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범님(@tigerS2roulette) 썰 기반
01. 오토야 → 레이지
살인자가 살그머니 미소지었다. 수많은 관객 앞에 서서 익살스럽게 인사하는 광대처럼 한껏 입꼬리를 올리고 소리 없이 미소지었다. 발에 밟히는 액체가 끈적했다. 신고 있던 구두부터 시작해 온 몸이 축축하게 피로 젖는 듯 한 환상까지 느꼈다. 아니, 그게 정말 환상일까. 알 수 없었다. 살인자의 손은 확실히 피투성이였으니까. 오토야는 슬그머니 피해자의 뺨에 제 손을 얹어보았다. 뒷목이 오싹할 만큼 체온 하나 없는 레이지의 뺨이었음에도 피에 젖어 조금은 따듯한 것도 같았다. 오토야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웃고 있지 않는 얼굴은 마치 우는 것 같았다. 살인자가 입술을 강하게 악물었다. 곧 그곳에서 피가 맻히더니 방울지게 굴러 떨어졌다. 눈물을 대신하는 것처럼, 그는 몇 번이고 제 입술에서 피를 떨어뜨렸다. 굳이 지혈을 하지도 치료를 하지도 않았다. 제 선배였던 사람의, 그 텅 빈 껍질같은 육체를 내려다보며 오토야는 잠시 눈을 깜박였다. 손을 뻗어 시신의 눈을 감겨주었다. 한 때 경악과 조금의 동정을 비췄던 눈동자는 유리구슬처럼 텅 비어있었다. 그 눈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며 오토야는 피딱지가 앉은 입술을 달싹였다.
안녕, 레이쨩.
살인자가 손을 흔들었다.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그러나 문득 오열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지막까지 그는 결국 완벽한 살인자였다.
02. 레이지 → 토키야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흉폭한 고철덩어리를 두 손으로 가까스로 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떨림은 심해지고 있었다. 결국 그는 그것을 놓쳤다. 그것이 바닥에 떨어졌음에도 마찰음이 들리지 않았다. 바닥은 이미 축축했다. 그가 한 손으로 제 입을 가렸다. 당장에라도 비명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목구멍까지 올라와 성대를 긁는 듯, 그의 귓가에서 비명소리가 쟁쟁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는 괴롭게 표정을 찡그렸다. 제 손에서 피비린내가 나는 듯 해서 역겨움이 몰려왔다.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참을 수 없을만큼 강렬한 자기 혐오가 파도치듯 몰려왔다. 그의 눈에 결국은 눈물이 고였다. 그의 입에선 비명 대신 신음이 쏟아져나왔다. 목이 졸리는 것처럼 턱 막힌 것 같은 소리였다.
눈 앞의 시신에게 손가락 하나 댈 수 없었다. 무서웠다. 손을 대는 순간 그의 머리 위로 쏟아질 강렬한 현실감각이 두려워 그는 지금이라도 당장 뒤를 돌아 있는 힘껏 도망치고 싶었다. 눈을 감았다 뜨면 안개처럼 사라질 환상이길 바랬다.
허나 그것 역시 꿈. 현실은 잔혹했다. 레이지는 경련하다시피 떨리는 제 두 손을 꽉 붙잡았다. 손가락 하나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붙잡았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무뤂부터 피가 흥건하게 젖어들어왔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두 손을 부여잡고, 눈에선 눈물을 흘리며, 결국 그는 사죄했다.
미안해 톳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토키야.....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마치 비와 같았다. 그는 결국 살인자는 되지 못했다. 다만, 가장 잔인했다. 이것으로 그는 결국 그를 잊으리라.
03. 토키야 → 오토야
토키야는 물끄러미 제 앞의 오토야를 바라보았다. 평소의 웃는 얼굴과 상냥한 눈동자가 사라진 오토야는 가련하게도 텅 비어 보였다. 토키야는 조금 고민하며 오토야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아직까지도 제 손에 남아있는 감각이 선명했다. 살을 가르고 뼈를 부수며 내장을 휘저어버리는 끔찍한 감각이 손가락과 피부 하나하나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기분이었다. 토키야는 잠시 제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그리곤 주먹을 꽉 쥐었다. 소용없었다.
토키야는 피투성이의 오토야를 바라보았다. 멀쩡한 구석이라곤 어깨 위쪽이나 허리 아래쪽 부분 정도. 가장 참혹한 심장 부분을 제외하고도 오토야의 몸에 여기저기 나 있는 구멍은 흉측했다. 토키야는 저것을 자신이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새삼 낮설었다. 토키야는 제 어딘가 한구석이 부숴져 버린 것과, 그 틈새로 무언가가 들어와 앉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렇지 않는다면 정말 형태 하나 남기지 않고 무너져버릴 것 같았다.
토키야는 오토야의 붉은 색 머리카락에 손을 얹었다. 피가 조금 묻어 굳은 부분이 있었지만 여전히 햇살 냄새가 날 것 같았다. 몇 번 그렇게 죽은 자의 머리카락을 매만진 토키야는 결국 몇 발자국 물러섰다. 오토야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눈에 담듯이 그렇게 바라보았다.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어요.
그래, 미안하지 않았다. 죄스러울 지언정 잘못을 빌진 않을 것이고 혐오스러울 지언정 피하지 않을 것이다.
잘 가요, 오토야.
제 손으로 놓아버린 소중했던 사람에게 그는 결국 안녕을 고했다. 그 안녕의 인사가 결국 향한 곳이 누구인지만큼은 그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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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얘네가...... 이랬던가...... 어쨌든 알오티입니다! 범님 말씀대로 애들이 애들을 죽였을 때... 인데 솔직히 어디 한군데 잘못된 구석이 있지 않는 한 이런 일 없을 것 같고..... ㅇㅇ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레이지는 총을 쓸 것 같지만 오토야와 토키야는 칼로 죽였습니다. 네... 그냥 그럴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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