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스타 전력 60분 「마법」
카오루는 미친듯이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는 휴대폰을 손가락으로 쥐어들었다. 부러 벨이 아니라 진동으로 설정해 놓았는데, 아주 그냥 자동 진동기가 따로 없었다. 하기야, 반응이 격할 거라는 것은 예감하고 있었다. 처음 대본을 받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부터 이 부분이 방영되면 폭발적인 반향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옆에 앉아있던 카나타가 작게 웃었다.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 카오루가 휴대전화 화면을 켜서 우선 무음으로 전환했다. 당장 직멘이 날아온 SNS만 몇 개 였다. 가장 처음 날아온 알람을 확인했다. 발송인은 세나였다.
[물 마시면서 보다가 엎었거든? 내 옷 물어 내.]
이건 뭐. 너무 세나다워서 할 말이 없었다. 짧게 기가 찬 한숨을 뱉었다.
[드라마 본 감상은 그것 뿐?]
[대본 보고 도장 찍은거 진짜 너야?]
답은 금방 날아왔다. 새초롬한 눈을 치켜뜨고 휴대전화를 두드리고 있는 세나의 모습이 눈에 훤했다. 젖어버린 옷 때문에 투덜거리고 있는 모습 역시도. 졸업학년이었던 유메노사키 3학년 때 같은 A반이었던 탓일까, 세나와 치아키, 카오루 셋은 연예계에서도 친한 아이돌 관계로 손에 꼽혔다. 모리사와같은 뜨거운 사내놈이나 세나처럼 까다로운 사내놈과 친하다는 타이틀은 그닥 원하지 않았던 카오루였지만, 어쩌다보니 예능에서 자주 세트로 묶이는 탓에 이제는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 카나타에게 등을 기대 눕듯이 앉아 카오루가 답신을 썼다.
[그럼 연기하는 게 난데 당연히 내가 보고 계약서 찍었지.]
[설마 남자와 키스신 찍는 하카제 카오루를 보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
[음, 나도 그렇다!!]
세나의 멘션 아래에 달린 치아키의 멘션에 카오루가 수긍의 의미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오루는 답을 달지 않았는데 세나와 치아키 둘이서 카오루를 사이에 끼고 줄줄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기야 치아키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카오루가 고개를 젖혀 카나타를 바라보았다. 카나타 역시도 고개를 갸우뚱하며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었다. 카오루에게 연락이 터졌으니 상대인 카나타 역시도 마찬가지였겠지. 카오루는 그렇게 생각하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방금 끝난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이 하카제 카오루와 신카이 카나타의 키스신이었으니 반응의 폭발성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꽤 비범한 드라마이기는 했다. 메인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사랑과 별개로 서브커플이 두 쌍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카나타와 카오루의 역할이었다. 남녀커플을 메인으로 세웠지만 서브커플이 남성끼리 여성끼리의 동성커플인 걸 보고 카오루도 처음에 약간 놀라기는 했다. 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나쁘지 않고 역할의 화제성도 괜찮았다. 대본은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으니 처음에는 시청자들도 남녀커플 세 쌍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을 터고. 몇 번이고 읽어봤지만 비하 내용도 전혀 없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카오루는 저의 파트너가 될 사람이 카나타라는 말을 들은 뒤에야 결정을 내리고 도장을 찍었다. 카나타도 저와 같았다는 것은 계약을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야 알았다. 두 사람이 사귀고 있다는 건 서로만 알고 있었고─물론 눈치 빠른 레이라던가 몇 명은 암묵적으로 알아챈 것 같았지만─같이 살고 있는 건 극비인지라 두 사람과 각 유닛의 리더인 레이와 치아키 넷 정도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친분 관계가 돈독하다는 것 정도는 유명했다. 같이 웃으며 찍힌 사진도 많았다. 배역이 온 이유는 그 탓도 큰 것 같았다.
키스신이 있다는 건 나도 알았지만, 그게 그렇게 진할 줄은 나도 몰랐다고. 대본에 써 있는 건 그냥 입술만 찍었다가 떨어지는 식에 가까웠는데. 카오루가 카나타를 힐긋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카나타의 애드리브였을 확률이 높았다. 다른 말로 대놓고 방송에서 도장찍듯 키스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흑심이라던가. 뭐, 거기에 장단맞춘 카오루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카오루의 시선을 느꼈는지 카나타가 고개돌려 카오루를 보았다. 눈이 마주치마자 반사적으로 둘 다 웃었다.
“세나 군도 모리사와 군도 진짜 시끄럽네. 카나타 군은 뭐 보고 있어?”
카오루가 아직도 대화에 여념이 없는 세나와 치아키를 확인하며 물었다. 이제 대화는 완전히 삼천포로 빠져서 자기 후배 자랑 뿐이었다. 아니, 둘이서 대화할 거면 내 아이디 빼고 대화해 줘. 아니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후배자랑 하고 싶은 거야? 잠시 UNDEAD 후배들의 자랑할 점을 들고 대화에 참가할까 생각했던 카오루는 그냥 휴대폰을 떨어진 테이블 위에 올려두며 그만두기로 했다. 대신 카나타에게 완전히 의식을 돌렸다. 카나타는 방긋 웃으며 제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주었다. 오늘 드라마 방영 후 반응을 서치해 본 모양이었다.
[미ㅣ친 내 주식이 터졌어!!!!!]
[하느님 아... 하느님 미쳤다 대박예쁘다 헉 미친 여러분 좋은건 영상으로 보자]
[꿈?? 꿈인가??? 내가 눈뜨고 꿈을 꾸나??????]
“「나쁜」 반응은 아닌 것 같아요.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몇 번 스크롤을 내려 본 카오루는 적당히 몇 개의 트윗만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뜨거운 반응이 나쁜 방향은 아닌 것 같았다. 살짝 무서운 방향인것 같기는 했다만. 물론 좀 더 뒤져보면 악의적인 반응도 없지는 않겠지만 굳이 찾아보고 싶지 않았다. 카나타가 화면을 끄고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대신 소파 위에서 조금 꾸물거리며 자리를 잡아 카오루의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자연스러운 자세 변화에 카오루가 낮게 키득거렸다.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손길은 익숙하게 다정했다. 카오루가 장난스럽게 말을 붙였다.
“세나 군이 했던 말도 틀린 말은 아닌데 말이지. 학창 시절의 나한테 남자랑 키스신 찍는다고 하면 무슨 헛소리냐고 할걸.”
“그런가요? 저는 「그 때」도 「카오루」라면 괜찮았는데...”
“물론 진지하게 고민했겠지만, 드라마라고 해도 촬영되서 방송되는 건 다른 문제잖아.”
카나타의 사랑은 마법같았다. 너무 달아서 벗어날 수 없는 늪같은 마법. 바다처럼 넓은 마음에 분수처럼 화사한 미소를 지으면서 사람을 옭아매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빠져나갈 생각도 하지 않고 얌전히 가라앉아 카나타의 호흡으로 숨을 쉬는 카오루로는 핀잔할 자격도 없지만. 카오루가 제 앞에서 사붓하게 수국처럼 웃는 카나타의 이마에 짧은 입맞춤을 남겼다. 몇 번이고 가볍게 닿았다가 떨어지는 입맞춤에 카나타가 소리죽여 웃었다. 간지럽다는 듯 배시시 웃던 에메랄드 색 눈이 살짝 짙어졌다. 조금 몸을 일으키면서 한 쪽 팔로 카오루의 뒷머리를 단단히 잡았다. 왈츠처럼 통통 튀던 입맞춤이 순식간에 녹은 사탕처럼 진득해졌다. 끈적하고,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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