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보는 푸른색 하늘이 아닌 오묘한 빛깔의 연보랏빛 하늘을 마타타기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걸 보는 것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아쉬운 기분까지 들 정도였다. 이건 분명 마지막이라는 언어의 힘이겠지. 별 전체에서 축제가 일어나 어딜 가도 소란스럽고 들뜬 분위기였지만 사각지대는 있는 법인지라, 마타타기는 어려움 없이 사람의 온기도 부드러운 소란도 없는 고요한 정원 한구석에 자리잡고 앉을 수 있었다. 축구화의 신발코로 바닥의 흙을 의미없이 파헤치며 마타타기는 입을 꾹 다문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주변은 조용했고, 민감해진 기감은 작은 소리도 예민하게 잡아낼 수 있었다. 발소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구야?"
날카롭게 찌르듯 날아온 목소리에 상대방의 기척이 멈췄다. 그리고 드러난 모습에 마타타기는 가볍게 두르고 있던 경계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만면에 한껏 짜증을 담았다. 그는 제 상념이 방해받은 것에 대해 숨김없이 불쾌함을 표현하고 있었다.
"뭐야, 이부키 너였어? 여긴 왜 왔어?"
"너야말로 왜 여기 있는데?"
이부키의 행동이나 말투로 보아서는 마타타기가 여기에 있는 줄은 전혀 모르고 있던 모양이었다. 하긴 당연한가. 그렇게 생각하며 마타타기는 두어 번 제 머리를 거칠게 흐트러뜨렸다. 방해꾼이 생긴 이상 이곳에 더 있고 싶은 마음도 자연스럽게 사라진 뒤였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마타타기의 모습에 이부키가 먼저 말을 걸었다.
"왜 여기 있어?"
"혼자 생각할 게 좀 있어서."
꽤 솔직하게 돌아온 답변에 이부키는 그것 나름대로 당황했다. 이런저런 영향으로 같은 팀원들에게는 꽤나 유하게 대해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격게 되니 역시 당황스러웠달까. 하지만 금새 그런 기색을 떨쳐내고 이부키는 연이어 물었다.
"중요한 거야?"
"나름."
"주장에게 상의할 수는 없는 거고?"
"어."
단답이기는 해도 답이 돌아온다는 사실에 충분히 만족하며 이부키는 입을 다물었다. 갤럭시 일레븐에서 마타타기가 가장 마음을 놓고 있는 상대인 텐마에게까지 말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 뭔지 이부키의 머리로는 도통 짐작할 수 없었지만, 자신의 위치로는 딱히 그에게 물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괜사리 물었다가 한 대 얻어 맞기라도 하면 아프기만 하다는 것을 이부키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둘 사이에 대화가 사라지자 생겨난 것은 침묵이었다. 마타타기는 노려보다시피 하늘을 보고 있었고, 이부키는 그런 마타타기의 뒷모습만 멀뚱히 보고 있는 상태에서 마타타기가 고개를 돌려 이부키를 바라보았다.
"그 때 너는 어땠어?"
"어? 뭐가."
마타타기가 말하는 그 때라는 것을 잡아내지 못한 이부키가 조금 당황한 표정을 그렸다. 그 모습에 마타타기가 너그러이 보충 설명을 덧붙였다.
"그 때.... 라이프 에너지를 모두와 찼을 때."
"아아."
그리고 그제야 이해한 이부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다물었다. 답을 주기 위해 생각에 잠긴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부키가 제대로 공을 차 본 건 그때가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키퍼이자 농구선수로서 손에 공을 들고 있는 것이 익숙한 이부키는 아직까지도 그 때의 묵직한 느낌이 남아 있는 것 같은 착각까지 순간순간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에 대한 소감이라고 해 봐야 딱히 거창한 건 없었다. 그저, 단지.
"조금 두근거렸는데. 긴장인지 뭔진 모르겠지만."
좀 쪽팔리기는 해도 모두와 함께 우주를 구하기 위해 공을 찼다는 것이 꽤나 기분좋은 압박과 같은 무언가를 주었다는 것은 확실했다.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는 제 자신의 말제간을 탓하며 이부키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마타타기는 조금 더 알 수 없는 표정이 되었다.
"너는 어떤데?"
"....이상했어."
표정을 찌푸린 마타타기에게서 나온 예상치 못했던 답에 이부키의 표정이 요상해졌다. 그런 이부키를 흘러가듯 무시하며 마타타기는 혼잣말에 가까운 말을 중얼거렸다.
"그래, 이상했어.... 나 혼자 넣은 슛이랑은 느낌이 달랐어. 굉장히..."
그 이상은 말을 잇지 않고 입을 다물었기에 들려오지 않았다. 이부키는 두 눈썹을 치켜세우며 마타타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부키로서는 도통 알 방도가 없었다. 다만 이부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이곳에 오기 전 만난 주장이었다. 상냥하게 웃는 얼굴의 주장은 마타타기는 괜찮다고 말했더랜다. 팀원의 감정에 꽤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주장이 그렇게 말한다면 마타타기가 말하는 '이상함'도 결코 부정적인 의미는 아닐 거라고 이부키는 확신했다.
그럼 그냥 제 감정을 몰라서 저러고 있는 건가? 이부키는 제 나름대로의 생각의 정리를 마친 뒤 마타타기를 바라보았다. 찌푸리고 있는 표정은 무언가 알쏭달쏭한 것을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뭐야. 그렇게 생각하며 이부키가 피식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마타타기가 조금 찌푸린 표정으로 이부키를 바라보았다. 불만 어린 눈동자였다.
"단순한 고민이잖아, 너."
"뭐?"
"주장이 괜찮다고 했으니까 괜찮겠지. 적당히 고민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주장'이 괜찮다고 말했다는 이부키의 말에 마타타기가 발끈하려던 감정을 추스렸다. 별 일도 아니라는 듯이 씩 웃으면서 저를 곧게 바라보는 이부키의 표정이 몹시 고까웠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부키를 쏘아보던 마타타기는 결국 팔짱을 끼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지만 그 표정이 분명 꽤나 편해져 있었기 때문에, 이부키는 비집어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지 않고 얼굴에 그려넣었다. 그리곤 손을 뻗었다. 마타타기가 그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가 시선을 들어 이부키를 보았다. 이부키는 무언가 더 말을 붙이지 않고 그저 기다렸다. 두 사람의 눈이 얽히고 감정이 충돌했다. 먼저 한숨을 내쉰 쪽은 마타타기였다.
저에게 뻗어진 손을 마타타기는 어렵잖게 맞잡았다. 닿아오는 체온은 평소보다 조금 뜨거운것도 같았다.
'INAZUMA > NO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츠카제 텐마, 사투리 (0) | 2014.04.06 |
---|---|
마타이부, 도둑고양이 (0) | 2014.03.30 |
텐마, 키나코, 이별 (0) | 2014.03.30 |
마타이부,사과 (0) | 2014.03.30 |
마타이부, 봄 (0) | 2014.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