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카오] 동화

2017. 2. 21. 18:37 from ENSTARS/NOVEL




 약 3개월 전, 하카제 카오루는 해변을 걷다가 상처입고 쓰러진 인어를 발견했다. 남자를 싫어하던 소년은 남자 인어를 주워 치료해줬고, 그와 친구가 되었다. 낯선 세계를 배우게 된 인어와 낯선 생명체와 교류하게 된 인간은 수많은 갈등을 겪었고, 그만큼 마음 고생을 했었다. 끝내 소년은 바다로 돌아가기 직전인 인어를 붙잡아 사랑을 고백했다. 동화라기에는 조금 구질구질하고 많이 힘든 이야기였지만, 결말만큼은 분명 아름다웠다. 달 비추는 밤바다를 뒤로 하고 저에게 키스하는 인어의 모습을 카오루는 결코 잊을 수 없을 터였다. 음, 분명 해피엔딩. 그 이후로 이어질 이야기는, 분명 오래오래 행복했습니다. ......심각하게 분홍색의.



 키스는 입술에 한 번, 이마에 두 번. 뺨에 몇 번이고 쪽쪽거렸다가 콧잔등에 한 번.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입술에. 허리를 끌어안고 카오루의 얼굴에 온통 입술을 찍어대는 카나타는 행복해 보였다. 키스받는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언제나 느끼는 감상이었지만, 심장을 토할 것 같았고. 카오루는 가늘게 눈을 떴다. 그리고 대번 시선을 저 멀리로 피했다.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하트를 뿅뿅 날리고 있는 카나타의 얼굴을 마주 보기 머쓱했다. 심장에 좀 안 좋은 광경이기도 했다. 

 카나타는 제 시선을 피하는 연인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인어는 독점욕이 강했다. 조금 고개를 숙여 목덜미를 쪽쪽이기 시작하자 카오루가 가늘게 어깨를 떨었다. 목덜미며 귀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으, 카나타 군. 시선을 맞추며 띄엄띄엄 뱉어내는 목소리에 카나타가 대번 환하게 웃었다. 만개하는 꽃보다 어여쁜 얼굴을 보며 카오루는 입술을 꾹 붙였다. 하고 싶은 말도 삼킬 정도의 위력이었다. 과연 인어. 마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심장 덜커덩거리는 소리가 들릴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카오루, 카오루.”


 카나타는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마다 늘 그의 이름을 두 번 불렀다. 입술이 붙지 않고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카오루, 하고 부르는 소리를 카오루는 매우 좋아했다. 그의 목소리는 늘 지나치게 다정했다. 사랑에 빠진 남자를 황홀하게 만들 정도로 달았다. 혀끝을 자근자근 물던 카오루가 곧 답했다.


“......왜, 카나타 군?”

“우리 바다에 갈까요?”

“벌써 저녁인데. 바다에 다녀 오기에는 너무 늦지 않겠어?”

“음, 그런가요?”

 

 카나타는 조금 아쉽게 답했다.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는 건 카오루에 대한 배려였다. 더 치근거리는 대신 카나타는 카오루를 끌어안은 손에 힘을 주었다. 체온이 조금 더 바싹 붙었다. 목덜미에 이마가 닿았다. 체온 나누는 어린 짐승처럼 가까이 붙자 숨소리 드나드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카오루는 침묵했다. 그의 맥박에 귀를 기울였다. 희미하게 전해지는 심장 뛰는 소리가 기꺼웠다. 격동적으로 시작하게 된 두 사람의 사랑은 놀라우리만치 평화로웠다. 다만 사랑만이 넘쳐서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었다. 

 그는 어린 인어였고, 그는 그보다 더 어린 인간이었다. 두 사람의 삶은 하늘과 바다만큼 달랐다. 자그마한 교차점 하나로 이어진 세계는 사랑스러운 만큼 불편한 것도 많았다. 사랑은 두 사람의 세상에 적응해가는 이유이자 결과였다. 카오루는 카나타와 침묵으로 체온을 나누는 지금같은 시간을 좋아했다. 시계 초침 소리도 들리지 않고, 우주에 둘만 남은 것처럼 고요한 시간.


 카오루, 카오루. 침묵을 가르고 두 번 부르는 목소리에 조용히 답했다. 카나타는 덧붙이는 말 대신 키스했다. 입술 닿았다가 떨어지며 나는 소리만 작게 들렸다. 미약한 웃음소리가 그 뒤에 섞여들어가고, 자그마한 대화가 엉겼다. 행복하게 끝난 동화는 평화롭고 잔잔한 바다처럼 온유했다. 거친 파도 한 자락 불지 않는 아름답고 잔잔한 바다. 


 시선이 끈질기게 달았다. 도무지 상대에게서 떨어지지 못하고 붙박이장처럼 바라보는 모양새가 내심 마음 한구석을 흔흔하게 만들었다. 카오루는 카나타의 목덜미에 흔적처럼 돋아나있는 에메랄드 색 비늘 위에 입술을 댔다. 카나타가 작게 어깨를 움츠렸다가, 크게 끌어안았다. 간지러워하는 것처럼 부드러운 웃음소리도 흘렸다. 인어인 그는 체온이 낮았지만, 카오루와 닿은 순간만큼은 인간만큼이나 뜨거워졌다. 카오루는 따끈하게 열이 오른 체온을 좋아했다. 귓가가 붉었다.

 카오루가 온전한 인간이듯 카나타는 온전한 인어였고, 바다에 살던 그는 바다의 규칙에 익숙했다. 카오루가 바닷속에서 숨을 쉴 수 없어 그의 세계에 살 수 없기에 카나타가 카오루의 세계에 올라왔으니 카오루는 카나타에게 최선의 배려를 주고 싶었다. 카나타는 자신의 세계를 등지고 카오루의 곁을 선택해주었으니까. 사랑이 희생 위에 세워져있다고 믿고 싶지는 않았으나, 카오루는 카나타의 일에 지나치게 시야가 좁아졌다. 독점욕 강한 인어는 그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입을 열지는 않았다. 저에게 신경써주는 연인은 사랑스러웠으므로. 


 카나타가 카오루의 손을 쥐어 자신의 다리 위에 얹었다. 인어의 다리는 인간을 향한 사랑으로 만들어졌다. 길고 아름다운 인어의 꼬리가 아니라 인간과 꼭 같은 다리는 카오루를 향한 사랑의 가장 강력한 증거였다. 카오루의 뺨이 미약하게 붉어졌다. 내심을 들켜 쑥쓰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귀여운 카오루. 늘 하는 생각을 또 한 번 하며 카나타가 그 뺨에 입맞췄다. 카오루가 눈을 감았다. 숨결이 섞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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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