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바나 키나코'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6.05.08 키나코, 어머니의 날
  2. 2016.05.07 란마사, 관계
  3. 2016.05.01 페이, 꿈결
  4. 2014.04.11 모브키나
  5. 2014.04.11 키나코, 그 날의
  6. 2014.03.30 텐마, 키나코, 이별
  7. 2014.03.08 츠루키나, 200년 1
  8. 2014.02.02 나노바나 키나코, 끝
  9. 2014.01.31 나노바나 키나코, 페이 룬



 텐마와 신스케가 짧게 눈을 맞췄다. 즐거움 가득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며 한 번 미소지은 두 사람이 힐긋 시선을 넘겼다. 그 시선의 끝이 향한 사람은 페이였다. 애써 평소의 모습을 위장하고는 있었으나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은근하게 보여서 보는 사람이 미소짓게 될 정도였다. 저렇게 티낼거면 그냥 행동하는 게 좋을 텐데. 텐마가 웃으며 그리 생각했다. 그래도 힘든 게 당연하겠지. 신도는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커룸에 있는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면서도 페이는 그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듯 초조해하고 있었다. 엄지손가락 끝을 자근자근 씹는 페이를 보며 츠루기가 픽 웃었다. 


“있지, 페이!”

“응!? 아, 응. 왜, 텐마?”


 가벼운 부름에 소스라치게 놀라 돌아보는 페이를 보며 텐마가 머쓱하게 웃었다. 역시나라고 해야 할지, 페이의 눈과 귀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안 들렸던 모양이었다. 머리를 긁적이며 텐마가 한 쪽 방향을 가리켰다. 페이가 내내 노려보고 있던 문 방향이었다. 동시에 키나코가 약 5분 정도 전에 나간 방향이기도 했다. 그 손짓에 페이가 가볍게 몸을 떨었다. 


“가 보는 게 좋지 않아?”

“아니... 별로...”


 가 봤자 할 말도 별로 없고... 말을 우물거리며 고개숙이는 페이를 보며 텐마가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무슨 말을 해줘도 페이가 해주는 말이라면 키나코는 뭐든 기뻐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거의 100%에 가까운 확률로 그럴 터이지만, 말해봤자 믿어주지 않을 것 같기에 텐마는 그냥 침묵하기로 했다. 대신 텐마는 열심히 등을 떠밀었다. 


“만나면 할 말이 생길거야! 괜찮아!”

“그래도...”

“어떻게든 될 거야!”


 걱정 마! 그리 말하며 활짝 웃는 텐마를 보며 페이가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눈이 마주치는 사람마다 작게 웃었다. 고개를 끄덕여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 온화한 지지를 마주보며 페이가 작게 얼굴을 붉혔다. 라커룸에 있는 모두가 결국 페이의 내심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굉장히 부끄러웠지만 동시에 감사하기도 했다. 머뭇거리던 발걸음이 결국 문 너머에 섰다. 정말 괜찮을까? 마지막으로 묻듯이 돌아보는 시선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와, 페이! 그 말에 페이가 몸을 돌렸다. 뛰기 시작했다. 페이의뒷모습을 보며 모두가 시선을 맞췄다. 마주보고 피식 웃었다. 



 * * *



 이제 어쩌면 좋지? 페이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표백됬다. 사실 따라오고 싶었고, 그래서 모두의 떠밀림에 감사하며 따라 나오긴 했지만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부터 깜깜했다. 뭐, 뭘 말해야 하지? 날 낳고 죽을 거라는 미래를 받은 내 또래의 소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거야? 정답을 아는 사람이 있으면 멱살을 움켜쥐고 당장 말하라고 소리를 지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딱 그만큼 절박했다. 


 훌륭한 축구선수의 다리는 금방 키나코의 뒷모습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지게 뛸 수 있었다. 키나코의 뒷모습을 보자마자 걸음걸이도 걸음소리도 늦추며 소년이 몇 번이고 자근자근 제 입술을 씹었다. 어떻게 하지. 어쩌면 좋지. 초조함에 잠식되어 어쩔 줄 몰라하는 어린아이를 구원한 것은 어머니였다. 소녀가 몸을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페이! 따라온기가? 말을 하제~!”

“아니... 그.”


 키나코의 얼굴이 꽃이 피듯 환해졌다. 그에 비해 한층 어두운 얼굴을 하게 된 페이가 입을 꾹 다물었다. 더 할 말도 찾기 힘들었다. 입만 다물고 있는 페이였지만 키나코는 그마저도 달가운 듯 페이를 이끌었다. 가볍게 웃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키나코를 보며 페이가 심호흡했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반드시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아니, 해야 하는 말이 있었다.


“키나코.”

“응?”


 시작부터 망했다. 이렇게 부르면 안 되는데. 페이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엄마라고, 불렀어야만 했는데. 어쩔 줄 몰라하는 페이를 보며 키나코가 그의 손등을 작게 다독였다. 괜찮으니께. 그리 말해주는 키나코의 모습에 페이가 울상이 되어 소녀를 보았다. 입술이 파르라니 떨렸다. 


“있지. 오늘... 어머니의 날...”

“응응.”

“그러니까...”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어물거리는 페이를 보며 키나코는 마냥 웃기만 했다. 기쁜 듯, 행복한 듯. 사랑스러운 미소였다. 헤아릴 수 없는 애정이 담뿍 담긴 그 얼굴을 보며 페이가 힘겹게 말을 꺼냈다. 반드시 전해주고 싶었던 작은 말. 


“고마워요...”


 엄마. 마지막 말은 채 완성되지 못하고 벙긋거리기만 했지만 키나코는 충분히 알아들었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렇기에 기쁘게 페이를 끌어안고 환히 웃었다. 기뻐 어쩔 줄 몰라하는 키나코를 보며 페이가 그제야 안심하여 옅게 웃었다. 손을 뻗어 자신도 끌어안았다. 아직 그보다 작은 어머니였다. 누구보다도 감사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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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

란마사, 관계

2016. 5. 7. 00:29 from INAZUMA/NOVEL




 이런 거에 기분 나빠하면 나는 진짜 못된놈이겠지. 그런 거겠지? 참아라, 키리노 란마루. 정신 차려. 키리노는 속으로 몇 번이고 자기 자신을 타일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게모르게 치켜떠지는 눈매를 도저히 간수할수가 없어 아예 시선을 돌려버리기까지 했다. 손가락이 초조하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렇게까지 감정 숨기는 것이 서툰 사람이 결코 아니었는데, 카리야만 연관된다면 이상하리만치 서툴러져버렸다. 어쩌면 카리야가 키리노를 꿰뚫어보는 것이 능숙하기 때문에 도리어 풀어져버리는 것일지도 몰랐다. 달갑지 않았다. 키리노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그렇게 불만이야?”

“어? 아, 신도...”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다가오는 소꿉친구를 보며, 키리노가 슬쩍 팔짱을 풀었다. 입가에 어색한 미소가 걸렸다.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는 소꿉친구의 모습을 보며 신도는 자연스럽게 한쪽 방향을 바라보았다. 키리노가 줄곧 지켜보다가 결국 고개를 돌린 대상이자 아마도 키리노를 심란하게 만들고 있는 장본인들. 신도가 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물었다. 


“카리야? 아니면 나노바나인가?”

“......티 많이 나?”

“좀?”


 소꿉친구인 신도가 아니면 못 알아볼 정도, 라고 좋게 포장해주고 싶었지만 현실은 차갑기만 했다. 눈치가 빠르거나 예리한 부원들은 이미 어렵잖게 키리노의 심란함을 눈치채고 있었다. 시선으로 은근히 신도를 떠미는 시선 역시도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그만큼 키리노의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고 있었던 탓이었다. 평소 감정 컨트롤에 능숙하고 책임감 강한 키리노의 모습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기도 했다. 신도는 잠시 카리야를 물끄러미 보았다. 나노바나와 대화하며 웃고있는 모습은 저보다 한 살 어린 후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키리노는 그 웃는 얼굴에서 시선을 못 때는 것 같았다. 어떤 의미로는 정말 대단했다. 키리노가 이렇게나 반해서 쩔쩔매는 모습 같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해 본 적 없었으니. 


“나노바나는 카리야에게 그런 감정 없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되지 않아?”

“나도 알아...”


 아는데... 키리노가 제 머리를 벅벅 긁었다. 누가 모를까. 나노바나의 시선은 더없이 담백했다. 그 눈에 담긴 것은 순수하게 동료에게 주는 애정 뿐. 그 이상의 감정을 따져보아도 그건 모성애에 가까운 감정이었지 에로스적 감정은 결코 아니었다. 더군다나 라이몬 축구부 전원이 알고있는 것처럼, 나노바나에게 있어서 제일 특별한 사람은 페이였다. 그러니 카리야와 나노바나가 사이좋게 대화하고 있다고 해서 질투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와 카리야는 같은 포지션이었고, 같은 학년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대화거리는 넘쳐났다. 거기에 나노바나는 친화력 좋고 활발한, 텐마와 비슷한 과이기도 했으니 더더욱 그랬다.


 그래도... 키리노는 애꿋은 접속사 한 마디를 덧붙이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보고 웃어줬으면 좋겠어. 소소한 소망 한 마디 속으로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

쓰다가 중간에 막혀서 결국 끝내버린 글... 커플링 말고도 라이몬 부원들끼리 이렇게 저렇게 관계를 따져보고 상상하는거 참 즐거워요. 카리야는 결국 부모님께 버려진 것에 가까운 아이라는 점에서 페이와 입장이 조금 닮아있고... 그래서 키나코도 다른 부원들보다 조금 더 모성애에 가까운 감정을 줬으면 좋겠어요 동료애와는 조금 다른 다정함같은 거. 디펜더 1학년즈 두사람이 친했으면 좋겠다는 욕망...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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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

페이, 꿈결

2016. 5. 1. 01:04 from INAZUMA/NOVEL




 꿈을 헤매는 시간이 있다. 유독 깊게 잠식되어버린 탓에 모든 경계마저 얇아져 의식을 낚아챌 수 없는 시간. 열에 달떠 주변이 녹아내리는 감각을 또 한 번 느끼며, 페이가 눈을 감았다. 세상이 뒤집혀 아득했다. 필요 이상으로 뜨거워진 머리가 이성을 마비시켰다. 그 원인을 소년은 정확히 짚어내고 있었다. 년에 한 번 꼴로 찾아오는 열감기였다. 소년이 손꼽히게 싫어하는. 그러나 반드시 찾아오고 마는. 길게 숨을 뱉었다. 열기 속에서 너무 일찍 정신을 차렸다는 것을 느즈막히 깨달았다. 연둣빛 눈동자가 느릿하게 창가로 향했다. 유리 너머로 비치는 것은 검푸른 새벽색뿐이었다. 아주 이른 새벽이었다. 아무도 깨어있지 않을 시간. 페이는 짧게 몸을 뒤척이려다가 말았다. 손 한 점 움직이기 번거롭다 생각될 정도로 몸이 무거웠다. 소년이 눈을 감았다. 이대로 다시 잠들어서, 깨어날 때면 침대 주변에 친구들이 모여있을 터였다. 이 시기면 늘 앓고는 했으니 익숙하지만 그래도 걱정 어린 말을 속삭여주며 이마에 손을 얹어주고, 약을 챙겨주고, 먹을 것을 챙겨주겠지. 그리고 푹 쉬라는 말과 함께 방을 비워줄 터였다. 다시 잠들 수 있도록. 언제나 그랬듯이. 


 그것마저 우습게도 절실하다. 페이는 헛웃음을 지으며 팔을 움직여 이불을 겨우 끌어당겼다. 그리고 눈을 다시 감았다. 애써 잠을 청했다. 몸의 열기에 이불의 온기까지 더해져 필요 이상으로 더웠다. 숨이 막혔다. 그럼에도 이것이 옳다 스스로 중얼거리며 수마를 불러오려 애썼다. 질끈 감겨진 눈과 깊게 패인 미간이 천천히 흐려졌다. 새벽녘에 잠시 깨어난 정신은 솔바람에 물기가 적셔지듯 느릿하게 다시 잠에 취해들었다. 몸의 열기가 그것을 단단히 매어들었다. 잠과 열에 취한 몸이 의식을 심연으로 끌어내렸다. 그에 만족하며 페이가 설핏 입꼬리를 올렸다.

 손이 닿아온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


 무언가 이마에 닿았다. 페이는 그것을 자각하고 눈을 부릅뜨려 했지만, 이제 막 잠에 취하기 시작한 무거운 눈꺼풀은 그 의사를 거절했다. 천천히 쓸어내려지는 손길은 깜짝 놀랄만큼 다정하고 온화해서 별 거부감이 들지 않은 탓도 있었다. 누구? 페이는 그리 묻고 싶었다. 갈라진 목소리와 건조한 목구멍은 그 소리조차 바깥으로 내보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쎄엑거리는 숨소리만 조금 흘려져나오는 것에 손길이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떨어졌다. 페이는 짧은 순간 그것이 몹시도 아쉬워졌다. 우습게도 서운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다시 이마에 무언가 닿았다. 미적지근한 사람의 체온. 페이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제 이마에 키스해주는 누군가의 입술임을 알았다. 누구야? 페이가 힘겹게 눈을 떴다. 초점이 흐린 눈 사이로 저문 노을색 눈이 비춰졌다. 저미게 다정한 갈색의. 


“아프지 마, 페이.”


 속삭여지는 목소리와 짧은 쓰다듬에 소년이 무심코 입을 열었다. 본인도 자각하지 못하는 흐린 목소리였다. 다 쉬어빠져 제대로 닿았을까 확신조차 할 수 없는.


“......엄마?”


 그리고 당신은 미소지었나? 눈가를 덮는 손길과 동시에 잠에 빠진 소년은, 그것을 알 수 없었다.

 당신이 꿈인지 현실인지조차도.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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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

모브키나

2014. 4. 11. 22:30 from INAZUMA/SS

모브 주의............ 으윽 연애썰을 듣고 젤 두근거렸던 부분을 골라 써봤습니다 이 자리에 넣을만한 상대캐가 없어서 별수없이 모브캐...... 별 다섯개 주의 우욱 키나코가 미래인만 아니었으면 딴 애 쓰는 거였는데.....

기본적으로 생각해놓은 모브캐 설정 : 검푸른 색 머리카락, 페이보다 약간 더 진한 녹색 눈동자. 서글서글 웃는 얼굴이라 인상 좋아 보이지만 무표정하면 눈매는 은근 매서운 편. 키나코보다 성격은 얌전한 편이지만 생각이나 그런 면에서 굉장히 닮은 소울 메이트... 지만 키나코를 짝사랑. 키나코가 결혼하는 그 순간까지도 짝사랑. 우윽 미안해...... 사실 키나코가 얘한테 처음 관심을 가진 계기가 얘 눈색이 페이를 닮아서였는데...... mm)

-








"...예쁘다, 키나코."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가장 먼저 너의 입에서 나온 그 말에 나는 웃었다. 너도 멋있는걸.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진심이었다. 이제까지 보았던 그 어떤 모습보다도 멋진 모습으로 너는 내 앞에 서 있었다. 차분하게 내려앉은 검은색에 가까운 검푸른 머리카락과 초록색 눈동자가 선연하게 빛나고 있었다.  번듯한 정장 차림에 연두빛 타이를 매고 꽃다발을 손에 들고 있는 너는 굉장히 멋있었다. 

"결혼 축하해."

내게 그 꽃다발을 안겨주면서 속삭이는 너의 목소리에 나는 고맙다고 웃었다. 너도 마주 웃었다. 그 미소가 내게 눈을 감추기 위해서임을 알았다. 너와 나는 너무 닮아있었으니까. 정말 쏙 빼닮아 있는 둘이었으니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모른 척, 나는 네 앞에서 핑그르르 돌았다. 치렁치렁한 드레스 옷차락이 꽃잎처럼 불빛 아래에서 화려하게 반짝였다. 어때? 나는 자랑하듯 그리 말했다. 정말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그렇게 굴었다. 정말 예뻐. 너는 그런 내 마음에 보답해주듯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네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순간 의아함에 나는 너를 올려다보았다. 

"식장 앞까지, 내가 에스코트 해도 될까?"

식장 앞까지 약 30m. 나는 너를 올려다보며 장난끼 어리게 웃었다. 개구쟁이처럼 그렇게.

"누가 보면 너랑 결혼하는 줄 알겠는걸?"

"그럼 나야 좋고. 도망갈까?"

 농담처럼 진담을 속삭이는 너를 보며 나는 웃으며 농담을 받듯 거절했다. 한 발자국 물러서는 나를 알았을까, 너도 정말 장난이었다는 듯 씩 웃었다. 나는 네가 내밀고 있는 손을 맞잡았다. 너는 잠시 내 손등을 내려다 보더니, 곧 무릎을 꿇었다. 사실 소스라치게 놀랐다. 너는 내 손등에 입맞췄다. 

"내 공주님, 행복해 줘.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신부님."

"....."

"널 정말로 좋아했어."

 나도 알고 있었어. 나는 속으로 그 말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그저 꽃처럼 웃었다.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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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

키나코, 그 날의

2014. 4. 11. 22:10 from INAZUMA/NOVEL



"나노바나."

아아, 역시 너에게만큼은 말하고 싶지 않았어. 키나코는 제 속피부를 잘근잘근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저 시선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무슨 감정이 한가득 담겨 있을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보고 싶지 않았다. 다만 저 자신이 꽤나 우스운 표정을 짓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뚜렷하게 알 수 있었다. 죄책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알고 있었다. 네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도. 그리고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것도. 

하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아니었다. 나의 감정도 아니었다. 그저 나의 아이의 안전을 위해 뛰어넘어 온 시간이고 공간이었다. 아이를 위해서 온 곳에서 집중해야 할 사람은 페이였다. 나의 풋사랑이 아니었다. 

하지만 너는 아니었다. 네 감정은 소중했으므로 나는 차라리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 나를 좋아해주는 걸까 원망스럽기도 했다. 나는 이렇게나 꼴사나운 인간이었다. 

"─────키나코."

아아, 하지만 내가 사랑한 이 사람은 어쩜 이리도 상냥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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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

텐마, 키나코, 이별

2014. 3. 30. 11:59 from INAZUMA/NOVEL


트위터 포옹시키기 해시태그 결과물입니다! 



*

"텐마 캡-틴!"

낭랑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텐마가 가볍게 미소지었다. 제 앞에서 팔랑거리듯 가볍게 뛰어다니는 소녀의 갈색 머리카락이 부드러이 휘날렸다. 제 앞에서 저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며 싱글벙글 웃는 소녀를 보며 텐마가 입을 열었다. 

"키나코, 이제 가는 거야?"
"응! 내가 있어야 할 시간대로 돌아가는 거구마."

조금은 아쉽다는 듯이, 어쩌면 쓸쓸하다는 듯이 흐려졌던 눈동자가 금새 다시 반짝반짝 빛났다. 초생달처럼 곱게 휘어지는 눈매와 그 안에 숨겨진 강인한 색채에 텐마는 안심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다시는 만나지 못할 사람일지언정 소중한 동료였다. 강한 사람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으나 별 수 없이 걱정되는 기분은 텐마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렇게 웃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제서야 마음이 놓였다. 

아스라이 휘날리는 다정한 색채를 텐마는 충동적으로 품에 안았다. 당황한 키나코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텐마를 올려다보았지만, 끌어안겨있던 탓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건강해야 돼, 키나코."
"..."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속삭이는 텐마의 목소리에 키나코가 작게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것도 모를 것이 분명한 텐마겠지만 감이 좋은 사람이니까 무언가 느꼈을지도 몰랐다.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 같은 상냥한 포옹에 키나코는 아주 잠깐 머뭇거렸다가 천천히 팔을 둘렀다. 자그마한 손이 텐마의 허리에 닿았다.

"그동안 윽수로 고마웠당께, 캡틴."
"응. 키나코도."
"...잘 있어."

그 말을 끝으로 텐마에게서 떨어진 키나코가 환하게 웃었다. 빛을 받아 부서지는 눈부신 미소였다. 그 눈부심에 텐마 역시 마주 웃어주었다. 눈물이 쏟아질 만큼이나 상냥한 미소였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소중한 동료와의 이별 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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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

츠루키나, 200년

2014. 3. 8. 18:05 from INAZUMA/NOVEL


찾았다. 츠루기는 멍한 눈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더라, 기억도 나지 않았다. 기적이자 저주에 가까운 그 시간동안 무슨 생각으로 살아왔는지도 이제는 가물가물했다. 수백 번 후회하고 수 천번 울었다. 하지만 다시 수 만 번 생각해도, 시간이 돌아간다면 이 길을 선택했을 것을 알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츠루기는 가만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의아한 눈빛의 시선과 마주쳤다. 동그랗고 부드러운 그 색감을 얼마만에 마주보게 되었을까. 벅차오르는 이 감정은 감격일까, 아니면 드디어 거의 다 왔다는 해방감일까. 알 수 없었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만족했다. 

"오빠는 누구에여?"

어린 아이 특유의 혀짧은 소리로 물어오며 고개를 갸웃하는 모양새가 사랑스러웠다. 머리카락을 한 번 만져보고 싶다는 욕심을 억누르며 츠루기가 웃었다. 

"나는, 츠루기 쿄스케."

라이몬의 에이스 스트라이커이자, 츠루기 유이치의 동생이자,

"오늘 너희 옆집으로 이사 왔어."

너를 좋아하는 사람이야. 

"잘 부탁해."

널 만나기 위해서, 200년을 기다려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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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집사2  (0) 2014.03.02
Posted by 별빛_ :


가쁜 숨과 순식간에 사그라드는 생명력으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본능이, 직감이, 그 다른 모든 무언가가 전부 한 가지를 명확하게 드러내주고 있었다. 제 삶에 끝이 다가오는 것을 살아있는 존재로서 가지고 있는 직감으로서 느끼며 그녀는 천천히 시선을 천장에서 내려 제 옆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돌렸다. 울 것 같은 얼굴, 저 간절함을 보는 것은 두 번째였다. 첫 번째 표정을 보았던 잊을 수 없는 그 순간을 안개처럼 흐릿하게 떠올리며 그녀는 양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눈꼬리를 미끄러뜨렸다. 미소짓는 그 얼굴에 상대가 입술을 깨물었다. 오열을 참기 위해서였다. 

"미안해, 아스레이…"

그저 미안했다. 먼저 떠난다는 사실이 이렇게나 마음아픈 것이라는 것을 키나코는 태어나서 처음 알게 되었다. 문득 손을 뻗어 눈물이 가득 차오른 그의 눈가를 닦아주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손을 올릴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게 아쉬워 키나코는 작게 손가락을 두 번 까닥였다. 그리곤 깊게 숨을 내쉬었다. 

"페이는…?"

키나코의 부름에 아스레이가 곧장 이동용 요람에 뉘여져있던 페이를 조심스럽게 안아 키나코의 옆에 눕혀주었다. 지금의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만큼 평화로운 얼굴로 달콤한 잠에 빠져 있는 사랑스러운 아들의 얼굴에 키나코의 얼굴에 안도가 번졌다. 아직 이렇게나 어린 갓난 아기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멋지게 성장할 것을 알고 있었다. 직접 보고 왔었으니까. 얼마나 눈부시게 자랐는지, 얼마나 자랑스럽게 자랐는지, 키나코는 전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줄수 없다는 것이 가슴 미어질 정도로 안타까웠다. 

키나코가 조심스럽게 페이의 자그마한 손에 제 손가락을 얹었다. 그 가벼운 행동마저도 힘겨웠다. 페이는 여전히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신록과 같은 그 아름다운 눈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까웠지만, 그 눈에 비칠 광경이 어미의 죽음이라면 차라리 페이가 계속 자고 있기만을 바랬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키고자 했던 사랑하는 아들, 내 아들. 열 달을 품고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왔던 사랑하는 존재.

마지막 순간이기 때문이었을까, 키나코의 머릿속에 수채화 그림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 장면들은 어린 시절이었다. 중학교 일학년. 무엇이든 기운넘치게 미소지으며 해내곤 했던 그때 그 시절. 다른 또래들과는 전혀 다른, 특별하고도 위험한 시간을 보냈지만 행복했다. 

다른 동료들이 모두 자신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면, 키나코의 목적은 조금 달랐다. 키나코가 그들의 여정에 끼어들어 동료로서 녹아든 목적은 페이. 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였으니까. 비록 아스레이에게 이야기밖에 듣지 못한 아이였지만 자신이 사랑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아이를 지키러 올 이유는 충분했다. 어쩌면 반 쯤 책임감으로, 절반은 어렴풋한 동정과 애정으로 넘어온 과거에서 처음 만나게 된 아이는 낮설었지만, 그만큼 사랑스러웠다. 중세시대와 에도시대, 삼국지 시대를 거치면서 느릿하고 천천히 아이를 알아갔다. 

그리고 그 뒤에 넘어가게 된 공룡 시대에서 아이의 상처를 눈치챘었다. 언제나 강해 보여서 정녕 지켜야 하는 걸까 자그마한 의심을 품게 했던 아이의 상처투성이 내면을 보게 되었다. 부모에게 버림받았다 담담함을 뒤집어쓴 쓸쓸한 말을 하는 아이의 뒷모습이 우울해 보여서, 키나코는 그제서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지켜야 돼. 지켜야 할 만큼 상처입은 아이야. 

아서 왕 시대에서 마스터 드래곤을 만난 인연을 키나코는 기억하고 있었다. 상냥했던 그녀를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미소가 비어져 나왔다. 그녀의 충고를 듣고서야 자신이 페이를 생각하는 감정이 애정이라는 것을 자각했다. 모성애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와 믹시맥스 했던 순간의 벅차오르는 다정함을 키나코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페이의 여린 뺨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사랑하는 아들을 가까스로 낳아서 품에 안았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 사실 출산의 순간부터 키나코의 목숨은 상당히 아슬아슬했다. 그 때 살아난 것 자체가 기적이 아니었을까. 어렴풋이 흐려지는 의식의 가운데에서 환상처럼 자신의 화신, 새벽의 무녀 아마테라스를 본 기억이 있었다. 차마 그것이 현실이라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자신의 든든한 친우가 제 목숨을 이어주었다는 사실을 키나코는 직감하고 있었다. 

키나코는 시선을 다시 돌려 아스레이를 바라보았다. 울지 않은 것이 이상할 만큼 슬퍼보이는 제 남편, 사랑하는 사람. 키나코는 멍하니 그와 처음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우습게도 키나코가 지금보다 열살하고도 조금 더 어렸을 무렵, 지금의 그보다 열 살하고도 좀 더 많았을 그와 만나게 됬다. 그렇게 나열하니 우습지만 키나코는 그 때 지금만큼 간절한 표정으로 페이를, 우리의 아이를 구해달라, 지켜달라 애원했던 그의 모습을 기억했다. 

사실 걱정하기도 했다. 페이를 낳아야 했지만 그를 사랑해서 결혼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그건 전부 기우라는 듯 결국은 그에게 반해서 이렇게 결혼하게 되어버렸지만. 과거도 미래도 알고 있는 키나코와는 달리, 아무것도 모르는 아스레이의 얼굴을 보며 키나코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스레이… 페이를, 우리 아이를 잘 부탁해요."

잘 지켜줘요. 절대 놓아버리면 안 돼요. 키나코는 차마 내뱉을 수 없는 말을 가만히 삼켰다. 제 사랑스런 아들이 가지고 있는 놀라운 힘에 대해 아스레이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페이더에게, 세컨드 스테이지 칠드런에게 페이를 넘겨주면 안 돼요. 상처입히면 안 돼요. 연약한 아이에요. 내 빈자리만큼 사랑해줘요.... 한 번 숨을 들이쉬고 가쁘게 내쉴 때마다 말하고 싶은 말이 쌓여갔다. 정말 아무것도 모를 그에게 말할 수 없는 말들이 쌓여만 갔다. 결국 그녀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 뿐이었다. 

"우리 아이를…… 사랑해주겠다고. 약속해줘요, 아스레이."

키나코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지었다. 몇 번이고 긍정의 말을 내뱉으며 자신의 한 쪽 손을 꽉 부여잡는 남편의 모습에 키나코는 안심하며 웃었다. 

"사랑해줘요……. 내 자리만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줘요. 외면하지 말고, 알았죠?"

결국 마지막으로 하나의 보험을 걸어놓고, 키나코는 웃었다. 아직까지도 자고 있는 페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위로 몇 년 전 보았던 페이의 얼굴이 겹쳤다. 중학생의 페이, 자신을 만나러 와 주었던 페이의 웃는 얼굴이 겹쳐졌다. 

미안해, 페이. 새로운 인터랩트를 만들어주지 못해서… 동료들과 함께 있을 땐 든든했는데, 혼자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내는 건 내게 좀 벅찬 일이었나 봐.

안타까움으로 얼룩진 얼굴을 가리며 키나코는 미소지었다. 자애로운 어머니의 미소였다. 점점 의식이 멀어져갔다. 눈 앞에 보이는 페이의 얼굴이 흐릿해졌다. 눈을 뜨는 페이의 얼굴을 제대로 본 건지도 불확실했다. 

"마마?"

제대로 들은 걸까, 그랬으면 좋겠다. 한 번도 듣지 못했었는데, 엄마라고…… 귓가에 울리는 페이의 목소리에 키나코가 밝게 미소지었다. 아스레이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와 페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점점 멀어진다. 마지막으로 숨을 한 뭉큼 내쉬며 생각했다. 후회가 없다면 거짓이었지만 그것으로 얼룩지진 않을만큼의 삶이었다. 삶을 뒤돌아보고 '수고했어!' 라고 외칠 수 있다니, 좋지 않은가.

아, 행복한 삶이었어.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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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

※이나크로 네타 존재합니다, 혹시 끝까지 덜보셨다면 이 글을 보는 것은 비추합니다.












사실 내 안의 키나코와 페이, 이 두 룬 모자는 정말 가족.  하지만 페이키나라는 커플링..... 더 정확히는 페이>키나라는 관계성립은 불가능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가불가를 따지자고 한다면야 가능 쪽이라고나 할까. 페이가 키나코의 정체와 자신과의 관계를 몰랐을 무렵, 자신에게 진심으로 충고해주고 조언해주고, 압도적인 호의를 보내오는 것에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페이가 남몰래 연심을 품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겠지. 다만 키나코는 처음부터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니 페이가 그저 아들이겠지만. 다른 사람들이면 모를까 결코 연심을 가질 수 없는 사람. 


내 안의 페이는 키나코를 아주 많이 닮아서, 사람보는 눈이 뛰어나다고 해야 할까, 직감이 좋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대해주는구나. 라고 직감하는 능력이 상당히 좋다고 생각한다. 키나코가 그렇다고 생각하고. 키나코의 경우 그런 암시가 제법 있기도 했고(ex.마스터드래곤의 경우)

그렇기 때문에 페이 역시 자신을 대하는 키나코의 모습과, 눈빛과, 분위기. 그 모든 것에서 키나코가 자신을 사랑해준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깨달았겠지. 그래서 키나코가 누구인지 의문을 가졌지만 의심하거나 적대하진 않았을 것 같다. 키나코가 동료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 먼저 키나코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적이 아니라는 걸, 애초에 적이 되지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키나코에게 있어서 페이가 [아들]로서 인식된것은 아마 공룡시대. 그 전부터 천천히 페이를 알아가면서 마음 속으로 정을 쌓았다면 공룡 시대에서 페이가 빅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그 행동을 보면서 자신의 입장과 페이의 입장을 명확하게 하고, 그 전까지 품어왔던 애정이 아들보다는 동료에 가까운 애정이었다면 키나코가 페이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노력해서, 결국 화신을 발현하던 그 순간. 바로 그 순간을 기점으로 페이를 동료보다는 아들에 가깝게 사랑하게 되지 않았을까. 

페이도 그렇게 어머니로서 자신을 보아주는 키나코를 연인감정으로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기껏해야 다른 애들보다 좀 더 시선이 가는 동료,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 다만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기에 아주 깊은 무의식 속에서, 키나코가 어머니라고 어렴풋하게 짐작하지 않았을까. 차마 깨닫진 못했지만. 그리고 마지막까지 말하진 못했지만. 

페이키나로 가게 된다면 페이는 정말.... 풋사랑이자 첫사랑까지 부숴져버린 그런 안쓰러운 아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대부분 룬 모자로 생각하고 있는. 페이는 커플링쪽으로 크게 생각해보지 않지만 키나코는 많이 생각한다. 미안 페이..... 최애가 키나코인지라. 페이 역시 키나코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애정도가 급상승한 케이스고..


키나코 관련 커플링 얘기는 나중에 다른 곳에서 하기로 하고, 여기는 페이와 키나코의 이야기를 하는 곳이니까.

키나코는 아마 처음엔 아무리 밝게 보여도 조급하지 않았을까. 아스레이에게 이야기만 들었던 아들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대부분이었을거라 생각한다. 아무리 아들이라고 해 봤자 키나코는 고작 중학교 1학년. 이야기만 들은 아이를 어머니로서 사랑하는 것은 그 누구라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키나코는 아스레이의 행동에서 자신이 페이를 낳고 죽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렇지만 키나코는 어른인 자신이 페이를 사랑했으리라는 것을 알고, 페이 탓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그저 어렴풋이, 자신이 죽으면서까지 낳고 사랑한 아들이 어떤 아이일지에 대한 호기심과 작은 호감 정도를 품지 않았을까. 

타임 패러독스라는 시늉을 내기는 했지만 결국 키나코는 아스레이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의 기억 사이에 끼어든 거나 마찬가지고, 그 주변인들이 기억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전부 각본처럼 짜여진 것이었을텐데, 자신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정겹게 이름을 부르고 아는 채 하는 것을 보며 키나코는 미안하지 않았을까. 그러면서도 책임감으로 연기하고, 그저 페이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런 생각이 점차 자리잡아서 어쩌면 그런 무의식의 강박관념이 아주 조금쯤은 남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페이를 만난 뒤에 아주 천천히 정을 쌓아갔을거라고 생각한다. 등장을 등번호 10번. 츠루기의 번호였던 에이스 스트라이커 자리를 차지하면서 등장했고, 그러면서 시선을 많이 받았겠지. 스트라이커의 자리를 가졌을 만큼 키나코의 원래 포지션은 포워드가 아니었을까 싶은데,(물론 모든 포지션이 가능한 리베로라고는 해도 주 포지션이) 포워드가 아닌 디펜더로 포지션이 굳혀지면서도 단 한마디의 반박도 없었던 이유는 어쩌면 지켜보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등 뒤에서, 자신의 아들인 페이가 어떤 축구를 하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지. 

공룡 시대에서 페이가 빅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엿들으면서, 페이가 자신이 버려졌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며 키나코는 상당히 충격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스레이가 페이를 지켜달라고 해서 왔고, 자신은 죽으면서까지 페이를 사랑했다는 것을 아는데, 부모의 정을 받은 기억이 없는 페이로서는 자신은 사랑받지 못했고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아마 그 순간부터 키나코가 페이를 자신이 지켜야 할 아들로서 강하게 인식하지 않았을까. 아마 그 전까지만 해도 키나코는 페이에게 자신이 엄마라는 사실을 밝힐 생각도 없었을 것 같고, 아마 페이를 지켜야 한다, 지켜야 한다 생각은 해도 크게 인식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페이는 너무 밝고, 명랑하고, 강하게만 보였을테니까. 약한 모습을 보이는 페이의 일면을 보게 되면서 특유의 감각으로 그 연약한 내면을 전부 꿰뚫어본 키나코가 아마 진심으로 충격받음과 동시에 지켜야한다고 마음먹은 그런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자신이 좀 더, 좀 더 강해져야 한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됬을 거고. 

같은 의미로 화신을 깨웠을 때 키나코가 토브와 그 아버지인 토쨩을 보면서 부모로서 해야 할 진짜 행동에 대해서도 느낀 것이 있었을 거고. 무조건적으로 감싸고 챙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절벽에서 떨어뜨리면서 전적으로 신뢰하는 그런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키나코 역시 그걸 느끼고 결정적인 계기를 받아 화신을 발동시킨 거겠지. 


아서 왕 편에서 진심으로 키나코가 각성한건 모성애의 자각이 아닐까. 정확히 말해서 공룡시대 전까지 쌓아왔던 정과, 공룡시대에서 자각한 애정들을 다 합쳐서 차마 눈치채지 못해 이름붙이지 못한 그 감정이 [모성애] 라는 형태가 된 게 아서 왕 시대에서 마스터 드래곤과의 대화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아이를 낳아본 적 없는 키나코이니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슨 감정인지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렇기에 마스터 드래곤의 말에 그제서야 자신이 모성애를, 애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생각하고. 공룡시대에서 화신을 발현했을 때부터 키나코가 페이의 엄마가 될 준비를 끝마친 것이었다면 믹시맥스를 한 순간부터 키나코가 몸도 마음도 쑥 성장한 페이의 엄마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가장 먼저 힘들어하는 텐마에게 조언을 건낼 수 있게 된 것이겠지. 


지원자X가 아스레이 룬이라는 게 밝혀지고 페이를 설득하려 들 떄, 혼란스러워하는 페이 앞에 당당하게 나서서 아빠 말 들으라고 충고해주기도 하고... 사실 그 뒤, 네가 내 아이라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부분에선 키나코가 정말 성장했구나 싶어서 감동받았던. 정확히는 그 뒷부분에서 아스레이와 처음 만난 키나코가 '내는 결혼도 안했고 애도 읎다.' 하면서 곤란해하는 부분을 보고 난 뒤에는 더더욱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 생각이 변해서 페이를 망설임없이... 라고 해야 하나 처음 망설였던 부분은 '이 말이 페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고민이었다고 생각하고. 페이가 아들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더 이상의 고민 없이 말할 수 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너는 아빠와 엄마에게 제대로 지켜봐지고 있었다고 말하는 키나코를 보면서 페이는 어떤 심정이었을지 생각하면 뭉클하기도. 키나코가 그만큼 페이를 줄곧 주시하고, 지켜보고, 사랑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도 했고. 페이 역시 그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진심으로 자신에게 호소하는 제 어머니를 보며. 아니, 어머니로서의 느낌이 들지 않을 지언정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을 보면서. 


다른 거 다 건너뛰고 모든 상황이 끝났을 떄, 모두가 이제 각자의 시대로 돌아가야 됬을 떄 키나코는 어땠고 페이는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아득하기도. 애니메이션에도 게임에도 이 무렵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도 장면도 없었기 떄문에 정말 무궁무진하면서도 상상이 안돼는 느낌. 다만 페이는 키나코를 마주보기 힘들지 않았을까. 미래로 돌아가면, 아마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기 떄문에. 동시에 키나코는 될수 있으면 많이 페이를 보고 싶었겠지. 저렇게 성장한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떄문에. 같은 의미지만 다른 뜻으로서 두 사람은 그렇게 행동할 것 같다. 

페이가 마지막까지 키나코를 어머니라고 부르지 못한 것도 죄책감의 일종이지 않을까. 나를 그렇게나 사랑해 준 어머니인데, 자신을 낳고 돌아가신 어머니인데. 심지어 과거로 미래로까지 건너와서 몸 사리지 않고 자신을 지켜주고 사랑해준 어머니인데도. 과분하게 사랑받았기에 도리어 나중에 부재를 느꼈을 때 감당할 수 없을까봐 도피한 도피행동의 일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언뜻 든다. 페이가 키나코에게 어머니라고 부르는 순간, 정말 빼도박도 못하게 페이의 머릿속에 어머니의 각인이 새겨지는 거니까. 그게 무슨 뜻인지 설명하기는 조금 힘든데, 페이의 속에 키나코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지만 어머니는 아닐것이라고 생각한다. 음, 비슷하긴 한데, 어쨌든 [가족]의 울타리에 있는가는 조금 모호한. 처음 만난 나잇대가 자신과 비슷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을 거고. 키나코가 어머니라는 말을 들었을 떄는 자신에게 해 준 모든 행동들을 이해하면서 머리로 이해했지만 아직 마음으로 받기 힘든 그런? 자신을 임신한 키나코를 보고 나서야 아, 정말 어머니구나... 싶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서둘러 가 버린 걸지도 모르고. 페이가 자신의 입으로 키나코를 어머니라고 부른 순간, 미래에 혹시 있을 키나코의 부재를 감당할 수 없었을 테니까. 


그런 식으로 따졌을 떄 내 안의 룬 가족이 행복하려면 키나코의 생존이 필수불가결한 요소. 키나코가 죽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미래로 돌아온 페이가 부서져버릴거라고 생각하는. 행복한 미래에 대한 모든 희망을 키나코에게서 받은 거나 마찬가지인데, 그런 키나코가 없다면.... 솔직히 아직 어린 페이로서는 괴롭겠지. 이건 아버지나 사루, 다른 친구들이 결코 해 줄수 없는 어머니, 키나코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걸 알고있는 키나코는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하겠지. 살기 위해서. 그리고 페이를 위해서. 

키나코와 페이를 기다리는 미래가, 부디 상냥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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