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카오] 오해

2016. 10. 9. 22:34 from ENSTARS/NOVEL




 바다를 이름에 담은 카나타는 존재만으로도 참 눈이 부셨다. 기인이라는 이름이 붙어버릴 정도로 카나타는 타인을 매료시키는 무언가가 있었다. 천진난만한 말투도 미소도 기묘하게 사람을 홀렸다. 카오루는 그런 카나타가 늘 불안했다. 유일하다는 것은 덧없다. 깨지면 상처입지만 단단하지도 않았다. 연인이 된 뒤가 도리어 치명적이었다. 카오루는 그가 보지 않는 장소에서 문득 손을 놓쳐버린 아이처럼 카나타를 보았다. 카나타는 카오루를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카오루는 그런 연인의 말을 매우 염세적으로 바라보았다. 언제까지? 밖으로 내지 않았을 뿐, 늘 되묻는 물음이었다.

 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한 뒤로 카오루는 참 뻔한 수작으로 그에게 치근거렸다. 그 단어 외에 자신의 행동을 형용할 단어도 없었다. 옆에서 보았던 사람이 있었다면 참으로 같잖은 모양새였다고 평가했을터였다. 그 눈에 선한 어필에 카나타는 넘어와 주었다. 저를 끌어안으며 애정의 말을 읊어주는 카나타를 보며 카오루는 대번에 불안해졌다. 카나타는 의외로 자신에게 향하는 애정에 무뎠고, 그만큼 약했고, 그래서 쉽게 사랑에 빠졌다. 연인이 되었지만 기쁘면서도 안심할 수 없었다. 카나타는 저를 사랑해주는 누구여도 좋았다. 제일 먼저 그 사실을 알아낸 게 하카제 카오루였을 뿐이었다. 불안을 언급하면 현실이 될까 두려워 말할 수도 없는 감정이었다. 



 카나타 군은... 카오루는 가끔 말을 삼켰다. 시선을 내리깔고 금방 말을 돌렸다. 삼켜진 말은 어디로 갔을까. 카오루의 속에서 썩고 있지 않을까. 물빛 소년은 늘 궁금했다. 오래 사랑한 황금빛 소년은 어느 순간 저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늘 상냥했기에, 그의 감정이 어디서부터 사랑이 되었는지 카나타는 몰랐다. 카오루는 언제나 쉽게 사랑을 했고, 그만큼 빠르게 식었다. 늘 깊은 애정을 품어왔기에 마음이 식는다는 개념을 모르는 카나타는 그것이 늘 두려웠다. 예고없는 폭죽처럼 터진 그의 사랑이 사그라들까 두려웠다. 

 카나타는 카오루를 끌어안는 것을 좋아했다. 카오루는 젖는다며 늘 불평을 했지만, 한 번도 카나타를 밀친 적이 없었다. 도리어 팔을 둘러 바짝 몸을 붙였다. 물기와 냉기만 남는 포옹이었다. 저와 달리 건조한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카나타는 카오루를 응시했다. 밀밭 같은 머리카락 사이에 둥근 귀. 꽃처럼 붉은 살덩이가 보였다. 좋아한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 카오루는 이런 작은 신호가 애정의 증표였다. 그게 기꺼워 카나타는 자주 카오루에게 접촉했다. 손을 잡거나 끌어안는 것은 소소한 수준이었다. 주변의 시선이 없으면 카나타는 금방 카오루에게 입을 맞춰왔다. 호흡을 섞는 것이 좋았다. 깊게 닿았다가 떨어지면 카오루는 카나타만을 보고 있었다. 잔뜩 달아오른 뺨과 가빠진 호흡 모두 카나타만 담고 있었다. 


“카오루, 좋아해요.”

“......응.”


 애정의 말이 절박했다. 매달리는 것처럼 고백해오는 카나타를 보며 카오루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을 한 번 쓸었다가 퍼석하게 입꼬리를 올리는 카오루를 보며, 카나타가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길게 주름이 졌다. 


“...카오루, 나를 좋아해요?”


 활에 맞은 작은 짐승처럼 떨리는 눈을 카오루가 가만히 응시했다. 작은 기대, 조금의 설렘. 그러나 깊게 숨겨진 불신이 회색 눈동자 속에 뭉쳐 있었다. 카오루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좋아해.”


 진심이었다. 하카제 카오루는 신카이 카나타를 좋아했다. 하지만, 카오루는 작게 덧붙였다. 카나타 군은, 카오루가 다시 한 번 말을 삼켰다. 자주 있던 일이었다. 캐물었다가 정이 떨어질까 늘 묻지 못했지만, 이번만큼은 집요하게 대답을 기다렸다. 카오루는 망설이다가, 작게 덧붙였다.


“카나타 군은, 가끔 날 비참하게 해.”


 처음으로 내뱉은 진심이었다. 겨우 그 말을 들어낸 카나타는 기쁘게 웃었다. 상냥하게 대꾸했다. 


“카오루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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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