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마 저택은 비어 있다. 마오가 그 안으로 발을 디딜 때마다 받는 감상이었다. 종종 청소나 요리를 위한 고용인이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해가 지기도 전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으니 남는 것은 사쿠마의 성을 가진 두 형제 뿐이었다. 그 둘도 결코 빈말로도 활동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성격이니, 집은 필연적으로 매우 고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림자 속에 파묻힌 집이었다. 정체 모를 무언가가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기분인지라, 아무리 고급스럽고 우아한 저택이라고 해도 마오는 그곳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대신 리츠의 손을 잡아끌고 밖으로 나왔다. 그것도 아니라면 제 집으로 데려왔다. 리츠도 그걸 퍽 좋아하는 기색이었다.
마오는 어릴 적부터 리츠와 친구였지만, 리츠의 가족을 만난 적은 정말 손에 꼽았다. 심지어 사쿠마 레이를 만난 것도 유메노사키에 입학한 이후에나 겨우였다. 학생회장의 성이 리츠와 같아서─그리고 외모가 모든 것을 설명했다─얼마나 놀랐던지. 부모님에 대한 것도 이야기만 몇 번 들은 수준이었다. 해외를 떠돌고 있어~. 거의 매일 리츠를 만나는 마오조차도 그 분들의 얼굴을 본 적 없으니 리츠도 그럴 터인데, 소년은 참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실제도로 리츠는 부모에 대해 큰 감흥이 없었다. 같은 고위급 혈족이기에 사쿠마라는 성을 공유했지만 부모라는 개념과 흡혈귀는 꽤나 먼 관계였다. 실제로 피가 통하는 존재도 레이 이외에는 없었고. 육체가 어렸던 무렵 리츠의 안전을 책임져 준 보호자라는 의미에서 나름의 친애는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인간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반려가 생겼다는 것 정도는 말해줘야 할 것 같은데~. 리츠가 눈을 데굴 굴렸다. 평생을 걸고 마음을 나눌 존재가 생겼다는 것은 인생을 좌지우지 할 만큼 중요한 일이었다. 성장이 끝난 지금 세세한 것까지 알려 줄 필요는 없었다만 반려의 존재같은 큰 것은 알리는 게 예의였다. 귀찮고... 리츠가 입을 비죽였다. 저택에 안 들어오는 건 그 쪽이니 늦게 알아도 그 쪽 탓이라고 변명거리는 충분했다.
“마~군, 나 잘 거니까... 혹시 연락같은 거 오면 마~군이 대신 받아줘.”
“엑, 그래도 괜찮겠어?”
“어차피 셋쨩이나 낫쨩이겠지, 뭐. 같이 자면 더 좋고♪”
아냐, 됬어. 잘 자, 리츠. 마오의 거절에 리츠는 실망한 기색도 없이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금방 새근새근 숨소리가 차올랐다. 어디서든 잘 자는 리츠였지만, 확실히 제 방 침대에 누워서 자는 리츠가 제일 편안해 보였다. 마오는 새삼 그것을 다시 떠올리며 리츠의 머리카락을 몇 번 쓸어주었다. 나는 뭘 한담. 뺨을 잠시 긁적였다. 가방 속에 중요도가 낮아서 들고 나올 수 있었던 학생회 서류가 한 뭉치 있기는 하지만, 꺼낼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리츠 자는 얼굴만 보고 있는 것도 웃기고? 마오가 머쓱하게 웃으며 가방을 잡았다. 바로 그 순간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낯선 소리였다. 어라? 휴대전화는 잠잠했고, 방에서 들리는 소리는 아니었다. 마오가 문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복도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아, 마오가 짧은 감탄사를 흘렸다. 복도에 놓인 전화기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골동품처럼 보이는 데다가 한 번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배경에 묻혀 있던 물건이었다.
“리츠, 전화 와. 일어나 봐. 응?”
“......우으...... 그냥 마~군이 받으라니까......”
“집 전화란 말이야. 내가 받아도 돼?”
“집 전화?”
그런게 있던가... 아, 맞다. 그건...... 끝이 뭉게진 목소리는 여전히 반 이상 꿈나라에 가 있다는 증거였다. 바깥의 전화는 계속 울리다가 끊어지고, 다시 울리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받을 때까지 울린다는 의지가 적나라했다. 이 시간에 집 주인이 자고 있을 것이라는 걸 아는 모양이었다. 잠에 취해있던 리츠의 표정이 점점 나빠졌다.
“...그냥 사쿠마입니다 하고 받아 줘, 마~군.”
“으으, 알았어.”
반 쯤 떠진 붉은 눈동자가 퍽 사나웠다. 마오에게 향하는 사나움은 아니었고, 아마도 전화를 건 상대에게 향하는 시선이겠다만 옆에서 보기 오싹한 무언가가 있었다. 한창 날 서 있던 무렵의 레이와도 조금 닮아있었다. 말하면 싫어하겠지만. 고개를 끄덕인 마오가 곧장 복도로 나왔다. 전화는 여전히 울리고 있었다.
“그, 저. 여보세요? 사쿠마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사쿠마입니다만......」
“......에? 네?”
리츠, 너! 마오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전화 너머의 상대와 마오는 잠시 죽은 듯 침묵했다. 나긋나긋한 미성은 여성의 목소리였지만, 사쿠마의 성을 쓰고 있다면 상대가 누구일지는 안 봐도 뻔했다. 사쿠마 형제의 어머니! 마오가 속으로 경악에 경악을 거듭했다. 리츠! 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무래도 리츠는 이 전화로 올 만한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있던 모양이었다. 부끄러워서 벽에 머리라도 박고 싶었다. 제 오랜 소꿉친구이자 연인의 부모님과의 첫대면이 이런 식이라니, 마오는 조금 울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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