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군, 나 졸려. 머리를 쓰다듬어 줘. 마 군의 품에 날 끌어안고 다정하게 토닥거려 줘. 이마를 덮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고 그 위에 키스해 줘. 내가 마 군에게만 허락한 특례니까, 마 군도 마음껏 그걸 사용해 줘. 나는 기꺼이 마 군의 사랑을 받으며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럽게 굴 자신이 있는 걸. 

 사쿠마 리츠는 본디 저가 납득할만한 상대라면 누구에게나 쉬이 어리광을 피우고 연약한 척 굴었다. 번거로운 일을 크게 즐기지 않아서였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일은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으나, 결국은 게으른 고양이 시늉을 하며 저 좋을 정도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인간이었다. 리츠의 가드가 낮아지는 사람은 양손으로 꼽을 만큼 있었지만 (애초에 나이츠 멤버만 세더라도 한 손은 거의 다 채웠으니까.) 이 정도의 요구를 하는 대상은 한 명 밖에 없었다. 아예 리츠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 리츠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사람. 그의 연인. 이사라 마오뿐이었다. 

 

 물론 리츠의 사랑은 공사가 다망하여 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 리츠는 베개에 머리를 박고 퉁명스럽게 볼을 부풀렸다. 눈매는 이미 토라진 기색이 역력하게 가늘어져 있었다. 마오는 오늘이 리츠의 생일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정도로 성실했으나, 연인의 생일을 위해 본인의 일을 쉬어버릴 정도로 무책임하지는 않았다. 매일 휴일이라고는 없는 바쁜 아이돌 생활을 보내고 있는 마오는 오늘도 오전부터 밤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었다. 마찬가지로 바쁜 아이돌인 리츠가 저녁시간인 지금 한가롭게 바닥을 굴러다닐 수 있는 이유는 나이츠 멤버들의 배려 덕분이었지만.

 하지만 마 군이 없으면 내가 쉬는 이유가 없잖아. 마 군도 없는데. 리츠는 다시 한 번 입을 비죽였다. 마오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당연히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가시지 않아 투덜거리는 것에 불과했다. 지금 이리 꿍얼거리고 있어도, 실제로 마오가 집에 도착해 다녀왔다며 리츠를 끌어안아 준 순간 물에 넣은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아버릴 무게 없는 투정이었다. 


 리츠는 고개를 반대로 돌려 제 집의 한 쪽 벽면을 멀뚱히 응시했다. 이 방은 리츠가 마오와 함꼐 꾸린 두 사람만의 보물상자였다. 리츠는 손가락으로 바닥을 의미없이 긁어내다가 한숨을 푹 내쉬고 덮은 이불을 턱끝까지 끌어올렸다. 어차피 생일에 엄청나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으니, 마오가 돌아올 때까지 한숨 푹 잠들 생각이었다. 잠자는 공주님이 되어 새근새근 자고 있으면 왕자님이 멋지게 다가와 키스로 저를 깨워 줄 테니까. 

 마 군, 나 지금 자니까 깨울 때는 키스로 깨워 줘. 본격적으로 잠들어버리기 직전 리츠는 마오에게 짧은 메일을 첨부했다. 장난과 진심이 반쯤 섞인 메일이었다. 진짜로 키스해준다면 럭키.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마 군이 와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았으니까. 리츠는 시계를 한 번 보고, 마오가 이 메일을 확인하고 답장한 뒤 돌아올 시간까지 따져본 뒤 알람을 맞춰두었다. 그래도 고된 일정을 끝내고 돌아온 연인을 일어나서 반겨주고 싶었다. 어서 와, 마 군. 하고 저가 웃는다면 마오의 녹빛 눈동자에 행복이 들어차는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으니까. 

 자고 일어나서 시선이 얽혔을 때 마 군이 짓는 표정도 좋아하지만~. 리츠가 키득키득 웃고 휴대전화를 제 머리맡에 내려놓고 이불 속으로 본격적으로 파고들었다. 짧은 진동이 울렸다. 


 어라. 리츠는 눈을 둥글게 떴다가 삼 초 쯤 고민했다. 확인할까, 말까. 괜사리 잘 자리잡은 편한 자세를 망가트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마 군에게 온 답장이라면? 리츠는 세 번 눈을 깜박였다가 결국 팔을 뻗어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그리고 은근히 발목을 잡아오던 귀찮음을 감수한 보람은 기꺼이 있었다. 딱 한 문장짜리 답장을 확인한 리츠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입술 모양의 이모티콘이 두 개. 앞으로 이 분 뒤면 집에 갈 테니까, 이걸로 대체. 


 메일은 짧았고, 리츠는 대문까지 한걸음에 달려나가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마 군! 청년의 표정이 순식간에 화사해졌다. 리츠. 한 쪽 손에 꽃다발을 든 청년은 조금 수줍은 듯 제 연인의 환대를 받았다. 아직 오늘은 9월 22일. 오늘의 주인공은 망설임없이 양 팔을 뻗어 제 연인을 품에 끌어안고, 이모티콘으로 대체될 수 없는 두 번의 키스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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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