앉는 것에 마타타기가 주문서를 들고 그들의 앞에 섰다. 반듯한 집사복차림의 마타타기를 보며 텐마가 웃으며 말을 걸었다. 

"잘 어울려, 마타타기."

"고마워. 뭐, 난 별로 맘에 안들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옷깃을 정리하는 마타타기의 모습은 정말로 불만스러움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아서, 텐마는 키득키득 웃었다. 다른 동료들은 이곳 저곳 꾸며져 있는 마타타기의 반을 두리번거리는 데에 정신이 없었다. 조금 생소한 사복 차림의 그들을 보며 마타타기가 주문서를 어깨에 걸치며 뻔뻔하게 물었다. 

"그래서 주문은? 열 두 명이나 왔으니까... 아니, 열 한 명이네?"

"그게, 이부키도 틀림없이 같이 왔는데 중간에 없어졌더라구."

한 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묻는 마타타기의 모습에 텐마가 변명하듯 설명해주었다. 멋쩍은 표정의 텐마를 보며 마타타기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미안하다는 듯이 텐마가 미소지었다. 텐마가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마타타기는 어색하게 시선을 피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도가 벽 한 쪽에 달려 있는 주문표와 계산서를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제일 비싸고 맛있는 것으로 열 한 개 부탁해."

"에엑?! 신도 상, 무리하실 필요 없어요! 저희도 돈 가지고 있고, 그러니까..."

"괜찮아. 우르르 몰려왔는데 이정도면 매상은 괜찮겠지, 마타타기?"

그렇게 말하면서 제 지갑을 꺼내드는 신도를 보며 마타타기는 속으로 감탄했다. 과연 신도 가의 후계자. 학교 축제에서 하는 카페인지라 그리 값이 비싸지 않다는 것도 있지만 열 한 명의 값을 한번에 치르는 것은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부의 차이란 건 이런 건가. 그리 생각하며 마타타기는 주문서에 신도의 요청 그대로를 써넣은 뒤 음식 담당에게 넘겼다. 

그리곤 다시 돌아와 어스 일레븐의 옆에 앉았다. 시선을 돌려 주변을 바라보니, 이미 선망과 기대의 시선 비슷한 것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마타타기는 혀를 찼다. 귀찮은 일이 생길 거라는 확신이 강하게 밀려왔다. 도망칠까. 마타타기가 가늘게 뜬 눈에 그런 고민이 어렸다. 그걸 민감하게 잡아낸 미나호가 빙그레 웃었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모든 모습을 옛 어스 일레븐의 주장으로서 전부 발견한 텐마는 한숨 비스무리한 어색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곧 이곳을 탈출한 마타타기를 볼 수 있을거라는 강력한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