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타기 하야토'에 해당되는 글 17건

  1. 2014.04.06 마츠카제 텐마, 사투리
  2. 2014.03.30 마타이부, 도둑고양이
  3. 2014.03.30 마타이부, 고민
  4. 2014.03.30 마타이부,사과
  5. 2014.03.30 마타이부, 봄
  6. 2014.03.30 마타이부, 사막
  7. 2014.03.16 마타이부, 상사병
  8. 2014.03.08 마타이부 내기 1
  9. 2014.03.04 마타이부, 싸움.
  10. 2014.03.02 축제, 집사2






"아,"
"......."
"......."

탁, 하고 휴대전화 폴더가 닫힘과 동시에 텐마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게졌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 그 자리에 함께 존재하고 있던 두 사람 역시 뻘쭘하게 시선을 양 쪽으로 돌렸다. 솔직히 말해서, 쪽팔려 죽을 것 같았다. 왜 괜히 여기 왔을까. 두 사람, 마타타기와 이부키의 머릿속에 드물게도 동시에 떠오른 같은 생각이었다. 

"그게..... 어..... 들었나....?"
"그게..."
"들려서."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어쩔 줄 몰라하는 텐마를 보며 덩달아 안절부절 못하는 이부키와는 달리 마타타기는 죄 진 것이 없다는 것을 방패삼아 딱딱하게 답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은 저기 저 천장을 향해 있었지만. 

"...사투리?"


이부키의 입에서 나온 그 말에 텐마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어 그 표정은 아직도 볼 수 없었다. 다만 귀가 새빨게져 있는 것으로 봐서는 여전히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었다. 

".....미안타... 놀랐나? 내 어릴 때 지방 살아가꼬.... 부모님이랑 통화하믄 사투리 쓴다.... 내 좀 이상해 비나...?"
"어? 아니 이상한 건 아니야."
"그래, 별로 이상할 것도 아니고."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텐마의 말에 두 사람이 곧장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솔직히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었지만 어울리지 않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도리어 상당히 잘 어울려서 당황한 것이기도 했고. 그런 두 사람의 말에 텐마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안심했다는 듯 화사하게 피어나는 미소에 마타타기와 이부키가 겨우 긴장시키고 있던 몸에 힘을 풀었다. 

"진짜가? 그럼 됐다. 내 이상케 보일까 고민 마이 했따. 명색이 주장이니께... 쫌 위엄 읎어 보이지 않나?"
"아니, 원래 주장한텐 위엄은 없던 것 같은데."
"야, 마타타기 너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면 어떡하냐!"
"이부키 말쪽이 내헌티 좀 더 상처..."

과장스럽게 심장께를 부여잡으며 어색하게 웃는 텐마의 모습에 마타타기와 이부키가 장난스럽게 씩 입꼬리를 올렸다. 위엄은 없어도 세상에서 제일 자랑스러운 주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절대 비밀이었다.

'INAZUMA > NO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란마사, 짝사랑  (0) 2016.04.27
키나코, 그 날의  (0) 2014.04.11
마타이부, 도둑고양이  (0) 2014.03.30
마타이부, 고민  (0) 2014.03.30
텐마, 키나코, 이별  (0) 2014.03.30
Posted by 별빛_ :





심술부리고 싶어. 짓궂음이 가득 담긴 미묘한 욕망으로 반짝거리는 눈이 향하는 곳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또래보다 머리 하나쯤은 너끈히 더 큰 키에 반듯한 정장차림은 놀랄만큼 잘 어울렸지만, 정작 본인은 불편하기만 한 듯 껄끄러운 표정으로 소매자락만 자꾸 가다듬고는 했다. 

마타타기는 휘 고개를 돌려 저가 있는 세상을 바라보았다. 새까만 눈동자를 빛내는 쥐들과 들고양이들이 가득하고 손버릇나쁜 쪼끄만 녀석들이 발에 채일 듯 가득한 곳. 좀 더 깊숙히 들어가면 질척질척하고 둔탁한 신음과 피와 폭력으로 얼룩져있겠지. 

마타타기는 삐죽거리듯 웃었다. 이 뒷골목 한구석에 제 영역을 밟고 있는 살쾡이같은 미소였다. 그는 단 한번도 제가 태어난 세상을 싫어한 적이 없었다. 아비모르고 태어나도 어머니는번듯하게 있었고, 아비는 다 달라도 동생들도 둘이나 있었다. 그거라면 이곳에서는 자랑스럽게 한마디 할 수 있을 정도의 일이었다.
또한 타고난 성정덕에 저쪽, 반짝거리는 세계를 동경하지도 않았다. 욕심나는 것이 있다면 끌고 들어오면 된다. 그것은 마타타기가 아주 어릴적부터 가지게 된 마인드였다. 

저것 역시 마찬가지

이부키를 바라보며 마타타기는작게 제가 앉아있던 담벼락을 두드렸다. 어떻게 저걸 훔쳐서 제 곁에 둘 수 있을까. 마타타기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갔다. 저리 흰 백지처럼 깨끗한 모양새도 봐 줄 만 하지만, 상처투성이로 자신처럼 새까매져서 제 발밑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며 이를 바득바득 가는 모양새가 훨씬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더없이 주관적이고 심술맞다 못해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박살낼만한 생각을 하면서도 마타타기는 마냥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머릿속 한구석으로 재미있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왜냐고 묻겠지? 왜 자신을 이렇게 괴롭히느냐고 화를 내는 이부키의 모습이 생생했다.

그럼 그냥 웃어야지. 

그냥 네가 내 마음에 든 탓이야.

'INAZUMA > NO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키나코, 그 날의  (0) 2014.04.11
마츠카제 텐마, 사투리  (0) 2014.04.06
마타이부, 고민  (0) 2014.03.30
텐마, 키나코, 이별  (0) 2014.03.30
마타이부,사과  (0) 2014.03.30
Posted by 별빛_ :

마타이부, 고민

2014. 3. 30. 11:59 from INAZUMA/NOVEL




지구에서 보는 푸른색 하늘이 아닌 오묘한 빛깔의 연보랏빛 하늘을 마타타기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걸 보는 것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아쉬운 기분까지 들 정도였다. 이건 분명 마지막이라는 언어의 힘이겠지. 별 전체에서 축제가 일어나 어딜 가도 소란스럽고 들뜬 분위기였지만 사각지대는 있는 법인지라, 마타타기는 어려움 없이 사람의 온기도 부드러운 소란도 없는 고요한 정원 한구석에 자리잡고 앉을 수 있었다. 축구화의 신발코로 바닥의 흙을 의미없이 파헤치며 마타타기는 입을 꾹 다문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주변은 조용했고, 민감해진 기감은 작은 소리도 예민하게 잡아낼 수 있었다. 발소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구야?"

날카롭게 찌르듯 날아온 목소리에 상대방의 기척이 멈췄다. 그리고 드러난 모습에 마타타기는 가볍게 두르고 있던 경계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만면에 한껏 짜증을 담았다. 그는 제 상념이 방해받은 것에 대해 숨김없이 불쾌함을 표현하고 있었다. 

"뭐야, 이부키 너였어? 여긴 왜 왔어?"
"너야말로 왜 여기 있는데?"

이부키의 행동이나 말투로 보아서는 마타타기가 여기에 있는 줄은 전혀 모르고 있던 모양이었다. 하긴 당연한가. 그렇게 생각하며 마타타기는 두어 번 제 머리를 거칠게 흐트러뜨렸다. 방해꾼이 생긴 이상 이곳에 더 있고 싶은 마음도 자연스럽게 사라진 뒤였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마타타기의 모습에 이부키가 먼저 말을 걸었다. 

"왜 여기 있어?"
"혼자 생각할 게 좀 있어서."

꽤 솔직하게 돌아온 답변에 이부키는 그것 나름대로 당황했다. 이런저런 영향으로 같은 팀원들에게는 꽤나 유하게 대해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격게 되니 역시 당황스러웠달까. 하지만 금새 그런 기색을 떨쳐내고 이부키는 연이어 물었다. 

"중요한 거야?"
"나름."
"주장에게 상의할 수는 없는 거고?"
"어."

단답이기는 해도 답이 돌아온다는 사실에 충분히 만족하며 이부키는 입을 다물었다. 갤럭시 일레븐에서 마타타기가 가장 마음을 놓고 있는 상대인 텐마에게까지 말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 뭔지 이부키의 머리로는 도통 짐작할 수 없었지만, 자신의 위치로는 딱히 그에게 물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괜사리 물었다가 한 대 얻어 맞기라도 하면 아프기만 하다는 것을 이부키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둘 사이에 대화가 사라지자 생겨난 것은 침묵이었다. 마타타기는 노려보다시피 하늘을 보고 있었고, 이부키는 그런 마타타기의 뒷모습만 멀뚱히 보고 있는 상태에서 마타타기가 고개를 돌려 이부키를 바라보았다. 

"그 때 너는 어땠어?"
"어? 뭐가."

마타타기가 말하는 그 때라는 것을 잡아내지 못한 이부키가 조금 당황한 표정을 그렸다. 그 모습에 마타타기가 너그러이 보충 설명을 덧붙였다.

"그 때.... 라이프 에너지를 모두와 찼을 때."
"아아."

그리고 그제야 이해한 이부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다물었다. 답을 주기 위해 생각에 잠긴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부키가 제대로 공을 차 본 건 그때가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키퍼이자 농구선수로서 손에 공을 들고 있는 것이 익숙한 이부키는 아직까지도 그 때의 묵직한 느낌이 남아 있는 것 같은 착각까지 순간순간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에 대한 소감이라고 해 봐야 딱히 거창한 건 없었다. 그저, 단지.

"조금 두근거렸는데. 긴장인지 뭔진 모르겠지만."

좀 쪽팔리기는 해도 모두와 함께 우주를 구하기 위해 공을 찼다는 것이 꽤나 기분좋은 압박과 같은 무언가를 주었다는 것은 확실했다.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는 제 자신의 말제간을 탓하며 이부키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마타타기는 조금 더 알 수 없는 표정이 되었다. 

"너는 어떤데?"
"....이상했어."

표정을 찌푸린 마타타기에게서 나온 예상치 못했던 답에 이부키의 표정이 요상해졌다. 그런 이부키를 흘러가듯 무시하며 마타타기는 혼잣말에 가까운 말을 중얼거렸다. 

"그래, 이상했어.... 나 혼자 넣은 슛이랑은 느낌이 달랐어. 굉장히..."

그 이상은 말을 잇지 않고 입을 다물었기에 들려오지 않았다. 이부키는 두 눈썹을 치켜세우며 마타타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부키로서는 도통 알 방도가 없었다. 다만 이부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이곳에 오기 전 만난 주장이었다. 상냥하게 웃는 얼굴의 주장은 마타타기는 괜찮다고 말했더랜다. 팀원의 감정에 꽤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주장이 그렇게 말한다면 마타타기가 말하는 '이상함'도 결코 부정적인 의미는 아닐 거라고 이부키는 확신했다. 

그럼 그냥 제 감정을 몰라서 저러고 있는 건가? 이부키는 제 나름대로의 생각의 정리를 마친 뒤 마타타기를 바라보았다. 찌푸리고 있는 표정은 무언가 알쏭달쏭한 것을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뭐야. 그렇게 생각하며 이부키가 피식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마타타기가 조금 찌푸린 표정으로 이부키를 바라보았다. 불만 어린 눈동자였다. 

"단순한 고민이잖아, 너."
"뭐?"
"주장이 괜찮다고 했으니까 괜찮겠지. 적당히 고민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주장'이 괜찮다고 말했다는 이부키의 말에 마타타기가 발끈하려던 감정을 추스렸다. 별 일도 아니라는 듯이 씩 웃으면서 저를 곧게 바라보는 이부키의 표정이 몹시 고까웠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부키를 쏘아보던 마타타기는 결국 팔짱을 끼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지만 그 표정이 분명 꽤나 편해져 있었기 때문에, 이부키는 비집어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지 않고 얼굴에 그려넣었다. 그리곤 손을 뻗었다. 마타타기가 그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가 시선을 들어 이부키를 보았다. 이부키는 무언가 더 말을 붙이지 않고 그저 기다렸다. 두 사람의 눈이 얽히고 감정이 충돌했다. 먼저 한숨을 내쉰 쪽은 마타타기였다. 

저에게 뻗어진 손을 마타타기는 어렵잖게 맞잡았다. 닿아오는 체온은 평소보다 조금 뜨거운것도 같았다.

'INAZUMA > NO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츠카제 텐마, 사투리  (0) 2014.04.06
마타이부, 도둑고양이  (0) 2014.03.30
텐마, 키나코, 이별  (0) 2014.03.30
마타이부,사과  (0) 2014.03.30
마타이부, 봄  (0) 2014.03.30
Posted by 별빛_ :

마타이부,사과

2014. 3. 30. 11:57 from INAZUMA/NOVEL


"미안, 내가 잘못했어."

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냉큼 튀어나오는 쌈박한 사과에 이부키는 할 말을 잃었다. 능청스러운 척 어깨를 으쓱하면서도 가증스럽게 미안하다는 척 시늉을 내며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두 손을 모아 사과하는 꼴이 어이가 없었다. 저 모습만 봐서는 바로 3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잘못한 거 하나도 없다며 자신의 항의는 귓등으로도 들어먹지 않던 놈과 동일인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할 지경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나온다는 말을 이부키는 실시간으로 뼈져리게 느끼고 있었다.

"마타타기가 사과했는데, 어떡할거야 이부키..?"

조금은 걱정어리면서도 차마 기대로 반짝거리는 시선을 전부 지우지 못하는 텐마를 보며 이부키는 머리라도 부여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 저 빌어먹을 마타타기. 틀림없이 계산이었다. 신은 대체 왜 이 녀석에게 나쁘지 않은 머리를 부여한 건지 이부키는 원망스러운 심정이었다. 

어째서인지 오늘따라 마타타기가 끊임없이 시비를 걸었고, 무시하고 무시했다. 그건 이부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자 노력이었다. 하지만 마타타기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지 점점 강도를 올려가며 괴롭히기 시작했고ㅡ 결국 폭발한 이부키가 마타타기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모습을 하필 목격한 사람이 텐마. 정말 최악이었다. 차라리 다른 녀석이라면 입막음이라도 했고 변명이라도 했겠건만 충격어린 표정으로 입을 떡 벌리는 텐마의 모습을 보면 오해라고 해명하기도 뭐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스 일레븐 전원이 주장인 텐마에게 한 발자국 정도 물러서주는 면도 있기도 했고 말이다. 

어쨌든 입을 벌렸다 닫았다 하며 차마 충격을 떨쳐내지 못하는 텐마의 모습에 이부키는 최대한 빨리 상황을 해명했고, 텐마는 마타타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으로 사과를 요구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 이부키는 이 너무도 담백하게 흘러나온 사과에 도리어 주먹이라도 휘두르고 싶었다. 얄미워서 죽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걸 이렇게나 반짝거리는 시선으로 보는 주장 앞에서는 드러낼 수도 없는 노릇. 결국은 분노를 삼키며 고개를 끄덕이고 사과를 받아주는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마타타기. 마지막까지 외치지 못한 욕설을 꾹꾹 삼키며 이부키가 등돌려 쿵쿵 걸었다. 발자국 하나하나에 분노를 싣는다는 심정으로 콱콱. 




* * *



"....마타타기도, 이부키를 너무 괴롭히는 건 그만 둬."

이부키의, 여전히 화가 났다는 것을 명백히 드러내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텐마가 마타타기에게 시선을 돌리며 그리 말했다. 멋쩍게 웃는 얼굴과 어색한 눈동자가 숨김없이 곤란함을 표현하고 있어서 마타타기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텐마가 편을 들어 주는 것에 냉큼 승차하기는 했지만 내리는 건 쉽지 않을 모양이었다. 

하지만 재미있는걸, 누르는 대로 반응이 오는 녀석이니까.

차마 버럭버럭 화를 내지는 못한다는 듯 얼굴이 빨게져서는 두 주먹만 부들부들 떨다가 고개를 획 돌리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특히 원망스럽다는 듯 치켜올라간 눈초리와 그 안에 박힌 눈동자가 곧게 저를 비추는 모습이 썩 마음에 들었다. 

뭐, 주장한테만 안 들키면 되는 거니까. 

여유만만하게 생각하며 마타타기가 씩 웃었다. 이부키가 보았더라면 질색을 했을, 장난을 꾸미는 악동의 미소였다.

'INAZUMA > NO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타이부, 고민  (0) 2014.03.30
텐마, 키나코, 이별  (0) 2014.03.30
마타이부, 봄  (0) 2014.03.30
마타이부, 사막  (0) 2014.03.30
마타이부, 상사병  (0) 2014.03.16
Posted by 별빛_ :

마타이부, 봄

2014. 3. 30. 11:57 from INAZUMA/NOVEL



이부키는 터덜터덜 흙길을 걷고 있었다. 반듯하게 정리된 아스팔트 길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곧장 푹신푹신하게 밟는 느낌이 전해져오는 흙길 역시 좋아하는 편이었다. 물론 조금 돌아가는 길인데다가 비 온 다음 날 정도면 신발이며 옷자락이 엉망진창이 된다는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이부키는 그런 섬세한 것 하나하나에 신경쓸 정도로 예민한 사람은 아니었다. 

확실히 날씨가 따뜻해졌네.
그리 두툼하게 옷을 껴입은 것도 아니었건만 등 뒤에서 슬슬 땀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은근히 느껴지는 끈적한 불쾌감에 이부키가 작게 미간을 좁혔다. 옷을 펄럭펄럭 털면서 바람이라도 내보겠다는 양 땀을 식히던 이부키는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그 시야에 화려하게 수 놓아진 것은 꽃이었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눈부신 벚꽃을 이부키는 조금 멍하게 바라보았다. 하나하나 흩날리는 하얀 꽃잎과 한데 뭉쳐 분홍빛으로 자태를 뽐내는 벚꽃은 충분히 감탄할 만큼 아름다웠다. 

봄이구나.
정녕 계절이 바뀌고 새로운 시간이 성큼 다가왔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이부키는 멋쩍게 뒷목을 매만졌다. 저 아름다운 것을 보며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마타타기라는 사실에 어쩐지 한숨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 안에 담긴 자그마한 감정이라면 역시, 부끄러움일까. 

같이 보러 가자고 하면 화내려나. 그리 생각하며 이부키가 꽃나무 아래를 휘 둘러보았다. 손을 뻗는다면 충분히 꺾을 수 있는 위치였으나 살아있는 꽃을 부러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런 이부키의 바램을 들어주듯 떨어진 지 얼마 안 된 듯한 깨끗한 벚꽃가지를 찾을 수 있었다. 

이런 거 주면 싫어하려나. 하지만 어쩌면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부키의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가 번졌다. 키득키득 웃으며 이부키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조금, 달콤한 향이 나는 것도 같았다.

'INAZUMA > NO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텐마, 키나코, 이별  (0) 2014.03.30
마타이부,사과  (0) 2014.03.30
마타이부, 사막  (0) 2014.03.30
마타이부, 상사병  (0) 2014.03.16
캡틴, 명령  (0) 2014.03.08
Posted by 별빛_ :

마타이부, 사막

2014. 3. 30. 11:55 from INAZUMA/NOVEL


사막의 밤은 차갑고 우아하며 눈부시다.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낮과는 달리 냉철한 달빛이 내려앉아 별이 빛나는 하늘이 수놓아진 사막의 밤에서 가장 호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단연 그곳의 왕이었다. 척박한 사막일지언정 살아가는 사람들은 있었고, 그들이 만들어낸 부족에서 족장으로 추양받는 사람 역시 있었다. 살기 힘든 장소이기 때문에 몇 배로 강하고 거친 사람들을 다스리는 족장, 마타타기 하야토는 무심한 표정으로 하늘을 보고 있었다.

사막 사람들 특유의 꽁꽁 싸맨 옷차림이 아니라 상의를 거의 풀어해친 헐렁한 옷차림을 하고는 옆에 놓은 포도를 한 알 따먹는 모습은 한가롭기 짝이 없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에 옆에 있던 사람이 표정이 도리어 찌푸려졌다.

"마타타기, 네가 할 일 덜 끝났다만." 
"내가 안해도 되는 것들이니까."
"그런게 어딨어."

마타타기와는 정 반대로 온 몸을 철저히 싸매고 있던 탓에 맨살이라고는 얼굴밖에 보이지 않은 모습의 이부키를 보며 마타타기가 코웃음쳤다. 족장인 저가 싫다는 것을 배짱좋게 거절할 사람따위 없었다. 이부키라면 모를까. 

한껏 불만스럽다는 듯 자신을 흘겨보는 이부키를 보며 마타타기가 가볍게 손짓했다. 자신을 부르는 그 모습에 이부키가 불만어린 표정을 지으면서도 얌전히 마타타기에게 다가왔다. 애초에 이 부족에서 마타타기의 명령을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이부키라면 더더욱 그랬다. 

"무슨 일인데?"
"좀 더 가까이 와 봐."

이미 충분히 가깝다만. 차마 내뱉지 못하는 불평을 삼키며 이부키가 조금 더 마타타기에게 다가갔다. 마타타기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부족의 신관인 텐마뿐이리라. 

마타타기가 그 자리에서 손을 뻗어도 충분히 이부키를 붙잡을 수 있을만큼 이부키가 가까이 오자 마타타기가 물끄러미 이부키를 바라보았다. 저 둥글둥글해보이지만 날카로운 눈매가 자신을 쏘아보면 언제나 긴장되어버리곤 했다. 그리고 저렇게 저 입매에 미소가 번진다면 저절로 한발자국 물러서고 싶어졌다. 






"큭?!"
"명령이다, 가만히 있어." 

번개처럼 움직여 멱살을 붙잡고 잡아당기는 마타타기의 힘에 속절없이 끌려오며 이부키가 가까스로 다리에 힘을 주고 버텼다. 당황스러움이 번져갔다. 이 빌어먹을 족장님이 또 무슨 장난질을 해대는 건지. 화를 내고 싶었지만 마타타기의 입에서 명령이라는 말이 튀어나온 이상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뼈에 박힌 세뇌는 여전히 잔재가 남아있었고 이부키는 찍어누르는 명령에 약했다. 아니, 굴복해버리는 것에 가까웠지만.

그런 이부키의 반응과 심리가 어떻든 마타타기는 제멋대로 행동했다. 칭칭 둘러싸매기는 해도 얇은 재질의 옷은 제법 허술했다. 순식간에 이부키의 상의를 찢어낸 마타타기는 불만스럽게 눈가를 좁혔다. 아직도 자잘한 잔상처가 남아있는데다가 크고작은 흉터도 그대로 남아있는 상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사막 출신에서는 극히 드물게 나오는 흰 피부에 어울리지 않게 찍혀있는 낙인에 마타타기가 손을 얹었다. 불로 지져져 지워지지 않는 노예의 낙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은 번듯하게 족장인 마타타기의 호위무사 노릇을 하고 있는 이부키였음에도 이깟 낙인 하나에 비웃음받고 열등감따위를 느끼고 있었으니까.

내가 허락하지 않은 감정인데. 마타타기가 이부키의 오른 어깨에 박혀있는 노예문신을 손가락 끝으로 몇 번 눌렀다. 이부키는 이제 반쯤 해탈한 모습이었다. 마음대로 하라지. 딱 얼굴에 그렇게 써있는 게 우스워 키득키득 웃은 마타타기가 곧 위험하게 표정을 바꿨다.

먹이를 노리는 매의 표정, 이라고 생각하자마자 마타타기가 이부키의 낙인 위에 제 입술을 얹었다. 그리곤 엇, 하고 놀라기도 전에 마타타기가 이를 세웠다. 콱, 하고 낙인 위에 잇자국을 새겼다.


"야... 야! 뭐하는거야?!"
"시끄러, 가만히 있어."


자근자근 깨물다가 마지막에서야 한 번 핥고서 떨어지는 마타타기를 보며 이부키가 입을 떡 벌렸다. 너, 이, 어, 차마 단어론 나오지 않는 목메인 소리가 오 초쯤 이어졌을까,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이부키가 뒷걸음쳤다. 창백하게 질렸다가 순식간에 시뻘게지는 얼굴이 볼만하다고 생각하며 마타타기가 킥킥 웃었다.

바깥으로 도망치는 이부키를 애꿋이 붙잡지 않으며 마타타기는 통에 담겨있언 포도주를 꺼내 쭉 들이켰다. 내일 아침이 되어도 저 잇자국은 틀림없이 이부키의 어깨에 박혀있으리라.

내일은 의복을 껴입지 말고 약식만 유지하라고 해볼까. 
마타타기가 심술궂게 웃었다. 폭군의 미소였다.

'INAZUMA > NO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타이부,사과  (0) 2014.03.30
마타이부, 봄  (0) 2014.03.30
마타이부, 상사병  (0) 2014.03.16
캡틴, 명령  (0) 2014.03.08
츠루키나, 200년  (1) 2014.03.08
Posted by 별빛_ :

마타이부, 상사병

2014. 3. 16. 18:45 from INAZUMA/NOVEL




마타타기는 한숨처럼 더운 숨을 뱉어 냈다. 텅 빈 집에 혼자 있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스스로가 혼자있기를 원했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 덩그러니 홀로 있다는 것은 기묘한 외로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평소에 이렇게 감정 변화가 격한 사람이 아니었건만, 우습게도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빌어먹을.

마타타기는 거칠게 욕설을 뱉어 냈다. 제 자신의 몸상태와 그 증상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화가 났다. 감정을 도무지 주체할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운동장 몇 바퀴를 뛸 수 있을 만큼 기운이 나다가도, 탈진한 것처럼 힘이 쭉 빠지곤 했다. 이게 정신적인 문제라는 것은 마타타기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의심하고 부정하고, 끊임없이 자기학대처럼 제 감정을 몰아붙였었다. 몇 달을 그렇게 혼자 앓았을까, 결국 하나밖에 나오지 않는 결론에 마타타기는 집 안에 틀어박힐수밖에 없었다. 누구의 얼굴도 보고싶지 않았고, 누구의 목소리도 듣고싶지 않았다. 그렇게 믿으려고 했다. 마타타기의 상태를 보며 동생들은 조용히 자리를 피해 밖을 떠돌아다니곤 했다. 마타타기는 그들에게 미안했지만 그걸 신경쓸만큼의 여유가 남아있지 않았다. 

두근두근, 심장 박동이 다시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에 마타타기가 제 심장께를 꾹 눌렀다. 얼굴이 일그러졌다. 심호흡처럼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물론 심장박동의 변화는 없었다. 






"어이, 마타타기-! 안에 있냐?"

...환청인가? 마타타기가 입을 쩍 벌리며 문가를 바라보았다. 이 목소리가 왜 하필 지금 이곳에서 들리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차라리 환청이면 좋을 것 같았다. 자괴감이야 늘어나겠지만 진짜 이 목소리의 주인이 저 문 밖에 서 있다는 사실은 더더욱 끔찍했다. 

"어? 문 열려 있네."

내가 왜 저 문을 안 잠궜을까. 마타타기는 과거의 자신에게 백만 번 쯤 욕을 날려주며 침음성을 삼켰다. 조금은 거칠게 문고리가 돌아가고 문이 열렸다. 그리고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마타타기는 험악하게 노려보았다. 흰 색 머리카락, 길쭉하니 큰 키. 말쑥한 얼굴을 하고 있는 모양새가 마타타기가 알고 있는 장본인의 모습 그대로였기에 마타타기는 한숨이 나오려는 것을 애써 삼켰다. 하필 제일 피하고 싶은 두 사람 중 한 명이 왜 지금 여기에. 


"진짜 상태 안 좋아 보이잖아?"

조금은 당황스럽다는 얼굴을 하며 다가오는 이부키의 모습에 마타타기는 애써 시선을 피했다. 차라리 텐마였다면. 물론 제일 피하고 싶은 두 사람 중 한명이기도 했지만 차라리 텐마였다면 더 나았을 터였다. 이 꼴을 하필 이부키에게 보여준다는 사실이 마타타기의 자존심을 건들였다. 

"괜찮은 거냐, 마타타기?"

그리고 이, 미묘하게 걱정이 스며든 목소리에 별 수 없이 진정해버리는 자신이 싫어질수밖에 없었다. 젠장, 젠장, 빌어먹을. 차마 나오지 못하는 험악한 말들을 마타타기는 속으로 꾹꾹 삼켰다. 정말 부정하고 싶지만, 이부키의 존재에 명백히 안정하면서 동시에 설레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마타타기는 조금 머뭇거리면서도 제 이마에 손을 얹는 이부키의 손길에 입술을 깨물었다. 사람 특유의 체온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것에, 마타타기는 두 손에 힘을 주었다. 손톱이 피부를 콕콕 찌르며 파고들었다. 


제가 앓고 있는 병이 상사병이라는 사실만큼은, 정말 죽는 한이 있어도 이부키에게 말할 수 없었다.

'INAZUMA > NO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타이부, 봄  (0) 2014.03.30
마타이부, 사막  (0) 2014.03.30
캡틴, 명령  (0) 2014.03.08
츠루키나, 200년  (1) 2014.03.08
마타이부 내기  (1) 2014.03.08
Posted by 별빛_ :

마타이부 내기

2014. 3. 8. 18:04 from INAZUMA/NOVEL




있지, 너 나랑 내기 하나 해 보지 않을래?

기분나쁘다-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게 만드는 모습을 하고 있는 외계인을 보며 마타타기는 어이없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온 몸을 칭칭 천으로 감고 있어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요요한 자색으로 빛나는 눈동자와 사자나라 행성 사람이라는 것만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푸른 피부뿐. 그리고 그 자색 눈동자가 이상할 만큼 마타타기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보라색 눈동자라면 몇 번이고 본 적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사자나라와의 승부는 승리했으니 이 별은 멸망하겠지. 그것 때문에 자신에게 이렇게 수작을 부려오는 걸까, 라고 생각하며 마타타기는 기분나쁨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상대에게 쏘아붙였다. 솔직히 말해서 말을 붙이기도 싫었다. 혼자 떨어진 이 때에 이런 이상한 녀석이 붙어버린 것이 짜증스럽기만 했다.

"내가 왜 너 따위랑 내기를 하지?"

"왜냐하면, 너에게 필요할테니까."

그러면서 제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키득키득 웃는 꼴은 영락없는 비웃음이었기에 마타타기는 울컥 분노가 치솟았다. 이 자식을 뭐지. 꽉 쥐어진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순간적으로 휘두를까를 고민한 마타타기는 결국 손에 힘을 풀었다. 곧 죽을 놈의 헛소리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체념 비슷한 감정이 그를 잠식했다. 마타타기는 뒤를 돌았다. 

"네게 필요하지 않아? 네 가족들의 삶이."

...발걸음이 멈췄다. 마타타기가 뒤를 돌아보았다. 아까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서 있는 상대가 보였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분하기 어려울만큼 중성적인 목소리가 귀에 파고드는 것이 역겨웠다. 그 소리에 담긴 뜻 탓일지도 몰랐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네 가족들의 삶을 걸고 나랑 내기하지 않을래?"

가늘게 휘어지는 눈이 선명하게 보였다. 마타타기는 제 입술을 한 번 꽉 깨물었다. 

결국 그가 선택할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마타타기는 조금 멍한 기분으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정신없이 주변을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얼굴을 힐긋거리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 조금 많았다. 국가대표 축구선수라는 명패는 이런 걸까, 생각하면서도 마타타기는 그저 하염없이 걷기만 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지구의 환경은 역시 다른 별들보다 몇 배는 편안했지만, 동시에 그를 불편하게 만드는 문제가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사람을 찾는 거야. 한 사람이면 괜찮아. 네 인생의 중심이자, 변혁이자, 적이자 아군. 그 사람을 찾으면 돼.

기회는 한 번. 정하면 돌이킬 수 없어. 알았지?

이기면 네 가족들의 수명을 두세 배쯤 늘려줄게. 하지만 네가 지면 네 생명도 내 거야.

알았지?


속삭이듯 들었던 그 목소리가 머릿속에 쟁쟁거리며 울려왔다. 알고 있어, 알고 있다고. 심장을 콱 얽매이듯 다가오는 답답함에 마타타기는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길거리에서 마타타기가 그랬다간 정신적 문제로 인터넷 신문에라도 실릴까 못하는 짓이었지만. 

몇 번이고 숨을 푹푹 몰아쉬며 마타타기는 몇 번이고 거칠게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자신에게 관련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도통 답을 찾기 힘들었다. 

내 인생의 중심.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어렴풋이 자기 자신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만 어쩐지 아니라는 묘한 확신 역시 들었다. 

내 인생의 변혁. 가장 먼저 생각난건, 별 수 없이 이부키였다. 같은 사내자식을 좋아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굉장한 것 아닐까. 하지만 역시 확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생각난 건 캡틴이였다. 마츠카제 텐마. 지금으로서는 답이 아닐까, 가장 확신이 되는 사람이기도 했다. 

나의 적이자 아군. 이게 가장 골치 아픈 문제였다. 아군이라면 모를까, 적? 생각나는게 많고도 적었지만 위의 조건을 전부 따져본다면 생각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 [적]이라는 부분 때문에 텐마라고 답하기에 망설임이 커지곤 했다. 


모르겠어, 짜증나, 열받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이 사실이 마타타기를 짓눌렀다. 

바로 그 무렵이었다. 


"마타타기?"

의아함이 담겨 있는 목소리가 너무도 익숙하여 마타타기는 그 주인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짐작 그대로의 사람이 짐작 그대로의 얼굴로 서 있었다. 어리둥절한 얼굴, 두어 번 눈을 껌벅거리는 모습마저 너무 상상대로의 모습이라 실없이 웃음까지 나왔다. 그러고 보니 이 근처가 갓산쿠니미츠였던가. 딱히 목적지는 없었는데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생각하면 멋쩍기까지 했다. 



'INAZUMA > NO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캡틴, 명령  (0) 2014.03.08
츠루키나, 200년  (1) 2014.03.08
마타이부, 싸움.  (0) 2014.03.04
축제, 집사2  (0) 2014.03.02
축제, 집사.  (0) 2014.03.02
Posted by 별빛_ :

마타이부, 싸움.

2014. 3. 4. 21:39 from INAZUMA/NOVEL



컥, 하고 숨이 틀어막히는 신음성이 튀어나왔다. 그러면서도 얼굴에 걸린 여유로움을 가장한 비웃음이 지워지지 않은 것에 상대의 얼굴이 더더욱 사나워졌다. 그런 일그러진 이부키의 얼굴을 보는 것은 마타타기에게 씌워진 비웃음을 더 짙게 만드는 것 이상의 일을 해주지 못했다. 둥근 눈매가 날카로움을 가장해 치켜뜨이고, 그 속에 잔뜩 빈정거림을 담고 있는 그 모습을 보며 이부키는 참지 못하고 몇 번이고 마타타기의 멱살을 잡은 손을 앞뒤로 흔들었다. 애써 버티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키와 체격부터가 차이가 나는 터라 반 쯤은 까치발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던 마타타기로서는 속절없이 그에 끌려다닐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이부키에게서 시선을 때지 않고 있었다. 

그 표정을, 이부키의 만면에 얼룩진 감정의 흔적을 마타타기는 샅샅히 파헤치고 있었다. 그 색을 읽어내고는 속절없이 웃어버리고 있었다. 화를 내는 형태로 제 감정을 드러냄과 동시에 숨기고 있었지만, 마타타기에게는 소용없었다. 


멱살을 잡고 있는 사람은 이부키였고, 그에 끌려다니는 사람은 마타타기였지만. 정말 이상할 만큼, 이부키가 마타타기에게 매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열하듯, 애원하듯. 정말로 의아할만큼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 

'INAZUMA > NO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츠루키나, 200년  (1) 2014.03.08
마타이부 내기  (1) 2014.03.08
축제, 집사2  (0) 2014.03.02
축제, 집사.  (0) 2014.03.02
마타이부 사랑의 묘약  (1) 2014.02.19
Posted by 별빛_ :

축제, 집사2

2014. 3. 2. 19:24 from INAZUMA/NOVEL



거추장스러운 자켓은 이미 벗어버리고, 와이셔츠에 조끼, 넥타이 차림으로 마타타기는 기지개를 쭉 펴며 웃었다. 드디어 탈출이었다. 비록 그 덕분에 어스 일레븐의 전원과 이리저리 헤어져버렸지만 딱히 이곳이 우주도 아니고, 위험 지역도 아니고, 걱정스러울 것도 없었다. 어딜 가든 시선을 집중시키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찾기도 어렵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아무나 붙잡고 이나즈마 재팬 못봤냐고 물어보면 된다는 것을 마타타기는 알았다. 

머리를 헝크러뜨리며 성큼성큼 걷던 마타타기의 눈에 띈 것은 과하게 익숙한 뒷모습이었다. 하얀 머리카락, 껑충 큰 키, 운동선수다운 체격. 물론 마타타기가 가장 자주 본 건 저 앞모습이지만 그는 어렵지 않게 상대를 알아챌 수 있었다. 

"....이부키?"

"어?"

작은 목소리의 부름이었지만 민감하게 그것을 잡아낸 이부키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곧장 마타타기와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의 표정이 순간 일변했다. 마타타기는 몹시도 못마땅한 듯 미간이 좁혀졌고, 이부키는 조금 멍한 듯 얼빠진 표정이 되었다. 팔짱을 끼고 자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마타타기의 모습을 이부키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반응에 마타타기는 조금 기분이 나빠졌다.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이 집사복 때문이겠지. 

불만 있어? 당장이라도 그렇게 쏘아붙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참지 않고 그대로 실현시켰다. 


두 사람이 있던 장소가 말다툼의 소란으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INAZUMA > NO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타이부 내기  (1) 2014.03.08
마타이부, 싸움.  (0) 2014.03.04
축제, 집사.  (0) 2014.03.02
마타이부 사랑의 묘약  (1) 2014.02.19
마타이부 고백  (0) 2014.02.18
Posted by 별빛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