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 숨을 훔치는 소리에 오토야가 조용히 눈을 굴렸다. 꾸벅꾸벅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는 아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거 봐, 역시 밤을 새는 건 무리라니까. 그리 생각하며 오토야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이미 새벽 늦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는 시계를 힐긋이며 오토야는 소파에 오랫동안 앉아있던 탓에 이리저리 굳은 몸을 풀었다. 그리고는 뼈가 두둑이는 소리에도 한 번 돌아보지도 않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당연히라고 해야 할까, 아이의 눈은 이미 반 이상이 감겨있었다. 잠에 취해 어쩔 줄 모르면서도 애써 눈을 뜨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일견 애처롭기까지 해서 오토야는 쓰게 미소지었다.
천천히 위아래로 꾸벅거리는 아이의 뺨에 오토야가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다 댔다. 오랫동안 가만히 앉아 악보를 쥐고 있었기 때문일까, 차가운 손의 체온에 아이가 화들짝 정신을 차리듯 펄쩍 뛰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것에 오토야는 부드럽게 눈을 휘었다. 오랜기간 아이돌로서 활동한 연륜이 그대로 묻어 있는 매력적인 미소에 아이의 표정이 일순 멍해졌다. 그 뺨이 얼핏 붉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어두웠기 때문에 누구도 확신할 수는 없었다.
"많이 졸리지, 토키야?"
"아, 아니요... 괜찮아요."
억지를 부리듯 눈에 힘을 주며 입을 앙다무는 것을 보며 오토야는 조금 곤란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 우기고는 있지만 역시 눈엔 여전히 잠기가 묻어나고 있었다. 고작 열 살짜리 소년으로서는 새벽 늦게까지 잠을 참고 있는 것부터가 한참 무리인게 당연했다. 그리고 내일 토키야의 모습을 생각하자면 지금 당장에라도 침대에 눕혀 재우는 게 옳았다.
"그래도 이만 자야지."
"괜찮아요. 정말 괜찮은데..."
그렇게 말하면서 말끝을 흐리는 토키야를 오토야는 별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보았다. 한참은 어린아이여서 그런지 오토야의 눈엔 토키야의 행동이 어린아이의 허세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토키야는 그런 오토야의 기색을 일부 눈치챘다. 순간 아이의 눈동자에 실망이 스쳐지나갔다. 시선을 피해 바닥으로 내리깔았다. 정말로, 속상했다.
"음, 그럼 내가 졸리니까. 같이 자주지 않을래?"
명백히 달래는 말투. 하지만 부드럽게 눈을 휘며 건내는 부탁은 토키야에게 다분히 유혹적이었기에 어린 토키야는 입을 앙다문채 고민했다. 도록도록 바닥을 굴러다니는 토키야의 시선을 알아챈 오토야는 그저 웃으면서 기다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시 올라와 오토야 자신과 시선을 마주하는 청색의 눈을 마주했다.
"아저씨."
"그러니까 아저씨는..."
그 예쁜 입에서 튀어나오는 섭섭한 단어에 오토야가 반사적으로 한숨을 폭 내쉬었다. 그 모습에 토키야가 재미있다는 듯이 빙그레 눈을 휘었다. 휘어진 눈꺼풀 사이로 만족감 어린 눈이 감춰졌다. 그래도 이런식으로나마 오토야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소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금새 행복해졌다. 별 수 없는 어린애 심리였다.
"아저씨, 졸려요? 자고 싶어요?"
"그래, 그래..."
이젠 아예 포기한 듯 무심한 척 몇 번 고개를 끄덕이는 오토야를 보며 토키야는 곱게 웃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인상을 하고 있는 아이가 웃는 모습은 충분히 보기 좋았기에, 오토야 역시 마주 웃어주었다. 그 미소를 바라보며 토키야가 손을 뻗었다. 맞잡은 오토야의 손은 토키야보다 몇 마디는 더 컸다.
"가서 자자. 나 자장가 불러줘요."
"그래, 그래."
토키야가 고집을 포기하고 잠들겠다는 의사를 비친 것에 기뻐서 오토야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토키야는 속으로 미소지었다. 다른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조숙한 토키야가 이렇게 어린아이처럼 구는 상대는 오토야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아직도 그는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직은 몰라도 괜찮았다. 토키야 본인 스스로가 어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 아직은 몰라도 괜찮았다.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아닌데..."
푸념처럼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토키야가 부드러이 눈을 휘었다. 오토야, 오토야. 차마 아직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단어를 속으로 꿀꺽 삼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