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이부, 봄

2014. 3. 30. 11:57 from INAZUMA/NOVEL



이부키는 터덜터덜 흙길을 걷고 있었다. 반듯하게 정리된 아스팔트 길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곧장 푹신푹신하게 밟는 느낌이 전해져오는 흙길 역시 좋아하는 편이었다. 물론 조금 돌아가는 길인데다가 비 온 다음 날 정도면 신발이며 옷자락이 엉망진창이 된다는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이부키는 그런 섬세한 것 하나하나에 신경쓸 정도로 예민한 사람은 아니었다. 

확실히 날씨가 따뜻해졌네.
그리 두툼하게 옷을 껴입은 것도 아니었건만 등 뒤에서 슬슬 땀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은근히 느껴지는 끈적한 불쾌감에 이부키가 작게 미간을 좁혔다. 옷을 펄럭펄럭 털면서 바람이라도 내보겠다는 양 땀을 식히던 이부키는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그 시야에 화려하게 수 놓아진 것은 꽃이었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눈부신 벚꽃을 이부키는 조금 멍하게 바라보았다. 하나하나 흩날리는 하얀 꽃잎과 한데 뭉쳐 분홍빛으로 자태를 뽐내는 벚꽃은 충분히 감탄할 만큼 아름다웠다. 

봄이구나.
정녕 계절이 바뀌고 새로운 시간이 성큼 다가왔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이부키는 멋쩍게 뒷목을 매만졌다. 저 아름다운 것을 보며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마타타기라는 사실에 어쩐지 한숨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 안에 담긴 자그마한 감정이라면 역시, 부끄러움일까. 

같이 보러 가자고 하면 화내려나. 그리 생각하며 이부키가 꽃나무 아래를 휘 둘러보았다. 손을 뻗는다면 충분히 꺾을 수 있는 위치였으나 살아있는 꽃을 부러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런 이부키의 바램을 들어주듯 떨어진 지 얼마 안 된 듯한 깨끗한 벚꽃가지를 찾을 수 있었다. 

이런 거 주면 싫어하려나. 하지만 어쩌면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부키의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가 번졌다. 키득키득 웃으며 이부키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조금, 달콤한 향이 나는 것도 같았다.

'INAZUMA > NO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텐마, 키나코, 이별  (0) 2014.03.30
마타이부,사과  (0) 2014.03.30
마타이부, 사막  (0) 2014.03.30
마타이부, 상사병  (0) 2014.03.16
캡틴, 명령  (0) 2014.03.08
Posted by 별빛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