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키는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소파에 드러누워 야구공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사와무라를 바라보았다. 몸 하나 뉘이면 끝인 공간에서도 요령좋게 이리저리 몸을 틀며 투구자세를 잡으려 드는 모습이 바보같아 보여서 조금 우습고도, 꽤 귀여웠다. 미유키의 표정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걸렸다. 조금 어이없기야 하겠지만 문득 묻고 싶은 게 생각난 찰나였다.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모습이 있었다. 미유키는 턱을 괴고 그를 불렀다.
“사와무라, 궁금한 게 있는데.”
“옷? 뭠까? 미유키가 그런 말을 다 하고.”
천장을 향해 누워있던 사와무라가 곧장 몸을 틀어 미유키를 바라보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며 흥미진진함을 가득 담은 표정이 그 얼굴에 가득했다. 그 얼굴을 보며 미유키는 소리없이 과거를 겹쳐보았다. 지금의 사랑스러운 표정과는 조금 다른 우는 얼굴이었다. 더없이 서럽게 우는 얼굴. 미유키는 지금까지도 그 때만큼이나 서럽게 우는 사와무라를 본 적 없었다. 그 순간이 마지막이었다.
“너, 그 때. 내가 삼학년 마지막으로 나갔었던 코시엔 시합에서 졌었을 때, 울었었지?”
“네, 뭐. 그랬죠?”
고개를 갸우뚱하는 움직임에는 의아함만 가득했다. 그 때를 기억하고는 있는 것 같았다. 하기야 잊기에는 고교 삼 년 내내 코시엔만을 노리는 삶을 지냈으니 잊기에도 힘들 것 같기도 했다. 왜 그런 걸 묻슴까? 순간 부루퉁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꽤나 자주 우는 주제에, 어렸을 때 운 것은 조금 부끄러워하는 것도 같았다. 그에 미유키는 슬쩍 웃으며 덧붙였다.
“왜 그렇게 서럽게 울었어? 너는 그 때 잘 던졌잖아.”
새삼스럽게 궁금해진 일이었다. 그 때는 차마 묻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세 명의 투수 중에 사와무라는 실점 하나 없이 잘 던졌었다. 패배가 서러웠다기에는 사와무라가 삼학년 경기에서 졌을 때보다도 섪게 울었더랜다. 이미 한참은 더 전의 일을 이제야 물어오는 미유키를 보며, 사와무라는 조금 곤란하다는 듯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민망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야... 진 게 억울하기도 했고...”
“그런 것 치고는 되게 울었잖아.”
쿠라모치나 노리보다도 더 오랫동안 울던 것이 기억에 선명했다. 말꼬투리를 잡고 집요하게 놓아주지 않는 미유키를 보며, 사와무라가 결국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언뜻 보이는 귓가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제가 그 때... 좀 더 잘 던졌으면... 그, 미유키랑, 선배들이랑 같이... 더 시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었슴다...”
“그리고?”
더 있지? 미유키는 사와무라의 기색을 살피며 물었다. 지금 말한 사와무라의 대답이 거짓은 아닐지언정 전부도 아니라는 것을 미유키는 기민하게 눈치챘다. 날카롭게 찔러오는 미유키의 질문에 사와무라가 고개를 숙였다. 우물거리는 것이 평소답지 않았다. 미유키는 반 쯤 본능적으로, 지금 기다리고 있는 대답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아 진짜, 꼭 들어야 함까?!”
“응. 부탁할게.”
곧장 날아온 대답에 사와무라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바로 이 때 부탁해라니, 정말이지 반칙이 따로 없었다. 치사한 남자였다. 단박에 울상을 지어버렸으면서도, 결국 사뫄무라는 대답할수밖에 없었다.
“...미유키가 안 울었으니까.”
“......응? 뭐라고?”
못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잘못 들었나 싶었다. 되묻는 미유키의 목소리에 결국 사와무라가 쩌렁쩌렁하게 소리쳤다. 집이 울리지나 않았나 착각할 수준의 데시벨이었다.
“져서 그런 표정 짓고 있는 주제에!! 미유키가 안 울었으니까!! 서러워져서 울었슴다!! 나는 그 때 미유키 대신 운 거니까!! 그렇게 많이 운 검다!!”
“......”
진짜, 이런 거 묻지 좀 마십쇼!! 그리 소리치며 방으로 뛰어들어가버리는 사와무라를 차마 붙잡지 못하고, 미유키는 그대로 얼굴을 감싸고 천천히 머리를 박았다. 도저히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