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이부, 상사병

2014. 3. 16. 18:45 from INAZUMA/NOVEL




마타타기는 한숨처럼 더운 숨을 뱉어 냈다. 텅 빈 집에 혼자 있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스스로가 혼자있기를 원했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 덩그러니 홀로 있다는 것은 기묘한 외로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평소에 이렇게 감정 변화가 격한 사람이 아니었건만, 우습게도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빌어먹을.

마타타기는 거칠게 욕설을 뱉어 냈다. 제 자신의 몸상태와 그 증상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화가 났다. 감정을 도무지 주체할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운동장 몇 바퀴를 뛸 수 있을 만큼 기운이 나다가도, 탈진한 것처럼 힘이 쭉 빠지곤 했다. 이게 정신적인 문제라는 것은 마타타기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의심하고 부정하고, 끊임없이 자기학대처럼 제 감정을 몰아붙였었다. 몇 달을 그렇게 혼자 앓았을까, 결국 하나밖에 나오지 않는 결론에 마타타기는 집 안에 틀어박힐수밖에 없었다. 누구의 얼굴도 보고싶지 않았고, 누구의 목소리도 듣고싶지 않았다. 그렇게 믿으려고 했다. 마타타기의 상태를 보며 동생들은 조용히 자리를 피해 밖을 떠돌아다니곤 했다. 마타타기는 그들에게 미안했지만 그걸 신경쓸만큼의 여유가 남아있지 않았다. 

두근두근, 심장 박동이 다시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에 마타타기가 제 심장께를 꾹 눌렀다. 얼굴이 일그러졌다. 심호흡처럼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물론 심장박동의 변화는 없었다. 






"어이, 마타타기-! 안에 있냐?"

...환청인가? 마타타기가 입을 쩍 벌리며 문가를 바라보았다. 이 목소리가 왜 하필 지금 이곳에서 들리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차라리 환청이면 좋을 것 같았다. 자괴감이야 늘어나겠지만 진짜 이 목소리의 주인이 저 문 밖에 서 있다는 사실은 더더욱 끔찍했다. 

"어? 문 열려 있네."

내가 왜 저 문을 안 잠궜을까. 마타타기는 과거의 자신에게 백만 번 쯤 욕을 날려주며 침음성을 삼켰다. 조금은 거칠게 문고리가 돌아가고 문이 열렸다. 그리고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마타타기는 험악하게 노려보았다. 흰 색 머리카락, 길쭉하니 큰 키. 말쑥한 얼굴을 하고 있는 모양새가 마타타기가 알고 있는 장본인의 모습 그대로였기에 마타타기는 한숨이 나오려는 것을 애써 삼켰다. 하필 제일 피하고 싶은 두 사람 중 한 명이 왜 지금 여기에. 


"진짜 상태 안 좋아 보이잖아?"

조금은 당황스럽다는 얼굴을 하며 다가오는 이부키의 모습에 마타타기는 애써 시선을 피했다. 차라리 텐마였다면. 물론 제일 피하고 싶은 두 사람 중 한명이기도 했지만 차라리 텐마였다면 더 나았을 터였다. 이 꼴을 하필 이부키에게 보여준다는 사실이 마타타기의 자존심을 건들였다. 

"괜찮은 거냐, 마타타기?"

그리고 이, 미묘하게 걱정이 스며든 목소리에 별 수 없이 진정해버리는 자신이 싫어질수밖에 없었다. 젠장, 젠장, 빌어먹을. 차마 나오지 못하는 험악한 말들을 마타타기는 속으로 꾹꾹 삼켰다. 정말 부정하고 싶지만, 이부키의 존재에 명백히 안정하면서 동시에 설레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마타타기는 조금 머뭇거리면서도 제 이마에 손을 얹는 이부키의 손길에 입술을 깨물었다. 사람 특유의 체온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것에, 마타타기는 두 손에 힘을 주었다. 손톱이 피부를 콕콕 찌르며 파고들었다. 


제가 앓고 있는 병이 상사병이라는 사실만큼은, 정말 죽는 한이 있어도 이부키에게 말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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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