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2.01 [포케스페] 패러랠 토키와 월드
  2. 2015.01.25 [포케스페] 루비사파7 +α



또 다른 세상의 옐로, 다른 세상의 토키와 삼인방은 어떨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옐로 + 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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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에 가까워진 것을 확인하며 실버는 돈크로우를 붙잡고 있는 손을 놓았다. 허공에서 떨어진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럽게 바닥에 착지한 그는 살짝 올라오는 충격은 적당히 무시했다. 그런 것에 신경 쓸 정신이 없는 그는 곧장 성큼성큼 짐의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타오르는 듯한 적발과 날카로운 눈매의 은안이 어딜 가더라도 시선을 붙잡는 외모를 가진 그는 더없이 익숙하게 짐의 가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가끔 마주치는 사람마다 반갑게 건네오는 인사를 적당히 받아주면서도 그는 반쯤 정신없이 걷고 있었다. 뛰는 것에 가깝다고 여겨질만한 발걸음으로 걷는 그를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도리어 그가 왜 그렇게 다급하게 행동하고 있는 지 잘 알고 있었기에 미소를 띠우며 손가락으로 길을 가르쳐주곤 했다. 그리고 실버는 적당히 대꾸하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마치 뒤에서 화난 갸라도스에게 쫒기는 사람마냥 숨가쁘게 걸어온 실버의 발걸음이 느려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짐의 가장 안쪽,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곳에 다다르자마자 실버의 발걸음은 여유로운 척하는 것처럼 느긋해졌다. 어쩌면 긴장하고 있는 것처럼 예민하기도 했다. 그가 위치하고 있는 장소는 짐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짐리더가 위치하고 있는 곳이었다. 실버는 그 익숙한 장소를 눈으로 훑었다. 이름과 같은 색의 눈이 사방을 뒤지면서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에 귀물과 같은 이름의 눈이 일순 초조함을 보였다. 

누나? 실버가 잠깐 목소리를 내었다. 돌아오는 대꾸는 없었다. 하지만 소리는 있었다. 조금 느긋하고 묵직한 발걸음 소리. 실버는 그제서야 조금 안심했다. 가장 안쪽에서 느긋하게 나오는 자신의 포켓몬, 쟝크로다일의 모습에 실버는 곧장 그 품을 살폈다. 냉정한 성격의 그가 보물처럼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는 사람. 있었다. 작고 작은 체구의 사람. 실버는 그제서야 완전히 표정을 풀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옐로 누나. 실버의 부름에 옐로는 고개를 들었다. 치렁치렁한 금발 머리카락과 사이에 박힌 새까만 흑안이 반짝반짝하게 빛나고 있었다. 부드럽게 휘는 곡선에 실버 역시 덩달아 조금 풀린 미소를 지었다. 망설임없이 뻗어오는 두 팔에 실버는 곧장 옐로를 품에 안아 익숙하게 어깨에 올렸다. 걸터앉듯 실버의 어깨에 앉아 한 팔로 그 머리를 끌어안은 옐로는 붉은 정수리에 제 흰 뺨을 부비며 말갛게 웃었다. 

좋은 아침, 실버. 그 인삿말에 실버도 간단한 인사로 답했다. 그가 옐로를 짐의 안쪽에 두고 잠만 자러 집으로 가게 된 것은 이미 오래되었지만 실버는 언제나 옐로를 뒤에 두고 떠날 때 강한 불안을 느꼈다. 지독한 죄책감 역시도 바지춤에 달라붙어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차라리 그녀 역시 같이 집에 돌아가면 좋을 텐데, 옐로는 짐리더라는 자신의 위치 상 결코 짐을 비워서는 안된다는 이유를 들어 고개를 젓곤 했다. 그렇게 따진다면 자신 역시도 짐에 남겠다고 했을 땐 아버지를 혼자 두어선 안된다는 이유로 또 고개를 저어버렸다. 그리고 실버는 이제껏 태어나서 단 한 번도 혼자서 옐로의 고집을 꺾어본 적 없었다. 결국 질 수밖에 없었다. 

쟝크로다일은 냉정한 성격에 빈틈이 없어서 실버는 언제나 자신의 포켓몬 중 쟝크로다일만큼은 옐로의 곁에 두고는 했다. 위험한 순간 옐로를 품에 안고도 싸울 수 있을 만 한 상대는 쟝크로다일과 거대코뿌리, 망나뇽뿐이었으니까. 의젓하지만 싸움을 좋아하는 거대코뿌리는 불안했고, 건방진 성격에 낮잠을 좋아하는 망나뇽은 걱정스러웠다. 물론 옐로는 강한 짐리더였고, 옐로의 수중에도 망나뇽을 필두로 한 괴수형 포켓몬들이 몇 있었지만 실버는 자신의 안심을 위해 늘 제 포켓몬을 옐로에게 붙여두었다. 그것이 익숙해진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 행해지고 있는 것이었지만, 처음엔 옐로는 그것을 어지간히도 불만스러워했었다. 그것만큼은 실버가 목호와 비주기의 도움을 받아 성사시킨 유일한 고집이기도 했다. 

실버는 곁눈질로 제 가슴께에서 힘없이 달랑거리는 옐로의 두 다리를 바라보았다. 세 살 때부터 한 번도 땅을 딛어본 적 없는 연약한 다리는 결코 천성적인 것이 아니었다. 옐로가 걷지 못하게 된 것은 전부 실버의 탓이었다. 그런 어투의 말을 입에 담은 순간부터 옐로는 크게 화를 내곤 했지만 실버는 늘 그렇게 생각했다. 긴 옷으로 늘 다리를 가리고 있었지만, 실버의 팔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얇고 힘없는 다리의 위에는 길게 적나라한 흉터가 나 있었다. 옐로가 겨우 세 살, 실버가 고작 두 살이었을 때 난 상처였다. 실버를 납치하려는 칠색조의 발톱에 적나라하게 할퀴어진 상처. 까마득한 옛날의 일이었지만 그 날의 기억은 이상하리만치 선명했다. 자신을 노리던 날카로운 눈. 강력하고 위협적이던 발톱. 그리고 자신을 품에 끌어안고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옐로. 도망치다가 결국 다리에 길고 깊은 상처를 입고 피투성이로 땅을 뒹굴던 옐로의 모습까지도. 

옐로가 상록숲의 축복을 받은 아이가 아니었으면 그 때 옐로는 틀림없이 과다출혈로 죽었을 위기였다. 목숨이 경각에 달한 상황에서 어렸던 만큼 잠재력도 엄청났던 옐로의 능력이 폭주에 가깝게 발현되어 주변의 야생 포켓몬들을 불러들였기 때문에 살 수 있었던 것이었다. 죽고 싶지 않아, 살려줘, 실버를 지켜줘. 제발, 제발. 지독하리만치 간절했던 어린아이의 기원은 포켓몬들과 교감할수 있는 능력으로 발현되어 상록숲의 수많은 포켓몬들을 불러들였고, 결국 두 사람은 가까스로 달려온 비주기의 손에 구조될 수 있었다. 결고 '무사히' 는 아니었지만. 

외상으로 인해 앞으로 다시는 걸을 수 없다는 선고를 받은 뒤 죄책감으로 뒹군 것은 결코 실버 혼자만이 아니었다. 목호나 비주기 역시 상황은 같았다. 한참 어린 여동생인 옐로와 남동생인 실버를 지키지 못했다는 목호의 죄책감과 딸과 다름 없는 옐로가 친아들인 실버를 지키기 위해 저렇게나 상처입었다는 사실을 바라보는 비주기의 죄책감 역시도 강렬했다. 결국 와타루는 강해지기 위해 상록시티를 떠났고, 비주기는 옐로의 치료를 위해 의료시설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결국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떠난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에서 남은 것은 실버와 옐로 뿐이었다. 걷지 못하게 되어버린 옐로와, 그런 옐로를 바라보는 실버. 단 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옐로는 실버에게 곱게 미소지어주었다. 모든 것의 용서를 뜻하는 그 미소에 실버는 결국 옐로의 앞에 무릎꿇고 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날, 어리디 어렸던 두 살의 실버는 평생을 옐로의 곁에서 지키겠다는 맹세를 다졌다. 

강해지기를 원했다. 실버도, 옐로도. 실버가 다섯 살이 되고, 옐로가 여섯 살이 되던 해에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배틀 훈련을 시작했다. 실버는 옐로를 지킬 힘을 원했다. 다리를 다쳐 걷지 못하는 옐로의 곁에서 행동의 어려움이 없도록 보필하면서 도울 수 있도록. 옐로는 소중한 것을 빼앗기지 않을 힘을 원했다. 눈 앞에서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강탈당할뻔한 공포를 다시는 느끼지 않도록. 

두 사람의 훈련을 봐 주는 것은 한때는 비주기였고, 다른 때에는 목호였다. 가끔 상록시티에 돌아온 목호는 두 사람에게 실전 배틀에서 필요한 배짱과 판단력을 가르쳤고, 로켓단이라는 이름의 의료회사를 만들어낸 비주기는 회사를 보지 않을 때면 곧장 실버와 옐로를 가르쳤다. 짐 전에 가까운 정식 배틀에 익숙하게 만들었다. 

다행히도 두 사람은 재능이 있었다. 힘의 폭주 이후 제 힘을 좀 더 광범위하고 유용하게 쓸 수 있어진 옐로와 천성적인 배틀 센스가 있는 실버는 뛰어난 두 스승의 밑에서 흡수하듯 강해졌다. 그건 두 사람의 오기와 집념의 힘이기도 했다. 

옐로는 아주 느리게 자랐다. 실버가 여덟살이 되는 날 실버는 이미 옐로의 키를 넘어서고 있었다. 자신보다 작아진 옐로를 바라보며 실버는 울고 싶은 심정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다리를 다친 옐로는 성장이 아주 더뎠고, 거의 멈추다시피 했다. 자신보다 한 살 많은 누나는 어린아이와 같은 체구에서 자랄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실버가 열 살이 되는 날부터 실버는 자신이 옐로를 끌어안고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공주님처럼 모시듯 안기 시작해서, 체구의 차이가 더 나기 시작하면서 어깨에 앉히기 시작했다. 옐로는 그런 실버를 이해해 주었고, 따라주었다. 그리고 실버가 열 두 살이 되는 해. 두 사람은 나란히 상록시티의 짐 리더가 되었다. 

비주기가 본격적으로 로켓단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비게 된 상록시티의 짐에는 주인이 필요했다. 그리고 옐로는 실버가 자신을 끌어안고 다니기 시작한 날부터 그 짐의 주인이 되기를 희망했다. 황폐해진 짐과 짐리더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마을이 안타까워서 옐로는 자신이 짐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홀로 서지 못하는 연약한 몸의 짐리더가 환영받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다.

실버와 옐로의 페어는 강했다. 솔직히 말하지면, 그 누구보다도 강했다. 짐리더 자격 시험을 보기 전 있었던 목호와 비주기와의 더블배틀에서 처음으로 승리한 뒤, 두 사람은 인정받았다. 더블배틀이라면, 두 사람은 최강이라고.

최강의 짐 리더. 최강의 페어. 상록시티 짐 리더. 그 이름을 얼마나 기꺼이 받았던가. 얼마나 기쁘게 받았던가. 무심코 그리 생각하며 실버는 옐로의 다리 한쪽에 제 뺨을 가만히 가져다댔다. 촉감은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그리고 그런 실버의 고요한 행동에 옐로 역시 손을 뻗어 실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었다.

두 사람이 함께 지내는 시간은 조용하고, 따뜻했다. 산책을 하고, 낮잠을 자고, 짐 리더로서 해야만 할 일들을 했다. 사실 대부분의 일은 옐로가 했다. 실버는 그저 어깨에 옐로를 앉힌 채로 그녀를 가만히 끌어안고 그녀의 다리를 대신했다. 그가 하는 일은 가끔 일 대 일 배틀을 원하는 도전자를 쓰러뜨리는 것이었고, 옐로가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해 주는 것이었다. 

실버는 짐 안쪽의 배틀 필드에 섰다. 수 많은 트레이너들을 이곳에서 쓰러뜨렸다. 너무 많은 트레이너를 쓰러뜨리면 협회에서 제제가 들어오고는 했지만, 최강의 짐 리더라는 명칭이 붙자 도리어 제제는 사라졌다. 자신이 지켜야만 하는 사람의 곁에서 쓰러지지 않겠다는 두 사람 각자의 결의는 두 사람을 최강의 페어로 만들었다. 상록 숲의 두 사람. 금발과 적발. 흑안과 은안의 최강의 페어. 최강의 남매. 

고요한 필드 위에서, 두 사람은 잠시 정적을 즐겼다. 그리고 그 고요를 깬 것은 사람의 말소리였다. 도전자입니다! 기대와 무언가에 가득 찬 목소리. 그 목소리에 실버와 옐로는 가만히 서로를 마주보고, 각자의 방식으로 웃었다. 파트너가 들어있는 볼이 제대로 있는지 확인하고 두 사람은 몸에 가벼운 긴장을 흘렸다.

그리고 맞은편의 도전자의 자리. 익숙한 얼굴. 같은 도감 소유자 중 두 명. 그 모습을 확인한 실버는 조금 기가 차서 소리쳤다. 


“챔피언. 그리고 그 제자 씨. 뭐하는 겁니까?”

“최강의 페어에게 하는 도전이지!”

“나한텐 타이틀도 없냐?!”


투지로 불타오르는 눈을 하고 있으면서도 말투는 개구지게 말하는 레드와, 바락바락 화를 내는 골드를 보며 실버는 기가 찼고 옐로는 어색하게 미소지었다.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이 도전자의 타이틀을 들고 온 이상 짐 리더로서 두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단 하나였다. 


“도전을 후회하시는 거 아니에요?”

“더블배틀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


그리고 가볍게 던져진 몬스터볼에서 튀어나오는 것은 늘씬한 몸을 가진 두 마리의 포켓몬. 쏙 빼닮았으면서도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진 에브이와 블랙키. 아주 예전 비주기에게 받게 된 이브이가 나란히 진화하게 되어 생겨난 파트너. 평소라면 도전자에게 가장 마지막에 보여주는 에이스 콤비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전력으로 싸워야 할 때였다. 그리고 그것을 눈치챈 레드와 골드는 눈을 빛내며 제 몬스터 볼을 쥐어들었다. 삼 대 삼. 그리고 동시에 육 대 육 배틀. 상대의 포켓몬은 강챙이와 왕구리. 잠시 정적이 흐르고, 곧 트레이너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리고, 격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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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알 수 없지만, 페어로서의 최강은 옐로와 실버의 콤비입니다. 상록시티의 두 사람. 어쩌면 있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 이 세상에서 로켓단은 없어도 같은 의미의 악당 조직은 있었다고 합니다. 와타루는 없었지만 같은 의미의 악역도 있었고. 레드그린블루는 원작과 다름이 없고, 옐로나 실버의 이야기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결국 두 사람은 도감소유자로서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 상록시티의 두 사람을 좋아합니다. 원작적으로도 좋아해요. 어쩌면 같은 고향의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사람. 같이 싸웠던 사람. 나를 위해 싸워주었던 사람.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는 존재겠죠. 옐로는 누구와 같이 있어도 좋아하지만 그린이나 실버처럼 말수적고 무뚝뚝한 사람과 두는 쪽을 좋아해요. 글이 뒤로 갈수록 허술해져서 그만 총총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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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

[포케스페] 루비사파7 +α

2015. 1. 25. 22:54 from PKSP/SS

 

 

 

시리즈인듯 시리즈 아닌 시리즈같은 너....() 루비사파 여전히 좋아해요. 물론 격차는 있지만 꾸준히 좋아하는 커플링. 그리고 불타오를 떄마다() 글을 쓰게 만드는 굉장한 녀석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포케스페 매드무비를 보다보면 정말 좋은데 ㅠㅠ 특히 루비와 사파이어가 등장하는 매드무비를 좋아해요. 그리고 디폴트적으로 루비사파가 깔려있는 걸 좋아합니다. 특히 좋아하는 것들을 꼽자면 7인의 루비가 사파이어에게 지구 최후의 고백을, 이랑 Calc, 랑 마법의 사람, 이랑 행복 마시로랑 아아 훌륭한 고양이의 삶이랑... 흑흑 안좋은 게 없어요 ㅠㅠ! 루비나 사파이어 목소리도 좋고 정말정말 전부 다 좋아해요. 특히 맨 앞의 7인의 루비는 어제 정말 너무너무 보고싶었는데 끝끝내 못찾아서() 너무 분한 심정으로 잠든 뒤에 눈 뜨자마자 컴퓨터 니코동에서 찾아내서 듣고야 말았습니다... 저 영상 너무 좋아해요. 그리고 Calc은 목소리랑 가사가 너무 좋고, 마법의 사람은 영상미에다가 가사가 너무 잘 어울리고 ㅠㅠ 행복 마시로는 진짜 귀엽고, 고양이의 삶은 진짜 목소리도 잘 어울리고 귀엽고... 사실 전부 다 그래서 참 좋아해요.

그리고 다시 본 포케스페에서도 역시 느끼는 건 루비가 사파이어를 정말정말정말(xα)좋아한다는 거였습니다... 그게 여러가지 부분에서 드러나고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조금 아쉬운건 루비는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살짝 낮아보인다는 점? 루비는 자신감은 넘치지만 자존감은 살짝 낮아보였어요. 그리고 그건 아마 과거 보만다때의 기억이 큰 역할을 하는 거겠죠 ㅠㅠ 사파이어가 자신을 무섭다고 말하고, 아버지가 떠나버리는 기억. 그건 아마 루비에게 큰 충격이었을 거고, 어린 루비는 몇 번이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 것 같아요. 왜? 하고. 왜 아버지가 떠났을까, 왜 사파이어가 나를 무섭다고 했을까. 그리고 그 모든 이유가 자신이라는 결론이 나와버렸을 거고. 평소에는 콘테스트와 자신의 실력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 때문에 낮은 자존감이 잘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순간이나 약해진 순간에 그런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눈에 띄였어요. 특히 가장 잘 보였던 게 22권, 마지막 싸움 때. 루비는 사파이어의 고백을 듣고 사파이어를 차에 가둔 채로 구열과 함께 싸우러 떠나요. 그리고 그 때 사파이어만큼 좋은 애가 왜 나같이 형편없는 애를 좋아하는 걸까, 같은 느낌으로 하는 독백이 있는데 그게 아마 루비사파에서 루비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생각이 아닐까 하고ㅠㅠ 물론 모든 것을 알게 되고 모든 것을 겪은 뒤에는 많이 나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도 그 결정적인 부분은 아직 변하지 않은 것 같아서 걱정도 되고... 그게 무슨 뜻이냐면, 결정적으로 위기가 닥친 위험한 순간 다시 한 번 사파이어를 제멋대로 안전한 장소에 둬버리고 자기 혼자 가장 위험한 곳으로 가 버리지 않을까 싶은 불안함이 있다는 겁니다. 사파이어는 그런 순간이 없게 하기 위해서 자신을 강하게 단련시키고 자란 건데도 불구하고. 

어쨌든 루비와 사파이어의 관계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13장 오메가루비, 알파사파이어 부분도 고작 1화 나왔지만 너무 좋아요ㅠㅠ 루비가 사파이어 곁에 없다는 건 조금 아쉽지만, 사파이어의 그 귀엽고 사랑스러운 옷을 주주와 함께 꼭꼭 전해준 것도 좋고, 사파이어가 킬리아를 잡아서 루비랑 똑같은 가디안으로 진화시키고 싶어한것도 사랑스러웠고. 물론 사파이어의 킬리아는 엘레이드로 진화해버렸지만; 사파이어와 루비는 「대조」가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 그런 식의 대조도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루비가 사파이어에게 일편단심인 게 너무너무 좋습니다... 루비에게 있어서 사파이어는 언제나 찬란한 빛이겠지요. 사파이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 누구를 좋아하던 루비는 단 한번의 변심도 없이 그저 사파이어만 바라보고 있을 것 같아서 좋아해요. 물론 사파이어 역시 한눈같은거 안팔고 루비를 좋아해서 종종거리는 게 귀엽지만. 

루비가 골드를 마구 견제하는 것도 좋아해요. 물론 골드에게 있어서 사파이어는 첫 번째 직속후배이기 때문에 귀엽고 아껴주는 마음 외엔 아무것도 없지만, 그리고 그 없다는 마음이 중요한 거지만 그걸 알면서도 사파이어 옆에 자신이 안심할 수 없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 자체에 날을 세우는 루비가 좋습니다ㅠ 물론 골드랑 루비 둘만 있을 땐 아무 문제 없는데 그 사이에 사파이어가 끼는 순간 알게모르게 슬쩍 벽치고 날세우고 그런 루비가 좋네요...

 

 

 

 

그리고 플러스 알파로, 제 최애는 포케스페를 보게 만든 계기를 주었던 옐로로 어릴적부터 변한 게 없는데 그래서 옐로에 관한 생각도 굉장히 많이 해요. 특히 원작에서 접점이 있는 관동조, 성도조, 그리고 토키와조 쪽으로. 토키와조는 픽시브에 태그로 올려져있기에 썼는데, 주로 와타루, 옐로, 실버를 그렇게 부르더라고요. 저도 아주 좋아합니다... 거기에 비주기까지 조금 추가해도요. 

옐로의 커플링으로는 레드옐로도, 그린옐로도, 골드옐로도, 실버옐로도, 와타옐로도 전부 좋아해요. 다들 각자의 매력이 있고 같이 있는 사람에 따라 옐로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져서 좋아합니다. 레드옐로가 되면 옐로는 부끄럼타고 그러면서도 동경하는 사람을 보는 소녀가 되고, 그린옐로라면 존경하는 스승님이자 선배님을 따르는 차분한 소녀가 되고, 골드옐로가 되면 연약해보이는 외모에 맞지 않게 심지굳고 단단한 소녀가 되고, 실버옐로가 되면 상냥하고 자애로운 소녀가 되고, 와타옐로는 약간 경계심이 있지만 그럼에도 손을 내밀어주는 소녀가 되요. 그게 전부 옐로라는 게 신기하도고 좋습니다. 정말로. 

제 마음대로 상상하고 좋아하는 쪽은 정확히는 커플링보다는 조합 쪽인데, 특히 토키와조 조합을 좋아해요. 와타루랑 실버랑 옐로랑 비주기. 비주기가 옐로의 대부였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상당히 자주합니다. 와타루랑 옐로는 접점이 없는 게 이상할 정도인데... 사실 상록숲의 아이들은 10년에 한 번 나온다는데 모아서 선후배로 보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상록숲에서 힘을 받았으니 숲을 지켜야 한다, 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모여서 사제지간 혹은 선후배지간 비슷한 관계가 되는 것도 좋고. 어쨌든 그런 숲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관장들은 대대로 그들을 지키는 역할을 물려받았으면 좋겠어요. 비주기 역시도. 그리고 훗날 관장이 될 그린까지도. 비주기가 와타루와 옐로를 보두 보살펴주면서 자기 아들인 실버 역시 같이 자라면 좋겠지, 싶어 갓난아기인 실버를 두 사람과 함께 두는 일이 잦다던가. 그리고 실버가 두 살이 되는 날 납치당할 때, 옐로와 와타루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실버를 빼앗기지 않게 아주 격하게 반항하겠죠. 눈 앞의 거대하고 강력한 포켓몬에도 결코 굴하지 않고. 실버가 두 살이라면 옐로는 고작 세 살, 와타루는 열세살정도겠죠? 그런 어린애들이 아무리 노력해봐야 실버를 빼앗기는 건 당연한 거겠지만, 포켓몬이 없는 옐로는 주변의 포켓몬들이 다칠까 부탁도 못하고 그저 제 몸으로, 위험하게도 필사적이게 실버를 품에 안고 버티고, 물고, 반항할 것 같아요. 그리고 간절히 부탁하겠죠. 물러가달라고, 실버를 데려가지 말아달라고. 그렇지만 세뇌되어있는 그 포켓몬이 들어줄 리는 없고요. 열 세살의 와타루는 신뇽 정도는 데리고 있을 것 같은데, 아마 와타루쪽이 좀 더 걸리적거리는() 편이었겠죠. 그때는 비주기에게 교육도 받았을 거고, 격하게 반항하는 두 사람이 거치적거려서 상대 포켓몬도 망설임없이 공격을 가하고, 그 공격에 옐로가 크게 다치면 좋겠어요. 잘 보이는 장소, 눈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눈 위로 새끼손가락만한 상처가 길게 나서 한 쪽 눈이 보이지 않게 된다거나. 와타루는 그 충격으로 머리가 굳어서 제대로 된 명령을 내리지 못하게 되어버리고, 결국 실버는 그렇게 빼앗겨버리는 것으로. 옐로는 치료받는 내내 실버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울고, 결국 원작대로 비주기는 떠나고 와타루 역시도 옐로에 대한 죄책감과 막내동생 실버를 되찾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떠났다가 원작처럼 폐혜를 겪고 사천왕이 되는 것으로... 옐로는 그 모든 것을 굳건히 이겨내고 와타루와 싸워 이기는 게 좋습니다. 와타루는 소중한 동생 중 한명이자 유일한 여동생이 저렇게나 자신에게 진심으로 부딪쳐오는 것에 결국 포기해버리는 것으로. 와타루-비주기-옐로의 전투 부분에서 옐로는 간절하게 자신의 대부를 부르고 싶었지만, 결국 기회를 놓치고 대부가 홀로 있었다는 점에서 아직 실버를 찾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챘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실버는, 블루와 자라면서 많이 잊기는 했지만 결코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몇 개 있었으면 좋겠어요, 무언가 억센 힘이 자신을 잡아채던 순간 튀던 붉은 피, 꼭 안아주던 체온, 상냥하고 다정한 목소리들. 옐로와 와타루와 비주기의 목소리고, 실버를 빼앗기던 순간 눈을 베이면서 튀던 옐로의 피고, 그들의 체온이에요. 정확한 건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렴풋이 금색의 무언가와 주황색과 검은색의 누군가 정도로 기억하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이라고, 찾고 싶다고. 계속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블루 역시 처음 실버를 본 순간 피투성이 모습이던 실버를 기억하고, 그게 실버의 피가 아니더라는 것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나중에 추론을 통해 그것이 실버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사람의 피라는 것을 알게되고 실버에게 이야기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성도조 원작의 날, 류옹과 싸울때 거의 마지막 순간 옐로가 등장하죠. 옐로는 류옹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잘 모르지만, 실버를 납치해간 그 포켓몬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류옹은 적대감의 대상이 될수밖에 없죠. 더군다나 싸우면서 계속 눈에 걸리는 붉은 머리카락의 소년. 붉은 머리와 은색 눈동자는 자신이 애타게 기다리던 실버의 색이니까, 계속 신경쓰이면 좋겠어요. 그리고 실버 역시 눈에 상처를 입은 금색 머리카락의 옐로가 자꾸 눈에 띄면 좋겠습니다.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그리고 류옹 사건이 끝난 직후 옐로가 실버를 붙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있지, 나는 상록숲 출신이야. 그곳에서 태어났어. 아주 어릴적에 동생이 납치됬는데, 너랑 똑같은 붉은 머리카락에 은색 눈을 가지고 있어. 그 아이를 지키고 싶었는데 지키지 못해서. 이 상처는 연약했던 자신에게 주는 벌이야. ...있지 말이야, 혹시, 네 이름이... 실버?

그 순간 실버는 눈 앞의 사람이 자신이 줄곧 생각했던 금색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 같아요. 눈의 상처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생긴 것이라는 것도, 필사적으로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기대하고 싶지는 않지만 기대하고 있다는 것도. 그 모든 것을 알게 된 뒤에 툭, 하고 터지듯이 울어버리는 게 보고싶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으로 옐로는 실버가 그 실버가 맞다는 것을 깨닫고.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고. 

아, 난 네 누나인데, 친누나는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내 대부님이 네 아버지시기든. 아, 대부님께서도 널 찾고 있는데, 십년 넘게 널 찾아다니셨어. 대부님께 연락드려야 하는데. 너한텐 형도 있는데, 어쩌면 만나지 않았니? 와타루라고. 아, 네가 실버. 그렇구나, 이렇게 자랐구나... 벌써 나보다 크게 자랐구나... 

그렇게 어물어물 떠듬떠듬 말을 하던 옐로가, 결국 오열하듯 실버를 끌어안고 울어버렸으면. 드디어 되찾았다는 기쁨과, 이렇게까지 커 버릴 만큼 시간이 흘렀다는 슬픔과, 같이 있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늦게 찾아 미안하다는 죄책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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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