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이부 내기

2014. 3. 8. 18:04 from INAZUMA/NOVEL




있지, 너 나랑 내기 하나 해 보지 않을래?

기분나쁘다-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게 만드는 모습을 하고 있는 외계인을 보며 마타타기는 어이없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온 몸을 칭칭 천으로 감고 있어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요요한 자색으로 빛나는 눈동자와 사자나라 행성 사람이라는 것만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푸른 피부뿐. 그리고 그 자색 눈동자가 이상할 만큼 마타타기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보라색 눈동자라면 몇 번이고 본 적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사자나라와의 승부는 승리했으니 이 별은 멸망하겠지. 그것 때문에 자신에게 이렇게 수작을 부려오는 걸까, 라고 생각하며 마타타기는 기분나쁨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상대에게 쏘아붙였다. 솔직히 말해서 말을 붙이기도 싫었다. 혼자 떨어진 이 때에 이런 이상한 녀석이 붙어버린 것이 짜증스럽기만 했다.

"내가 왜 너 따위랑 내기를 하지?"

"왜냐하면, 너에게 필요할테니까."

그러면서 제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키득키득 웃는 꼴은 영락없는 비웃음이었기에 마타타기는 울컥 분노가 치솟았다. 이 자식을 뭐지. 꽉 쥐어진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순간적으로 휘두를까를 고민한 마타타기는 결국 손에 힘을 풀었다. 곧 죽을 놈의 헛소리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체념 비슷한 감정이 그를 잠식했다. 마타타기는 뒤를 돌았다. 

"네게 필요하지 않아? 네 가족들의 삶이."

...발걸음이 멈췄다. 마타타기가 뒤를 돌아보았다. 아까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서 있는 상대가 보였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분하기 어려울만큼 중성적인 목소리가 귀에 파고드는 것이 역겨웠다. 그 소리에 담긴 뜻 탓일지도 몰랐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네 가족들의 삶을 걸고 나랑 내기하지 않을래?"

가늘게 휘어지는 눈이 선명하게 보였다. 마타타기는 제 입술을 한 번 꽉 깨물었다. 

결국 그가 선택할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마타타기는 조금 멍한 기분으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정신없이 주변을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얼굴을 힐긋거리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 조금 많았다. 국가대표 축구선수라는 명패는 이런 걸까, 생각하면서도 마타타기는 그저 하염없이 걷기만 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지구의 환경은 역시 다른 별들보다 몇 배는 편안했지만, 동시에 그를 불편하게 만드는 문제가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사람을 찾는 거야. 한 사람이면 괜찮아. 네 인생의 중심이자, 변혁이자, 적이자 아군. 그 사람을 찾으면 돼.

기회는 한 번. 정하면 돌이킬 수 없어. 알았지?

이기면 네 가족들의 수명을 두세 배쯤 늘려줄게. 하지만 네가 지면 네 생명도 내 거야.

알았지?


속삭이듯 들었던 그 목소리가 머릿속에 쟁쟁거리며 울려왔다. 알고 있어, 알고 있다고. 심장을 콱 얽매이듯 다가오는 답답함에 마타타기는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길거리에서 마타타기가 그랬다간 정신적 문제로 인터넷 신문에라도 실릴까 못하는 짓이었지만. 

몇 번이고 숨을 푹푹 몰아쉬며 마타타기는 몇 번이고 거칠게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자신에게 관련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도통 답을 찾기 힘들었다. 

내 인생의 중심.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어렴풋이 자기 자신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만 어쩐지 아니라는 묘한 확신 역시 들었다. 

내 인생의 변혁. 가장 먼저 생각난건, 별 수 없이 이부키였다. 같은 사내자식을 좋아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굉장한 것 아닐까. 하지만 역시 확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생각난 건 캡틴이였다. 마츠카제 텐마. 지금으로서는 답이 아닐까, 가장 확신이 되는 사람이기도 했다. 

나의 적이자 아군. 이게 가장 골치 아픈 문제였다. 아군이라면 모를까, 적? 생각나는게 많고도 적었지만 위의 조건을 전부 따져본다면 생각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 [적]이라는 부분 때문에 텐마라고 답하기에 망설임이 커지곤 했다. 


모르겠어, 짜증나, 열받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이 사실이 마타타기를 짓눌렀다. 

바로 그 무렵이었다. 


"마타타기?"

의아함이 담겨 있는 목소리가 너무도 익숙하여 마타타기는 그 주인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짐작 그대로의 사람이 짐작 그대로의 얼굴로 서 있었다. 어리둥절한 얼굴, 두어 번 눈을 껌벅거리는 모습마저 너무 상상대로의 모습이라 실없이 웃음까지 나왔다. 그러고 보니 이 근처가 갓산쿠니미츠였던가. 딱히 목적지는 없었는데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생각하면 멋쩍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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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