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님 (@bucket_da)과 트위터에서 함께 풀었던 썰을 기반으로 소소하게 연성해보았습니다(..) 사실 뒷내용이랄지 조금 더 있기는 했었는데 미사와가 쪽쪽거리는 내용뿐이기도 하고 시간관계상 생략을(....) 미사와 행쇼!
사와무라는 바닥을 뒹굴거렸다. 지금 있는 곳은 제 집도, 심지어 5호실도 아니었지만 행동거지에는 편안함이 철철 넘쳐흐르고 있었다. 도리어 삭막한 방 풍경에 소소하게 투덜거리고 있을 정도였다. 사와무라가 챙겨온 순정만화만 방 한 쪽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미유키의 방이었다. 그 중 분홍 글씨로 제목이 쓰여 있는 한 권을 손에 들고 내용에 집중하고 있던 사와무라가 슬그머니 시선을 한 쪽으로 돌렸다. 제 침대 위에 앉아 스코어북을 보고 있는 미유키가 눈에 담겼다. 천천히 그 옆모습을 바라보던 사와무라가 문득 인상을 구겼다. 불퉁하게 찡그려진 얼굴이 뾰로통한 형태를 띄었다.
잘 생기긴 정말 잘 생겼네.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던 사와무라가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금갈색의 눈에 별처럼 박힌 것은 호기심이었다.
“미유키!”
“─선배.”
“미유키 선배!”
곧장 따라붙는 목소리에 사와무라가 뒤늦게 덧붙였다. 드러누워있던 몸을 일으키며 눈을 반짝이는 모습이 영 불안했는지, 미유키가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던 스코어북에서 눈을 때고 사와무라를 바라보았다. 왜? 그리 묻는 표정이 영 떨떠름했다. 사와무라는 아랑곳하지도 않았지만.
“선배도 안경 벗으면 이미지 체인지 하는 쪽임까?”
“이건 또 뭔 소리야...”
“3자눈이 된다거나!”
그렇게 외치는 눈은 호기심이며 흥미로 반짝이고 있었다. 황금에 가까운 색 고운 금갈색 눈이 커다랗게 반짝였다. 둥글게 빛나는 그 모습은 참 고왔지만, 연인에게 하는 말 치고는 참... 미유키는 허탈한 웃음을 뱉어냈다.
“그건 만화잖아...”
“그럼... 더 잘생겨짐까...?”
순정만화에서 안경을 쓰고 있는 캐릭터들의 특징은 두 가지였다. 안경을 벗으면 못나지거나, 과하게 잘나지거나. 전자가 아니라면 후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에이준은 말을 내뱉었다. 이번에는 표정이 못마땅하게 찡그려졌다. 방금 전 흥미가 가득한 표정에 비하자면 순식간에 불만이 가득해진 표정이었다. 미유키는 이제 기가 찼다. 저기요, 사와무라 군. 저는 당신 애인입니다만. 그렇게 말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그리 말해봤자 저 둔하디 둔한 사와무라는 그게 뭐 문제 있슴까? 같은 말이나 하겠지만.
“만화에서 벗어나줄래, 사와무라?”
“확인해봐도 됨까?!”
질문의 형태를 하고는 있었다만 이건 통보였다. 미유키는 어렵잖게 그걸 알 수 있었다. 무릎걸음으로 순식간에 미유키에게 다가온 사와무라가 미유키의 안경에 손을 뻗었다. 미유키는 딱히 반항하지 않고 얌전히 앉아있었다. 여기서 뭐라고 타박해봐야 불씨를 받은 사와무라가 활활 불타기만 할 것이라는 것을 미유키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사와무라가 미유키의 안경을 벗겨냈다. 그리고 물끄러미 시선을 맞췄다. 미유키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던 사와무라의 표정이 느리게 구겨졌다. 미유키의 표정에 의아함이 서리는 것도 그와 거의 동시였다.
“이... 세상 혼자 사는 사람 같으니!!” “??”
미유키는 순간 사와무라의 말을 이해하지를 못했다. 이건 또 무슨, 그런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런 미유키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와무라는 새빨게진 얼굴로 그대로 물러섰다. 미유키는 날 선 고양이마냥 카르릉거리는 사와무라를 얼떨떨하게 바라보았다. 왜 그러는데? 그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난 생각이었다.
“이, 이! 왜 혼자 만화적 연출 속에서 삽니까?! 치사한 인간 같으니!!”
“하아...?”
“못되먹은 인간!”
나는 왜 지금 사와무라에게 욕을 먹고 있는가. 미유키는 천천히 생각을 더듬어보았다. 그리고 미유키는 당연히 바보가 아니었으므로, 결론은 빠르게 나왔다. 순식간에 수려한 얼굴에 짓궂은 미소가 걸렸다. 사와무라가 소리없이 몸을 굳혔다. 가히 불길했다.
“지금 내가 잘생겼다고 화내는 거야?”
“......”
맞는 말이다만 긍정하기 참으로 껄끄러웠다. 못마땅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는 사와무라를 보며, 미유키가 키득키득 웃었다. 좀 황당하기는 했다만 연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들의 공통 분모였고, 미유키 역시도 그에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와무라게 자신을 멋있게 보아준다면 도리어 고마울 따름이었다.
기분이 흡족한 탓인지, 평소보다 기분좋게 웃고 있는 미유키를 보며 사와무라가 볼멘소리를 흘렸다.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다만, 그 귓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사람이 말임다... 뭐 이리 잘생겼슴까...? 양심없어... 반칙임다...”
사와무라의 말이 이어질수록 미유키의 표정이 점점 머쓱해졌다. 얼굴이 달아오르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는 것에 가까웠다. 칭찬을 듣는 것은, 그것도 사와무라에게 듣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만 솔직해도 너무 솔직했다. 그런 성격인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만, 가감없이 튀어나오는 상상 이상의 칭찬에 아무리 미유키라고 좀 민망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미유키에게 있어서 단 하나뿐인 연인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