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마사, 짝사랑

2016. 4. 27. 00:44 from INAZUMA/NOVEL



 사랑을 한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적어도 카리야 마사키에게만큼은 그랬다. 좋아하는 사람이 타인을 좋아하는 기색을 종종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랬고, 좋아하는 사람이 동성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랬다. 그 외 소소하면서도 아주 많은 부분에서 카리야의 첫사랑은 엉망진창이었고, 그는 일치감치 제 사랑이 망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뤄질 가능성이 요만큼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놓고 망했다. 어디서 어떻게 수습해야 할 지 모르겠을 정도로. 문제는 그 망가진 것을 도저히 버릴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사랑은 처음이었고, 버리는 법은 당연히 몰랐다. 솔직한 심정을 살짝 드러내보자면 버리고 싶지도 않았다. 엉망진창에 가망없음까지 덧붙여져스스로 절망적이라고는 평가를 내리고 있기는 해도 결국 소중한 첫사랑이었다. 그렇기에 카리야는 일단 그것을 쥐어들고 가보기로 했다. 언제 이 사랑이 깨어져 자신을 찔러댈지, 그리고 언제 자신이 지쳐 쥐고 있는 이것을 놓게 될 지는 본인도 몰랐지만, 그래도 이 순간만큼은 소중히 그것을 품고 있기로 소년은 정했다.



 * 



 카리야는 이성에게 약했다. 기본적으로 자신과 다른 성별의 사람이라는 점에서 쉽게 대하기 힘들었고, 대다수의 여자아이들이 꽤나 능력있는 축구선수인 카리야보다 신체적으로 약하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랬다. 햇님원에 들어가게 된 이후로는 히토미코의 영향도 제법 있었고. 그 전에는...... 어린아이는 엄마에게 약한 법이었다.

 결론만 간단히 말하지면 카리야는 제 주변을 둘러싸고 재잘재잘 말보따리를 풀어놓는 여자아이들에게 한 마디 하여 그녀들을 쫒아낼 마음이 없었다. 소녀들 사이에는 아오이가 끼어있었고, 바로 근처에 앉은 텐마나 신스케는 호기심 넘치게 듣고 있는 모양이었으니 카리야도 별 수 없이 침묵했다. 츠루기가 있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랐을지도 모르겠지만, 츠루기는 카게야마와 함께 다른 반이었으니. 그렇기에 카리야는 피하는 대신 그녀들이 풀어내는 이야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것저것 순식간에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화제에 적당히 응해주며 고개를 끄덕이며 시간을 죽이고 있던 카리야는, 그 중 한 소녀의 말에 살짝 입매를 굳혔다. 


“카리야 군은 좋아하는 사람 있어?”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소재는 언제나 가리지 않고 잘 통하는 소재였고, 카리야는 그 외모와 성격과 특유의 매력. 명성 높은 축구부의 1군 부원이라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로 인해 반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소년이었다. 짧은 질문에 은근한 분위기가 흘렀다. 소리없는 시선이 쏠렸다. 정작 카리야 본인은 그 질문에 당황하여 침묵한 탓에 그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 아오이는 짧게 입가를 가리며 눈을 깜박였고, 텐마와 신스케는 순수하게 의문을 담아 궁금하다는 듯 눈을 빛냈다. 카리야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 질문에 불쑥 튀어나온것은 카리야가 한쪽에 처박아 방치해둔 사랑이었으나 그것은 쉬이 내놓을 수 없는 종류의 것이 아닌가. 몇 번이고 머뭇거리던 카리야가 슬쩍 시선을 텐마에게 던졌다. 카리야가 세상 가장 의지하고 있는 것은 사람보다는 축구였고, 텐마는 그 축구부의 주장이었다. 더군다나 텐마의 천성과 이제껏 겪어온 사건들이 모조리 뒤섞여 축구부의 대다수는, 그 중에서도 텐마의 동급생들은 알게모르게 텐마의 말에 의지하는 경향이 컸다. 카리야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고 흘러나오는 답을 청하는 시선에 텐마는 고개를 갸우뚱했다가 씩 웃었다. 카리야는 그것에 적당히 답을 찾았다. 텐마가 준 답인지, 본인이 정한 답인지는 몰랐다만 그것으로 마음 한 편 위안을 얻은 것으로 충분했다.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입 밖으로 흘러나온 것은 일말의 진실이었다.


“있어. 좋아하는 사람.”

“엑, 정말? 누군데?”

“그건 비밀이야.”


 같은 부 같은 포지션의 선배라고는 절대 말 못하지. 카리야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카리야의 말에 텐마나 신스케도 의외라는 듯 눈을 둥글게 뜨기는 했지만 괜히 말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여자아이들은 폭탄이라도 떨어진 것처럼ㅡ물론 폭탄선언에 가깝기는 했다ㅡ재잘재잘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 말들에도 카리야는 입을 다물었다. 몇 번이고 되묻고 캐물어도 한 마디 벙긋하지 않는 소년을 보며 소녀들은 적당히 포기했다. 그럼에도 소근거리는 말소리가 남았다. 다시 한 번 언급하건대 카리야는 제법 인기가 높은 소년이었고, 그런 소년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틀림없이 이슈가 될만한 일이었다. 소년은 제 또래 축구부 소년들과 어울릴 뿐 여자아이와 자주 어울리는 사람도 아니었다. 분홍빛 달콤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소년의 삶 어디에 솜사탕같은 무언가가 끼어들었을까. 그리고 소년에게 그것을 만들어준 소녀는 누구일까? 그것을 추측하는 것도 그녀들에게는 하나의 재미였다. 그런 소녀들의 모습을 보며 카리야가 고개숙였다. 그녀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반짝반짝 색 고운 사랑이 아니라는 것에 일견 미안하기도 했다. 그가 품은 첫사랑은 멍투성이의 실패작이었으니까. 실내화 안쪽의 발가락을 오무리며 카리야가 한숨을 삼켰다.

 카리야가 하나 간과한 것이 있다면, 그는 생각보다 더 인기가 많았고, 듣는 귀가 꽤 많았으며, 소문이 도는 속도는 그 무엇보다도 빠르다는 점이었다. 



 * 



 카리야는 숨을 몰아쉬며 끈적하게 묻어나는 땀을 닦아냈다. 벅차게 힘들었다. 그저 제 생각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체감하기에 오늘따라 유독 디펜스진의 훈련이 고됬다. 그 훈련을 이끌어낸 사람의 뒷모습을 잠깐 보았던 카리야가 고개를 돌렸다. 어쩐지 평소보다 키리노의 기분이 꽤나 나빠보였지만 착각이겠거니 싶었다. 그의 기분이 나빠질 일이 어디있을까. 더군다나 키리노의 책임감이라는 것은 그리 작은 것이 아니어서, 기분이 불쾌해질만한 일이 있었다 하더라고 대놓고 부활동에 티를 낼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매니저가 건내주는 드링크를 감사히 받아마시며 카리야가 길게 숨을 뱉었다. 그 때 키리노가 몸을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카리야는 엷게 찡그려지는 미간을 보았다. 그 엷은 가을하늘색 눈동자에 차오른 감정까지도. 그렇기에 덩달아 표정을 굳혔다. 뭐지, 왜 그러지. 카리야는 찌푸려진 키리노의 표정에서 불만을 읽었다. 못마땅함과 섞여있는 무언가를 보았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카리야는 빠르게 제 하루의 일과를 짚어보았다. 그리고 의문을 품었다. 키리노가 카리야에게 그런 감정을 보일 이유가 없었다. 적어도 오늘 하루 카리야는 얌전했다. 그 전을 따져보아도 키리노가 새삼 이제와서 불만을 표시할만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키리노도 한 가지 일을 오래 품어놓는 사람이 아니었다. 바로 달려와 따진다면 모를까. 그렇기에 카리야는 어리둥절하게 눈을 깜박였다. 키리노가 다가와 카리야의 앞에 섰다. 


“카리야, 너......”

“네?”

“......”


 무언가 말하려하던 키리노는 침묵했고 카리야는 그 침묵을 견디기 힘들었다. 의아하다는 듯 얼굴을 구기고 표정으로 대답을 요구하는 카리야를 보며 키리노는 몇 번이고 망설였다. 달싹거리는 입술이며 시간이 지날 때마다 묘하게 찡그려지며 심란함을 표하는 얼굴을 보며 카리야는 의문에 색을 입혔다. 점점 이해하기 힘들기만 했다. 키리노 선배? 결국 입을 열어 그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그제서야 키리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좋아하는 사람 있다며?”

“하아?”


 고작 그거?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키리노가 저렇게나 망설이며 내놓은 물음은 상상 이상으로 사소해서 카리야는 저게 본론이 아니라는 결론까지 내렸다. 뭔가 거창한 본론이 있는데 말하기 어려우니까 먼저 묻는 작은 일 아닐까. 분위기를 풀기 위해 던지는 농담처럼. 그 생각이 너무 그럴듯해서 카리야는 납득했다. 동시에 자학 수준의 우스움도 있었다. 당신입니다만, 그 좋아하는 사람. 카리야는 그 말을 속으로 삼켰다. 이제껏 숨겨온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말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렇기에 카리야는 아무것도 아닌 척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동시에 은근한 놀라움도 있었다. 그 사실을 입 밖에 낸 것이 고작 몇 시간 전 점심시간이었다는 것을 생각하고 키리노가 카리야와 동급생이 아니라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소문 돌아가는 속도가 보통이 아니었다. 


“네, 뭐.”

“누군데?”

“그걸 꼭 선배에게 말해 줄 필요는 없지 않나요.”


 틀린 말 하나 없었다. 카리야가 좋아하는 사람이 키리노 장본인이라는 점을 제외하여도 그랬다. 품고 있는 감정의 색을 제외한다면 그 둘의 사이는 결국 같은 부 선후배, 더 높여봐야 그 앞에 ‘친한’정도의 타이틀이 전부. 그 이상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후배가 선배에게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말할 필요성은 없었으니까. 카리야의 말은 합당했기에 키리노는 별 말 없이 입을 다물었다. 그럼에도 표정 한 구석 석연찮다는 못마땅함은 고스란히 남아있어서 카리야는 고개를 갸우뚱했다가 대충 덧붙였다. 


“딱히 그걸로 축구부 연습에 소홀해진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나도 알아.”


 카리야 넌 그럴 애가 아니니까. 그리 말하며 키리노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 모습에 카리야가 미간을 좁혔다. 그럼 뭐에요? 쏘아붙이듯 말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솟아났지만, 적당히 삼키며 카리야가 몸을 돌렸다. 키리노도 카리야를 붙잡지 않았다. 

 도중 카리야가 작은 의문을 하나 품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결국 말하고 싶던 본론이 뭐였는데요? 되물을 자신은 없었기에 그대로 삼켜버린 의문이었다.



 * 



 신도는 벽에 머리를 박는 키리노의 모습을 웃는 얼굴로 지켜보았다. 우아하게 차를 마시는 행동 역시도 덧붙여졌다. 평소 여러가지 의미로 능숙하기 그지없는 그지없는 친구가 밑도 끝도 없이 삽질을 퍼나가는 모습은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꽤나 즐겁기도 했다. 솔직한 심정을 조금 더 말해보자면 좀 신기하기도 했다. 소꿉친구이자 언제나 좋은 조언자였던 키리노가 쩔쩔매거나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은 낯설기도 했으니까. 물론 나쁜 의미로 그러는 것도 아니었고, 호불호를 따지자면 명백히 호로 기우는 감정이었기에 신도는 여유롭게 키리노가 진정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넋빠진 얼굴로 몇 번이고 벽에 머리를 박던 키리노는 몇 분이 더 지나서야 기운 빠진 모습으로 소파에 앉았다. 그 입에서 약간 갈라진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내가 왜 물어봤을까...”

“그래도 누굴 좋아하는지 확답은 못 들었잖아?”

“상대가 있다는 확신을 들어버렸잖아...”


 망했어... 물론 처음부터 망한 채로 시작했었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키리노가 그리 중얼거리며 소파 쿠션에 머리를 박았다. 그리고 퍽퍽 화풀이에 가까운 주먹질을 시작했다. 쿠션이 바람빠진 비명을 질렀지만 그에 신경쓸 정신은 없었다. 그런 키리노를 보며 신도는 알게모르게 고개를 갸우뚱했다. 신도가 딱히 연애적인 의미의 눈치가 빠른 사람은 아니라고 하나, 키리노를 오랫동안 소꿉친구로 두고 있던 사람으로써 찾아오는 은근한 감이 있었다. 키리노와 대화하고 있다보면 가끔 카리야의 시선이 느껴졌으니까. 우물쭈물. 은근히 떨떠름하면서도 차마 말을 걸지 못해 넘어가는 시선. 신도는 그것을 떠올리며 한창 우울함에 빠진 친구를 보았다. 제 친구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울적해하고 있지만, 어쩌면 두 사람의 감정은 크게 엇나가지 않은 상태가 아닐까. 신도는 두 사람의 감정의 방향을 대충 눈치채고 웃었다. 하지만 신도는 카리야 본인이 아니었기에 그 사실을 입에 담지는 못하고 그저 제 벗을 다독여줄 뿐이었다.


“혹시 모르잖아? 카리야가 좋아하는 사람이 키리노일지도.”

“그럴리가 없잖아...”


 애초에 동성이다. 키리노가 제일 먼저 제 사랑을 깨닫고 절망한 것도 그 부분이었다. 다른 여학생들에게 뜨거운 인기를 얻는 화려한 외모도 남에게 남자답다거나 친절하다는 식으로 평가받는 성격도 도저히 내세울수가 없었다. 아니, 내세워보았자 네네, 선배 참 잘났습니다. 그 이상의 반응이 나오지 않을 게 뻔했다. 약간 사람을 긁는 듯한 얄미운 말투. 비웃음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미소. 그럼에도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겠는 그 표정. 키리노는 눈 앞에 재생되려는 영상을 억지로 치워내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애초에 신도에게 좋아하는 사람을 이야기해 준 이유도, 키리노의 자의라기보다는 신도가 반 쯤 먼저 눈치채서 넌지시 물은 것에 머뭇거리며 답해준것에 가까웠다. 신도가 먼저 알아채지 않았다면 절대 먼저 말하지 않았으리라. 조금씩 사회의 시선이 괜찮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동성애는 딱히 환영받는 대상은 아니었다. 거기에 사심없이 순수하게 따르는 후배를 욕심내는 선배라니 정도가 있지. 또다시 울적한 표정을 짓는 키리노를 보며, 신도가 홍차를 따라 건내주었다. 오랜 벗의 배려에 감사하며, 키리노가 그것을 받아들었다. 찻잔의 표면은 따뜻했다.



 *



 집에 돌아온 키리노는 제 침대에 몸을 묻고 눈을 깜박였다. 마음이 지금보다 더 진정된다면 신도에게 사과해야할 것 같았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심히 충격을 받은 나머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새삼 따져보니 진상도 그런 진상이 없었다. 키리노는 새삼 쪽팔림에 이불을 차며 베게에 얼굴을 묻었다. 카리야에 대한 원망도 치솟았다. 동시에 강한 의문 역시도. 누구지, 좋아하는 사람. 조금 식은 머리는 그제서야 좀 합리적인 생각을 돌리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같은 반 클레스메이트일 확률이 좀 높았다만, 그렇다면 같은 반인 텐마나 신스케가 모를 리 없었다. 아닌가? 그 둘이면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소라노라면 알았겠지? 그것도 아닌가? 키리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텐마는 믿음직스럽지는 못해도 굳게 신뢰할 수 있는 라이몬 축구부의 캡틴이었고 신스케는 든든한 골문의 수호신이기는 했다만 그들이 눈치가 뛰어나 카리야의 감정선을 눈치챌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부정의 답을 내놓을수밖에 없었다. 소라노는 그 둘보다야 훨씬 예리했지만, 카리야가 제 감정 숨기는 솜씨가 하도 능숙하니. 애초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이번에 소문이 돌고 나서야 처음 알았다. 키리노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하나 더 깨닫고 다시 한 번 머리를 박았다. 그렇다면 카리야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어쩌면 키리노가 카리야에게 반하기 훨씬 전부터일지도. 빌어먹을. 키리노는 욱신욱신 쑤시는 제 심장깨를 매만졌다. 고작 그 가정 하나에 마음이 아팠다. 


 누구냐고. 차라리 빨리 팬심이라고 말해줘. 토미나가 쥰. 카리야 통칭 쥰쥰. 그 아나운서. 카리야가 진짜 좋아해서 볼때마다 질투나 죽겠는 그 사람이라고 말해준다면 차라리 낫겠다. 그건 그나마 연애적인 의미가 아니라 팬심으로 좋아해주는 거니까. 물론 단순한 팬심이어도 카리야에게 사랑받는다니 부러워 죽겠지만. 키리노가 우울한 심정으로 중얼거렸다. 카리야가 바보도 아니고. 그 좋아한다와 이 좋아한다의 의미가 명백히 다르다는 것 정도는 모를 리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 소문이 돈 좋아하는 사람은 연애적인 의미겠지. 다른 여자아이. 정체 모르고 얼굴도 모를 그 행운아와 손을 잡고 싶고, 품에 끌어안고 싶고, 같이 웃고 싶고, 가끔 입도 맞추고 싶은. 키리노가 카리야에게 그런 것처럼......

 빌어먹을! 키리노가 주먹으로 벽을 쾅 내리쳤다. 얼얼하게 손이 아팠지만 그에 신경이 뻗치지도 않았다. 본인이 떠올린 상상에 본인이 상처받았다. 우울하게 고개를 쳐박으며 멍하게 눈을 깜박였다. 맑은 색 눈이 잔뜩 찌푸려졌다. 괜사리 돌아보게 되는 것은 과거의 일이었다. 처음 카리야와 만났을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키리노는 독백하며 웃었다. 이렇게 좋아하게 되기는 커녕, 좋은 선후배로 지낼 수 있을지도 불확실했다. 의심하고 불신하고. 카리야에게 괴롭힘당하고. 그런 카리야가 짜증스럽고 불만스럽고. 물론 금방 풀어지기는 했지만 한 때 가졌던 감정임은 확실했다. 그 감정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변해야 이런 사랑이 될 수 있는지. 키리노는 마음의 대단함에 한탄했다. 사랑의 대단함에 기가 찼다. 같은 축구부 후배. 같은 포지션이기까지 해서 옆자리에 서서 플레이하는 시커먼 남자애 어디가 그렇게 사랑스러워서 반했냐, 키리노 란마루. 스스로에게 자문하며 키리노가 짧게 웃었다. 손으로 눈가를 감쌌다. 대답할 구석이 너무 많아서 할 말이 없었다. 제기랄. 사랑스럽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 



“선배, 어디 아파요?”

“아니.”


 아닌 것 같은데. 카리야는 불신을 담아 엷게 미간을 좁혔다. 제 스스로 안녕을 주장하고 있다고는 하나 키리노의 상태는 좀 이상했다. 넋을 빼고 있다고 해야 할까. 정신이 없다고 해야 할까. 기운이 없다고 해야 할까. 좀 힘들어하는 것 같기도 했다. 넷 전부 다 맞는 것 같아 보이니, 역시 아픈 게 아닐까? 카리야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라이몬의 운동장은 넓었고, 체육시간이 겹친다고 해서 다른 반 다른 학년의 선배를 만날 일은 드물었지만 오늘은 그 드물게 만나는 날이었다. 카리야는 그 행운에 감사했다. 목요일 3교시의 체육시간. 키리노도 마찬가지로 같은 시간 체육수업이 들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운동장에서 제대로 마주쳐 대화까지 나눈 것은 처음이었다. 운 좋게 마주쳐도 기껏해야 손 흔들어 인사하는 게 고작이었는데. 그리고 그정도 행운에도 감사해서 그 날 하루는 내내 기분이 좋을 정도였는데. 두 체육선생이 잠시 자리를 비운 터라 학년의 구분없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어서 키리노에게 다가가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카리야는 물끄러미 키리노를 바라보았다. 행운에 대책없이 감사하기에는 키리노의 상태가 염려되었다. 어제의 묘한 위화감도 몸이 아파서였나? 그리 말한다면 납득되었다. 동시에 불쑥 찾아오는 것은 염려였다. 아픈 주제에 쉬지도 않고 여기서 뭐하는 거래. 걱정 잔뜩 묻은 툴툴거림이 절로 새어나왔다. 당연히 내뱉을 수 없는 것들이었기에 모두 속으로 꿀꺽 삼키며 카리야가 키리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키리노가 고개돌려 카리야를 바라보았다. 


“역시 쉬는 게 좋지 않겠어요, 선배?”

“괜찮다니까, 카리야.”

“별로 안 괜찮아 보이니까 하는 소리잖아요.”


 라이몬 디펜더의 핵심이라는 사람이 자기 몸 하나 관리 못해서 되겠어요? 카리야가 능청스러운 척 덧붙였다. 키리노가 아픈 모습을 보면 신경이 과하게 쏠려버렸다. 제 상태를 온전하게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애초에 좋아하는 사람의 아픈 모습따위 보고싶은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물론 그 사실을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 그렇기에 대신 입 밖으로 나오는 말들은 일종의 투덜거림이었다. 선배가 아프면 같은 포지션인 제 쪽이 곤란하다고요. 애초에 플레이적으로 같이 활동하는 일 꽤 많고. 이만큼 같이 시간 보냈으면 알 법도 하지 않아요? 후배 고생시키지 말고 빨리 양호실이나 가요. 그리 말을 붙이는 카리야를 키리노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소리없이 침묵하는 키리노의 모습에 카리야가 덩달아 입을 다물었다. 둘 사이에 느릿한 침묵이 흘렀다. 카리야가 의아함과, 미약한 설렘과, 그를 모조리 뒤덮는 걱정을 담아 키리노를 올려다보았다. 살짝 찌푸려진 미간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기우뚱 고개를 기울이는 카리야를 보며 키리노가 물었다. 


“날 걱정하는 거야?”

“......뭐, 그런데요.”


 여기서는 부정해봤자 도리어 이상하게 보일 뿐이었다. 후배가 선배를 걱정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카리야는 스스로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키리노의 표정이 묘하게 구겨졌다. 일견 쓰게 웃는 그 표정을 보고 카리야가 의문을 품기도 전에 다시 말끔한 표정으로 돌아온 키리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내밀었다. 


“갈게. 양호실.”

“그러세요.”


 입으로는 대답하면서도 키리노가 내민 손에 시선이 닿았다. 무슨 의미지. 뭘 달라는 건가. 물이라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카리야는 반사적으로 그 위에 제 손을 얹었다. 반쯤, 사실은 반 이상 흑심이 섞여있기도 했다. 잡으라고 내민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렇게 변명할수도 있었고. 일견 곱상하게까지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선 짙고 남자다운 손이었다. 카리야가 살짝 닿을 정도로 내민 손을 강하게 마주 잡았다. 어라? 하고 중얼거리기도 전에 키리노가 몸을 돌려 그를 이끌었다. 키리노 선배? 카리야가 당혹을 담아 그 이름을 불렀다. 카리야의 손을 잡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키리노는 부름에도 돌아보지 않았다. 카리야는 더 부르는 대신 입을 다물었다. 더 입을 열었다가는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릴까 무섭기도 했다. 사실 잡힌 손에서도 맥박이 전해지지나 않을지 걱정이었다. 무슨 고집을 부리는 것인지, 혹은 심술을 부리는 것인지는 몰랐다만 이런 것이라면 달갑게 받을 수 있었다. 뺨이 붉어지거나 수줍은 얼굴을 짓고 있지는 않겠지. 그냥 선배가 끌고가는 것을 따르는 후배로 보이겠지. 카리야는 약간의 걱정과 그를 모조리 뒤덮는 설렘을 삼키며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심장소리가 뜨거웠다.



 * 



 카리야는 보건실 침대에 누워 발끝을 까딱이고 있는 키리노를 바라보았다. 일단 손을 잡았다는 사실 하나가 너무 좋아서 별 생각없이 여기까지 오기는 했다만, 앉아서 할 일도 없었다. 키리노가 쉬어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도리어 빨리 돌아가던가 해서 자리를 비켜주는 게 답인것같기도 했다. 어떻게 할까 싶어 머뭇거리는 카리야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키리노는 눈을 깜박이다가 카리야를 돌아보았다. 양호실에서 시선 둘 데도 없어 이리저리 둘러보던 카리야가 몸을 떨었다. 은근히 긴장하는 카리야의 모습을 보며 작게 웃은 키리노가 손짓했다. 카리야가 선뜻 그 옆에 다가갔다. 가까이 카리야의 손목을 붙잡은 키리노가 그 손을 제 이마와 눈가에 겹치게 얹었다. 그 행동에 카리야는 하마터면 펄쩍 뛸 뻔했다. 이이이런, 미친. 카리야는 험한 말 튀어나오려는 입술을 깨물었다. 손을 잡은 것과 얼굴에 손이 닿은 것은 차원이 달랐다. 목구멍으로 심장이 튀어나올만큼 놀란 카리야는 제 긴장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애를 썼다. 물론 효과는 미미했다. 


“왜 그래요? 키리노 선배.”

“그냥 쉬기 심심하니까 뭔가 말이라도 해 봐, 카리야.”


 그 말에 어쩐지 은근한 웃음기가 섞인 것도 같았다. 양호실에 오기 전보다 훨씬 기분좋아 보이기도 했고, 잔잔하게 내리깔리는 그 목소리마저 좋았다. 지금 손에 땀 차는 건 아니겠지. 그건 진짜 최악인데. 카리야는 진심으로 걱정하면서도 머리를 뒤졌다. 떠오르는 것은 축구부 이야기밖에 없었다. 축구부가 아니어도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모조리 축구부원들이니. 애초에 둘의 공통점이자 합의점이 그것 하나뿐인데 따지고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으음. 잠시 고민하던 카리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에, 작년이었던가. 합창 시험을 본 적이 있었는데요...”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횡설수설에 두서없어서 말하는 카리야가 부끄러워 머리를 박고싶은 심정이었지만, 듣는 키리노는 꽤 즐거워보였다. 청자가 좋게 굴어주니 화자가 안심하는 것도 당연한 절차였다. 좋아하는 사람과 단 둘이라는 점에서 남는 묘한 긴장감을 제외한다면 카리야의 분위기도 한껏 나긋해졌다. 키리노가 아픈 사람이고, 이곳은 양호실이라는 점에서 평소에 걸치고 있는 자조에 가까운 경계심을 내려놓은 탓도 있었다. 


“텐마 군은 보기보다 노래를 잘 해요. 딱 텐마 군 답게 부른다고 해야 할까. 츠루기 군은 목소리가 좋고. 잔잔하게 부르는 노래가 잘 어울리는 편이에요. 카게야마 군은, 음. 의외로 같이 부를 때 잘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선배요?”


 카리야가 이야기를 시작한 이후 키리노가 처음으로 불쑥 말을 던졌다. 카리야가 의아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리고 진지하게 생각을 짚었다. 평소 키리노의 목소리는 가까이서 들으면 위험할 정도로 좋았지만, 카리야는 키리노와 학년이 달랐다. 거기에 키리노는 딱히 노래를 즐기는 사람도 아니었다. 같이 가라아케에 갈 일 따위 있을 리 없었다. 즉, 카리야는 키리노가 노래하는 것을 한 번도 들은 적 없었다. 


“들어 본 적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요.”

“그럼 듣고 말해줘.”


 뭐라고. 카리야가 당황하기도 전에 키리노가 입을 열었다. 그 속에서 새어나오기 시작하는 것은 진실로 노랫소리였다. 우와아아악. 소음으로 목소리를 가린다면 그보다 안타까운 일이 없을테니 카리야는 소리없이 경악했다. 그리고 들떴다. 천천히 울리는 키리노의 노랫소리는 등허리에 힘이 잔뜩 들어가 뻣뻣하게 긴장될 정도로 좋았다. 으아, 진짜 좋아. 젠장맞을. 그만 좀 멋있으라고요, 키리노 선배. 카리야는 실없이 비집어나오려는 원망과 애정을 삼키며 키리노의 노랫소리에 집중했다. 진중하리만치 낮고, 녹아내릴만치 다정했다. 젠장! 또 한 번 반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 



 빌어먹을, 키리노 란마루. 나가 죽지 그러냐. 키리노는 제 옹졸함에 감탄할 지경이었다. 요즘들어 접시물이든 벽이든 어디에던지 머리박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다. 제 초라하기까지 한 질투심을 새삼 깨달을 때마다 특히 그랬다. 카리야가 제 친구들 이야기 좀 즐겁게 한다고 해서 그에 질투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노래나 하고.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텐마는 초반에 좀 삐걱했지만 지금은 명실상부 라이몬 축구부의 캡틴. 츠루기도 초반에 좀 삐걱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듬직한 라이몬의 에이스 스트라이커다. 카게야마는... 젠장. 무엇보다 카게야마가 그랬다. 텐마는 구별없이 두루두루 친했고, 츠루기는 카리야보다는 확실히 텐마나 신도와 더 친했다. 그에 비해 카게야마는 은근히 카리야랑 많이 친했다. 그 모습을 본 것이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카게야마가 키리노 본인이 그런 것과 같은 흑심이 없는 순수한 우정의 감정으로 카리야를 대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는데도 이 정도로 질투하다니, 나 진짜 엄청 나쁜 선배구나. 키리노는 제 자신에게 실망했다. 그런데 그냥 나쁜 선배 하련다. 그리고 수긍했다. 이 정도도 못했다가는 속 터져 죽을지도 몰랐다. 제 감정 하나 영영 말 못할 처지인데 이 정도 감정을 흘려보낼 곳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카리야를 끌고 양호실까지 온 것은 좋았다. 평소보다 훨씬 유한 카리야를 보며 그 손까지 얼굴에 닿게하니 기분이 하늘위로 붕붕 떠오를 정도였다. 아프지는 않았고, 피곤하다면야 아마도 상사병에 가까운 종류일 테니 걱정할 것도 없었지만 그로 인해 카리야에게 챙김받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이용해 줄 수 있었다. 제 얼굴에 손을 얹고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카리야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었다. 키리노는 제 머리카락 끝을 붙잡아 입가에 가져다댔다. 결코 그럴 리 없겠지만 두근두근 소리가 들리는 착각이 들었다. 행복했던 오전의 일이 지나고 주체못해 펄펄 날아다녔던 오후 부활동 시간까지 모두 끝난 밤이었다만 키리노는 들떠 있었다. 당장 꼴깍 넘어가도 좋을만큼 행복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행복은 실시간으로 최대치를 찍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렸으니까.


“우왓!”


 울리는 전화의 화면을 확인한 순간 반사적으로 폰을 던질뻔한 키리노가 가까스로 그것을 멈추며 소리친 말이었다. 화면에 떠 있는 이름은 고작 여섯 자. 카리야 마사키. 키리노는 한 번 눈을 부볐다. 축구부 단체문자 정도가 아니면 연락할 일 없는. 그래서 가끔 화면에 띄워놓고 통화버튼 하나 누르지 못해 하염없이 보고 또 보기만 하던 이름이었다. 잘못 건 거 아냐? 바로 끊기는 거 아냐? 키리노는 불신을 담아 화면을 보았지만 손은 자연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실수던 뭐던 일단 카리야와 이 시간에 짧게나마 대화할 수 있는 찬스였다. 놓칠 수 없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키리노 선배?]

“카리야?”


 키리노가 활짝 웃었다. 보이지는 않겠지만 만면에 미소가 번졌다. 전화 너머에서 카리야가 뭐라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키리노에게 하는 말은 아니었고,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말 같았다. 전화를 막고 하는 말소리인지라 잘 들리지는 않았다. 띄엄띄엄 주변의 형들보고 저리 가라고 외치는 것 같기도 했다. 


[아, 죄송해요. 형들이 좀...]

“아냐, 괜찮아.”


 전화시간이 길어진다면 나는 좋아. 그 말은 속으로 삼키고 키리노가 방긋 웃었다. 뭇 사람 마음 설레게 만들 정도로 달디단 미소였지만 보여지는 사람은 없었다. 카리야가 전화 너머에서 말을 이었다. 잠깐 할 말이 있어서 전화했는데요. 그 텍틱스... 그렇게 이어지는 말들은 대부분 축구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뭐든 좋았다. 응, 그래. 그 부분은... 키리노가 띄엄띄엄 대꾸했다. 대화하면서도 문득 전화 너머에서 다른 목소리도 들렸다. 목소리들은 대부분 장난기를 담고 있어서 키리노는 되려 안심했다. 잘 지내고 있구나. 엷은 미소 머금은 얼굴로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을까. 카리야가 전화 너머에서 말했다. 


[...그럼 이만 끊을게요.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괜찮아. 그럼 잘 자, 카리야.”

[선배도요.]


 그리고 뚝. 전화가 끊어졌다는 의미로 뚜우뚜우 울리는 휴대전화를 계속 붙잡아 귀에 대면서, 키리노가 천천히 중얼거렸다. 


“......좋아해, 카리야.”


 짝사랑이었다. 아주 지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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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