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 주의. 너구리 신 미유키랑 일반인 에이준. 음... 참 의미없고 내용도 없는 미사와 주의... 캐붕도... 이런 글 언제나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u///u)>
아주 이른 아침이었다.
“여보세요!! 쿠라모치 선배?!”
「아침 댓바람부터 뭔 전화질이냐, 사와무라...」
“선배, 제가 어제 산에서 너구리를 주워왔었거든요?!”
「...너구리?! 산에서? 이게 미쳤나, 거기서 그런걸 왜 들고 와?!」
“아니 뭔가. 저한테 데려가주세요, 하고 조르는 기분이어서!!”
「이게 어디서 착각질이야? 그래서, 뭐! 너구리 상태가 안좋아? 어떤데! 아니지. 애초에 너구리가 아프면 동물병원을 가야지, 왜 나한테 전화를 해?!」
“아뇨, 그게! 지금 일어나보니 너구리가 사람으로 변했슴다!! 어쩌죠?!”
전화 너머에 침묵이 흘렀다. 묵직한 침묵이었다.
“쿠라모치 선배? 여보세요? 끊겼슴까?”
「......어이, 사와무라.」
“넵!!”
「지금 당장 냉수 한잔 마시고 냉큼 잠이나 깨!! 어디서 눈뜨고 잠꼬대질이야?!」
“아니거든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끊었슴까?!”
잠꼬대 절대 아닌데!! 진짜인데!! 사와무라는 휴대전화를 부여잡고 억울함을 토해냈다. 그리고 원망이 덕지덕지 붙은 눈으로 제 앞에 앉은 사람을 흘겨보았다. 아니, 사람이 맞는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머리 위에 달린 쫑긋한 귀며 좌우로 흔들리는 저 꼬리는 평범한 사람에게는 절대 붙어있지 않는 것이니까. 매정하게 끊겨 연결되지 않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제 딴에는 나름 엄격한 표정을 지은 사와무라가 물었다.
“그래서, 진짜 당신 정체가 뭠까?!”
“그러니까, 신이라니까?”
“......”
거짓말! 하고 쏘아붙이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 상황 자체가 하도 현실감이 없는 탓이었다. 애초에 산에서 주워온 너구리가 다음날 사람이 된다는 것부터 너무 비현실적이었으니까. 입을 비죽이며 자신을 노려보는 사와무라를 보며, 자칭 신은 짓궂게 웃었다. 부드럽게 접히는 눈매가 아무리 봐도 재미있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진짜 신인가... 근데 무슨 신이... 아니 물론 그만큼 잘생기긴 했는데... 상대를 위아래로 적나라하게 훑어보며 사와무라는 팔짱을 꼈다. 옷차림도 확실히 옛날 옷이기는 했다. 신이 입는 옷이라고 해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격식을 차린 옷차림. 지금은 찾아보기도 힘든 차림새였다. 이것저것 따져봐도 참. 저 말을 믿기도 이상하고 안믿기도 이상했다.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현실에 곤란해하며, 사와무라는 결국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복잡한 거 생각하지 말자. 사와무라다운 결론이었다.
“그래서... 그러면, 이름. 이름은 뭠까?”
“미유키. 미유키 카즈야.”
미유키라고 부르면 됨까? 사와무라의 질문에 미유키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미유키, 미유키. 사와무라가 이름을 부를때마다 대답이라도 하듯 쫑긋거리는 귀가 보였다. 진짜 귀인가 보네. 사와무라는 새삼스럽게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물었다.
“저 따라온 거 맞슴까?”
“맞아. 너한테 데려가달라고 했었지.”
너구리 모습이었지만. 뭐, 너도 내 뜻을 잘 이해하고 데려와줬고. 그렇게 덧붙이는 미유키의 모습을 보며, 의자에 걸터앉은 사와무라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왜 신이라는 작자가 제 앞에 나타난 검까?”
“내 맘?”
말 안해 줄건데. 둥근 꼬리가 기분좋게 흔들렸다. 아무리 봐도 재미있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놀리고 있어... 나를 놀리고 있어...! 신이라면서... 신이라면서...! 사와무라의 눈매가 고양이마냥 매섭게 변했다. 명백히 불만이 덕지덕지 붙은 모습을 보며 미유키가 귀를 몇 번 쫑긋였다. 꾹 다문 입이 아무래도 웃음을 참는 것 같아서, 사와무라의 입이 톡 튀어나왔다. 자연스럽게 표정이 뾰로통해졌다. 그것을 모조리 바라본 안경 너머의 눈매가 매력적으로 휘어졌다.
“그럼 밖으로 나갈래? 겸사겸사 세상 구경이나 시켜주련?”
“신이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름까?”
“인간 시점은 다를 거 아냐?”
...그런가? 사와무라는 미유키의 말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귀나 꼬리같은 부분을 제외하면 인간을 쏙 빼닮아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신이라면 관점 자체는 다를 터였으니까. 미유키의 말을 납득해버린 사와무라는, 미유키의 지금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 귀며 꼬리라는 큰 문제를 제외하고도, 독특한 옷차림부터가 시선을 끌 것이라는 것은 자명했다. 집의 문턱만 넘어도 도심 한가운데건만, 저런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일단 옷이라도 갈아입혀야하나. 사와무라는 그리 생각하며 제 방으로 들어가 옷장을 뒤졌다. 미유키가 뒤따라와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대충 손에 집히는 것 아무것나 잡아 미유키에게 건내준 에이준이 말했다.
“이걸로 갈아입으십쇼. 모자 꼭 쓰시고.”
그리고 방 밖으로 나온 사와무라가 다시 한 번 한숨을 폭 내쉬었다. 제 머리를 벅벅 긁는 행동에는 은근한 심란함까지 묻어있었다. 주변에 어디로 가지. 근데 계속 여기 살 생각인가? 산으로 돌려보내줘야 하나? 신이라는데. 어쩌지? 인상을 찡그리며 고민하던 사와무라가 문 열리는 소리에 몸을 돌렸다. 평소와는 옷차림이 조금 어색한 듯, 미유키가 천천히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미유키를 보자마자, 그 모습을 눈에 담은 사와무라가 소리쳤다.
“단추! 와이셔츠 단추 잠그십쇼!!”
“네 옷 조금 작은데. 불편해. 나가면 옷 사러 가자, 사와무라.”
“단추 잠그라고!”
훤하게 풀려있는 와이셔츠 사이로 보이는 몸에 사와무라의 뺨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빌어먹을, 얼굴은 잘 생겨서! 제기랄, 몸도 잘났네! 쩔쩔매며 시선 관리를 못하는 사와무라를 보며, 문득 미유키가 짓궂게 웃었다. 머리 위에 달린 귀가 몇 번 가볍게 쫑긋였다.
미유키가 사와무라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사와무라가 움찔 어깨를 떨었다. 당장 떨어지라고 말해야 하는데, 어째서인지 영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입을 꾹 다물고 고양이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와무라를 보며, 미유키가 개구지게 웃었다. 머리 위의 귀가 부드럽게 아랫쪽으로 내려앉았다가, 쫑긋 세워졌다.
“그런데 말이야. 너무 잘 들려서 곤란하다고, 사와무라.”
“뭐, 뭐가 말임까!”
“신이라고 했잖아?”
그건 부드러운 돌림말이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사와무라는 그걸 단박에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영리하지 못했다. 뭐라는 거야? 사와무라는 순간 그리 생각했다.
“지금 네가 ‘뭐라는 거야?’ 라고 생각하는 것도 잘 들린다는 뜻?”
“...내가 무슨 생각하는건지 들리는 검까!?”
“신이니까?”
미유키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따끈한 이마가 서로 맞닿았다. 동물 귀를 단 신답게 미유키는 체온이 높았고, 그건 사와무라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귓가가 붉었다.
“그런데 사와무라, 그거 정말이야?”
“...뭐 말임까.”
“진짜 잘 생겼네. ...내 취향. 이 부분? 처음 만났을 때 들렸던 말도.”
진심이야? 묻는 목소리는 정말이지, 녹아내릴 정도로 유혹적이어서. 사와무라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미유키의 귀에 대답을 외치는 속마음이 적나라하게 들렸다. 너구리의 꼬리가 기분좋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