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키가 가볍게 손짓했다. 사와무라의 표정이 단박에 부루퉁해졌다. 못마땅하다는 기분이 고스란히 쓰여있는 얼굴이었지만, 미유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도리어 수려하게 웃는 얼굴의 미소가 좀 더 짙어질 뿐이었다. 백날 천날 불만을 표현해봤자 상대가 들어줄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사와무라는 한 번 입을 비죽였다가, 미유키에게 조금 다가왔다. 대여섯 발자국 정도 떨어진 위치였다.
“뭠까?무슨 문제 있슴까?”
“글쎄? 좀 더 가까이 와 봐.”
미유키의 말에 사와무라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두세 발자국 정도의 거리가 남았다. 사와무라의 표정에 언뜻 의아함이 스쳐지나갔다. 장난스럽게 싱글벙글 웃는 미유키는 불안함만 안겨주었다만, 그래도 딱히 헛말은 하지 않는 미유키였다. 무슨 일 있나? 아니면 투구 문제?! 다음 시합 선발 문제인가?! 사와무라의 머릿속에 몽실몽실 별별 생각들이 피어올랐다. 순식간에 울상 비스무리한 이상한 표정이 되는 사와무라를 보며, 미유키가 눈을 둥글게 떴다가 곧장 웃었다. 사와무라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안다는 표정이었다.
“조금만 더. 더 가까이.”
“얼마나 가까이 오라는 소리임까... 아?”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한 발자국. 미유키가 남은 걸음을 성큼 다가왔다. 바짝 붙은 거리가 과하게 가까왔다. 사와무라가 고개를 들었다. 사람 심장에 과하게 나쁜 잘생긴 얼굴이 눈 앞에 있었다. 바로 눈 앞에. 그러니까, 너무, 가까운 거리에.
짧게 닿고, 떨어졌다.
“...?!”
“응, 이제 볼일 끝.” “?!!”
이, 이, 이 무슨!! 무슨 짓꺼리임까, 미유키 카즈야!! 단박에 멱살을 쥐어 올리는 표정이 새빨갛게 달아올라있었다. 이, 이. 무슨, 이! 차마 다 이어지지 못하는 말이 토막토막 잘려 삼켜졌다. 뜨거워 견딜수가 없었다.
(+) 덤
“동생 군, 선배로써 미션 하나 주지. 저 죽일놈들한테 가서 여기 보는 눈 있다는 말 좀 하고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