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AZUMA/NOVEL

키나코, 그 날의

별빛_ 2014. 4. 11. 22:10



"나노바나."

아아, 역시 너에게만큼은 말하고 싶지 않았어. 키나코는 제 속피부를 잘근잘근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저 시선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무슨 감정이 한가득 담겨 있을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보고 싶지 않았다. 다만 저 자신이 꽤나 우스운 표정을 짓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뚜렷하게 알 수 있었다. 죄책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알고 있었다. 네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도. 그리고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것도. 

하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아니었다. 나의 감정도 아니었다. 그저 나의 아이의 안전을 위해 뛰어넘어 온 시간이고 공간이었다. 아이를 위해서 온 곳에서 집중해야 할 사람은 페이였다. 나의 풋사랑이 아니었다. 

하지만 너는 아니었다. 네 감정은 소중했으므로 나는 차라리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 나를 좋아해주는 걸까 원망스럽기도 했다. 나는 이렇게나 꼴사나운 인간이었다. 

"─────키나코."

아아, 하지만 내가 사랑한 이 사람은 어쩜 이리도 상냥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