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이부'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14.03.30 마타이부, 도둑고양이
  2. 2014.03.30 마타이부, 고민
  3. 2014.03.30 마타이부,사과
  4. 2014.03.30 마타이부, 봄
  5. 2014.03.30 마타이부, 사막
  6. 2014.03.16 마타이부, 상사병
  7. 2014.03.04 마타이부, 싸움.
  8. 2014.03.02 축제, 집사2
  9. 2014.02.19 마타이부 사랑의 묘약 1
  10. 2014.02.18 마타이부 고백





심술부리고 싶어. 짓궂음이 가득 담긴 미묘한 욕망으로 반짝거리는 눈이 향하는 곳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또래보다 머리 하나쯤은 너끈히 더 큰 키에 반듯한 정장차림은 놀랄만큼 잘 어울렸지만, 정작 본인은 불편하기만 한 듯 껄끄러운 표정으로 소매자락만 자꾸 가다듬고는 했다. 

마타타기는 휘 고개를 돌려 저가 있는 세상을 바라보았다. 새까만 눈동자를 빛내는 쥐들과 들고양이들이 가득하고 손버릇나쁜 쪼끄만 녀석들이 발에 채일 듯 가득한 곳. 좀 더 깊숙히 들어가면 질척질척하고 둔탁한 신음과 피와 폭력으로 얼룩져있겠지. 

마타타기는 삐죽거리듯 웃었다. 이 뒷골목 한구석에 제 영역을 밟고 있는 살쾡이같은 미소였다. 그는 단 한번도 제가 태어난 세상을 싫어한 적이 없었다. 아비모르고 태어나도 어머니는번듯하게 있었고, 아비는 다 달라도 동생들도 둘이나 있었다. 그거라면 이곳에서는 자랑스럽게 한마디 할 수 있을 정도의 일이었다.
또한 타고난 성정덕에 저쪽, 반짝거리는 세계를 동경하지도 않았다. 욕심나는 것이 있다면 끌고 들어오면 된다. 그것은 마타타기가 아주 어릴적부터 가지게 된 마인드였다. 

저것 역시 마찬가지

이부키를 바라보며 마타타기는작게 제가 앉아있던 담벼락을 두드렸다. 어떻게 저걸 훔쳐서 제 곁에 둘 수 있을까. 마타타기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갔다. 저리 흰 백지처럼 깨끗한 모양새도 봐 줄 만 하지만, 상처투성이로 자신처럼 새까매져서 제 발밑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며 이를 바득바득 가는 모양새가 훨씬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더없이 주관적이고 심술맞다 못해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박살낼만한 생각을 하면서도 마타타기는 마냥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머릿속 한구석으로 재미있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왜냐고 묻겠지? 왜 자신을 이렇게 괴롭히느냐고 화를 내는 이부키의 모습이 생생했다.

그럼 그냥 웃어야지. 

그냥 네가 내 마음에 든 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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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

마타이부, 고민

2014. 3. 30. 11:59 from INAZUMA/NOVEL




지구에서 보는 푸른색 하늘이 아닌 오묘한 빛깔의 연보랏빛 하늘을 마타타기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걸 보는 것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아쉬운 기분까지 들 정도였다. 이건 분명 마지막이라는 언어의 힘이겠지. 별 전체에서 축제가 일어나 어딜 가도 소란스럽고 들뜬 분위기였지만 사각지대는 있는 법인지라, 마타타기는 어려움 없이 사람의 온기도 부드러운 소란도 없는 고요한 정원 한구석에 자리잡고 앉을 수 있었다. 축구화의 신발코로 바닥의 흙을 의미없이 파헤치며 마타타기는 입을 꾹 다문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주변은 조용했고, 민감해진 기감은 작은 소리도 예민하게 잡아낼 수 있었다. 발소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구야?"

날카롭게 찌르듯 날아온 목소리에 상대방의 기척이 멈췄다. 그리고 드러난 모습에 마타타기는 가볍게 두르고 있던 경계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만면에 한껏 짜증을 담았다. 그는 제 상념이 방해받은 것에 대해 숨김없이 불쾌함을 표현하고 있었다. 

"뭐야, 이부키 너였어? 여긴 왜 왔어?"
"너야말로 왜 여기 있는데?"

이부키의 행동이나 말투로 보아서는 마타타기가 여기에 있는 줄은 전혀 모르고 있던 모양이었다. 하긴 당연한가. 그렇게 생각하며 마타타기는 두어 번 제 머리를 거칠게 흐트러뜨렸다. 방해꾼이 생긴 이상 이곳에 더 있고 싶은 마음도 자연스럽게 사라진 뒤였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마타타기의 모습에 이부키가 먼저 말을 걸었다. 

"왜 여기 있어?"
"혼자 생각할 게 좀 있어서."

꽤 솔직하게 돌아온 답변에 이부키는 그것 나름대로 당황했다. 이런저런 영향으로 같은 팀원들에게는 꽤나 유하게 대해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격게 되니 역시 당황스러웠달까. 하지만 금새 그런 기색을 떨쳐내고 이부키는 연이어 물었다. 

"중요한 거야?"
"나름."
"주장에게 상의할 수는 없는 거고?"
"어."

단답이기는 해도 답이 돌아온다는 사실에 충분히 만족하며 이부키는 입을 다물었다. 갤럭시 일레븐에서 마타타기가 가장 마음을 놓고 있는 상대인 텐마에게까지 말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 뭔지 이부키의 머리로는 도통 짐작할 수 없었지만, 자신의 위치로는 딱히 그에게 물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괜사리 물었다가 한 대 얻어 맞기라도 하면 아프기만 하다는 것을 이부키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둘 사이에 대화가 사라지자 생겨난 것은 침묵이었다. 마타타기는 노려보다시피 하늘을 보고 있었고, 이부키는 그런 마타타기의 뒷모습만 멀뚱히 보고 있는 상태에서 마타타기가 고개를 돌려 이부키를 바라보았다. 

"그 때 너는 어땠어?"
"어? 뭐가."

마타타기가 말하는 그 때라는 것을 잡아내지 못한 이부키가 조금 당황한 표정을 그렸다. 그 모습에 마타타기가 너그러이 보충 설명을 덧붙였다.

"그 때.... 라이프 에너지를 모두와 찼을 때."
"아아."

그리고 그제야 이해한 이부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다물었다. 답을 주기 위해 생각에 잠긴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부키가 제대로 공을 차 본 건 그때가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키퍼이자 농구선수로서 손에 공을 들고 있는 것이 익숙한 이부키는 아직까지도 그 때의 묵직한 느낌이 남아 있는 것 같은 착각까지 순간순간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에 대한 소감이라고 해 봐야 딱히 거창한 건 없었다. 그저, 단지.

"조금 두근거렸는데. 긴장인지 뭔진 모르겠지만."

좀 쪽팔리기는 해도 모두와 함께 우주를 구하기 위해 공을 찼다는 것이 꽤나 기분좋은 압박과 같은 무언가를 주었다는 것은 확실했다.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는 제 자신의 말제간을 탓하며 이부키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마타타기는 조금 더 알 수 없는 표정이 되었다. 

"너는 어떤데?"
"....이상했어."

표정을 찌푸린 마타타기에게서 나온 예상치 못했던 답에 이부키의 표정이 요상해졌다. 그런 이부키를 흘러가듯 무시하며 마타타기는 혼잣말에 가까운 말을 중얼거렸다. 

"그래, 이상했어.... 나 혼자 넣은 슛이랑은 느낌이 달랐어. 굉장히..."

그 이상은 말을 잇지 않고 입을 다물었기에 들려오지 않았다. 이부키는 두 눈썹을 치켜세우며 마타타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부키로서는 도통 알 방도가 없었다. 다만 이부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이곳에 오기 전 만난 주장이었다. 상냥하게 웃는 얼굴의 주장은 마타타기는 괜찮다고 말했더랜다. 팀원의 감정에 꽤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주장이 그렇게 말한다면 마타타기가 말하는 '이상함'도 결코 부정적인 의미는 아닐 거라고 이부키는 확신했다. 

그럼 그냥 제 감정을 몰라서 저러고 있는 건가? 이부키는 제 나름대로의 생각의 정리를 마친 뒤 마타타기를 바라보았다. 찌푸리고 있는 표정은 무언가 알쏭달쏭한 것을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뭐야. 그렇게 생각하며 이부키가 피식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마타타기가 조금 찌푸린 표정으로 이부키를 바라보았다. 불만 어린 눈동자였다. 

"단순한 고민이잖아, 너."
"뭐?"
"주장이 괜찮다고 했으니까 괜찮겠지. 적당히 고민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주장'이 괜찮다고 말했다는 이부키의 말에 마타타기가 발끈하려던 감정을 추스렸다. 별 일도 아니라는 듯이 씩 웃으면서 저를 곧게 바라보는 이부키의 표정이 몹시 고까웠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부키를 쏘아보던 마타타기는 결국 팔짱을 끼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지만 그 표정이 분명 꽤나 편해져 있었기 때문에, 이부키는 비집어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지 않고 얼굴에 그려넣었다. 그리곤 손을 뻗었다. 마타타기가 그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가 시선을 들어 이부키를 보았다. 이부키는 무언가 더 말을 붙이지 않고 그저 기다렸다. 두 사람의 눈이 얽히고 감정이 충돌했다. 먼저 한숨을 내쉰 쪽은 마타타기였다. 

저에게 뻗어진 손을 마타타기는 어렵잖게 맞잡았다. 닿아오는 체온은 평소보다 조금 뜨거운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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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이부,사과

2014. 3. 30. 11:57 from INAZUMA/NOVEL


"미안, 내가 잘못했어."

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냉큼 튀어나오는 쌈박한 사과에 이부키는 할 말을 잃었다. 능청스러운 척 어깨를 으쓱하면서도 가증스럽게 미안하다는 척 시늉을 내며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두 손을 모아 사과하는 꼴이 어이가 없었다. 저 모습만 봐서는 바로 3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잘못한 거 하나도 없다며 자신의 항의는 귓등으로도 들어먹지 않던 놈과 동일인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할 지경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나온다는 말을 이부키는 실시간으로 뼈져리게 느끼고 있었다.

"마타타기가 사과했는데, 어떡할거야 이부키..?"

조금은 걱정어리면서도 차마 기대로 반짝거리는 시선을 전부 지우지 못하는 텐마를 보며 이부키는 머리라도 부여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 저 빌어먹을 마타타기. 틀림없이 계산이었다. 신은 대체 왜 이 녀석에게 나쁘지 않은 머리를 부여한 건지 이부키는 원망스러운 심정이었다. 

어째서인지 오늘따라 마타타기가 끊임없이 시비를 걸었고, 무시하고 무시했다. 그건 이부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자 노력이었다. 하지만 마타타기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지 점점 강도를 올려가며 괴롭히기 시작했고ㅡ 결국 폭발한 이부키가 마타타기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모습을 하필 목격한 사람이 텐마. 정말 최악이었다. 차라리 다른 녀석이라면 입막음이라도 했고 변명이라도 했겠건만 충격어린 표정으로 입을 떡 벌리는 텐마의 모습을 보면 오해라고 해명하기도 뭐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스 일레븐 전원이 주장인 텐마에게 한 발자국 정도 물러서주는 면도 있기도 했고 말이다. 

어쨌든 입을 벌렸다 닫았다 하며 차마 충격을 떨쳐내지 못하는 텐마의 모습에 이부키는 최대한 빨리 상황을 해명했고, 텐마는 마타타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으로 사과를 요구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 이부키는 이 너무도 담백하게 흘러나온 사과에 도리어 주먹이라도 휘두르고 싶었다. 얄미워서 죽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걸 이렇게나 반짝거리는 시선으로 보는 주장 앞에서는 드러낼 수도 없는 노릇. 결국은 분노를 삼키며 고개를 끄덕이고 사과를 받아주는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마타타기. 마지막까지 외치지 못한 욕설을 꾹꾹 삼키며 이부키가 등돌려 쿵쿵 걸었다. 발자국 하나하나에 분노를 싣는다는 심정으로 콱콱. 




* * *



"....마타타기도, 이부키를 너무 괴롭히는 건 그만 둬."

이부키의, 여전히 화가 났다는 것을 명백히 드러내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텐마가 마타타기에게 시선을 돌리며 그리 말했다. 멋쩍게 웃는 얼굴과 어색한 눈동자가 숨김없이 곤란함을 표현하고 있어서 마타타기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텐마가 편을 들어 주는 것에 냉큼 승차하기는 했지만 내리는 건 쉽지 않을 모양이었다. 

하지만 재미있는걸, 누르는 대로 반응이 오는 녀석이니까.

차마 버럭버럭 화를 내지는 못한다는 듯 얼굴이 빨게져서는 두 주먹만 부들부들 떨다가 고개를 획 돌리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특히 원망스럽다는 듯 치켜올라간 눈초리와 그 안에 박힌 눈동자가 곧게 저를 비추는 모습이 썩 마음에 들었다. 

뭐, 주장한테만 안 들키면 되는 거니까. 

여유만만하게 생각하며 마타타기가 씩 웃었다. 이부키가 보았더라면 질색을 했을, 장난을 꾸미는 악동의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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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이부, 봄

2014. 3. 30. 11:57 from INAZUMA/NOVEL



이부키는 터덜터덜 흙길을 걷고 있었다. 반듯하게 정리된 아스팔트 길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곧장 푹신푹신하게 밟는 느낌이 전해져오는 흙길 역시 좋아하는 편이었다. 물론 조금 돌아가는 길인데다가 비 온 다음 날 정도면 신발이며 옷자락이 엉망진창이 된다는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이부키는 그런 섬세한 것 하나하나에 신경쓸 정도로 예민한 사람은 아니었다. 

확실히 날씨가 따뜻해졌네.
그리 두툼하게 옷을 껴입은 것도 아니었건만 등 뒤에서 슬슬 땀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은근히 느껴지는 끈적한 불쾌감에 이부키가 작게 미간을 좁혔다. 옷을 펄럭펄럭 털면서 바람이라도 내보겠다는 양 땀을 식히던 이부키는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그 시야에 화려하게 수 놓아진 것은 꽃이었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눈부신 벚꽃을 이부키는 조금 멍하게 바라보았다. 하나하나 흩날리는 하얀 꽃잎과 한데 뭉쳐 분홍빛으로 자태를 뽐내는 벚꽃은 충분히 감탄할 만큼 아름다웠다. 

봄이구나.
정녕 계절이 바뀌고 새로운 시간이 성큼 다가왔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이부키는 멋쩍게 뒷목을 매만졌다. 저 아름다운 것을 보며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마타타기라는 사실에 어쩐지 한숨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 안에 담긴 자그마한 감정이라면 역시, 부끄러움일까. 

같이 보러 가자고 하면 화내려나. 그리 생각하며 이부키가 꽃나무 아래를 휘 둘러보았다. 손을 뻗는다면 충분히 꺾을 수 있는 위치였으나 살아있는 꽃을 부러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런 이부키의 바램을 들어주듯 떨어진 지 얼마 안 된 듯한 깨끗한 벚꽃가지를 찾을 수 있었다. 

이런 거 주면 싫어하려나. 하지만 어쩌면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부키의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가 번졌다. 키득키득 웃으며 이부키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조금, 달콤한 향이 나는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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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이부, 사막

2014. 3. 30. 11:55 from INAZUMA/NOVEL


사막의 밤은 차갑고 우아하며 눈부시다.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낮과는 달리 냉철한 달빛이 내려앉아 별이 빛나는 하늘이 수놓아진 사막의 밤에서 가장 호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단연 그곳의 왕이었다. 척박한 사막일지언정 살아가는 사람들은 있었고, 그들이 만들어낸 부족에서 족장으로 추양받는 사람 역시 있었다. 살기 힘든 장소이기 때문에 몇 배로 강하고 거친 사람들을 다스리는 족장, 마타타기 하야토는 무심한 표정으로 하늘을 보고 있었다.

사막 사람들 특유의 꽁꽁 싸맨 옷차림이 아니라 상의를 거의 풀어해친 헐렁한 옷차림을 하고는 옆에 놓은 포도를 한 알 따먹는 모습은 한가롭기 짝이 없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에 옆에 있던 사람이 표정이 도리어 찌푸려졌다.

"마타타기, 네가 할 일 덜 끝났다만." 
"내가 안해도 되는 것들이니까."
"그런게 어딨어."

마타타기와는 정 반대로 온 몸을 철저히 싸매고 있던 탓에 맨살이라고는 얼굴밖에 보이지 않은 모습의 이부키를 보며 마타타기가 코웃음쳤다. 족장인 저가 싫다는 것을 배짱좋게 거절할 사람따위 없었다. 이부키라면 모를까. 

한껏 불만스럽다는 듯 자신을 흘겨보는 이부키를 보며 마타타기가 가볍게 손짓했다. 자신을 부르는 그 모습에 이부키가 불만어린 표정을 지으면서도 얌전히 마타타기에게 다가왔다. 애초에 이 부족에서 마타타기의 명령을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이부키라면 더더욱 그랬다. 

"무슨 일인데?"
"좀 더 가까이 와 봐."

이미 충분히 가깝다만. 차마 내뱉지 못하는 불평을 삼키며 이부키가 조금 더 마타타기에게 다가갔다. 마타타기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부족의 신관인 텐마뿐이리라. 

마타타기가 그 자리에서 손을 뻗어도 충분히 이부키를 붙잡을 수 있을만큼 이부키가 가까이 오자 마타타기가 물끄러미 이부키를 바라보았다. 저 둥글둥글해보이지만 날카로운 눈매가 자신을 쏘아보면 언제나 긴장되어버리곤 했다. 그리고 저렇게 저 입매에 미소가 번진다면 저절로 한발자국 물러서고 싶어졌다. 






"큭?!"
"명령이다, 가만히 있어." 

번개처럼 움직여 멱살을 붙잡고 잡아당기는 마타타기의 힘에 속절없이 끌려오며 이부키가 가까스로 다리에 힘을 주고 버텼다. 당황스러움이 번져갔다. 이 빌어먹을 족장님이 또 무슨 장난질을 해대는 건지. 화를 내고 싶었지만 마타타기의 입에서 명령이라는 말이 튀어나온 이상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뼈에 박힌 세뇌는 여전히 잔재가 남아있었고 이부키는 찍어누르는 명령에 약했다. 아니, 굴복해버리는 것에 가까웠지만.

그런 이부키의 반응과 심리가 어떻든 마타타기는 제멋대로 행동했다. 칭칭 둘러싸매기는 해도 얇은 재질의 옷은 제법 허술했다. 순식간에 이부키의 상의를 찢어낸 마타타기는 불만스럽게 눈가를 좁혔다. 아직도 자잘한 잔상처가 남아있는데다가 크고작은 흉터도 그대로 남아있는 상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사막 출신에서는 극히 드물게 나오는 흰 피부에 어울리지 않게 찍혀있는 낙인에 마타타기가 손을 얹었다. 불로 지져져 지워지지 않는 노예의 낙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은 번듯하게 족장인 마타타기의 호위무사 노릇을 하고 있는 이부키였음에도 이깟 낙인 하나에 비웃음받고 열등감따위를 느끼고 있었으니까.

내가 허락하지 않은 감정인데. 마타타기가 이부키의 오른 어깨에 박혀있는 노예문신을 손가락 끝으로 몇 번 눌렀다. 이부키는 이제 반쯤 해탈한 모습이었다. 마음대로 하라지. 딱 얼굴에 그렇게 써있는 게 우스워 키득키득 웃은 마타타기가 곧 위험하게 표정을 바꿨다.

먹이를 노리는 매의 표정, 이라고 생각하자마자 마타타기가 이부키의 낙인 위에 제 입술을 얹었다. 그리곤 엇, 하고 놀라기도 전에 마타타기가 이를 세웠다. 콱, 하고 낙인 위에 잇자국을 새겼다.


"야... 야! 뭐하는거야?!"
"시끄러, 가만히 있어."


자근자근 깨물다가 마지막에서야 한 번 핥고서 떨어지는 마타타기를 보며 이부키가 입을 떡 벌렸다. 너, 이, 어, 차마 단어론 나오지 않는 목메인 소리가 오 초쯤 이어졌을까,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이부키가 뒷걸음쳤다. 창백하게 질렸다가 순식간에 시뻘게지는 얼굴이 볼만하다고 생각하며 마타타기가 킥킥 웃었다.

바깥으로 도망치는 이부키를 애꿋이 붙잡지 않으며 마타타기는 통에 담겨있언 포도주를 꺼내 쭉 들이켰다. 내일 아침이 되어도 저 잇자국은 틀림없이 이부키의 어깨에 박혀있으리라.

내일은 의복을 껴입지 말고 약식만 유지하라고 해볼까. 
마타타기가 심술궂게 웃었다. 폭군의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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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이부, 상사병

2014. 3. 16. 18:45 from INAZUMA/NOVEL




마타타기는 한숨처럼 더운 숨을 뱉어 냈다. 텅 빈 집에 혼자 있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스스로가 혼자있기를 원했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 덩그러니 홀로 있다는 것은 기묘한 외로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평소에 이렇게 감정 변화가 격한 사람이 아니었건만, 우습게도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빌어먹을.

마타타기는 거칠게 욕설을 뱉어 냈다. 제 자신의 몸상태와 그 증상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화가 났다. 감정을 도무지 주체할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운동장 몇 바퀴를 뛸 수 있을 만큼 기운이 나다가도, 탈진한 것처럼 힘이 쭉 빠지곤 했다. 이게 정신적인 문제라는 것은 마타타기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의심하고 부정하고, 끊임없이 자기학대처럼 제 감정을 몰아붙였었다. 몇 달을 그렇게 혼자 앓았을까, 결국 하나밖에 나오지 않는 결론에 마타타기는 집 안에 틀어박힐수밖에 없었다. 누구의 얼굴도 보고싶지 않았고, 누구의 목소리도 듣고싶지 않았다. 그렇게 믿으려고 했다. 마타타기의 상태를 보며 동생들은 조용히 자리를 피해 밖을 떠돌아다니곤 했다. 마타타기는 그들에게 미안했지만 그걸 신경쓸만큼의 여유가 남아있지 않았다. 

두근두근, 심장 박동이 다시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에 마타타기가 제 심장께를 꾹 눌렀다. 얼굴이 일그러졌다. 심호흡처럼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물론 심장박동의 변화는 없었다. 






"어이, 마타타기-! 안에 있냐?"

...환청인가? 마타타기가 입을 쩍 벌리며 문가를 바라보았다. 이 목소리가 왜 하필 지금 이곳에서 들리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차라리 환청이면 좋을 것 같았다. 자괴감이야 늘어나겠지만 진짜 이 목소리의 주인이 저 문 밖에 서 있다는 사실은 더더욱 끔찍했다. 

"어? 문 열려 있네."

내가 왜 저 문을 안 잠궜을까. 마타타기는 과거의 자신에게 백만 번 쯤 욕을 날려주며 침음성을 삼켰다. 조금은 거칠게 문고리가 돌아가고 문이 열렸다. 그리고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마타타기는 험악하게 노려보았다. 흰 색 머리카락, 길쭉하니 큰 키. 말쑥한 얼굴을 하고 있는 모양새가 마타타기가 알고 있는 장본인의 모습 그대로였기에 마타타기는 한숨이 나오려는 것을 애써 삼켰다. 하필 제일 피하고 싶은 두 사람 중 한 명이 왜 지금 여기에. 


"진짜 상태 안 좋아 보이잖아?"

조금은 당황스럽다는 얼굴을 하며 다가오는 이부키의 모습에 마타타기는 애써 시선을 피했다. 차라리 텐마였다면. 물론 제일 피하고 싶은 두 사람 중 한명이기도 했지만 차라리 텐마였다면 더 나았을 터였다. 이 꼴을 하필 이부키에게 보여준다는 사실이 마타타기의 자존심을 건들였다. 

"괜찮은 거냐, 마타타기?"

그리고 이, 미묘하게 걱정이 스며든 목소리에 별 수 없이 진정해버리는 자신이 싫어질수밖에 없었다. 젠장, 젠장, 빌어먹을. 차마 나오지 못하는 험악한 말들을 마타타기는 속으로 꾹꾹 삼켰다. 정말 부정하고 싶지만, 이부키의 존재에 명백히 안정하면서 동시에 설레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마타타기는 조금 머뭇거리면서도 제 이마에 손을 얹는 이부키의 손길에 입술을 깨물었다. 사람 특유의 체온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것에, 마타타기는 두 손에 힘을 주었다. 손톱이 피부를 콕콕 찌르며 파고들었다. 


제가 앓고 있는 병이 상사병이라는 사실만큼은, 정말 죽는 한이 있어도 이부키에게 말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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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

마타이부, 싸움.

2014. 3. 4. 21:39 from INAZUMA/NOVEL



컥, 하고 숨이 틀어막히는 신음성이 튀어나왔다. 그러면서도 얼굴에 걸린 여유로움을 가장한 비웃음이 지워지지 않은 것에 상대의 얼굴이 더더욱 사나워졌다. 그런 일그러진 이부키의 얼굴을 보는 것은 마타타기에게 씌워진 비웃음을 더 짙게 만드는 것 이상의 일을 해주지 못했다. 둥근 눈매가 날카로움을 가장해 치켜뜨이고, 그 속에 잔뜩 빈정거림을 담고 있는 그 모습을 보며 이부키는 참지 못하고 몇 번이고 마타타기의 멱살을 잡은 손을 앞뒤로 흔들었다. 애써 버티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키와 체격부터가 차이가 나는 터라 반 쯤은 까치발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던 마타타기로서는 속절없이 그에 끌려다닐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이부키에게서 시선을 때지 않고 있었다. 

그 표정을, 이부키의 만면에 얼룩진 감정의 흔적을 마타타기는 샅샅히 파헤치고 있었다. 그 색을 읽어내고는 속절없이 웃어버리고 있었다. 화를 내는 형태로 제 감정을 드러냄과 동시에 숨기고 있었지만, 마타타기에게는 소용없었다. 


멱살을 잡고 있는 사람은 이부키였고, 그에 끌려다니는 사람은 마타타기였지만. 정말 이상할 만큼, 이부키가 마타타기에게 매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열하듯, 애원하듯. 정말로 의아할만큼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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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

축제, 집사2

2014. 3. 2. 19:24 from INAZUMA/NOVEL



거추장스러운 자켓은 이미 벗어버리고, 와이셔츠에 조끼, 넥타이 차림으로 마타타기는 기지개를 쭉 펴며 웃었다. 드디어 탈출이었다. 비록 그 덕분에 어스 일레븐의 전원과 이리저리 헤어져버렸지만 딱히 이곳이 우주도 아니고, 위험 지역도 아니고, 걱정스러울 것도 없었다. 어딜 가든 시선을 집중시키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찾기도 어렵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아무나 붙잡고 이나즈마 재팬 못봤냐고 물어보면 된다는 것을 마타타기는 알았다. 

머리를 헝크러뜨리며 성큼성큼 걷던 마타타기의 눈에 띈 것은 과하게 익숙한 뒷모습이었다. 하얀 머리카락, 껑충 큰 키, 운동선수다운 체격. 물론 마타타기가 가장 자주 본 건 저 앞모습이지만 그는 어렵지 않게 상대를 알아챌 수 있었다. 

"....이부키?"

"어?"

작은 목소리의 부름이었지만 민감하게 그것을 잡아낸 이부키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곧장 마타타기와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의 표정이 순간 일변했다. 마타타기는 몹시도 못마땅한 듯 미간이 좁혀졌고, 이부키는 조금 멍한 듯 얼빠진 표정이 되었다. 팔짱을 끼고 자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마타타기의 모습을 이부키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반응에 마타타기는 조금 기분이 나빠졌다.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이 집사복 때문이겠지. 

불만 있어? 당장이라도 그렇게 쏘아붙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참지 않고 그대로 실현시켰다. 


두 사람이 있던 장소가 말다툼의 소란으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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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의 뻘설정 주의 부탁드립니다! 개연성 없음 등등등은 이미 기본사항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냥 마타이부입니다 →

==

사랑의 묘약. 그걸 마시고 처음 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는 특별한 마법의 약. 소녀들의 꿈 속에서나 나온다고 여겨지는 그것을 직접 눈 앞에서 보게 된 마타타기는 꽤나 복잡한 표정이었다. 텐마 직속 실험팀의 마나베와 미나호가 만들어냈다는 이것이 정말 그들의 이름을 걸 수 있는 '성공작'이라는 알았지만 그렇기에 더 복잡한 기분이었다. 설명하자면, 흥미는 떨어지고 골치아픔만 늘어났달까. 딱히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장난을 치기에는 마타타기는 사랑의 중요성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 본인부터가 가족들을 깊이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이 약물 따위가 일으키는 화학작용이 정말로 사랑인지도 알 수 없고. 그렇게 생각하며 마타타기는 성의없이 약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옅게 찰랑이는 투명한 액체는 향도 전혀 없어서 언뜻 보기에 물처럼 보였다. 


"야, 마타타기. 여기 있냐?"
"어."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부키의 목소리에 마타타기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무심하게 대꾸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보고서를 뒤적거리면서 마타타기는 이부키에게 반 쯤 관심을 끄고 있었다. 

"이거 뭐냐? 마셔도 돼?"
"마시든가."

아무 생각 없이 대꾸했던 마타타기가 멈칫했다. 이 연구실 안에서 마실 것은, 틀림없이, 하나 뿐일 텐데. 
...어? 
마타타기가 급하게 몸을 돌렸다. 하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깨끗하게 묘약을 비운 이부키의 모습이 선연하게 눈에 들어왔다. 하얀 머리카락, 하얀 실험복. 껑충한 키에 말쑥한 생김새의 이부키는 방금 전까지 묘약이 들어있었을 텅 빈 컵을 손에 들고 곧게 마타타기를 보고 있었다. 

낭패다, 순식간에 마타타기의 표정이 당혹스러움과 골치아픔으로 물들었다. 묘약의 효과는 절대적. 마나베와 미나호가 자신만만하게 보여주었던 모습에서 묘약을 마신 모르모트들은 순식간에 행동이 변하곤 했다. 마음 속에 순식간에 타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모르모트들은 전부 동물들이었지만 사람이라고 해도 다를 건 없을 터였다. 

"뭐냐? 왜 그런 표정으로 보는데."

시큰둥하게 던져진 이부키의 목소리에 마타타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불퉁한 표정, 찌푸린 미간, 삐딱한 자세. 영락없는 평소의 이부키였다. 순식간에 마타타기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갔다. 틀림없이 저 묘약의 효과는 확실했다. 마타타기가 직접 본 것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이부키의 모습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마음 속에 사랑이 피어오르고 있었을 텐데, 다른 실험체들은 틀림없이 없던 사랑이 급격하게 피어올라 그것을 주체하지 못하곤 했는데. 

그런데도, 행동이 평소와 같다는건. 그 말 뜻은, 설마. 
실험실이 침묵에 잠겼다. 들리는 것은 오직 두 사람의 가벼운 숨소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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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

마타이부 고백

2014. 2. 18. 18:48 from INAZUMA/NOVEL


"너를 좋아해."

 담담한 척 전해진 말이 주변에 머물렀다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를 가득 채운 것은 무거운 침묵인지라, 고백을 한 당사자도 고백을 받은 장본인도 무어라 말을 꺼내지 못하고 제 입을 꾹 다물었다. 고백을 한 사람인 이부키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랐기 때문에 입을 열 수 없었고, 고백을 받은 사람인 마타타기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입을 다물었다. 속 안에 꼭꼭 숨겨두었던 달콤한 감정을 속삭인다는 고백이 흘러나온 직후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서늘한 분위기가 둘 사이에 감돌았다. 먼저 입을 연 쪽은 마타타기였다. 


"....나를?"

 혹시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거 아니냐는 의혹이 잔뜩 깃들어 있는 짧은 물음이었다. 하긴, 별 수 없는 일이라고 이부키도 납득했다. 마타타기는 여자아이도 아니고, 친분이 깊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같은 팀의 동료라는 수준의 그저 그런 관계. 그런데 왜? 마타타기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이부키를 살폈다. 

"혹시 게임의 벌칙이라던가?"

"아니야!"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용기를 쥐어짜서 겨우 한 고백이 고작 게임의 벌칙 취급 받는 것에 이부키가 버럭 화를 냈다. 내가 너 좋아한다고 이 똥멍청이야! 당장이라도 그렇게 소리치고 싶은 감정을 이부키는 꾹꾹 눌러 참았다. 이렇게 외쳤다간 기껏 용기 낸 보람도 없이 고백이 흐지부지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마타타기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런 녀석이라는 것쯤은 너무도 잘 알고 좋아했지만 화가 나는 것은 별 수 없었다. 

"좋, 아 한다고. 내가, 너를."

배짱 좋다는 말은 꽤나 자주 듣는 이부키였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 하는 고백의 말을 내뱉는 것은 배짱이 좋은 걸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였다. 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용기를 전부 쥐어짜서 이부키는 가까스로 말을 내뱉었다. 그 말이 끝나고 나서야 마타타기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새겨졌다. 그것으로 이부키는 제 고백이 마타타기에게 제대로 닿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소답지 않게 당혹스러운 표정의 마타타기는 이부키의 마음 속에 진득한 만족감을 선사해주었다. 제대로 닿았다는 의미였으니까, 오만할만큼 자신만만한 얼굴을 무너뜨릴만큼의 감정을 선사해줄만큼이 되었다는 뜻이니까. 

"나를, 좋아해..."

중얼거리는 것처럼 속삭이는 마타타기의 목소리를 캐치해낸 이부키가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강한 긍정에 마타타기가 입을 꾹 다물었다. 좋아한다, 나를. 마타타기 하야토를. 그 모든 본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좋아해준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기분이었다. 자신을 다른 사람이 좋아한다는 그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대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강아지처럼 기대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부키의 모습을 힐긋 흘겨보았다. 

나는, 너를.

마타타기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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