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이부 조각글

2014. 2. 12. 21:05 from INAZUMA/NOVEL

마타타기는 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불쾌함에 혀를 찼다. 좋은 녀석, 그래.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이 이나즈마 재팬에서, 어스 일레븐에서 자신만큼 베베 꼬인 나쁜 녀석은 단 한사람도 없다는 걸. 사실 마타타기 본인이 가장 뼈져리게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부정하고 싶었다. 저 녀석도 나빠. 나 혼자만 그런 건 아니야. 알량한 자기방어 본능과도 같았다. 나 혼자 매도당하기 싫다는 물귀신같은 생각일지도 몰랐다. 사실 상관없었다. 혼자라는 것이 싫었을지도 몰랐다.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같은 '나쁜사람'으로 취급당할 사람은 금방 정해졌다. 텐마나 신도, 츠루기의 경우엔 진작에 제외당했고, 여자아이들 역시 마찬가지. 테츠카도는 누가 봐도 호인이었고, 디펜더 두 사람은 일치감치 제외되었다. 쿠사카는 잠깐 주목하긴 했으나 경기장에서 엉엉 울고, 모리무라에게 큰 소리로 고백한 순간 탈락이었다. 결국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은 한 사람이었다. 이부키 무네마사. 성깔있는 골키퍼. 마타타기는 그를 아무도 몰래 자신과 같은 동급이라 끌어내렸다. 사실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쯤,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런 마타타기 마음 속의 매도는 금방 터져버렸다. 이부키는 자존심과 자부심이 드높은 사람일 뿐, 결코 마타타기같은 사람이 되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도리어 정 반대의 성향에 가까웠다. 곧고 강직한 사람이었다. 끈질긴 노력파. 마타타기와는 정 반대의 사람. 

마타타기가 이를 뿌득 갈았다. 곁눈질 한 번 하지 않고 똑바르게 축구의 길을 선택해 걸어나가는 이부키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애초부터 빛이라고 선 긋고 있던 텐마와는 달리 자신과 같다며 끌어내리려고 했던 이부키였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요즘 들어 이부키에게 시비를 걸며 틱틱대고 있는 것이겠지. 이부키가 인내심이 많이 늘었던 데다가, 곁에서 말리는 사람이 텐마였기 때문에 몇 번이고 무사히 넘어갔지만, 앞으로 한두번만 더 잘 건들면 이부키가 폭발해버릴거라는 걸 마타타기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도리어 조금 기대하고 있었다. 얼굴을 한껏 험악하게 물들이며 개처럼 날뛰어 같이 뒹굴고 싸울 그 순간을. 

이게 나쁜 행동이라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자신들의 주장, 자신이 인정하고 따르는 유일한 캡틴이 종종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자신을 주시하는 것을 마타타기는 전부 알았다. 그가 걱정하고 염려하는 것이 자신이라는 것 역시 알았다. 그렇게 걱정받는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자신이 하는 짓에 회의감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물러서지는 않았다.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했고, 어쩌면 고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똑바로 나를 보고, 나쁜사람처럼 화를 내 봐. 맘모스와 매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궁금하지 않아?
마타타기가 미소지었다. 미소라는 귀여운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은 컴컴한 웃음이었다. 잔뜩 비뚤어졌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게 자신이니까,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이부키를 주시했다. 그에게 다가가기 위해 발걸음을 느릿하게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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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