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2014. 2. 12. 21:01 from INAZUMA/NOVEL



교장 선생님의 축사를 한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흘리며 이부키는 멍하니 다리를 까닥였다.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말을 얌전히 듣는 것은 상당한 고역이었지만, 오늘은 평생 단 한 번 있을 중학교 졸업식이라는 것을 감안해 이부키는 가만히 말을 듣고 있었다. 동시에 말에는 집중하지 않고 다른 것을 이것저것 떠올리고 있었다. 이미 졸업해서 고등학교에 올라간 쿠사카는 종업식을 하고 있을 테고, 신도나 마타타기,노자키와 테츠카도는 각자의 학교에서 자신과 똑같이 졸업식을 치르고 있을 터였다. 모리무라나 미나호, 마나베, 니시노조나 츠루기는 아직 2학년이니 종업식을 하고 있을 거고, 주장은....

어?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에 이부키가 두어번 눈을 깜박였다. 주장은, 주장은 츠루기와 동갑. 그러니까 아직 졸업을 하지 않는 연하.... 너무도 당연하게 알고 있는 사실이기는 했지만, 동시에 상상도 해 본 적 없었다. 
텐마는 주장. 자신의 주장은 텐마. 그저 그 뿐이었다. 단 한 번도 자신보다 어리다던가, 아직 미숙하다던가, 그런 식으로는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이부키는 조금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츠루기의 슛으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 새삼 다가왔다. 하지만 금방 쉽게 생각하게 됬다. 텐마는 텐마. 그가 계속 변하지 않고, 아니 변한다 하더라도 텐마는 이부키의 주장이었다. 딱히 어리다 하더라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일 년, 아니 이젠 이 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동안 텐마는 자신을 누구보다 잘 이끌어주었으니까. 

한 통의 메일이 도착한 건 이부키가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 편히 생각한 순간이었다. 보낸 이는 텐마.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본인이 보낸 메일을 보며 혀를 찬 이부키는 메일 내용을 확인하곤 별 수 없이 미소지었다. 

[이부키, 졸업 잘 했어? 라이몬의 졸업식은 끝났어! 고등학교에 가서도 축구, 즐겁게 하자!]

역시 주장은 주장이라며, 이부키는 씩 웃어버렸다. 서둘러 일 년이 지나서, 제 주장의 지시에 따라 축구할 수 있게 될 미래를 기약하며. 소중한 이들을 모두 만나게 해 준 중학생의 세월에 안녕을 고했다.

'INAZUMA > NO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타이부]  (0) 2014.02.12
마타이부 조각글  (0) 2014.02.12
마타이부  (0) 2014.02.12
[츠루키나]  (0) 2014.02.04
나노바나 키나코, 끝  (0) 2014.02.02
Posted by 별빛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