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마오] 비

2016. 9. 19. 20:30 from ENSTARS/NOVEL

중학생 과거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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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날은 비가 쏟아지는 흐린 날이었다. 장마의 시작이라며 텔레비전에서 떠들어대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음량을 줄이고 싶었지만 리모콘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찾기도 귀찮아 방치했다. 소음은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리츠는 턱을 괴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 햇볕은 싫어했으니 차라리 비 오는 날이 달가웠다. 해가 지기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몸에 기운이 남아있었다. 마~군은 뭐 하고 있으려나. 혼자 집에서 창밖구경이나 하고 있으려니 자연스럽게 생각이 났다. 옆 집의 창문에 불이 켜져 있었다. 마오는 방에 있는 모양이었다. 리츠가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마오는 비 오는 날을 싫어했다. 움직이기도 불편하고 자연스럽게 텐션이 떨어지는 기분이라 싫다고 드물게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었다. 


 만나러 가 볼까? 리츠는 창문턱을 손가락 끝으로 쓸면서 고민했다. 먼지 한 점 묻어나지 않았다. 언제나 집에 찾아오는 건 마오의 역할이었으니 비 오는 날만큼은 역할을 바꿔도 괜찮을 터였다. 칙칙한 표정을 짓고 있을 마오를 골려주면 틀림없이 웃어주겠지. 비 젖은 수국이 곱게 피는 것처럼 수줍게 변하는 표정을 리츠는 아주 좋아했다. 떠올리니 보고 싶었다. 막 나가기로 결정을 내린 찰나였다. 긴 알람이 울렸다. 

 “누구?”

 “도련님, 이사라 님이 오셨습니다.”

 물음에 답한 건 고용인 중 하나였다. 마~군이? 리츠가 의아하게 되물었다. 안 그래도 보러 가려고 했는데. 리츠가 가볍게 손짓했다. 들여보내라는 의미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오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표정이 어두웠다. 자리에서 일어난 리츠가 자연스럽게 마오의 허리를 끌어안고 얼굴을 가까이 댔다. 시선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푹 젖은 녹빛 눈동자가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고집스럽게 다문 입가까지 확인한 리츠는 한 걸음 물러섰다. 대신 기다렸다. 오래 걸리지 않아 마오가 느리게 입을 때었다. 

 “릿쨩.”

 “왜? 마~군.”

 리츠를 릿쨩이라고 부르는 마오는 어리광 부리고 싶은 마오다. 위로를 청하는 마오다. 오랜 소꿉친구에게 안식을 바라는 마오였다. 리츠는 거절 없이 양 팔을 벌려 마오를 끌어안았다. 조금 젖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는 손길은 담백하고 다정했다. 마오가 리츠의 어깨에 머리를 묻었다. 목소리에는 눈물 대신 투정이 묻어 있었다. 그게 더 기꺼웠다. 조금 안심했다. 

 “내가 여자아이였으면, 부모님이 날 더 예뻐해줬을까?”

 “글쎄. 나는 마~군이 남자아이인 쪽이 더 좋은걸.”

 마오의 적발에 가볍게 키스했다. 진심과 거짓이 적당히 뒤섞여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 마오가 여자아이였으면 결혼해서 아이를 배게 하는 것으로 절대 놓치지 않을 족쇄를 채울 수 있었겠지만, 지금 그 말을 하는 건 아웃이었다. 하지만 남자아이가 나쁘지 않다는 것도 정말이었다. 여자애였으면 지금처럼 쉽게 끌어안을 수 없었을 테니까. 지금처럼 긴밀해지지 않았을 터였다. 

 “릿쨩도 반 년 후면 고등학교에 가 버릴거고.”

 “마~군은 따라와주지 않을 거야?”

 “갈 거지만.”

 “유메노사키, 남학교니까.”

 마~군이 남자아이라 다행이네. 조곤조곤한 목소리에 마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리츠의 등을 끌어안은 손길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리츠가 느리게 마오의 등을 토닥였다. 심장 두근거리는 소리와 비슷한 박동으로, 천천히 토닥토닥. 품에 안긴 제 사랑이 진정할 수 있도록. 

 비 오는 소리만 적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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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빛_ :