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스타 전력 60분. 「무지개」



초능력자 AU







 종종 꿈을 꾼다. 눈꺼풀 너머의 빛이 파랗게 물들어서 잠기듯이 몸을 감싸안는 감각과 함께 찾아오는 꿈이었다. 카나타는 치아키를 만나기 전의 과거처럼 바다 위를 걷고 있었다. 혼자서 쓸쓸하게. 폭주하는 힘을 감출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자연재해의 일부처럼 존재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힘을 다 날리고 날려서 마침내 모든 기운이 사라지면 죽을 수 있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품고 있던 그 무렵의 나날이었다. 어느 국가도 기관도 종속시킬 생각도 하지 못하고 기피되어 다섯 재앙 중 하나라 손가락질받던 카나타에게 소속감을 선물해준 것은 국가기관 유성대의 치아키였다. 물 위에서 땅으로 발을 딛고 살게 된 카나타가 낯섦에 몸을 떨고 있을 때 그를 끌어안아 준 것은 비허가 단체 언데드의 카오루였다. 치아키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홀로 존재하던 카나타가 국가기관 유성대에 들어갔다. 카오루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같은 능력자인 치아키가 같은 눈높이라는 것을 제안해준다면 능력자가 아닌 카오루의 곁에서는 무조건적인 안식을 받을 수 있었다. 함께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카오루로부터 배웠다. 분명 사랑이었다. 

 물 위를 끝없이 걸으며 카나타는 곧 끝이 온다는 것을 알았다. 얼음조각같은 자각몽에서 깨어날 때가 왔다. 조금씩 걸음걸이에 속도가 붙었다. 카오루, 카오루. 목소리에 음이 실렸다. 달콤함이 실렸다. 사랑이 담겼다. 꽃바람이 담겼다. 눈 앞이 가득 물들었다. 


“카오루...!”


 바다의 끝, 해변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를 끌어안는 순간 언제나 이 꿈이 끝났다. 달콤하고 아쉬운 꿈이었다. 마지막에 보는 것이 사랑스럽게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이라는 점에서 가장 좋아하는 꿈이기도 했다. 카나타가 반짝 눈을 떴다. 시야가 새롭게 뒤집히자마자 보이는 연인의 자는 얼굴에 참을 수 없는 만족감이 속 안에 들어찼다. 만면 한가득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카나타가 손을 뻗었다. 세상 모르고 새근새근 자고 있는 카오루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살짝 쓸어내려보았다. 평소에도 길 가는 사람을 끌어모을 정도의 미남이기는 했지만 자고 있는 카오루는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제 매력을 잘 알고 있기에 지을 수 있는 미소가 지워진 순진한 표정이 그 언데드의 간부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처음 그것을 알게 되어 기쁨에 가득 찬 얼굴로 유성대의 모두에게 그 사실을 피력했을 때, 유성대의 모두는 은근히 질린 표정을 지었었지만. 미도리는 한숨을 내쉬고, 테토라는 머쓱하게 웃었으며, 시노부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치아키는 웃으며 카나타의 등을 조금 아프게 두드렸지만. ‘아하하, 카나타. 정말로 카오루를 좋아하는구나!’라고 말해주기에 그렇다고 답하기는 했었지만.


 깨울까요? 절 보는 얼굴이 보고 싶은데요... 카나타가 입속말로 중얼거렸다. 눈을 뜨고 그 모래색 눈을 마주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욕심이 들었지만, 마침 푹 자고 있는 카오루를 괜히 깨워서 피곤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언데드는 밤에 활발해지는 리더의 생체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일이 잦았기에, 카오루도 자연스럽게 아침에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카나타의 시선이 데굴 굴러갔다. 시간은 아직 아침 아홉 시를 겨우 넘겼을 뿐이었다. 잠든 시간까지 고려해본다면 카오루가 일어나기까지 두 시간은 더 남아있었다. 카나타가 아쉽게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카오루의 얼굴은 두 시간 내내 봐도 질리지 않겠지만, 누워있는 것은 좀이 쑤셨다. 유성대로 활동하는 기간이 길었던 탓인지, 몸을 움직이는 쪽이 좋았다. 갑자기 비어버린 옆자리의 온기에 잠시 빈 자리를 더듬다가 카나타의 베개를 끌어안고 다시 잠을 청하는 카오루의 잠투정을 달콤한 시선으로 내려다보던 카나타가 느릿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 주변에 둥실둥실 물방울이 따라붙었다. 힘을 자각한 순간부터 호흡하듯 자연스럽게 따라붙은 능력이었다. 


 세상은 능력자와 비능력자로 나뉘어졌다. 카나타는 능력자중에서도 특히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력한 능력자였다. 세상 모든 물을 조종할 수 있던 그의 컨트롤이 조금 서툴고 마음 붙일 곳이 없었기에 바다 위를 떠돌아다니는 태풍 취급을 받으며 존재했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애정을 받고 그것을 품게 되면서 능력이 완성되었으니까. 유성대가 국가소속인게 다행이었다. 그의 친구 중 한명처럼 비허가 단체를 만들어서 활동했다가는 탄압당했을지도 몰랐다. 그야 탄압이고 뭐고 귓등으로 들을 자신이 있었지만 카오루는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으니까. 카나타는 저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물방울을 손으로 찔렀다. 물렁하게 밀려가면서도 다시 형체를 유지하는 물방울이 흐릿하게 바깥의 경치를 비추었다. 그는 어제부터 휴가였으니 바깥 상황을 신경 쓸 필요는 없었지만 이 역시도 습관이었다. 바깥은 큰 사고 없이 평화로워보였다. 아침부터 카오루를 두고 불쾌한 바깥외출을 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다행이에요...♪ 방긋 웃으며 카나타가 다른 물방울을 찔렀다. 방금의 것과는 달리 이번 것은 비눗방울처럼 터져서 수십개의 작은 물방울로 형체를 바꿨다. 손가락을 튕겨 가볍게 소리를 내자 물방울들이 바깥으로 우르르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카나타가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창 바깥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맑았고 햇볕은 뜨거웠다. 물놀이를 하고 싶은 날씨였다. 카오루가 깨어난다면 함께 바다에 가자고 말해보아야 할 것 같았다. 그럼 카오루는 분명 카나타가 좋아하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줄 것이었다. 카나타가 기분좋게 웃었다. 


 그가 명령했던 물방울들이 착실하게 일을 시작했다. 둘의 집 위에만 꾸물꾸물 자리잡기 시작하는 조그마한 먹구름을 바라보며 카나타가 살짝 카오루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새근새근 자고 있는 연인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으음, 조금 더 천천히. 카나타가 손짓하자 먹구름의 생성속도가 움찔 늦어졌다. 카오루가 깨어나는 순간 정도에 비가 그쳐줘야했다. 하늘에 예쁘게 피어난 무지개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유는 없었다. 하늘이 예쁘니 그 하늘에 장식된 장신구를 보여주고 싶다는 충동이 문득 솟구쳤을 뿐이었다. 카오루가 웃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비구름을 만들어 비를 뿌릴 가치는 충분했다.

 카나타 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그렇게 불러주는 것만 들어도 행복한 사람이었다. 타인을 이렇게나 좋아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만큼 좋았다. 사랑할 수 있는 건 바다와 물고기와 해양생물들 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기분 좋은 오산이었다. 머리 위 봉긋 솟은 얇은 머리카락이 좌우로 흔들렸다. 살랑살랑 춤추듯 흔들렸다. 

 집안을 좀 돌아다니다가도 꽃에 벌이 이끌리듯 다시 다가와 카오루의 곁에 앉았다. 자고 있는 침대 옆 바닥에 앉아 그 얼굴을 보고 또 보았다. 그래도 행복할 만큼 사랑했다. 호흡 가득 사랑이 가득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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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