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키는 불편한 심정을 담아 미간을 찡그렸다. 수려하게 잘생긴 얼굴에 잡힌 주름에 곧장 항의를 내건 사람은 사와무라였다. 아, 좀! 가만히 있어주십쇼! 당당히 외치는 그 목소리에 미유키는 조금 기가 차기도 했다. 애초에 지금 상황이 불편한 이유가 무엇인데. 미유키는 그렇게 사와무라를 탓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못해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샅샅히 살펴보는 것 같은 사와무라의 시선을 보면 그 말마저도 쏙 들어가버리는 것이었다. 막 저물기 시작하는 태양을 그대로 빼닮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사와무라에게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고, 미유키 카즈야는 그 무언가가 자신에게만 있는 게 아니기를 마음 속으로 소망할수밖에 없었다. 잔뜩 집중하고 있던 탓에 비죽 튀어나온 아랫입술이며, 노려보는 것에 가까운 눈매마저도 온전히 사랑스럽다고 여기는 것은 아마도 미유키가 품고 있는 감정이 특별한 탓이겠지만.
“그래서 사와무라, 지금 뭐 하자는 건데?”
“관찰중임다. 말 걸지 마십쇼!”
“관찰? 나를?”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 내 탓인가? 미유키는 무심코 그렇게 생각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미유키의 방으로 쳐들어와서는 자리에 주저앉아 한마디도 없이 미유키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고 있는 사와무라 쪽이 평소답지 않았다. 사와무라? 결국 미유키가 먼저 입을 열어 다시 한 번 그를 불렀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황금의 눈동자를 몇 번이고 깜박이던 에이준이 그 표정에 묘한 감정을 새겼다. 뾰로통하면서도 불만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만족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
오른손으로 턱을 괸 사와무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 고양이를 빼닮은 첨예한 눈이 곱게 빛났다. 그 시선이 온전히 미유키를 향해 있어서, 그는 알게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오늘따라 얘가 왜 이래? 동시에 당혹스럽게도 했다. 뭘 잘못 먹었나 싶기에는 세이도 야구부의 식사는 다 같이 먹었으니 그건 아닐 터고, 벌칙게임인가 싶기에는 사와무라의 태도가 너무 진지했다. 미유키는 한 층 더 의문에 쌓여 다시 한 번 사와무라에게 묻기 위해 입을 열려 했다. 사와무라의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그랬다.
“역시 진짜 잘생겼네요, 미유키.”
“......어?”
“잘 생겼어.”
인정할수밖에 없네! 쳇, 재수없슴다! 그리 중얼거리며 제 고개를 주억거리는 사와무라를, 미유키는 황망하게 바라보았다. ...내가 뭘 들었지?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여전히 사와무라는 미유키의 앞에서 그를 보고 있었다. 찬찬히 뜯어보는 시선과 홀로 납득한 듯 고개를 주억거리는 모습. 그 모두가 미유키의 청력이 멀쩡하다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미유키는 제 표정이 이상하지 않기를 간절히 빌었다.
“이건 또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저희 반 여자애들이 얘기하는 소리 들었슴다.”
미유키 선배 인기 많던데요? 그리 말하는 사와무라는 살짝 기분나빠보이기도 해서, 미유키는 실없이 설레려는 제 감정을 애써 억눌렀다. 아마 사와무라가 그래보이는 이유는 그의 착각이거나, 썩 좋아하지도 않는 선배의 이야기를 자꾸 들은 탓일 테니까.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비참해지는 심정을 힘껏 갈무리하며 미유키는 곱게 미소지었다. 사와무라가 인정했을 정도로 잘생긴 얼굴에 피어나는 수려한 미소에 사와무라가 반사적으로 미간을 찡그렸다. 머리카락 사이로 언뜻 보이는 귓가가 슬쩍 붉었다.
“그래서, 그 ‘잘생긴’ 얼굴을 관찰한 감상은?”
“하아?”
“멋대로 관찰했으면 감상 정도는 본인에게 제출해야 하는 거 아니야?”
잘생겼다, 인정할수밖에 없다, 재수없다. 그게 전부는 아닐 거 아냐? 심술궂게 웃으며 정당한 요구를 들이미는 미유키를 보며, 그제서야 사와무라가 곤란한 표정을 지어냈다. 아, 진짜. 뭘 듣고싶어함까! 진짜 재수없슴다! 그리 소리치는 사와무라를 보며 미유키가 키득키득 웃었다. 어이, 나 선배라고? 말투 좀 보게. 그리 말하며 적당히 꿀밤을 먹이는 미유키의 손길에 사와무라는 기겁을 했다.
“아, 진짜! 저 갈검다!”
“그래. 가라, 가.”
제멋대로 들어온 것은 그쪽이면서 소리치는 말투는 당당하기 짝이 없었다. 문고리에 손을 얹고 그것을 돌리며, 몸을 방 밖으로 빼내기 직전 사와무라는 한 번 뒤돌아보았다. 자신을 보는 그 시선에 미유키는 한 번 눈썹을 치켜올렸다. 더 할 말 있어? 표정으로 그리 묻는 미유키를 보며,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던 사와무라가 다시 시선을 맞춰왔다. 어쩐지 그 뺨이 불그스름한것도 같았다.
“멋있슴다.”
“뭐?”
“감상, 멋있다구요.”
물론!! 그보다 더 재수없는 안경이지만!! 그리 소리치며 진짜로 나가버리는 사와무라의 뒷모습을 끝까지 보지도 못하며, 미유키는 제 침대에 얼굴을 박았다. 안경이 얼굴을 찔러와 아프기는 했지만, 그런 데에 쏟을 정신도 없었다.
직구를 잘 던지는 녀석이라는 것 정도야 당연히 알고 있었다만, 이렇게 정중앙에 시속 150km짜리 직구를 던져댈줄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와무라가 말을 끝내자마자 나간 게 천만다행이었다. 미유키는 제 붉어진 얼굴을 어찌 수습해야 할지 몰라 쩔쩔맸다.
매일 저렇게 직구만 던져대는데, 어떻게 한 번 치지를 못하냐고. 미유키는 한탄을 담아 중얼거렸다. 제 얼굴을 쓸어내리는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와 되게 의미없고 내용없는 글... 그냥 부끄러워하는 미유키랑 직구던지는 에이준이랑 에이준이 던지는 직구 못치는 미유키가< 보고싶었습니다... 미사와 행쇼 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