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을 관리하기 힘들었다. 이미 여러 번 본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리츠는 못마땅한 얼굴로 마오의 뒷모습을 지그시 노려보았다. 낯선 유닛복을 몸에 걸친 마오는 거울에서 눈을 때지 못하고 있었다. 스스로도 어쩔 수 없이 어색한지 몇 번이고 껄끄러이 복장을 살피던 마오가 몸을 돌려 리츠를 보았다. 답을 바라는 녹빛 눈동자는 어느 순간에도 사랑스러웠지만 리츠는 입을 꾹 다물었다. 차라리. 그런 생각이 벼락처럼 불쑥 떠올랐다. 수십 번도 넘게 한 생각인데 질리지도 않았다. 차라리 나이츠의 유닛복을 입었더라면. 리츠는 또 한 번 그 생각을 하며 입을 땠다.
“불편하지는 않아?”
“키류 선배가 만들어 주셨으니까. 불편한 부분은...”
수예부는 아니지만 그의 실력은 이미 교내에 충분히 알려져 있었다. 머쓱한 미소로 제 감정을 표하는 마오를 보며 리츠는 속 꼬인 감정을 삼키고 또 삼켰다. 허나 사쿠마 리츠는 언제나처럼 이사라 마오의 앞에서 무언가 숨기는 것을 참으로 못하는 사람이었기에, 결국 다시 입이 비죽 나왔다. 불평으로 연인을 상처입히고 싶지 않았으니 눌러 참았다. 질질 흐르는 것까지 정돈해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붉은 눈동자가 느리게 전신을 쓸었다. 핀 없이 풀어진 머리카락은 하나로 단정하게 묶여 있었고, 전통복에 가까운 복장에 희고 긴 소매. 부드러운 털로 만들어진 장식이며 붉은 색 포인트 모두 마오와 잘 어울렸다. 유메노사키에서 손에 꼽히는 인기 유닛 홍월의 유닛복이었다. 그저 옷을 갈아입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마오는 정식으로 유닛 이전을 했고, 무대에 서서 팬들의 앞에서 선보이기까지 했다. 명실상부 홍월의 소속이 되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어도 유메노사키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일들이었기에 나쁜 말도 그리 듣지 않았다. 마오가 꽤 부드럽게 유닛에 녹아든 탓도 있었고. 그래, 객관적으로... 이사라 마오는 홍월에 제법 잘 어울렸다.
리더인 케이토는 본디부터 학생회에서 합을 맞췄던 사이였고 소마는 나이가 같은 데다가 올곧은 면이 있어 마오와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키류와는 큰 인연이 없었지만 그는 본디 호인이었으니 후배를 푸대접할 사람이 아니었다. 트릭스타를 잊지 못해 미련이 남은 면모를 보이기는 했지만 결국 마오는 홍월에 남았다. 도리어 남기로 결정한 뒤에는 본격적으로 홍월에서 제 지분을 만들었다. 그에 소마는 저도 분발하겠노라 외쳤고 케이토는 흡족해했으며 키류도 잘 해 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비췄다. 겉이던 속이던 홍월의 사이는 원만했다.
사쿠마 리츠는, 아쉬웠다. 트릭스타를 그토록 아끼는 마오가 웃는 게 좋아 마냥 바라보았더니 엣쨩이 저 좋을 대로 손을 쓴 것도 약이 올랐다. 홍차부에서 리츠가 심술을 부리는 건 이 탓이 컸다. 에이치도 그것을 잘 알고 있어서 귀찮은 선을 넘지 않는 리츠의 심술을 용인해주고 있었다. 킹의 암묵적인 배려와 비숍의 강한 어필로 미묘하게 폰 비슷한 것으로 들어와 있는 마코토를 볼 때마다 이 감정의 색이 짙어졌다. 저가 되도 않는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알았지만, 리츠는 언제나 마오에 관한 것을 참기 어려웠다.
“마 군네 리더가 마 군 괴롭히는 거 아니야? 트릭스타랑 싸워서 꼴사납게 무너졌다고 심술이나 부린다던가.”
“하스미 선배가 그럴 리 없잖아, 리츠...... 그리고 그런 말 하지 마.”
“마 군한테는 나이츠 유닛복이 더 잘어울려.”
“한 번도 안 입어봤는데?”
더군다나 색감 같은 걸 보면 나한테는 홍월이나 트릭스타 옷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여상하게 덧붙이는 말에 리츠가 잔뜩 뺨을 부풀렸다. 이런 점에서도 리츠는 대단히 못마땅스러웠다. 물론 그 전에도 마오는 과분한 업무를 소화해내고도 꿋꿋한 케이토를 제법 호의를 품고 있었지만 홍월에 들어가 더 가까이에서 보게 된 하스미 케이토는 이사라 마오가 존경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인물이었던 모양이었다. 리츠가 토라져 조금만 투정부리려 해도 마오는 바로바로 차단해버리고는 했다.
저 입에서 케이토나 키류, 소마의 이름이 나오는 것도 못마땅했다. 물론 트릭스타도 마오의 관심을 너무 가져가는 것이 싫었지만 트릭스타야 모조리 동급생에다가 마오와 다른 반이었고, 가장 친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이던 마코토는 상냥한 것인지 심약한 것인지 고민되는 성격인지라 리츠는 언제든지 그에게서 마오를 빼앗아 올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홍월의 셋은 달랐다. 마오는 자신이 뒤늦게 합류한 처지라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썩 좋은 방법으로 합류한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행동이 조심스러워진다는 의미였다. 어지간해서는 부름을 거절하지도 않았고 트릭스타에는 없던 선배들의 가르침도 고분고분하게 받았다. 새삼스러워진 저의 새로운 포지션에서 적응해나갔다. 덧붙여 셋은 하나같이 심약이라는 단어가 참 어울리지 않는 성격으로 3학년의 둘은 심리적인 면모로 찌를 구석도 거의 없이 안정적으로 완성되어 있었다. 소마 역시도 무사의 집안에서 올곧게 자란 덕인지 정신적으로 강건했다.
유닛끼리 만나는 일도 잦은데 리더인 케이토는 학생회 부회장까지 겸하고 있어서, 수업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마오와 함께한다는 것도 불만거리였다. 나보다 마 군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잖아. 못난 말이라고 해도 리츠는 진심이었다. 매달려 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 군. 내가 좋아, 홍월이 좋아?”
“무슨 그런 바보같은 질문이 다 있어...”
마오는 대답을 피하며 둘밖에 없는 연습실을 한 번 둘러보았다. 아마 무의식이겠지만 조심하는 기색이 강했다. 마 군 바보. 리츠가 입을 비죽이며 고개를 숙였다. 혼이 쏙 빠질 정도로 잠이나 푹 자고 싶었다. 마오가 저에게만 신경써 줄 정도로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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