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치솟는 마이붐을 이기지 못하고 조금 끄적끄적....... 시대물 보는 거랑 역사 의복찾고 고증찾는건 참 즐거운데 글만 쓰려고 하면 너무 어려워서 손을 놓게 되버리는..... 결국 이게 시대물인지 뭔지 십이국기 설정이랑 이것저것 취향만 때서 붙였습니다(진실 이게 토키오토인지도 사실 모르겠습니다 그냥 토키야+오토야 같기도 하고.....?
+)쓰고나서 보니 얘가 토키오토가 맞는지조차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오토토키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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앳된 얼굴에 작은 체구는 명백히 그가 어린 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고작 열 살을 갓 넘겼을까 싶은 조그마한 얼굴에 오밀조밀하게 들어찬 이목구비는 분명 장래가 기대되는 사랑스러운 아이의 얼굴을 만들어내고 있었지만, 그것이 만들어내는 표정은 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뚝뚝했다. 얇은 속눈썹을 의미없이 몇 번 팔랑인 소년은 물끄러미 제 아래에 무릎꿇은 수많은 관료들을 내려다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의 기색만으로도 소년은 충분히 그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아찔하게 소년을 찔러오는 감정의 색은 분명히 긴장과 공포를 드러내고 있었다. 겉외모로는 소년만한 손자손녀도 여럿 있을 듯 한 노인들이 그 앞에 무릎꿇고 떨고 있다는 사실이 짐짓 우스워보이기도 했지만 그 광경을 보고 작게나마 웃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니, 웃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자가 지금 이 자리에 없었다.
몇 번 더 그들의 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며 토키야는 속으로 가벼운 한숨을 삼켰다. 죄를 지은 자는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하건만, 별 수 없이 그런 생명체로 태어나버린 토키야는 저리 떠는 그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동정심을 가져버렸다. 비록 그게 왕 앞에 무릎꿇으며 먼지처럼 흘려내버릴 감정이라 할지라도 그랬다.
제 얼굴을 누구도 보지 않는다는 확신 아래에서 그는 짧게나마 표정에 동정심을 비추고는, 곧장 지워냈다. 사박사박 비단이 스치는 소리가 예민한 그의 기감에 선명히 잡혀왔다. 사실 그것이 아니어도 토키야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다. 그의 반신, 유일한 왕. 그것이 바로 그였음으로.
가장 먼저 눈에 비친 것은 태양과 같은 붉은 색 머리카락이었다. 그것을 눈에 담자마자 토키야는 곧장 눈을 내리깔았다. 본디 자존심이 태산과 같은 그였지만, 상대에게만큼은 예외였다. 더군다나 지금 그는 그의 왕보다 높은 자리에 서 있었음으로, 눈이 마주친다면 자신이 그를 내려다보는 구도가 되어버렸다. 토키야는 그런 상황이 되는 것을 몹시 사양하고 싶었기에 차라리 그의 발밑으로 시선을 내려버렸다.
화려한 금실로 수놓아진 신에서 차마 시선을 때지 못하는 재보의 모습을 보았을까, 왕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위로, 위로. 무릎꿇고 떠는 신하들에게는 시선 한 줌 주지 않은 채로, 그 장소 누구보다 어린 외모를 하고 있는 지존은 옥좌에 앉았다. 그제서야 토키야는 시선을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었다.
동그란 눈매는 머리카락과 다르지 않은 붉은색이었다. 평소 태양보다 찬란히 미소짓고는 하던 그 얼굴에는 냉담함만이 가득했다. 공포로 가득한 이 장소에서 오토야 혼자만 이질적으로 여유로웠다. 그리고 분노하고 있었다.
그는 몹시 너그러운 왕이자 명군으로 이름높은, 역대 최연소의 나이에 왕위에 오른 자였다. 고작 아홉에서 열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외모와는 달리 이미 치세가 백을 조금 넘겨가는 그는 평소 겉모습처럼 잘 웃고, 사랑스럽게 행동하는 부드러운 주군이였다. 다만, 지금의 그는 명백히 오랫동안 나라를 다스린 왕의 위엄을 뿜고 있는 냉엄한 군주였다.
토키야는 다시 한 번 신하들을 내려다보았다. 백명이 거뜬히 넘어가는 그 인원이 하나같이 겁에 질려 떨면서 간간히 눈물마저 흘리는 그 모습은 자비로 가득한 기린에게는 너무도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이성적인 머리는 그를 말렸으나, 결국 본능을 이길 순 없었던 그는 제 왕의 앞에 소리 없이 무릎꿇었다. 본디 체구가 자그마한것은 맞았으나, 마치 무게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주저앉아 깊히 머리를 숙이는 자신의 반신을 오토야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눈에 무슨 감정의 빛이 들어있는지, 고개를 숙이고 있는 토키야는 알 수 없었다. 그는 그저 담담히 입을 열었다.
"부디 선처를, 주상."
"... ..."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그저 자신에게 내리꽂히는 왕의 시선을 받으며 토키야는 더 깊이 머리를 숙일 뿐이었다. 다른 이였으면 불가능했겠으나, 자신의 왕의 앞에 무릎꿇고 고개를 숙이는 것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쉬웠고, 기묘하게 기쁘기까지 했다. 그렇게 토키야는 오토야의 앞에서 신하들의 선처를 빌었다.
얼마나 침묵이 흘렀을까, 마치 죽음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짧았을지도 몰랐으나 그 장소에 있는 누구도 짧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잔뜩 몸을 웅크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작디 작은 제 반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왕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그의 앞에서 허리를 펴고 얼굴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음으로.
왕의 입에서 한숨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무게를 가지고 토키야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리고 신하들의 등을 짓밟았다. 한 대 얻어맞기라도 한 마냥 몸을 떠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 토키야는 그저 가만히 자세를 흐트러트리지 않고 기다릴 뿐이었다.
"...재보는 일어나시오."
왕의 입에서 나오는 명령형의 문장에 토키야는 금방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려한 비단옷의 무릎자락이 조금 지저분해졌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저의 왕을 올려다 볼 뿐이었다.
"...기린이라는 것은 참으로 힘든 생명체군."
그리 말하며 쓰게 웃는 왕의 얼굴은, 토키야가 그의 앞에서 처음으로 무릎꿇은 이후 처음 보는 것이어서, 토키야는 조금 놀라버렸다.
하지만 끝끝내 그 의미만큼은 읽어낼 수 없었다. 그는 기린이었고, 상대는 그의 왕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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